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끝없는 욕심(2) – 무조건 전진
  • 조회 수: 682, 2021-01-04 10:35:10(2021-01-02)
  • 
    집을 동시에 팔고 사는 일로 정신없던 와중에
    부천시립도서관에서 강의 청탁이 왔다
    6주간 2시간 6회짜리 “별보기의 즐거움” 저자 특강을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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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천체관측 강연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관종이라 그런 것인지 누군가 내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좋아서
    어디서 강연 의뢰가 들어오면 주말마다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근데 뉴질랜드에서 화상으로 하는 비대면 라이브 연재 강연이라..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보다.. 재미가 있을까? 별강의는 나 재미있으라고 하는건데
    얼굴 없는 청중이 잘 보고 있을지 하품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스스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방송이니 언제든 방송 사고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가보는 길. 
    하기 싫어서 무슨 핑계를 대서 거절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마음을 바꾸어서 그냥 하겠다고 얘기를 해버렸다

    질러놓고 수습하느라 허덕이는 것은 나의 평생의 불치병이다
    나는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별보기 만큼은 언제나 맨 처음 무언가를 해본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강연 준비를 한다고 수많은 것들을 새롭게 공부해야 했다
    방송 송출하는 법, 오디오 믹싱하는 법, 비대면 강연에 어울리는 컨텐츠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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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거실에서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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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프님 조언으로 좀 더 스케일을 키워서 뒷마당에서 나머지 회차들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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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중에 채팅 창을 읽으면서 소통을 하니 웬지 라디오 방송 같은 느낌도 나고
    생각보다 꽤 재미가 있었다

    간만에 한국말로 별보는 얘기를 실컷 떠드니 기분도 좀 더 업 되는것 같고..
    그리고 간만에 강사비도 벌었다
    원활한 방송 송출을 위해 새로 구입한 고사양 노트북이 강사비보다 비싸긴 했지만 말이다

    무모하리만치 라이브 방송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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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중학교에 다니는 딸래미에게 자주 듣는 말이 “아빠는 진짜 Boomer야!” 다
    “Boomer”의 기본적인 어원은 5~60년대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것이지만
    요즘 애들에게 Boomer의 의미는 한국말로 한다면 “꼰대” 정도가 될 것이다
    내가 Boomer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변해가는 세상에 웬만큼은 따라가 봐야겠다


    별보는 얘기를 온라인으로 떠든다고 별보기는 또 내팽개치고 있다가
    어느새 월령이 되었다

    이번 월령(11월)에는 뉴질랜드 스타파티가 있었다
    원래 스타파티는 보통 4월에 열리는데.. 코로나로 인해 밀리고 밀려서 11월이 된 것이다

    4회차 강의를 마치고, 두 시간동안 쉬지 않고 떠드니 배터리가 이미 바닥이 나서 
    방송 끝나자 마자 방바닥에 쓰러져 있으려니
    하늘이 너무나 맑다
    하늘이 이리 좋은데 천벌이 두려워서 안 갈 수도 없고..
    충전할 시간도 없이 스타파티 장소로 출발.

    도착하니 이미 많은 별쟁이들이 어두워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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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게 가서 아래 단체사진엔 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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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escope Trail (자기 망원경 소개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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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인치 자작 망원경을 쓰는 Paul. Push-to 자작 엔코더를 달아놓았다
    뉴질의 몇 안되는 딥스카이 안시파..
    필터 슬라이더를 보니 하릴없는 뽐뿌가 괜시리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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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최대구경(24인치) 망경을 가진 Dave 할아버지. (미러까지 자작한 100% 핸드메이드)
    무릎이 아파서 24인치 운용이 점점 힘들어져서 오늘은 20인치를 들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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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알바하러 가는 망경회사 Andrew 사장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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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스타파티에 참석했던 3년 전이 생각났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 스타파티에 영어도 잘 못하는 아시안이 무얼 할 수 있을까?
    스타파티 장소에 거의 다 와서도
    가기 싫어서 길가에 몇번씩 차를 대고 심호흡을 한참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젠 짬밥이 몇년 되었다고
    낮의 프로그램들 다 끝나고 뒤늦게 저녁 나절이 되어서야 도착했는데도
    먼저 알아보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형님들이 생겼다

    서둘러 망원경을 세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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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스타파티 분위기를 즐기고 있으려니
    멀쩡히 서서도 눈이 스르륵 감긴다
    아 배터리 충전을 못하고 왔지.. 몸의 신호에 충실할 수밖에.
    차에서 한숨 (심하게) 자고 나오니 벌써 새벽이 되었다

    시끌시끌하던 스타파티장은 이젠 정적 속에 쏟아지는 별들뿐…
    어쩔 수 없지.. 하던 일이나 계속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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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두번째 대상이다.
    날이 밝기 전에 온 정신을 집중해서 완성해 놓고
    한 달이 지나서야 집에서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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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마젤란의 유명한 S 성운은 바로 전달에 그렸던 1910인데..
    내 눈에는 이게 더 선명히 S로 보인다
    성운 동쪽 영역은 사진 상으로는 성운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분해되지 않는 미성들이 성운처럼 뿌옇게 펼쳐져 있어서 
    오히려 안시로 볼 때는 더 확실한 S로 보인다. 
    1876 ngc ic.jpg
    (출처 : http://www.ngcicproject.org/)


    나는 집중력 유지를 위해서 보통 스케치 한 장에 1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는데
    마젤란 대상들은 워낙 복잡해서 기본 2~3시간 이상씩은 걸린다.. 또다른 어려움.

    이제 마젤란 스케치는 절반 정도 한 것 같다
    벌써 마젤란 안에서만 2년을 헤메고 다녔는데..
    그 안에서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Nightwid 無雲


댓글 4

  • 정기양

    2021.01.03 19:08

    대마젤란은하의 행성에 사는 사람이 우리 은하를 보면 얼마나 볼게 많을까요?
    그나마 마젤란은 작으니 빨리 헤엄쳐 나오시기 바래요~~~
  • 조강욱

    2021.01.04 10:32

    작은데.. 너무 가까이 있는게 큰 문제입니다 ㅎㅎㅎ

  • 최윤호

    2021.01.04 08:33

    사진으로봐도 극강의 투명도의 하늘이 느껴집니다. Dave 할아버지의 24인치로 보는 하늘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ㅎ 호주 원정시 마지막날 대마젤란을 보고 마무리하려 했는데 정말 너무나도 많은 대상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고 빌려온 12인치 미러에 이슬 때문에 맛만 보고 접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군요. ㅎ

  • 조강욱

    2021.01.04 10:35

    호주 원정 마지막날 같이 대마젤란을 보던 기억은 너무도 생생하지요 

    한시간동안 대마젤란을 다 보려고 했었다니.. 무모한 도전이었는 줄은 그때는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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