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강제 뒷마당 관측
  • 조회 수: 1869, 2021-09-28 20:44:51(2021-09-21)

  • 뉴질랜드는 다시 Lockdown이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COVID 정책을 운영하는 국가 중에 하나일 뉴질랜드는 
    몇달만에 처음 나온 지역감염 사례가 델타 변이로 판명되자 그날 밤부터 전국에 다시 록다운이 발효(?)되었다
    그 뒤로 현재까지 한달동안 확진자가 몇백명이 더 나왔다.
    하루에 수십명씩 나오는 확진자는 여기서는 생소한 숫자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몇시간이면 나올 숫자일지도..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나는 Lockdown 단계와 관계 없이 출근을 하지만
    제일 큰 타격은 별보기이다.
    지지난 월령에는 계속되는 비로 관측을 나가지 못했다.
    겨울철에 밤마다 비가 내리는 것은 뉴질랜드 특유의 기상 패턴이다. 
    한달에 무조건 한 번 이상 별을 보러 나가는 것은 내 오랜 루틴인데, 올해 처음으로 월령을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지난 월령은.. 록다운으로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다. 
    차량 이동은 essential travel만 허용이 되는데, 
    무슨 난리가 나더라도 모두가 하루 세끼는 먹어야 하니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허용이 되지만
    별 보러 차를 끌고 멀리 가는 것은 경찰 검문이라도 걸리면..
    ('나는 전설이다' 영화가 생각날 정도로 텅 빈 고속도로를 달리는 거라 티가 팍팍 난다..)

    큰일이다. 
    두 달이나 별을 보지 못했다. 
    별보기의 즐거움 책 맨 앞 챕터에도 언급한 것처럼 별빛 중독 증후군 환자는 
    정기적으로 별뽕을 맞지 못하면 상태가 안좋아진다
    우울, 짜증, 불안, 무기력, 의욕상실, 뇌기능 저하에 결국은 몸에도 영향을 미쳐서 앓아눕고 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EQ를 손에 넣어다는 것도 잠깐의 기분 전환은 되었지만 그 뿐이다.
    아무거나 요기라도 해보자고 뒷마당에 망원경을 펴고 EQ에 올려서 되는대로 그림을 그려 보았다.

    집에서 몸부림치며 했던 몇 가지를 차례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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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양 홍염 - A Waterslide

    주말 낮에 하늘이 맑길래 태양망원경을 꺼냈다
    EQ에는 돕 밑판에 받침과 딱 맞게 신발(?)이 끼워져 있는데
    여기다 삼각대를 올리니 영 불안하기만 하다.
    무게중심이 넘 높고 삼각대 다리 사이의 간격은 넘 좁아서 톡 치면 엎어질 위기..

    EQ 윗판 가장 끝 부분에 구멍을 뚫거나 젤리패드 같은 것을 대서 삼각대를 넓혀 보려 했는데
    이름없는별 님이 본인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EQ로 태양을 보는 것은 이번이 당분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ㅜ_ㅜ

    A Waterslide 21 August 2021.png
    (그림 도구 : 갤럭시 노트8, 터치펜, 스케치북 앱)

    237186688_4179122248809520_7807195758874612901_n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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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목성 스케치 메이킹 필름

    그믐날 주말 늦은 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클랜드의 집에서도 은하수가 보인다.
    록다운으로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서 일기예보는 보지도 않았었다
    한국의 대도시보다는 훨씬 작은 도시이지만 인구 140만명의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데..
    이렇게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 
    집근처 상업지구의 불빛이 어두워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을 잊기 위해 뒷마당 잔디 옆에 망경을 펼치니
    토성과 목성이 하늘 높이 남중해 있었다

    토성을 보려니 딱 천정에 남중하여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는 염소자리가 한국보다 훨씬 높이 뜬다)
    내 망경은 16인치이지만 초점거리가 1600이라 계단이나 사다리가 따로 필요 없는데
    EQ에 올리니 천정은 까치발을 들고 봐야 해서 장시간 봐야 하는 스케치에는 조금 불편하다.

    토성은 패스하고 아직 고도가 조금 낮은 목성으로 향했다.
    시상은.. 토성을 볼 정도는 못되지만 목성은 디테일을 어느정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은 영이나 경이나 대적반이나 무언가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만 목성 스케치를 하는데
    굶주림에 지친 눈을 달래기 위해 너무나도 평범한 목성을 스케치로 담아본다.

    스케치북 앱을 열고 관측을 시작하려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앱의 타임랩스 기능을 켰다. 
    폰으로 그림 그리는 중의 모든 터치가 순차적으로 기록이 되는 기능이다.

    누군가가 내가 그리는 과정을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긴장이 된다. 
    오락가락 하는 시상은 나에게 대충 하고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500배로 여유있게 트래킹이 되는 EQ의 능력에 기대어 관측 집중력을 유지하며 목성 한 장을 완성했다

    A Floating Island 5 September2021.png

    북쪽 벨트 위로 작은 섬이 하나 떠 있었다 
    그리다보니 목성의 자전으로 위치가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20분 내로 목성을 그려봐야 할텐데.. 아직 갈 길이 멀다 ​
    별쟁이 말고는 이걸 망원경으로 보면서 실시간으로 그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사실 많다 
    내가 목성을 그리는 방법.. 토성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스케치 과정 타임랩스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음악은 저작권 없이 공개된 골드베르크 변주곡 2번부터 6번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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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엔케의 실수

    토성 스케치는 언제나 쉽지 않다. 
    그냥 그려서는 토성 고리의 대칭을 정확하게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스카이사파리로 토성 윤곽을 먼저 그려 놓은 후에 색칠공부 밖에는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
    그래도 토성에는 숨은 그림이 아주 많다. 
    보기 어려워서 그렇지.. 

    오늘은 특히 엔케 미니마가 아주 뚜렷하게 보이는 날이었다. 
    ( Encke Minima의 의미는 예전 글 참조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38355

    토성은 목성이나 달보다도 시상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아이라 
    앞으로도 엔케 미니마가 보이는 시상이 좋은 날에는 토성을 그려보려고 한다. 
    언젠가 Encke Gap과 Spokes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날까지..

    Encke's Mistake 13 September2021.png
    Encke's Mistake (Descrition) 13 September202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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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한낮의 광란

    지난 토요일의 태양은 정말로 장관이었다. 
    사실 장관이라기보다는 광란이라는 단어가 훨씬 어울렸다는.. 
    같은 집에 기거하는 지체 높은 두 분도 함께.

    Rampage 18 September 2021.png
    1500_20210918_145006.jpg
    1500_20210918_151417.jpg
    1500_20210918_154600.jpg



                          Nightwid 無雲

댓글 2

  • 최윤호

    2021.09.27 11:51

    흔들림 없는 씨잉이 계속되는 하늘과 투명도에서 오메라의 기록들이 점점 더 현실이 되는 건가요? 이런 여건 속에서 전투 관측이 아닌 한 대상만 밤새 째려 보는 거 나도 해 보고 싶습니다. 까치발 들지 마시고 앉는 사다리 의자 하나 사셔요.
  • 조강욱

    2021.09.28 20:44

    관측용 의자 말고 사다리 의자는 어떻게 생긴 걸까요? 

    저는 밤새 3~4개 이상을 안 넘기다 보니 이젠 전투 관측을 못할 것 같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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