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Better than Nothing - NGC6397 & 목성
  • 조회 수: 178, 2020-08-16 22:44:38(2020-08-02)

  • 뉴질랜드, 거기서도 오클랜드의 겨울은 한국만큼 춥지 않다
    아무리 추워봤자 영상 5도.
    십몇년 전에 눈이 한번 왔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내려올 정도라고 할까?

    근데 문제는 매일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7월의 겨울밤에 내리는 겨울비.. 그 자체로는 운치도 있고 잔디에 물도 안줘도 되고 좋은데
    매일밤 비가 내리니 별을 볼 수가 없다.

    궁수자리 은하수는 매일밤 지평선도 아니고 천정에 남중하여 지나갈텐데..
    뉴질랜드에 정착해서 세번째 겨울을 나고 있지만 
    이번 겨울은 특히나 하루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6월에는 딱 하루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 밤이다
    어쩔수 없지. 
    망원경을 차에 실어놓고 출근해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여 집이 아닌 관측지로 향했다
    월요일 밤이라 너무 멀리 갈 수는 없어서 적당한 곳으로 타협을 했더니 
    북쪽으로는 Auckland, 남쪽으로는 Hamilton의 광해를 피할 수 없다

    굶는 것보단 낫지..
    광해가 올라오지 않는 천정으로 망원경을 향한다. 
    궁수자리의 암흑성운들이 유난히 더 검어서 B72 검은 뱀도 한번. 
    뱀성운은 언제나 보여줄듯 말듯.. 애를 태운다. 
    10년전 호주 원정에서 봤던 모습은 그저 환상이었을까?
    b72_asod.jpg
    (출처 : apod.nasa.gov/apod/ap050521.html) 

    윤호씨가 추천해준 켄타우루스 은하단 Abell 3526(Centaurus Galaxy Cluster)으로 망원경을 향한다.
    3526_map.png

    3526_pic.jpg
    (출처 : http://www.fabianastro.com/galaxies.html)

    대충 봐도 최소한 NGC는 모두 보이고 눈에 힘 좀 주면 여기저기서 꾸물거리는 것들이 보이려는데.. 
    주중 번개 관측에 은하단을 보다간 공력 과다 소모로 내일 출근을 못할지도 모른다

    벌써 자정이 넘었다
    스케치 진도 하나 빼고 돌아가야겠다
    정처없는 떠돌이 여행 끝에 처음이자 마지막 목적지를 정했다.
    제단자리(Ara)로 망경을 향하여 NGC 6397을 겨누었다
    하늘에서 7번째로 밝은 구상성단. (M13보다 겉보기 등급이 높다)
    징그러울 정도로 별이 많이 보인다. 
    (오메가 센타우리나 47 Tuc은 징그러움을 능가하는 경외로움이라 논외로 하자)

    두가지 신무기를 써 보았다
    첫번째는 Paracorr.
    Paracorr.jpg

    패러코어는 TeleVue에서 나오는, 유사품에 비해 몇배나 비싼 고가의 코마 보정용 렌즈다. 
    장비에 무지한 나는 사실 이런 아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천문가의 가방 연재를 보신 한솔형님의 권유로 미국 해외직구로 묻지마 구매를.. 
    받아 보고 나니 위 사진과 같이 텔레뷰임에도 녹색 띠가 없는 것은 많이 실망스러웠으나 
    그 효과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역시 한솔형님이 시키는 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해야 한다

    두번째는 Rotring Isograph 테크니컬펜이다. 
    김선영님께 선물로 받은 이후로 1년이 넘도록 아직 써보지 못하고 있었다

    남반구의 외딴 호숫가에서
    Paracorr의 정갈한 별상을 Isograph의 작고 불투명한 흰 점으로 종이에 옮겨본다

    [NGC6397, 검은 종이에 Isograph와 Gel pen, 조강욱 (2020)]
    NGC6397_2000_200623.jpg

    성단 중심으로는 동서로 잔별들의 흐름이 보이고
    성단 주위로 유난히 밝은 별들이 많이 보이는 멋진 성단.
    사실 대형 구상성단을 보는데 무슨 많은 설명이 필요할까....
    그저 그 깨알같은 빛덩이들의 흐름을 그저 넋놓고 지켜보고 
    그 느낌을 종이에 옮겨보려 노력할 뿐이다.

    별보는 시간은 화살같이 빨리 가고
    다음날 회사에서는 안졸린척 무진 애를 썼다
    빨리 집에 가서 자야 하는데..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는 것인지 시계는 더더욱 느려질뿐...


    그나마 6월은 나은 편이었다.
    7월은 월령 기간 중에 단 하룻밤도 맑은 날이 없었다
    간간히 별 몇 개만 보일뿐이다

    북쪽 나라들은 Neowise 혜성으로 시끄럽다
    페이스북도 온통 혜성 꼬리로 도배가 되었다.
    내가 사는 뉴질랜드에서는.. 혜성 꼬리가 햐쿠타케만큼 길었다고 해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혜성 코어가 헤일밥만큼 밝았다고 해도 비구름을 뚫고 보일수 없었을 것이다
    에이.. 쩝

    자정이 가까운 시간, 구름 사이로 잠시 밝은 별 두 개가 보인다.
    목성과 토성이다. 
    구름 사이로 놀라울 정도로 안정된 시상이 종종 있었던 것이 기억나서 
    은근히 기대하며 서둘러 망경을 조립했으나
    목성은 이글거리고 토성은 춤을 춘다.
    에이.. 쩝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니 잠깐씩 시상이 안정되는 순간이 있다
    주어진 조건에 감사해야겠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NEB에는 아주 작은 점이 하나 박혀 있다.
    어떤 위성의 영(Shadow)일 것이다
    망원경 앞에 앉아서 딴짓도 하다가 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도 하다가
    다시 보면 검은 점은 조금 움직여 있다.

    흘러간다
    작은 점이 유유히 목성 위를 흐른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같이
    목성의 거대한 구름띠 위를 흘러간다

    [목성, 갤럭시 노트9 & 터치펜, 조강욱 (2020)]
    IO flows over Jupiter 29 July 2020.png

    근데 나는 목성 왼쪽의 가니메데가 만드는 그림자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스카이사파리를 다시 보니 검은 점 옆에 이오가 딱 붙어 있었다. 
    아..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그림자만 봤다니….
    KakaoTalk_20200802_212318358.jpg
    (출처 : 스카이사파리 화면 캡쳐)
    KakaoTalk_20200802_212319918.jpg
    Shame on me!




                                                Nightwid 無雲

댓글 6

  • 최윤호

    2020.08.07 07:36

    NGC 6397의 기억이 저도 떠오르는 군요. 관측한 기억 보다는 2010년 호주 원정 관측 전 세미나를 할 때 NGC 6752, 6397이 M5, 13보다 더 밝다는 사실에 놀랐었더랬죠. ㅎ 조금 성기게 본 듯 하기도 합니다. PC 에 저장된 세미나 자료와 형님의 스케치로 그때의 추억을 다시 회상해 봅니다.
  • 조강욱

    2020.08.10 08:17

    벌써 10년이 지난 일인데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면 정말 멋진 추억이었던 것 같네요.. ^^

    조만간 한번 더??

  • 김남희

    2020.08.08 17:50

    국내에서 B72는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이걸 보인다고 얘기해야하는건지 참으로 곤혹 스럽더군요..ㅎ
    그리고 국내에서는 "패러코어" 라고 하면 못 알아 듣습니다. 파~라코아.....라고 부르지요..ㅎ
  • 조강욱

    2020.08.10 08:19

    여기서도 B72는 보일듯 말듯 아슬아슬하네요 ㅎ

    파라코아는 R 발음이 많아서 한국인으로서는 상당히 정성 들여서 발음해야 외국인들이 알아듣더군요 ^^;;;

    그나마 여기는 시골동네라 패러코어 같은 신문물을 쓰는 별쟁이 자체가 없어요 ㅎㅎㅎ

  • 김재곤

    2020.08.11 02:36

    반갑습니다. 좋은 하늘과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별을 공격한 후기를 보니, 장마가 썩 물러갔으면 합니다.

    저도 행성 시즌을 맞이해서 뭔가 하나 샀는데, 오픈을 못하고 있네요.
  • 조강욱

    2020.08.16 22:44

    생각해보니 패러코어도 로트링 펜도 모두 첨단 장비가 맞군요 ㅎㅎ

    행성 시즌에 신무기가 위력을 발휘하길 기원합니다 ^^*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1359 최윤호 29 2020-09-24
1358 최윤호 47 2020-09-19
1357 최윤호 63 2020-09-15
1356 김원준 84 2020-09-14
1355 최윤호 96 2020-08-25
1354 최윤호 102 2020-08-23
1353 조강욱 105 2020-08-28
1352 김원준 129 2020-09-21
1351 최윤호 139 2020-07-24
1350 서경원 143 2020-09-01
1349 최윤호 160 2020-07-20
조강욱 178 2020-08-02
1347 최윤호 225 2020-07-09
1346 최윤호 276 2020-07-01
1345 최윤호 282 2020-06-30
1344 최윤호 343 2020-06-16
1343 김남희 345 2020-07-05
1342 최윤호 346 2020-06-18
1341 최윤호 357 2020-03-19
1340 최윤호 424 2020-03-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