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끝없는 욕심(1) – 더 넓은 하늘, 더 작고 하얀 점
  • 조회 수: 182, 2021-01-02 19:33:12(2020-12-29)

  • 욕심, 그저 욕심이다.

    집에서 더 넓은 하늘을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직장과 아이 학교가 있는 오클랜드를 떠날 수도 없고.. 
    뒷마당에서 하늘이 더 잘 보이는 집을 가지고 싶어서
    산지 일년만에 멀쩡한 새집을 팔고 같은 동네의 다른 집을 다시 샀다

    하늘을 더 잘 보려고 벌인 일인데 
    정작 몇달동안 하늘은 안 보고 땅 위의 돈만 쫓아 다녔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을 겨우 겨우 수습 하고 
    새 집의 뒷마당에 망원경을 펼쳐 보았다
    121464900_3329718533749900_8646523140361321392_o.jpg

    정원에 서서 비너스 벨트도 구경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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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기 전에 화성도 한 번 봐 주었다

    [ 화성의 수로들, 갤럭시 노트9 & 터치펜, 조강욱 (2020) ]
    2000_Canals of Mars 19 Oct 2020.png

    충(Opposition)에 이른 화성은 너무나 놀라웠다. 
    화성을 보면서 볼만하다고 느낀 것은 생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지난번 충 때에는 당시 살던 아파트 앞 공터에서 봤었는데, 
    당시 화성 전역의 모래폭풍으로 제대로 된 디테일을 볼 수가 없었다
    화성에 수로 지도를 만든 스키아파렐리가 된 것처럼 
    터치펜을 들고 한줄 한줄 그 줄기들을 따라가 본다. 

    (화성 수로 지도, 지오반니 스키아파렐리, 1890)
    mars canals.jpg

    보인다는 믿음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니, 
    화성을 보면서 수로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면 수로가 잔뜩 보이는 마음을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화성이 충에 와 있을 때라면 말이다

    모든 별은 아는만큼 보인다. 딱 그만큼만..
    2000_Canals of Mars 19 Oct 2020.png
     
    이제 화성 좀 열심히 봐야겠다.. 싶은데 이미 충이 지나서 멀어지고 있다는.. 
    그리고 그 뒤로도 벌려놓은 일들에 쫓겨서 화성은 다시 쳐다보지 못했다



    이사를 겨우 마무리하고, 월령에 맞추어 간만에 별을 보러 나갔다
    주말 예보가 좋지 않아서 금요일 퇴근과 함께 2시간 거리의 해변으로.. 
    하늘이 미친듯이 좋았다. 
    칠레 아타카마에서도 찍지 못한 SQM 22.0이 나왔다. 
    바람도 없고 습기도 없고.. 
     
    121979981_3329759670412453_109871549748675589_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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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금요일이라 낮에 일하고 바로 밤을 새려니 정신이 몽롱하다. 
    40대가 된 이후로는 컨디션 관리를 미리 하지 않으면 밤을 지샐수가 없다

    망경을 세팅하고 조금 보다가 정신이 혼미해져서
    알람 소리도 못듣고 차에서 한참을 자다가 
    깊은 새벽이 되어서야 놀라서 잠에서 깼다

    슬픈 일이다. 
    내 눈과 몸이 성할 동안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이룰 수가 있을까?

    여튼 대마젤란 내부 대상을 또하나 그림으로 남겼다. 
    LMC 중심부 깊숙한 곳으로.. 벌써 11개째다


    (노란색 : 관측 완료, 빨간색 : 이번 관측, 사진 출처 : Wikipedia)
    LMC works.jpg



    LMC 내부의 유명한 S 모양 성운이다
    unnamed.jpg
    (사진 출처 : http://www.joecauchi.com.au/nebulae/ngc-1910-lmc/)

    전반적인 화려한 모습과 두 호위무사(1903, 1916)까지도 잘 보이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NGC1910의 S자 성운기가 잘 보이질 않는다
    UHC를 장착하고 한참을 더 시간을 보내고 
    사진까지 컨닝을 하고 났는데도 아직 S자는 멋지게 다 이어지지 못했다. 
    보이는 대로 그릴 수밖에.

    [ NGC 1910, 검은 종이에 아이소그래프, 조강욱(2020) ]
    NGC1910_4000_201017.jpg
     
    이젠 좀 마젤란에서 벗어나고 싶다
    남반구에서 아직 봐줘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근데 이렇게 제대로 한번씩 봐주지 않으면 나중에 몸과 눈이 성치 않을때
    평생 후회하게 될 일이라.. 이렇게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남들보다 큰 파인더에 녹색 스카프 아이피스에 
    Paracorr까지 달아 놓으니 망경이 너무 예의가 충만해져서 
    자꾸만 앞으로 인사를 한다

    내 망경 제작자이신 남희형님의 조언으로 무게추를 하나 달았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설계도(?)를 그려드리고 
    로커박스용 무게추를 담을 주머니를 공수 받았다.
    성능은 완벽하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싶어 지는 거는 부작용이랄까..

    121490197_3329759813745772_3303484297572188294_n.jpg


    “점찍는 도구”를 파스텔 -> 젤리펜에서 거의 10년만에 다시 새로운 도구로 교체했다
    랜슬롯님이 하사하신 로트링 아이소그래프로..
    product_3530_1.jpg
    처음에는 아주 작은 별들만 아이소그래프를 쓰려고 했는데
    점점 욕심이 더 커져서 이젠 거의 젤리펜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성능만큼 예민해서 다루기가 까다롭지만 그 결과만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래 그림은 그 전달인 9월에 그린 10번째 LMC 스케치이다.
    큰 별은 젤리펜으로, 잔별은 아이소그래프로 그렸는데.. 
    확대해서 보면 그 명확한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Sand & Pebbles, 검은 종이에 젤리펜과 파스텔 & 아이소그래프, 조강욱(2020) ]
    NGC1965 4000 200922.jpg



    더 작고 더 불투명한 하얀 점을 위해..
    욕심, 그저 욕심이다.



                            Nightwid 無雲

댓글 12

  • 이한솔

    2020.12.29 17:18

    새집으로 이사 축하드립니다^^
    어두워지는 사진만 봐도 바닷가 하늘 정말 좋네요. 관측할 맛 나겠어요
    빨리 코로나 좋아져서 얼굴 봐야 할텐데요ㅠㅠ 옛날 생각들 가끔 납니다 ㅎ
  • 조강욱

    2020.12.30 05:16

    저도 종종 문득 생각납니다. 
    수피령에서 처음 뵈었을때, KCTC에서 Pease1 같이 보던때, 

    북극의 설원에서 개기일식을 마주하던때, 홍천에서 마지막으로 뵈었을때 등등.. ㅎㅎ

  • 김재곤

    2020.12.29 17:29

    이사했군요. 큰일 치뤘네요.

    주변 환경이 참 좋습니다. 2시간 거리에 아타카마 수준의 밤하늘이라. 인제도 가끔 날 잘걸리면 호주급이라던 한솔 형님의 말씀이 있는데, 자주 다녀서 그런 행운을 한번 붙잡아보고 싶네요.

    무거운 장비 옮기는게 가끔 힘들어서 한숨 지는걸 보면, 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조만간 쌍안경 하나들고 별보러 다닐 것 같습니다..

    내년은 오프라인에서 보길 기도합니다.
  • 조강욱

    2020.12.30 05:17

    저는 소구경(?) 16인치라 아직 부담은 되지 않는데

    몸이 노화되는 속도를 보면 조만간 머지 않은것 같아요 ㅎㅎ;;

    내년엔 꼭 뵙기를 바랍니다 형님 ㅜ_ㅜ

  • 최승곤

    2020.12.29 23:27

    새집으로 이사 축하합니다.
    하늘을 볼수 있는 마당, 아타카마 수준의 하늘 모든게 부럽네요..
  • 조강욱

    2020.12.30 05:17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마당을 가지게 되었는데 정작 망경은 잘 안피게 되네요.. ㅎ;;;

    그리고 하늘은 제 기억으로는 아타카마가 더 화려했는데..

    SQM 숫자는 그날의 해변이 더 높게 나왔네요

  • 류혁

    2020.12.30 00:41

    새 집으로 이사를 축하합니다. 휴지랑 이것저것 사들고 집들이 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갈 수가 없네요. ^^

    뒷 마당에서 별을 봐도 이것 저것 많이 보일 것 같은데.... 거기서도 2시간 거리로 운전을 해서 별을 보러 가는군요.

    저도 가끔은 두시간 운전해서 별을 보러 가야 하는데... 별은 안보고 JP정 선생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냥 돌아오곤 합니다. ^^
  • 조강욱

    2020.12.30 05:20

    어쨋든 별쟁이의 욕심은 더 어둡고 깊은 하늘이니.. 저는 시골에 살았어도 더 어두운 곳으로 차타고 다녔을 것 같아요 ㅎㅎ

    JP정 선생은 아직 북으로 안 넘어가셨나 보네요

  • 정기양

    2020.12.30 04:43

    길 안 막히는 곳에서 두 시간이면 서울에서 인제 가는 것과 같은데...
    다음 집은 두 시간 떨어진 곳으로 이사가면 되겠네요. ㅎㅎ
    우리 고정관측지도 거기에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부럽습니다.
  • 조강욱

    2020.12.30 05:20

    아~~ 참.. 관측지 근처에 땅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이놈의 끝없는 욕심.. ㅎㅎㅎ 

  • 최윤호

    2020.12.31 20:19

    좋은 하늘이 가까이 있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근데 하늘이 계속되면 저는 게을러 질꺼 같아요. 우리나라 하늘에서 볼 거 다 보고 난 뒤에 형님따라 더 좋은 하늘에서 여유있게 바라보고 싶어요.
  • 조강욱

    2021.01.02 19:33

    나도 아직 북천에 볼거는 끝도 없이 남아 있었는데..

    더 늦으면 몸과 눈이 못 따라올 것 같아서 미리 남쪽으로.. ^^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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