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204 일星다반사 (2부)
  • 조회 수: 570, 2022-04-20 20:43:16(2022-04-17)
  •  

    4. 뜻밖의 만남 43


    이번 월령이 지나기 전에 한번 더 관측을 가려고 주말을 기다렸으나

    토요일은 구름이고 일요일이 예보가 좋다.

    일요일 오후, 다시 한 번 같은 곳으로 향했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고 (남반구는 계절이 반대다)

    일요일 밤이라 낚시꾼도 놀러온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은 안전상의 이유로 혼자 관측을 다니지는 않지만,

    월요일 새벽을 노지에서 보낼 이상한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워서 동행 없이 오랜만에 혼자서 관측을 나왔다.

     

    오늘은 지난주에 N55 성운을 그리며 눈여겨 봐 두었던 바로 옆 동네의 별무리다.

    No23.jpg


    아래 Skyview 사진 중앙의 별들의 밀도가 높은 곳이 오늘의 목적지.

    2034_Skyview.jpg

    (출처 : Skyview 자료사진)


    작고 밀집된 성단과 커다란 C자 모양의 Asterism이 인상적이긴 한데.. 이걸 어떻게 그리나?

    구상성단 그리듯이 0.18mm 펜으로 무한 반복으로 점들을 찍었는데

    흠 생각보다 더 제대로 나왔네?

    전용 세척액으로 수시로 세척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Isograph는 현 시점에서

    나의 천체스케치 용으로는 최고의 도구가 틀림없다

     

    3000_NGC2034_Ori_220403.jpg


    단연 눈길을 끄는 아이는 뒤집힌 C자 모양의 NGC2034. NGC 번호가 붙기는 했지만

    성단이 아닌 그저 별무리(Asterism 또는 Star Association)일 뿐.

    그 자체로는 밋밋할까봐 남쪽으로 작은 구상성단 NGC2041도 아름다운 조화에 한 몫 거든다

    C자 서쪽으로는 더 작은 산개성단 2027도 위치한다.

     

     

    한참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자정 즈음 차 한 대가 Te Arai 해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에이 월요일 새벽인데 웬 낚시꾼이야.. 하면서

    망원경 놔두고 헤드라이트를 피해서 차 안으로 피신해 있었는데

    그 차는 내 바로 옆에 주차하더니 황급히 무언가를 챙겨서 바닷가로 떠났다


    빨리 사라져서 다행이야.. 안도하며 다시 별을 보고 있었는데

    바닷가로 나간 사람은 몇십 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차로 돌아왔다

    뭐 또 낚시 장비 챙기러 오는가보다 했는데.. 인기척이 가까워지더니

    “WOW! It’s a TELESCOPE!!!!”

    내 망원경을 보며 웬 백인 아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텐션 높은 낚시꾼 할아버지인가보네.. 뭐라도 빨리 보여주고 보내야겠다

     

    에타 카리나 성운을 잡아놓고 보여주니 망경을 보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밤하늘에 대해 한참 얘기하다보니 eyepiece도 알고 nebula도 알고.. 뭐지?

    낚시 하러 온 거 맞냐고 물어보니 별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한다

    집은 여기 관측지에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데 떠오르는 은하수 사진을

    바다 배경으로 찍으러 잠시 동네 마실을 나온 것이다.

     

    낚시꾼으로 오인한 별쟁이 Bryan이 이날 찍은 사진

    Bryan.jpg

    (출처 : Bryan Came Facebook)

     

    이런 우연이 있을까?

    Te Arai Point Beach 주차장에 10번도 넘게 왔는데 다른 별쟁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곳 천문 동호회 회원들은 캠핑장이나 허가받은 장소가 아닌 이런 노지에서 별 보는 것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하늘은 정말 좋은데.. 낚시꾼도 많고요.. 새벽에 취객도 상대해야 하고요.. 블라블라

    의도를 가지고 은근히 하소연을 하니

    그러지 말고 담부터는 우리 집에 와서 보라는 쿨한 할아버지!

    와우.. 이건 그냥 로또 당첨이다

    관측 환경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별쟁이 집 앞마당에서 보는 건데 나쁠 리는 없을 것이다

     

    Bryan 할아버지는 다시 사진 찍으러 해변가로 사라지고

    다시 혼자 남았다.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보니 스케치북 마지막 장이다.

    2018년 4월에 새 스케치북을 열어서 4년 만에 한 권을 쓴 것이다.

     

    오늘은 달도 없고 날씨도 좋고.. 하나 더 하고 갈까? 하는 생각으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동일한 제품의 새 스케치북 포장 비닐을 뜯었는데

    어떤 대상이 되었던 그림 한 장 그린다고 월요일 새벽에 에너지를 소비하면

    아침에 출근해서 업무와 일상생활이 불가능 할 것 같다

    노안 전조 증상으로 정확한 점찍기가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에도 자신감 하락..

     

    다음번 관측의 타겟으로 전 하늘 No. 5 구상성단 NGC 6752

    파리자리의 괴기스러운 행성상성운 NGC 5189 두 개를 점찍어놓고

    6752_Skyview.jpg 5189_Skyview.jpg

    (사진 출처 : Skyview)

     

    천천히 여유롭게 한동안 두 아이를 집중해서 뜯어보다가

    1시 반쯤 거대한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장비를 접었다

     

    한참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데 Bryan 할아버지도 비슷한 시각에 촬영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5. 일타4? - 47


    매일 밤 조금씩 진도를 나가던 허블과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이

    마님께 생일선물로 받은 이후 거의 한달만에 완성이 되었다

    허블 완성1.jpg

     

    허블 완성3.jpg


    허블 완성4.jpg


    집에 키티들과 쌍둥이가 나도 타고 싶다고 해서 허블 대신 카고에 태웠다.

    싣고 보니 내 4가지 취미생활이 한번에.. /비행기/키티/야구

    허블 완성2.jpg

     

    4가지 중에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게 없는 것을 보니 다행히도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6. 새로운 시작 410


    건축과 미술에 관심이 많은 딸님과 화방에 들렀다가

    내가 쓸 검은색 스케치북을 찾아보았다.

    벌써 7년이 넘게 스케치북을 바꿔가며 Daler Rowney 제품을 쓰고 있었다

    Daler-Rowney.jpg

     

    처음에는 그 두껍고 거친 느낌이 좋아서 쓰게 되었는데

    내 그림 스타일이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거친 질감이 고화질 스캔에 그리 좋지 못해서

    더 좋은게 있을까 싶다가도 뉴질랜드에서 그런 걸 어떻게 구해하고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Gordon Harris라는 화방에서 딸래미가 물건을 다 고르기를 기다리며

    어슬렁&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사장님이 뭐 필요한거 있냐고 물어보신다

    두껍고 매끈한 검은 스케치북을 물어보니

    래핑이 되어 있어서 차마 뜯어보지 못한 FABRIANO BLACK BLACK을 친히 개봉해 주셨다

    Fabriano.jpg

     

    더 어두운 검은색, 적당히 부드러운 질감.

    파스텔 가루를 입히기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불투명한 작고 하얀 점들을 정교하게 찍기에는 훨씬 더 좋아보인다.

    그래 너로 정했어.


    집에 와서 테스트로 스캔해보니.. 그래 이거야.. 

    내 메시에 스케치 다 다시 그리고 싶네

    종이 비교.jpg


    지난 밤에 포장만 뜯은 Daler Rowney 새 스케치북은

    내년 4월에 한국 갈 때 스케치 하고 싶은 학생 누군가에게 기증해야겠다

     


     

    7. 보름달 아래서 415


    다시 별과 별로 상관없는 일들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으니 어느새 다시 보름이 되었다

    Easter holiday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이나 연휴가 되지만

    보름이라 어디 갈 수는 없고.. 집에서 노력봉사로 포인트 적립에 힘쓰기 좋은 타이밍일 듯.

     

    보름에는 맑아지는 과학적인 원리를 노려 틈틈이 태양 관측도 하고..

    Burnt trees 15 April 2022.png

    불탄 고사목 같은 홍염이 인상적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 방에 올라오니 비너스벨트 안에 예쁘게 달이 걸려있다.

    이거 참 보기 힘들어서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 요즘은 넘 쉽게 잘 보이네..

    결정적 순간을 책상 앞에 앉아서 안락하게 포착해 본다


    The moment over the window 15 April 2022.png

     


     

    8. 한계 410


    이종격투기 경기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챔피언에 도전하던 정찬성의 UFC 타이틀매치가 있어서

    해외 사이트를 뒤져서 라이브 경기를 어떻게 찾아보았다

    경기는 예상보다 더 일방적으로 정찬성의 TKO 패배.

    다운된 것도 아닌데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캐스터가 "No more punishment"라고 얘기했는데.. 적절한 표현이었다.

    경기 후에 패자 인터뷰도 하길래 들어보니,

    정말 컨디션도 좋고 자신 있었는데 상대가 너무 완벽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고

    자신은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국말로 덤덤히 얘기하고

    주저 앉아서 흐느껴 우는데..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ㅜㅜ

    챔피언을 목표로 10년 넘게 같은 도전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 나도 몇가지 있지. 아직 인정하기 전이지만....

    노안이 진행된 이후에 나의 별보기는 어떻게 될지 아직은 나도 모르겠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할 것이 많은데.

    우선은 한계에 부딛힐 때까지 그냥 해볼 수밖에.

     

     

     

    Nightwid.com 無雲

댓글 2

  • 최윤호

    2022.04.20 09:50

    옛날에 5189봤을 거 같은데 기억이 이제 가물가물하네요. ㅠ
    아직도 엘린이네요. 올해는 조금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ㅋㅋ
    레고 이것도 사야죠?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3923944525.html?gatewayAdapt=glo2kor&srcSns=sns_Copy&spreadType=socialShare&bizType=ProductDetail&social_params=20522658547&aff_fcid=bba255bfbd4c444fb4e7a2cc53cbcf18-1650415821510-02307-_mqZGcIQ&tt=MG&aff_fsk=_mqZGcIQ&aff_platform=default&sk=_mqZGcIQ&aff_trace_key=bba255bfbd4c444fb4e7a2cc53cbcf18-1650415821510-02307-_mqZGcIQ&shareId=20522658547&businessType=ProductDetail&platform=AE&terminal_id=f3849222e081481f885dfaffb8376c51&afSmartRedirect=y
  • 조강욱

    2022.04.20 20:43

    아니 이렇게 지름신을 보내면 어떡해 ㅎㅎㅎ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1399 최윤호 1464 2020-08-25
1398 최윤호 1505 2019-11-24
1397 최윤호 1530 2022-03-29
1396 조강욱 1539 2019-10-22
1395 조강욱 1544 2019-12-26
1394 조강욱 1551 2019-11-17
1393 조강욱 1575 2021-02-20
1392 최윤호 1576 2019-10-03
1391 최윤호 1579 2019-10-12
1390 최윤호 1603 2020-10-24
1389 김영주 1619 2019-12-27
1388 조강욱 1623 2022-06-06
1387 최윤호 1635 2018-11-05
1386 최윤호 1647 2019-09-30
1385 조강욱 1648 2019-10-25
1384 최윤호 1651 2020-03-20
1383 최윤호 1655 2022-06-05
1382 최윤호 1657 2020-03-26
1381 이한솔 1673 2020-10-27
1380 최윤호 1691 2019-10-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