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11119 거의 개기월식, 거의 개기일식
  • 조회 수: 314, 2021-11-28 18:49:25(2021-11-25)
  • 이클립스.. Eclipse..

    그냥 듣기만 해도 갑자기 설레거나 흥분되는 단어다

    중증 Eclipse Chaser로써 일식이든 월식이든 개기식이 아니라면 부분식 따위(?)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11월 19일 부분월식이 가까워오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터를 찾아보니

    무려 97.4%짜리 부분월식이다.

    그러면.. 그럼 혹시 붉은 달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 5월에 보았던 붉은 달과 은하수가 떠올랐다

    An unexpected combination 26 May 2021.png

    개기월식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끝나고 나서도 한참 뒤까지 달은 그대로 붉은색이었다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는 붉은 달과 그 때 보름달빛 아래 보일 환상적인 밤하늘을 기대하며

    어디 멀리 관측지에 가기에는.. 만족하지 못할 확률이 크고

    결정적으로 그 날은 16번째 결혼 기념일이었다.

    사모님 탄신일 다음으로 중요한 국경일에 별을 보겠다고 떠돌아 다니다간

    영원히 떠돌게 될지도 몰라서

    집에서 조용히 감상하기로 했다.

    다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서

    망원경도 펼쳐놓고 고배율로 관측하면서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 어댑터로 사진도 찍어 보면서

    월식 전 과정을 그림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우선 결혼기념일을 가장한(?) 월식 전야제로 집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1637329304120-0.jpg


    뒷마당에 망원경을 펼쳤다.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계속 흘러간다.

    커피도 한 잔 받아놓고 거실 소파에 안락하게 앉아서 달을 기다리며..

    안 나가길 잘했다고 정신승리 해 본다

    월식 시작 시간인 8시 20분이 되었는데 달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어제 같은 자리에서 고도 4도짜리 달을 보며 위치까지 확인해 두었는데..

    (D-1 월식 하루 전의 달)

    Garden Lighting 18 November 2021.png

    지평선 부근의 구름 뒤로 숨은 것 같다

    20분마다 한 장씩 그리기로 했는데.. 우선 첫 장은 꽝.

    8시 40분 즈음, 드디어 달이 등장했다

    이미 꽤 많이 진행이 되었다

    0840.png

    8시 40분

    급히 와이프님을 불러서 보여드리고.. 인증샷도 한 장

    20211119_204740.jpg

    달 고도가 10도 가까이 이르니, 달은 구름 사이에서도 쉽게 확인이 되었다

    0900.png

    9시

    0920.png

    9시 20분

    0940.png

    9시 40분

    달이 급속도로 작아진다. 아직 식심까지 20분도 더 남았는데.. 혹시 예보가 잘못 되어서 이대로 개기월식??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빠르게 작아지던 달은 식심 20분 전부터 아주 천천히 변하고,

    달은 점점 핏빛이 돌더니

    식심 10분 정도 전부터는 검붉은 딸기가 되었다.

    자기 방에서 게임 하시느라 바쁜 딸님을 부르니 이 달을 보고 한 말씀 하신다

    2017년에 미국에서 같이 보았던 개기일식의 다이아몬드 링과 닮았다고..

    어찌보니 상당히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늘 같은 마님께도 이 반지로 대신.. ㅎㅎㅎㅎ

    1003.png

    10시 3분

    그러고 보니 한줄기 빛이 달 가장자리를 타고 흐르며 반짝이는 다이아와 링의 형태를 만들고

    검은 배경이 붉은 색으로 바뀌었을 뿐 개기일식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 되었다

    게다가 이 반지는 1~2분도 아니고 꽤 오랫동안 색을 바꿔가며 천천히 지속되었다

    육안으로 보며 폰으로 그림을 그리는 틈틈히 망원경으로 관측해 보니

    그 디테일이 너무나 다르다. 색도 훨씬 선명하고

    월식의 진행도 (그저 느낌일 뿐이겠지만) 육안 관측보다

    진도가 더 빠르게(?)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폰 어댑터도 있는데.. 사진도 같이 찍어 볼까?

    그림으로 하나하나 다 생짜로 그리는 노가다보다 훨씬 쉽고 멋있게 나올텐데.

    욕심이 생겨서 폰을 연결해서 찍어 보려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겨우 참았다.

    20분에 한 장씩 그림만 그리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서 허덕이고 있는데

    이것까지 하려고 하다가는

    관측 스케치도 완성도가 떨어지고 어설픈 폰사진만 잔뜩 남아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될 것 같다

    2009년 처음 중국 항저우에서 개기일식을 접했을때

    그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싶어서 디카로 무작정 담아 보려다가

    다이아몬드 링의 중요한 순간을 육안으로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진도 건지지 못한 기억이 생각나서

    정성껏 세팅해 놓은 스마트폰 어댑터를 그냥 떼어 버렸다

    헛된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사진이야 내가 어설픈 이미지들 남기지 않더라도

    전세계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엄청난 사진을 보여줄테니 말이다

    식심인 10시3분을 넘어서 시간이 한참이 흘렀는데 빛나는 달의 면적은 거의 변화가 없고

    블러드문의 색깔도 미세하게 자태를 바꿔가며 40여분 가까이 지속이 되었다

    1020.png

    10시 20분

    1040.png

    10시 40분

    어딘가 노지에서 보고 있었다면 식심 이후에는 집에 오기 바빴을지도 모른다..고 자기 위안.

    이후에도 20분 단위로 구름 사이로 숨바꼭질 하는 달을 그리며 마지막까지 완료.

    1100.png

    8시40분부터 11시40분까지 3시간동안

    정신없이 그려놓은 그림들을 어떻게 써먹을까 하다가

    천체사진 찍는 분들이 많이 쓰는 기술인 이어붙이기를 흉내내 보았다

    Screenshot_20211122-084707_Autodesk SketchBook.jpg

    Autodesk Sketchbook App 작업화면

    기왕 하는거 정교하게 붙이려니 시간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간다.

    사진파의 노고와 고충을 이렇게나마 느껴보고..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결국 월식 전 과정 그림을 한 장 완성했다

    Diamond ring of Lunar Eclipse 19 November 2021.jpg

    쌩노가다의 결과물을 보니 3시간 그림 + 5시간 이어붙이기 삽질을 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폰으로 그리는 달 그림은 그저 별 보러 못 나갈때 심심풀이 요기거리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Nightwid.com 無雲

댓글 2

  • 이한솔

    2021.11.26 10:29

    우앙! 예별이 많이 컷네 ^^
  • 조강욱

    2021.11.28 18:49

    너무 많이 컸지요 ㅎㅎㅎ 

    결이는 이제 다 컸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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