관측기 & 관측제안 ~☆+

  • 최윤호 따라잡기
  • 조회 수: 744, 2022-07-14 20:46:14(2022-07-11)

  • 겨울이다. 
    남반구의 겨울에는 마젤란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젤란 은하들이야 남위 70도 정도라 뉴질랜드에서는 고도만 낮아질 뿐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관측을 하기는 어렵다

    3년 전에 대마젤란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더이상 관측 준비를 하지 않게 되었다
    마젤란 안에서 헤메고 다니며 대상 몇 개 보면 하룻밤이 끝나기 때문이다
    내가 쓴 책에서 관측 준비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해놓고 말이다 ㅎㅎ

    마젤란을 볼 수 없어서, 
    최윤호님의 NSOG 관측기록과 스카이사파리를 참조해서 간만에 관측 준비를 했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오랜만에 하려니 옛날 생각(?)도 나고..

    이번 달도 토요일 대신 일요일 날씨가 괜찮다.
    월요일에 출근할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중요한 일부터 해야지
    일요일 오후에 강제 오침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놓고 Bryan 할아버지 댁으로..

    밤 9시 관측지 도착. 우연히 알게 된 백인 할아버지 댁의 주차장에 장비를 펼쳐 놓고 밤새 별을 보려니
    아무리 More than welcome이라 하셔도 새벽에 출근하는 Bryan 형님 부부에게도 불편할 거고 
    남의 집에 민폐를 끼치는 거라 마음 한구석이 조금.. 그렇지만
    어렵게 찾은 개인 관측지라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는 계속 가야겠다

    연일 계속되는 빗속에 극적으로 맞이한 맑은 하늘. 
    새 관측지로 이용하게 된 이곳은 낮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언덕 아래의 도로는 모두 안개가 자욱하고 
    여기까지는 다행히 안개가 올라오지 않지만 습기가 많아서 
    불빛을 비치면 눈 앞에 물방울이 떠다닌다.

    뭘 먼저 볼까?
    윤호님 관측기록을 보며 메모해 놓은 대상들을 순서대로..

    NGC5193/5193A
    아래 스크린샷은 최윤호님이 20인치로 한국에서 관측한 기록과 자료사진
    5193최윤호.jpg

    조강욱 관측(16인치) : 사진 상으로는 5193과 5193A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떨어져서 보인다. 
    5193의 Halo가 안시로는 사진만큼 넓게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5193A는 주변시로 겨우 확인..


    NGC5102
    최윤호님 관측기록과 자료사진(아래)
    5102최윤호.jpg

    조강욱 관측(16인치) : 윤호님의 기록에 시언하게 잘 비준다꼬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첫인상은 실망 실망. 너무 희미하다
    아무리 20인치를 쓴다고 해도 윤호씨는 한국에서 지평선에 걸친 대상을 보는건데
    남중한 대상을 16인치로 그 정도 못 볼까 싶어서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주변시로 지긋이 보니
    점점 Halo가 넓어져서 미니 사이즈 안드로메다같이 보인다
    윤호씨가 설명한 만큼 정도는 봤지만.. 안드로메다를 싫어하는 개인 취향상 그냥 패스


    아~~ 생각보다 잘 안보이네.. 
    남반구에서 보는데 이것밖에 안 보일까? 
    내가 간과한 것 두 가지는 16인치와 20인치의 광량의 차이,
    그리고 그보다 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별쟁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윤호씨의 야간 시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 참 시상도 안 좋아서 더 그렇겠네
    그럼 명작도 잘 안 보여야 맞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메가 센타우리를 보니
    이슬폭탄 속에서도 아주 멀쩡히(?)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건 그냥 내가 문제구만..

    최윤호 추천대상 리스트를 계속 봐야 할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언젠가부터 ‘관측=스케치’로 공식이 굳어졌다
    13년 전에 ‘관측=새로운 것 많이 보기’ 공식을 깨보고자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스스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라기보단 고수 따라하다 가랑이가 찢어질 위기에
    그냥 자기 합리화를 해 본다

    꼭 무언가를 해야, 꼭 결과물을 남겨야 별을 보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은 그냥 유유자적.. 되는 데까지만 쉬엄쉬엄 봐야겠다

    최윤호 이중성 리스트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냥 슥슥 눈으로 보고만 지나치려고 했는데..
    간결하면서도 정갈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려서 폰으로 간단히 스케치를 해 보았다


    3 Centauri
    최윤호님 관측기록
    3Cen최윤호.jpg

    조강욱 그림
    3 Centauri 26 June 2022.png


    Gamma (γ) Lupus
    최윤호님 관측기록
    GammaLup최윤호.jpg

    조강욱 관측기록
    윤호님이 숙제를 내가.. 내 깜짝 놀라서 찾아봤데이
    아까맹키로 230배 가꼬는 땅콩 모양도 안나오는기라 
    그래 배율을 500배까지 올리보이 시상이 밸로 좋지 않아가 
    분해는 안 되고 밸 상만 윽씨로 쭉쭉 찢어졌데이
    1초각도 안되삐는 애로운 얼라를 숙제로 던지주고 니 이기이기 이름 안되는기라


    Xi (ξ) Lupus
    최윤호님 관측기록
    XiLup최윤호.jpg

    조강욱 그림
    Xi Lupus 27 June 2022.png

    아~~ 이게 바로 최윤호 선생의 취향..
    이중성의 매력이 무엇인지 오늘도 조금씩 알아간다


    다음은 윤호님의 숙제 아닌 신청곡.. Acrux
    Acrux최윤호.jpg

    Acrux 26 June 2022.png
    Acrux는 Alpha Centauri와는 또 다른 매력이랄까.. 
    이중성 관측 경험이 많지 않은 나는 
    아직은 이런 밝고 시원시원한 이중성이 더 마음에 든다


    이슬의 공격에 오징어가 된 관측준비 노트
    20220711_233403.jpg

    새벽 1시까지 슬슬 이중성들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니
    다시 배가 고파온다
    최윤호 리스트를 다시 꺼내보자


    Lupus가 적당한 고도에 올라왔네.
    우선 이리자리 베스트로 꼽아주신 NGC5986부터..

    최윤호님 관측기록
    5986최윤호.jpg

    아이피스에 눈을 대는 순간..
    어머.jpg

    공식처럼 기계적으로 하던 스케치는 더이상 안하겠다고 
    그냥 즐겁고 여유로운 관측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NGC5986을 보는 순간 
    리스트는 팽개치고 스케치북을 집어들었다.


    머 이런 얼라가 다 있노..
    촘촘한 별들 사이에 흐릿한, 그러나 중심부까지 살짝 분해가 되는 은은한 구상성단
    내 취향에 딱 맞는다

    대충 슬슬 하다가 2시쯤 철수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발동이 걸려서 이슬폭탄 아래 연장들을 꺼내 들었다

    지난 두 번의 관측에서는 새로 들인 고오급 스케치북.. FABRIANO BLACK을 사용했는데
    현장에서 써 보니 습기에 너무나도 취약하다. 
    물먹는 하마도 아닌 것이 습기가 조금만 있어도 표면이 부풀어 일어난다
    이 종이 재질 정말 맘에 들었는데..
    안타깝지만 조기 선수교체.

    오클랜드 화방에서 종이가 아닌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대형 캔버스 패드를 발견했다
    이게 궁극의 천체스케치 용지가 될 수 있을까? 해 봐야 알겠지.
    CanvasPad.jpeg

    2시간여 한땀 한땀 점을 찍어서 구상성단 하나를 완성했다
    일단 캔버스 천에 그리는 거라 이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NGC5986_Ori_220627.jpg
    (캔버스 패드에 흰색 펜과 파스텔, 조강욱)

    은은한 듯 하면서도 정갈하게,
    작은 별들 사이에 떠 있는 10분짜리 구상성단.
    나름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중심부도 
    방사형으로 퍼지는 잔별들도 
    성단 동쪽 방향 경계에 위치한 밝은 별도 
    하나같이 감탄이 나온다

    나름 꽤 밝다 생각했는데 겉보기등급 7.52로 전하늘 랭킹 32위 정도..

    구상성단 Top 20 대상에 대한 연재글을 써 볼까 궁리하고 있었는데
    32위까지 늘려야 하나 고민이 된다


    캔버스 천은 다 좋은데.. 천이다 보니 짜임이 그대로 드러나서 면이 조금 거칠고,
    한 번 점을 잘못 찍으면 종이처럼 칼로 파낼 수가 없다. 그냥 실수를 줄이는 수밖에..

    12월에 한국에 갈 예정인데,
    이제 더 이상 쓰지 않게 될 검은색 스케치북들은 잘 써줄 분들에게 나눔이라도 해야겠다

    Bryan 와이프님 출근 시간이 되었는지 집 안에 불이 켜졌다.
    새벽 3시 반에 정리하고 집으로 출발.
    집으로 오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별을 볼까? 
    무엇을 위해서 인생을 모조리 투자하고 있을까?
    별보기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다시 마젤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또 번민과 방황을 할 것이 분명하다



    Nightwid.com 無雲

댓글 2

  • 최윤호

    2022.07.12 18:01

    천정에 남중해도 구경빨 못당하나 보네요. ㅋ 몇 번 말씀드리지만 별 보러 갈때까지 갔는데 구경도 갈때까지 안가면 뭔가 좀 아쉽지 않을까요. ㅎㅎ
    Acrux 스케치는 감동입니다. ^^b

  • 조강욱

    2022.07.14 20:46

    20인치 F3 정도는 가야 할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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