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뜻밖의 조합 - 붉은달과 은하수
  • 조회 수: 5125, 2021-07-02 08:12:25(2021-05-29)

  • 2000, 밀레니엄의 개기월식은 한겨울이었다.

    학교 공대 건물 옥상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추운 겨울밤에 곱은 손으로

    동아리 후배들과 8인치 반사 R200 괴롭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나의 마지막 천체사진이었을 것이다

     

    헤일밥과 사자자리 유성우, 개기월식의 실패를 거울삼아

    나는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사진을 포기하고 안시관측을 열심히 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뒤로도 여러번 붉은 달을 보았다.

    은은한 붉은 보름달..

    개기일식의 화려함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개기월식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2014년의 개기월식 날은 완벽하게 맑았다.

    나는 그날 용산의 과학동아 천문대에 있었다

    강의도 하고 주망원경으로 방문객들에게 달도 보여주고..

    바쁜 와중에 틈틈히 고개를 들어 달을 주었다

     

    14_141008 개기월식_월령14.jpg

     

    근데 이렇게 완벽한 날에 내가 여기에??

    시민들에게 별보기의 즐거움을 알려 주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마음껏 개기월식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은 오래도록 남았다.

    나는 내가 먼저다.

     

    다음번엔 혼자 봐야지

    다음번엔 관측을 해야지

    그러나 이후로 번의 개기월식은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2018년의 개기월식은 뉴질랜드에서 맞이했다

    2014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자..

    아주 별일 보일만한 곳에서 붉은 달을 보고 싶었다.

    붉은 달과 은하수.

     

    뉴질랜드는 별로 예보가 좋지 않았다.

    전국이 구름..

    호기심에 옆나라 예보를 보니

    서호주는 아주 맑을 같았다

     

    개기월식때 잠시 보일 밤하늘을 보러 보름달에 호주 원정을?

    미친짓이야 미친 짓일거야

    퍼스행 비행기표를 선택해 놓고

    결제 버튼을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

     

    결국 누르지 않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근처 해변에서 새벽까지 기다렸으나

    결국 구름과 바람만 잔뜩 맞고

    부분식만 언뜻 보고 집에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권오철님의 개기월식 사진이 올라왔다

    같은날 개기월식을 보러 우즈베키스탄까지..

    붉은 닭과 은하수가 선명하다

    이게 내가 하려고 했던 건데!

    https://blog.kwonochul.com/734

     

    2021 5 26 ,

    집에 사는 여자를 태우고 30 거리의 해변으로 향했다

    성수기에도 한적하던 무리와이 비치는

    평일 깊은 밤인데도 곳이 없을 정도였다

     

    고민 안해도 되게

    호주의 예보는 별로 좋지 않았고,

    뉴질랜드 날씨는 예보와는 다르게

    구름 없이 맑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붉은 달이 보인다.

    개기식은 아직 20분도 남았는데

    달은 이미 충분히 붉고

    달빛은 이미 충분히 어둡다

     

    힘겹게 한줄기 빛을 내뿜는 붉은 옆으로

    은하수가 보인다.

    오랜 아쉬움 하나가 해결되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터치펜을 손에 들었다

     

    KakaoTalk_20210527_064143908.jpg

     

    다음날, 세계 각지의 개기일식 사진들을 검색하는데

    내가 눈으로 보았던 모습, 붉은달과 은하수가 같이 있는 사진은 찾지 못했다

    광각 렌즈로는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는 같다

    눈으로는 너무나 쉽게 명확하게 보이는데 말이다

     

    내가 만들어 봐야겠다

    풍경이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전에..

    전갈자리 / 궁수자리의 밝은 별들은 성도의 도움을 받고

    나머지는 손가락으로 그냥 찍었다

     

    An unexpected combination 26 May 2021.png

    (화면이 밝아야 잔별들이 보이니 화면을 밝게 하고 어두운 곳에서 보셔야 제대로 보입니다)

     



    다음번 개기월식은

    서호주에서 한번?

     

     

    Nightwid 無雲

댓글 2

  • 최윤호

    2021.06.08 22:36

    월식 달과 은하수의 조합이라.. 상상조차 못해 봤습니다. 맨눈으로 정말 잘 보인다니!! 이건 정말 꼭 한 번 경험해 봐야겠습니다. ^^
  • 조강욱

    2021.07.02 08:12

    꼭 보셔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조합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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