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새까만 어둠을 빼앗긴 광덕산......
  • 조회 수: 3409, 2019-06-11 00:58:06(2019-06-05)
  • ▣ 장 소 : 강원도 화천 조경철천문대
    ▣ 관측시간 : 2019. 6.2/ 21시~24시
    ▣ 관측장비 :150mm 쌍안망원경, SWA 15mm
    ▣ 관측대상
    - 큰곰자리 : m81, 82 / - 용자리 : ngc6543(토성상성운)
    - 헤라클래스 : m13, ngc6207, m92 / 거문고자리 : m56, m57 / - 전갈자리 : m4, ngc6144, m80, ic4605, ic4603
    - 백조자리 : ngc6910, m29, m39, ngc6946(불꽃놀이은하) / - 작은여우자리 : ngc6882,6885

    한달을 기다렸다.

    지난달 강진월출산 관측날씨가 워낙 좋았고 생애 처음으로 천체스케치를 시작한 시점이라 머리속에 여전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야간비행에서 정기관측을 진작에 공지한터라 6월 1일 토요일을 기다렸지만 에구구....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취소통지가 떴다 ㅠㅜㅠㅜ

    이를 어쩌나?
    대안이 있을까하는 마음에 별하늘지기 카페를 뒤적뒤적이다 전날 좋았던 날씨를 허트로 넘기지 않고 관측의 시간을 보낸 별지기들의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 것을 보니.....역시 좋은 하늘이라면 그냥 무작정 달려야 하는 진리를 거스른 것이 후회가 될 뿐이다.

    충주에 사시는 문지훈님과 뽀에릭님이 문경 용추계곡에서 대박 관측을 했다는 글을 읽노라니....아 부모님계신 충주에 내려가 낮에 효도하고 밤에 같이 별보러 갈껄 하는 아주 쓸데없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일요일은 어떨가 하는 마음에.....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본다
    여전히 미세먼지와 엷은 구름탓에 시야가 그리 맑지 않다
    그래도 오후에 화창한 하늘을 기대하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차를 빌려 문제투성이인 150mm쌍포를 싣고 조경철천문대로 달렸다.

    연무, 미세먼지....아름다워야 할 강원도의 산천이 온통 휘뿌옇다.
    바람이 불면 좋아지겠지....
    고도가 높은 산이니 좀 낫겠지 하는 여러가지 핑계로 자위를 해보지만 도착한 현장은 절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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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을 제외하고 사방천지가 미세먼지로 뒤덮혀있다.
    먼발치의 산들이 형태만 그려질 뿐......6월 신록의 푸르름은 어디에도 없다.
    황혼을 지나니 쟂빛 회색 어두움이 음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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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롱초롱 빛나야 할 별들은 모조리 죽었는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베가성이 눈이 들어오고 북극성이 아주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지만....
    그자리에 있었던 다른 베터랑별지기 조차도 북극성을 찾아내질 못하고 별지시기로 위치를 찍어달라 하니 그날의 대기상태를 더는 말해 무엇하리요.

    북두칠성이 보이고 거문고, 헤라클래스자리가 보이고....
    저멀리 남동쪽에 전갈자리가 보이나 세게의 별만 나란히 보일 뿐 전갈의 심장인 안타레스는 여전히 오리무중....
    넌 무엇을 하고 있니?
    다만 목성은 어두운 바다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섬 등대 마냥 스산하게 빛나고 있다.
    (이날 목성의 시상은 예상외로 아주 좋았다. 또렷한 줄무늬와 4개 위성의 영롱한 불빛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망했다는 심정으로 모든 욕심을 내려 놓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스케치를 해볼냥으로 괜찮은 성운 내지 은하를 찾아보지만....
    토성상성운은 주별 별과 함께 단짝친구인냥 이중성처럼 본분을 망각한채로? 쓸데없이 빛난다.
    불꽃놀이은하의 화려한 불꽃쇼는 없고 왔다간 흔적만이 남긴 듯 타다만 불꽃들만이 아주 희미하게 널부러져 있다.
    NGC6207 은 M13의 위세에 준훅이 들었을까? 날씨때문일까?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다만 하늘이 상대적으로 좋은 북쪽의 보데은하시가은하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상적인? 모습으로 시야를 채운다.

    결국은 산개성단을 관측하기 시작하고서야 스케치 3점을 간신히 완성했다.


    작은여우자리의 NGC6882와 6885......이걸 이중성단이라고 해야하나?
    초라하고 볼품없기 그지 없다.
    그래도 흔적이라도 남겨야 겠기에 젤리펜을 들어 하나 하나 심혈을 쏟아 정확한 위치에 점을 찍어간다.
    아 피(심혈)를 너무 쏟았나?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모양이라고 갖춘 그림이 되려면 별점이라도 제대로 보여야하는데......
    희미한 별들이 가물가물하다
    상상임신이라 했던가? 상상이라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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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백조자리를 겨누며 NGC6910을 겨누어 본다.
    특유의 별배치가 있는 성단이라 일명 트로이목마 같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엔 옛날 유아용 바퀴달린 말자동차? 쯤은 될 것 같다.
    Y자형의 별배열.....
    배율이 낮다보니 어두운 별을 분별해 내기가 여간 어렵다.

    KakaoTalk_20190604_09234237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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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M39를 찾아 그려본다.
    지구로 부터 825광년 떨어져 있고 4.6등급으로 시직경이 대략 7광년이란다.
    특유의 별배치가 없으며 그냥 말 그래도 지멋대로 별들을 흩뿌려 놓은 형국이다.
    그냥 수십개의 별들만이 오밀조밀하게 몰려있다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는 배열로 그리는 나를 내내 괴롭힌다.
    그럼 왜 그리고 앉아 있냐고 물으면.....
    이날 그래도 백조자리가 있는 북동쪽 하늘이 상대적으로 나았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 부근의 대상을 찾다가 가장 밝은 것이 얻어 걸린 것이 타당한 변명이 되겠다 ㅠㅜ

    KakaoTalk_20190604_092342871.jpg



    구상성단의 대모격인 M4는 그냥 아주 희미한 솜뭉치로만 자기의 위치에서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너 좀 창피하지 않니? 화려함은 어디로 가고.....
    그나마 좀더 하늘이 좋은 북동쪽의 M13(헤라클래스)은 구상성단의 모습을 뽐내고 싶어하지만 촘촘한 별들이 분해되어 보이질 않고 그저 커다란 솜뭉치로만 내 눈안을 파고 들어온다.
    눈만 아프다.

    이날의 시잉이 어떨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본다.

    M4가 이러하니 상대적으로 어두운 M57(거문고)과 M92(거문고), M80(전갈)은 어떠했을까?
    그냥 좀 밝은 큰 별처럼 빛나는 수준?
    답답하다.
    NGC6144(전갈)는 도무지 존재가 보이질 않고 ic4605, ic4603는 당연히 중심성들만 관측될 뿐이다.

    3장의 스케치만 그리는 걸로 생색을 내고 12시쯤에 장비를 철수했다.

    욕심같아선 궁수자리를 싹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남동쪽 하늘이 그야말로 최악이라 본다고 해도 몇개를 건지겠는가 생각으로 과감히 정리했다.

    모처럼 달려본 서울생활에서의 첫 관측........
    결과야 아쉽지만 시도했다는 것이 충분한 승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관측은 후뭇한 결과가 아니라 아름다운 도전과 시도에 큰 의미를 부여해 본다.

    서울 숙소로 오는 길......관측지로 가는 길 때보다는 더 가까워 보인다.

    Profile

댓글 6

  • 최윤호

    2019.06.05 21:54

    연락 주셨는데 함께 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수확이 많으신거 같아 다행입니다. 천문대 스케치 인상적입니다. 천문대에서 탐낼 거 같습니다. 6882, 6885에 대한 제 예전 관측기록을 봐도 성단의 경계를 확인하기 힘들고 5등의 별만 잘 보인다 이렇게 썼을 정도로 재미 없는 성단이었네요. ㅎ

  • Profile

    김영주

    2019.06.07 02:57

    이날은 날씨가 완전 꽝이라 재미없는 성단만 찾아 그렸어요...뭐라도 흔적을 남겨야겠기에 억지로라도 스케치를 했지요 ㅠㅜ

  • 김철규

    2019.06.06 23:33

    저도 스케치 잠깐 해 봤지만 김영주님의 실력에 도달하려면 한참을 연습해야 가능하겠는걸요. 관측기나 스케치나 모두 작품입니다.
  • Profile

    김영주

    2019.06.07 03:02

    졸작을 보고 도달이라하시니......부끄럽지 않게 더 쎄빠지게 노력해야겠네요 ㅠㅜ

  • Profile

    박상구

    2019.06.08 10:35

    서울 오셔서 첫 관측인데 하늘 상태가 도와주지 않아 많이 아쉬우셨겠어요.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가지를 시도하시는 모습에 저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 Profile

    김영주

    2019.06.11 00:58

    별말씀을요...배울 것이 너무나 많고 부족한 것 또한 너무 많아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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