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203 일星다반사 (1부)
  • 조회 수: 901, 2022-05-31 19:59:33(2022-04-16)

  • 1. HDF – 3월 20일

    허블은 안시쟁이인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망원경이다. 
    (중국산 허블 미러 말고 하늘에 떠 있는 미제..)
    괜한 선입견을 가질까봐 천체사진은, 특히 허블 류의 화려한 사진은 일부러 안볼 때도 많았는데
    대학생 때였나.. 우연히 접한 HDF(Hubble Deep Field) 사진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배경의 별보다도 많은 셀 수 없는 은하들과 그 다양한 생김새.
    그리고 안시로 은하단을 보는 것 같은 아련하고 뿌연 질감... 
    HDF.jpg

    그 허블이 이제 후임자에게 임무를 넘기고 은퇴를 하게 되었다
    퇴임 후 거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길래 우리 집으로 불렀다
    실어올 셔틀은 아직 공사중.
    허블.jpg

    레고 박스를 열고 블럭들을 쏳아놓고 조립 설명서를 보고 있는데..
    이건 왜이리 글씨가 작을까.. 답답해 하니 딸님께서 한마디.. “괜찮은데?”
    이건 글씨의 문제가 아니고 내 눈의 문제..
    40대 중반이 되어 드디어 노안이 찾아왔다. 큰일났다.



    2. 다시 Te Arai - 3월26일

    허블 망원경 제작에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달이 기울기 시작했다. 
    안 좋은 날씨에 이은 자가 격리로(마님께서 걸리심) 지난 월령을 허망하게 넘기고
    이번 월령에는 하늘만 좋으면 무조건 며칠씩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다행히 주말 날씨가 맑아져서 토요일 오후에 오랜만에 Te Arai Point Beach로 향했다.

    작년부터 한동안,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한국 교민분의 농장에서 private한 관측 환경을 즐겼었는데
    그 분이 농장을 파시는 바람에.. 다시 거리로.. 아니 public 주차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이든 남반구든 외딴 시골의 사유지에서 마음 편하게 관측을 해 본 것은 
    관측 경력 28년 만에 처음이었는데, 
    1년도 채 누리지 못하고 다시 Te Arai로 돌아왔다

    이미 남반구의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주말의 Te Arai 해변 주차장은 낚시꾼과 서퍼, 그리고 그냥 맥주병 들고 해변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차들이 빠질 때를 기다렸다가.. 망원경을 펼쳤다.

    마젤란은 저녁부터 이미 기울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고도가 너무 낮아질 것이다
    낮아진다 해도 주극성이니 지지는 않지만, 
    남쪽 멀리 오클랜드 광해로 ‘덜 어두운’ 남쪽 지평선 위로 보는 마젤란은 평소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

    오늘은 대마젤란 북단의 낯선 곳으로 향해 보았다.
    그간 대마젤란 내에서 21개의 스케치를 남겼지만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곳이다.
    앞으로도 2년은 더 이러고 다닐 듯..

    No22.jpg

    북쪽 땅끝마을의 가장 밝은 성운을 세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보았다.
    3000_N55_Ori_220326.jpg

    이름은 N55, LHA 120, SL553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밝고 큰 성운이 NGC 넘버가 아니라니.. 그건 좀 의아하다.
    분명히 발광성운인데 UHC가 반응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 
    전반적으로 머리 크고 꼬리 짧은 콩나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고
    성운면 위에 별인 듯 아닌 듯 희미한 점들이 일렬로 위치한다
    북서쪽으로는 코딱지만한 구상성단 NGC 2003도 찾을 수 있다

    애매했던 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너무나 맑은데
    동쪽이 갑자기 밝아져서 보니 벌써 하현달이 떠올랐다. 
    마젤란 고도가 너무 낮아지기 전에 저녁시간에 마젤란을 보는게 목적이었으니
    달도 떴는데 집에 갈까.. 하다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체력도 너무 쌩쌩하고 하늘이 너무나 좋아서 달에서 조금 떨어진 대상을 찾아보았다.

    몇 년을 LMC 안에서 헤메다 보니 아직 찾아보지도 못한 남쪽 왕건이들이 많이 남아있다. 
    전 하늘에서 9번째로 밝은 구상성단인 용골자리 NGC 2808로 향했다

    넓은 영역에 뿌려진 좁쌀가루 같은 LMC만 보다가 좁은 영역의 수박 한덩이를 보니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한 시간 만에 스케치도 가뿐하게 완성.
    3000_NGC2808_Ori_220327.jpg

    남북 방향으로 긴 럭비공같은 길쭉한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분해될 듯 말 듯 하는 자잘힌 미성들이 유난히 많았다
    잔별들이 가득하다보니 오히려 Star Chain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

    새벽 4시가 되었는데도, 밤새 한 번도 쉬지 않았는데도 아직 체력이 쌩쌩한 것이
    왠지 더 불안해진다. 하루 무리하면 며칠을 고생하는 수준이 되어버렸기에.. ㅜ_ㅜ

    원래 와이프님께도 이틀 연속 관측을 재가를 이미 받아놓았는데,
    토요일 관측을 마치고 돌아와서 일요일 낮에 집에서 아무리 컨디션 관리를 해 보아도 
    도저히 별보러 연이틀은 못가겠다. 하늘이 맑은데.. 눈도 몸도 마음같지 않다.



    3. 공항의 그믐달 – 3월 31일

    하룻밤을 샌 대가로 며칠을 반 수면 상태로 지내다 보니 다시 출장일이 되었다.
    오늘 출장지는 내가 Napier 만큼이나 좋아하는 곳, New Plymouth다
    비행기 스케쥴이 바뀌는 바람에 새벽에 바삐 공항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짐을 내리는데..
    눈부신, 아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믐달이 나를 반긴다.

    아 이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
    그 바쁜 와중에도 캐리어를 잠시 멈추고 그림을 한 장 남겼다. 
    달과 목성, 하늘색만 잽싸게 담고 
    나머지 디테일은 사진 찍어둔 것 참조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In the early morning of a biz trip 31 March 2022.png

    20220331_074121.jpg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를 보내고, 
    출장지 숙소는 일부러 도시에서 살짝 떨어진 시골의 AirBnB로 잡았다

    20220331_185450.jpg

    타운에서 멀지 않아서 내가 애용하는 관측지들보다는 조금 밝지만.. 
    이 정도라면 진정한 백야드 딥스카이 관측이 가능할 것이다
    근데 환경이 너무 편해지면 오히려 간절함이 떨어져서 잘 안보게 되려나?
    어짜피 당분간 불가능한거 이렇게라도 정신승리를..
    침대에 누워 창밖으로 떠오르는 전갈의 은하수를 감상하며 잠이 들었다

    (2부에서 계속)


    Nightwid.com 無雲

댓글 4

  • 최윤호

    2022.04.17 00:41

    아.. 노안이라니.. NZ까지 갔는데 아직 남은 대마젤란 잔여 대상이나.. 소마젤란은 어떻하고.. ㅠ 언능 회복하시옵서서.
  • 조강욱

    2022.04.18 13:57

    노안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증상이니 그냥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앞으로 눈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연구를 많이 해야 할 듯.. ㅠ_ㅠ

  • 반형준

    2022.05.13 14:29

    한시간에 저정도의 스케치라뇨! 멋집니다!
  • 원종묵

    2022.05.31 19:59

    여전히 남반구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군요 ㅎㅎ 저도 노안 핑계로 별보기가 소홀해 지네요 ㆍ그래도 뉴질랜드 밤하늘 원정관측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ㅋㅋ 언젠가 꼭 뵙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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