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남미원정] 2.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 조회 수: 1746, 2019-10-25 08:44:08(2019-09-14)

  •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세미프로(Semi-professional)
     - 어떤 일에 대하여 직업적으로 활동을 하지는 않으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소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
       (표준 국어대사전 인용)




    ========================== 원정 2일차 (2019년 7월 1일, 칠레 라 세레나) ==========================

    아침은 뉴질에서 공수한 또 다른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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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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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한 이유로 렌터카 예약을 취소당한 원덕중님까지 태우고 답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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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심, Vicuna로 가는 길은 전날부터 혼잡하다

    슈퍼에서 음료수도 사고 (말은 안 통해도 카드는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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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수많은 일식 광고 현수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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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답사 첫번째 목적지이자 가장 괜찮아보였던 댐은….
    20190701_114652.jpg

    굳게 잠겨 있었다

    원정 출발 전에 봤던 구글 사진으로는 정말 환상적인 장소였는데 말이다
    dam.JPG

    사실 이런 일은 개기일식 장소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특히 접근이 편하거나 전망이 좋아서 관광객이 몰릴 만한 곳은 더더욱.. 

    혼잡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예 막아놓거나 
    땅주인이 한 몫 챙기려고 막아놓고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comparision_dam.JPG


    일식 준비에서 관측장소 후보를 선정하는 것과 그 장소를 미리 답사하는 것은 
    1~2년에 한번씩밖에 없는 개기일식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매일 밤 컴퓨터 앞에 앉아서
    15년치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마우신 분, Jay Anderson 할아버지가 이미 다 분석해 놓은 것을 공부만 하면 된다)
    Graph1.jpg

    Table1.jpg

    일식 관측 지역의 지형을 연구하고 
    (아래 지도의 녹색은 개기일식 시간에 태양을 볼 수 있는곳, 빨간색 지역은 태양이 산에 가리는 지역이다)
    shadow.JPG

    구글맵 위성사진과 street view를 밤마다 뒤지면서 
    maps1.jpg

    maps2.JPG

    관측 가능한 지역을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갈만한 곳엔 별표
    maps3.jpg


    아무리 호텔과 식사가 괜찮아도, 아무리 풍경이 멋져도 
    일식을 보지 못하면 개기일식 원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일식대의 어느쪽이 날씨가 좋을지는 하루 전쯤 되어봐야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니
    가장 확률이 높은 Vicuna를 중심으로 10여곳의 관측지를 사방으로 찍어놓았다


    그리고 이번 일식은 처음으로, 한국에서 온 팀들끼리 같이 모여서 보기로 하고
    몇 달 전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로 관측장소와 주의사항 같은 주요 정보를 교환했다

    messenger.JPG


    그동안에도 일식 장소에 한국의 여러 팀들이 원정을 갔었지만 
    한 장소에 모여서 본 적은 없었다

    일식은 같이 보아야 제맛이지..
    (그렇다고 관광객 인파에 둘러싸여서 보는건 말고)

    여튼 다음 목적지로 출발
    20190701_115653.jpg


    칠레가 공권력이 세다는 얘기는 어디서 들었는데,
    가는 곳마다 순찰(?)을 도는 경찰들을 볼 수 있었다
    _1099612.JPG

    일식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있을만한 곳에는 저 녹색 제복을 입은 형님들이 계셨는데.. 
    최소한 뜻하지 않은 불상사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꽤 든든했다


    저 멀리 황량하고 거대한 민둥산들이 보인다.
    _1099610.JPG

    안데스 산맥의 초입이다.
    출발 전에 구글맵을 하도 많이 봤더니 이미 와본 곳 같이 익숙하다


    이번 일식 장소로 제일 붐빌 비쿠냐에 도착.
    _109962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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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후보지라 생각했던 비쿠냐의 넓은 공원도 굳게 철문이 잠겨 있었다. 
    에이 안간다 안가


    하루 먼저 답사를 온 정병준님이 찍어준 비쿠냐 옆 황무지로 들어갔다
    map_wilderness.JPG


    우리에게 안락한 관측지는 어울리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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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산 꼭대기에.. 끝내 우리의 바램을 외면한 남천의 유명한 천문대, CTIO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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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TIO 천문대 단지에 한국천문연구원의 천문대도 위치해 있어서
    어떻게 빽으로 방문 허가를 얻어보려 여러 경로로 알아보았으나 
    결국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흥! 안가!!!! (실은 못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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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TIO 아니어도 갈 데는 많다. 구글맵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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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기간 내내 일식장소든 아타카마든 조수석에 앉아서 구글맵을 끼고 살았다


    비포장길을 돌고 돌아서 목적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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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 13도의 태양이 어떻게 보일지 연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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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너무나 맑고 시야도 잘 확보가 되는데..
    풍경이 좀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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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사진 한장 박고 더 좋은 곳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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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별표친 후보지 근처에 구글맵으로는 도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무언가 희미한 하얀 선.. 이건 분명 도로일거야
    map_wilderness2.jpg

    가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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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흔들리며 먼지를 뒤집어쓰고서야..
    어느 이름없는 산 중턱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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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하다. 시야 풍경 고도 넓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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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예보도 좋고, 내가 찾아놓은 장소들보다 더 좋아 보인다. 
    더 이상의 답사는 필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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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의 무법자.. 아니 사진사. 미국에서 홀로 오신 원덕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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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는 길에도 좋아 보이는 데만 있으면 
    혹시 여기가 더 좋을까 답사 또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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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볼 선인장은 모두 본 듯. 
    산의 푸릇푸릇한 것들은 가까이서 보면 모두 선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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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를 마치고
    2시간 운전해서 다시 문명 세계로.. 
    La Serena 쇼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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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슈퍼마켓의 일식 티셔츠 입은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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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티셔츠를 사고 싶은데 팔지는 않는다는..


    일식을 보며 마실 와인을 고르는 박대영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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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광고는 많이 볼 수 있는데 정작 살 기념품은 너무 없었다. 도시 전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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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이 아니면 칠레의 소도시에 평생 와볼 일이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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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날이 저물고
    라 세레나 해변에도 아름다운 석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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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원덕중님이 쏘심..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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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가에도 장사꾼은 간간이 보이는데
    살 건 너무 없다. 대체 북극보다 살 게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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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티셔츠를 입고 다녀야 폼이 좀 날텐데 말이다


    밤 늦게 숙소에 돌아오니 TV에서는 밤새도록 일식 특별 방송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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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몹쓸 연출.. 뭐 보이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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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영형님이 심사숙고하여 고른 세 병의 와인. 모두  목적과 의미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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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이어지는 개기일식 특별방송과 함께 
    촬영 준비도 밤새..


    나는 침대에 먼저 누워서 내일 개기일식과 함께 들을 노래 목록을 정리했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북극의 설산에선 장엄하게 라흐마니노프, 
    드넓은 미국의 평야에선 비장하게 쇼팽의 발라드를 들었는데..
    이번엔 정명훈 Very Best 중에 골라보자

    개기일식 시작 직전에 다이아몬드 링과 함께 헨델의 메시아가 끝나고 
    2nd Contact 시작과 함께 프로코피에프의 몬태규와 캐퓰렛이 시작하도록 
    초 단위로 맞추기 위해 한참을 산수 계산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order.jpg


    누구도 우리에게 네 휴가 써서 지구 반대편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있으라고, 
    밤새도록 개기일식을 준비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국립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대영형님은 직업상 회사 출장으로 오려면 올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휴가를 내고 자비로 원정을 왔다
    동훈형님과 나도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를 가족 동반도 아니고 혼자서 먼 길을 떠났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우린 지구상에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멋진 일을 그저 즐기기 위해 온 것이다
    돈을 받고 일로 왔다면, 여기서의 결과물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더 큰 투자로 더 완성도 높은 무언가를 만들수는 있겠지만
    순수한 취미로 즐기는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프로만큼의 지식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이 아닌 오직 즐거움만 추구하는,
    프로가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우리는 세미 프로다






                                 Nightwid 無雲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댓글 7

  • 정기양

    2019.09.14 17:35

    진정한 즐거움을 알면서 깊이도 있는 세미프로...
    멋집니다!
  • 조강욱

    2019.09.25 18:40

    깊이를 좀 더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

  • 최윤호

    2019.09.17 20:37

    김동훈님은 예전 보다 살이 약간 빠지셨군요.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뵈니 반갑군요. 다음회가 일식인거 같은데 클라이막스가 너무 일찍 오는거 아닌가요? ㅎ
  • 조강욱

    2019.10.12 23:19

    클라이막스는 일식 이후에도 너무 많았음.. ㅎㅎㅎ

  • Profile

    박상구

    2019.09.18 00:08

    일식때 태양이 산에 가려지는지 분석한 지형도까지 있는 줄은 몰랐네요. ㅎㅎ
    세상엔 대단한 분들 정말 많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 조강욱

    2019.10.12 23:19

    그게 앱으로 나오더군요.. 왕 신기했어요 ㅎㅎ

  • 김병수

    2019.10.25 08:44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군요. 역시 몸이 편한 관측은 강욱씨 사전에는 없군요.ㅎㅎ 내일이 기대됩니다.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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