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NZ원정] 4일차 - 멀고 먼 Star Party
  • 조회 수: 1692, 2019-04-30 06:38:16(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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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ast Cape 땅끝마을 캠핑장을 나오자 마자 갈림길이다.

    오늘은 먼 길을 달려야 하는데..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도 가봐야 하고..

    목적지의 반대방향, 왼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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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한 절경의 비포장을 또 한참을 지나서 

    목적지에 다다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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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가 어디 있다는 거지?


    먼저 주차하고 썬크림을 바르고 있는 부부에게 물어보니 산 위를 가리킨다 (윗 사진 중앙 상단)


    아무리 바빠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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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급해서 계단 800개를 쉬지 않고 올라갔더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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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도착. East Cape에서도 가장 동쪽 끝.. East Cape Lighthous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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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까지는 등대지기가 여기에 살고 있었다

    그시절에 내가 여기 있었다면 등대지기에 자원했을 것이다

    (근데 등대 광해에 별을 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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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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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였으면 일출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밤을 보낸 후라 크게 아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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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 옆의 나무 펜스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OOO 왔다감” 글씨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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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한국말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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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중앙에 따악~~!!!

    에휴 ㅡ,ㅡ



    짧은 감상을 마치고 800 계단을 다시 내려오는데

    산 아래에서 나에게 계단 한참 올라야 할걸.. 하고 조언을 해줬던 아주머니가

    계단 난간을 잡고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나를 보더니 묻는다

    “Is it…(헉헉) worth it?(헉헉)”

    당근 absolutely지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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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소떼가 길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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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은 차가 조금 위협(?)하면 비켜 주시기 마련인데

    커다란 눈만 꿈뻑거릴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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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쪽에서 오는 차까지 한참을 협공을 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났다

    쟤들은 이 하늘을 매일 보겠네..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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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왔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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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ast Cape부터 Hawke’s Bay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도 423km 7시간의 강행군이다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시작도 하기 전에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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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종일 코너링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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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같은 절경이 쉼없이 지나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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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종일 운전대를 잡고 오후 6시반에 드디어 스타파티 현수막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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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뉴질랜드 Central Star Party가 예정되어 있었다

    알바하는 망원경 샵의 협찬물품을 싣고 오프닝 전에 도착해야만 했기에 

    제시간에 도착할지 하루종일 마음을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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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는 땅덩이가 한국보다는 큰 관계로 전국적인 스타파티보다 지역단위 행사가 많다

    1년에 한번, 연초에 있는 Central Star Party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참석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다음날 밤이 메인 행사이긴 하지만..)

    백인 중장년 형님들 30명 정도가 오셨다 

    그리고 역시나 동양인은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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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회식을 마치고 장비 세팅증. 써머타임 관계로 9시가 넘어도 아직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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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관측 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카운트를 한다


    ISS다! 이렇게 시간 맞춰서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망원경으로 맞춰보니 태양전지판까지 디테일이 확실히 보인다


    (딱 요정도 보였음 - Jeremy Perez의 스케치)

    ISS.jpg

    (스케치 출처 : http://www.perezmedia.net/beltofvenus/archives/001541.html)


    다만 너무 빨라서 찬찬히 뜯어볼 수가 없다는 것이 함정..



    오늘도 날이 맑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자고 오늘도 종일 운전 노가다를 했다

    일기예보도 좋지 않고 실제 도착해서도 구름이 꽤 있었는데..

    오늘은 좀 쉴 수 있겠지.. 했는데 

    박명과 함께 하늘이 맑아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무리 피곤하다 해도 천벌 받을 걱정에 

    날이 좋은데 쉬고 있을 수도 없고..

    이 멀리 스타파티까지 와서 뭐라도 해야 하는데

    눈꺼풀이 계속 감겨서 뭘 해볼 수가 없다

    두시간만 자고 12시엔 일어나야지..


    그 알람은 정말 울리기는 하는 것인지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일어나니 새벽2시. 대부분은 이미 관측을 마치고 자러 들어가고

    관측지엔 마지막 한팀이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 외에는 적막이 감돈다


    하늘은 맑지만 주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하늘에 광해가 있다

    East Cape에 다녀온 눈이라 만족이 되질 않는다


    어쨌든 천벌을 받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지.

    LMC 쪽은 이미 고도가 낮아서 천정에 걸려있는 Pencil Nebula로 향했다

    2736_wiki.jpg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NGC_2736)


    오늘은 하늘색은 상대적으로 밝지만 시상은 아주 좋다


    Vela Supernova Remnant(돛자리 초신성 잔해)의 일부분인 연필 성운..

    Vela APOD.jpg

    (출처 : https://apod.nasa.gov/apod/ap080306.html)

      

    근데 어디에 연필이 있다는 거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니 펜슬 성운은 Vela SNR 내에서 정말로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Vela APOD_pencil.jpg


    펜슬의 성운기 줄기를 하나씩 따라가며 그리다보니

    연필보다는 퇴역한 콩코드의 날렵한 동체가 떠오른다


    [ Pencil Nebula NGC 2736, Hawke’s Bay에서 조강욱 (2019) ], 

    2000_NGC2736_ori.jpg



    1835년 남아공 희망봉에서 처음 이 성운을 발견한 존 허셜의 관측기록을 보자

    "An extraordinary long narrow ray of excessively feeble light"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망원경이, 내 관측이 허셜보다 나아 보인다는 것이다 ㅎㅎ



    펜슬 주위의 깃털같은 성운들을 그리고 있는데..

    스케치를 완료하기도 전에 이미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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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도 그제도 달을 그렸는데..

    장비를 정리하며 마지막 미션을 준비한다

    어제 본 달의 두께와 고도를 생각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스카이 사파리를 계속 모니터링하며 달을 추적하는데

    분명히 뜰 때가 되었는데, 하늘도 완전히 맑은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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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쌍안경으로 스위핑을 하니 정말로 가느다란 무언가가 걸렸다. 달이다

    다시 눈으로 같은 곳을 봐도 하늘색과의 색대비가 약해서 

    위치를 알고 봐도 도저히 육안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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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그려야 하는데..

    생애 처음으로 쌍안경 관측 스케치를 해본다

    한손에 쌍안경을 들고 달 한번 보고 스마트폰에 터치펜으로 선 하나 그리고..

    안그래도 귀하신 몸 새벽 여명 속에 사라지기 전에 얼른 한장 완성!


    [ Moon Age 28.3 in a Binoculars 5 Jan 2019, 갤노트4에 터치펜, 조강욱 (2019) ]

    Moon Age 28.3 in a Binoculars 5 Jan 2019.jpg



    오늘도 밤을 온전히 지새진 못했지만, 야속한 맑은 하늘 덕분에 푹 쉬지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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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쨋든 쉼없이 무언가를 보고 아침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천벌은 겨우 면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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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ghtwid 無雲


댓글 8

  • Profile

    김영주

    2019.04.25 23:32

    조샘의 글을 읽노라면 제가 함께 있는듯한 착각이 들곤해요....멋진 여행 및 관측기가 제맘을 펑 뚫어주시네요^^
    늘 생생한 관측기 부탁드립니다.ㅋㅋ
  • 조강욱

    2019.04.30 06:22

    저도 더 자주 쓰고 싶은데 먹고 사느라 시간이 충분치 않네용 ㅎㅎ;;

  • 김철규

    2019.04.26 10:06

    부지런한 별보기를 하셨네요. 감탄스럽습니다. ^^ Vela에 있는 성운들을 저는 언제나 한번 볼 수 있을까요... ㅜㅜ 그 옛날에 남아공에서 남천 대상들을 관측했다니 허셜 집안은 아버지나 아들이나 참 대단하면서도 부럽습니다.
  • 조강욱

    2019.04.30 06:31

    18세기 최고의 별쟁이 타이틀은 아무나 가질수 없겠지요 ㅎㅎㅎ

  • 최윤호

    2019.04.26 17:25

    뉴질랜드 스타파티에서는 주로 어떤 행사를 하는지 궁금하군요. 하늘이 너무 좋아 정말 모이기만 하면 스타파티 분위기가 될 거 같네요.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 조강욱

    2019.04.30 06:32

    스타파티 얘기는 다음편에.. ^^

  • 김민회

    2019.04.30 00:28

    적나라한 사진에 입체감 느껴집니다 이번엔 혼자 갔나보네요. 긴 여정에 빈 맥주깡통 내용물이 보약이었겠습니다.
  • 조강욱

    2019.04.30 06:38

    바빠서 그 맥주 한캔도 다 못마시고 잤다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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