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끝없는 욕심(3) – 돈 쓰기는 쉽고 즐겁고 별보기는 멀고 아득하다
  • 조회 수: 1455, 2021-01-07 22:36:34(2021-01-04)

  • 요즘 다이어트와 키크기에 관심이 많은 딸래미와 종종 저녁 운동을 한다
    딸래미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던게 얼마 안된거 같은데.. 
    이젠 딸님께 스케이트보드를 배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거 참 복잡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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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보딩을 하다가 하늘을 보니 하늘에는 눈썹달이…
    점점 진해지며 결국 보일듯 말듯한 그림같은 지구조를 만들어냈다

    스케이트보드는 뒷전, 딸래미가 집에 가자고 성화를 할 때까지
    앉아서 그 모습을 디지털 스케치로 남겼다 

    Earthshine on the roof 17 November 2020.png

    이제 며칠 있으면,, 목성과 토성이 하나가 될 것이다
    행성 만남 이벤트는 사실 한번도 기다려 본 적이 없는데
    이번만큼은 어떻게 보일까 기대가 된다
    목성 + 토성의 강력한 빛줄기 한다발을 볼 수 있을까?


    알리에서 주문해 놓고 잊고 있었던 유모차 양산도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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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꽤 쓸만해 보인다
    문제는 장비만 사 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잘 보지 않는 것..

    모델은 Her Majesty.. 우리 와이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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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쓰기는 쉽고 즐겁고 
    별보기는 멀고 아득하다



    목성과 토성이 근접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새 다시 개기일식의 시간이 다가왔다

    map_2019_2020.png

    나는 2021년의 개기일식을 위해 이번 일식(2020년 12월)은 애당초 건너뛰기로 했지만,
    칠레 남부의 그림같은 절경에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던
    수많은 별친구들이 결국 가지 못하게 되었다

    뉴질 시간 12월 15일 새벽 4시반, 알람 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보스님 깨지 않게 살금살금 침대를 빠져나와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만들어서 내방 컴 앞에 앉았다
    개기일식 30분 전이다

    모니터 두대에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띄워놓고 
    그냥 멍하니 그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곳에 앉아 있는것 같은 환상을 스스로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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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아니 태양이 점점 얇아진다
    내가 그곳에 있는듯 방 안에 앉아서도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20201215_050342.jpg


    일식의 순간.
    칠레의 해변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결국 개기일식을 보지 못했다
    구름 아래에서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을 목격했을 뿐이다
    (케언즈에서 일식을 날려먹은 트라우마가 간만에 생각이 난다)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는 간간이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대부분 관측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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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로 일식을 보는 감흥은 실제로 보는 것에 비하면 1/30 정도밖에는 되지 않지만
    아예 못보는 것보다는 3만배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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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개기일식을 찾아 헤메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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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다이아몬드가 지나가고 난 후, 
    답이 없어서 그냥 미뤄두고만 있었던 2021년 12월 4일의 남극 개기일식을 다시 펼쳐보았다

    2021-antarctica-map.jpg


    2003년 남극 개기일식의 이 한 장의 사진은 
    내게 설원 위의 일식에 대한 한없는 열망을 만들어 주었다

    AntarcticEclipse_bruenjes_960.jpg
    (출처 : https://apod.nasa.gov/apod/ap170730.html)


    거기에 이끌려서 2015년엔 북극의 일식도 경험하였고

    svalbard.jpg


    이젠 남극에 가 볼 차례인데,, 
    남극은 거주민도, 민가도, 공항도, 길도 아무것도 없다.

    일식 Path에 있는 유일한 민간 시설(Union Glacier)은 
    미국의 일식 전문 여행사 Travel Quest에서 이미 오래전에 독점.

    1200px-Antarctica_(11254517513).jpg

    칠레 푼타아레나스나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하는 15일~20일 짜리 크루즈도 쉽게 광고를 찾을 수 있으나.. 

    sceic-eclipse-promo-eclipse.png

    Travel Quest나 남극 크루즈나 모두 항공료 제외 최소 3천만원은 써야 갈 수 있다
    그리고 다 차려진 밥상에 돈만 내고 가는 거는 내가 추구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남반구 어딘가의 공항을 출발해서 남극 상공에서 개기일식을 보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전세기가 그나마 더 현실성이 있지만 
    그럼 설원 위의 개기일식은 볼 수 없으니 그것도 꽝

    unnamed (1).jpg

    Eclipse Chaser들만 모여있는 온라인 그룹에 질문을 올렸다
    “15박짜리 크루즈 말고 남극 대륙 상륙해서 딱 개기일식만 보고 올 수 있는 방법 아는 사람?”
    안타깝게도 “그런거 찾으시면 나도 줄 서겠소” 하는 댓글만 잔뜩 달렸다

    남극은 멀고 아련하고 
    시간은 그저 흘러간다


    [ 2015년 북극 개기일식 동영상, 북위 78도 스발바르제도, 조강욱 촬영 ]



                              Nightwid 無雲

댓글 6

  • 최윤호

    2021.01.04 22:17

    남반구가 더 토탈이 많이 일어난다는 느낌이었는데 Eclipse frequency map을 보니 실제로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형님이 남반구로 간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은거 같기도 합니다. 칠레는 나라도 기니 참 복받은 나라군요. ㅎ
  • 조강욱

    2021.01.05 21:18

    남반구에 살고 있는 이유라기보다는 남반구에 살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가 되겠지 ㅎㅎ
    확실히 2010년대 이후 30년간 남반구에 개기일식이 더 많은듯..

  • 김재곤

    2021.01.05 00:50

    소식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제목이 마치 연말에 일단 질러버린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달벙& 이중벙이라도 자주 해야겠습니다.
  • 조강욱

    2021.01.05 21:19

    5인치 굴절 축하드려요 형님 ㅎㅎ

    저도 달용이 하나 탐이 나긴 하는데 

    기존 있는 것들도 감당이 안되어서 그냥 잊으려고 합니다 ㅜ_ㅜ

  • Profile

    문지훈

    2021.01.07 06:45

    좋은 곳에 있어도 번뇌는 떠나질 않는가 보네요.

    간간 올려주시는 NZ사진에서 전력선,동축선 같은 게 날리는 것이 안보입니다.
    다 지중화 되었는지 깨끗하네요.
  • 조강욱

    2021.01.07 22:36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오클랜드의 Hobsonville이라는 동네인데, 서울의 뉴타운 같은 신규 개발지역이라

    전선이 모두 지중화 되어 있지요. 이런 택지개발 지구 외에는 전력선 엄청 많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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