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최고의 관측지, 버나드와 윤호씨와 함께
  • 조회 수: 6406, 2021-10-10 17:32:49(2021-09-28)


  • 별보기를 두 달 굶기 전에 7월에 마지막으로 간 곳은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외딴 시골의 개인 농장이었다.

    주로 가는 해변가 주차장과 같이
    낚시꾼들의 헤드라이트 테러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새벽의 불청객 취객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밤새도록 아무도 올 사람도 없고 생각지 못한 광해가 생길 일도 없다

    북반구에서 22년, 남반구에서 5년을 더 별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아무런 걱정 없이 관측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 내 땅을 갖고 싶다
    멋진 별장도 필요 없고 잘 가꾸어진 농장도 필요 없고
    그냥 망원경과 차를 세워놓을 탁 트인 언덕의 평지 1헥타르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3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는 마젤란 은하 스케치 연작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7~8월에는 고도가 너무 낮아서 잠시 강제로 쉴 시간이 생겼다
    대신 천정에는 전갈자리와 은하수가 어지러이 흩어진다

    오랫동안 스토킹을 해 온 Barnard 72번을 잡아보았다

    Snake_Nebula.jpg
    (출처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nake_Nebula)

    2010년 야간비행 호주 원정에서 보았던 그 선명한 암흑성운이 잊혀지지 않아서 
    전갈자리가 남중할 때마다 잡아보는데 '그 모습'은 한 번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주요 구조가 꽤 잘 보인다.
    파스텔을 갈아서 넓은 성운기를 만들고 지우개로 찍어내며 한참동안 성운을 만들었다

    B72_Ori_210703.jpg

    암흑성운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 것은 2016년에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본 대상, M24 이후에 처음인 것 같다

    m24.jpg

    몇시간을 낑낑대며 만들었는데.. 그래도 십여년 전에 호주에서 뱀성운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충격적인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기억이란 것은 종종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그 때의 느낌은 재연되지 않는다


    이제 뭘 할까?
    윤호씨의 전갈자리 관측기를 열어놓고 볼 만한 대상을 찍어 보았다.
    천정에 남중하는 전갈을 볼 수 있는 남반구에 사는 사람이 
    한국에서 별 보는 사람의 전갈자리 관측기록을 보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언가 조금 바뀐것 같지만..
    몇 개의 추천대상을 보다가 전갈 꼬리 근처의 NGC 6337에 눈길이 멈춘다
    이것 참 예쁘게 생겼네..
    아무리 봐도 아래 사진과 같은 중심성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멋지다

    6337.png
    (출처 : researchgate.net)

    고요한 농장 한복판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딴짓도 하며 쉬다가 보다가 두 시간만에 그림 한 장을 완성했다

    NGC6337_Ori_210704.jpg

    관측기를 쓰며 검색을 해보니 별칭이 "The Ghostly Cheerio"가 많았다.
    뉴질랜드에만 있는 시리얼인줄 알았는데 글로벌한 아이인가보다

    Cheerios.jpg



    망원경 앞에 앉아서 윤호씨 관측기를 읽다가 내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
    ( 출처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39697 )
    한편 책에 또 다른 흥미로운 내용이 나와 있는데 6231과 주변 Deep sky를 포함한 맨눈 관측에 대한 것이다.
    맨눈으로 6231포함 더 밝은 별 제타 1, 2별 그리고 아직 관측하지 못한 Collinder 316,
    Trumpler 24 산개성단이 합쳐져 “false comet”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6231 남쪽의 제타 1, 2별이 혜성의 핵 그리고 북쪽으로 6231,
    더 북쪽으로 Collinder 316, Trumpler 24가 꼬리를 형상한다고 한다.
    그러나 고흥에서도 고도가 낮고 투명도가 상당히 떨어져 제타 1, 2별도 겨우 보이는 수준이라
    전혀 연상 할 수 없었다. 아래 우라노메트리아 성도와 Sky-map 사진으로 어떻게 보일지
    약간 짐작은 되는데 혜성의 모습을 북반구에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반구에 계신 강욱형에게 정말로 그렇게 보이는지 확인 부탁해 본다.

    bc98e8c0ee4fe86b7e787ade3b3fbf57.jpg

    깜짝이야... 왠지 숙제를 안하면 나중에라도 한국에 다시 못들어갈 것 같다
    혜성 형상을 한참을 찾아보았으나 양심상 이건 절대 혜성처럼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물 속의 해파리나 오징어?
    그것도 억지로 그려야 하는 이미지일 뿐..
    혜성의 모양은 워낙 다양하니.. 이걸 만든 사람이 연상한 혜성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듯.

    20210704_043414.jpg

    1000_20210704_051622.jpg

    별빛 아래 하룻밤을 보낸지 2달이 지나서야 집에서 그림 두 장을 마무리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곳, 오클랜드는 아직도 록다운이다.
    방구석 별짓은 이제 그만 하고 별빛 맞으러 나가보련다




                                    Nightwid 無雲

댓글 4

  • 최윤호

    2021.09.28 21:04

    버나드와 같은 대열에 오른 건가요. 오호호~~ The Ghostly Cheerio라.. Cheerio란게 그렇게 유명한가 봐요?
  • 조강욱

    2021.09.29 04:27

    주요 시리얼 중에 하나인데 내 입맛엔 별로임 ㅎㅎ;;;

    그리고 윤호씨 관측기록은 내게는 버나드 형님보다 더 중요함~~

  • 김승희

    2021.10.08 01:33

    암흑성운에 망갱이로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저 스케치들이 목표와, 욕망과, 좌절을 같이 느끼게 해줍니다 ㅎ
    그리고 글을 읽으며 왠지 연상되는 영화들.... ^^;
    1. Contact
    2. ET
  • 조강욱

    2021.10.10 17:32

    암흑성운은 참 어렵습니다.. 저는 남반구에 오면 잘 될 줄 알았어요 ^^;;;;

    근데 Contact하고 ET는 왜 출동했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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