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80617 별보기는 기다림의 다른말
  • 조회 수: 3177, 2018-10-28 15:17:02(2018-10-25)
  • ------------------------------------------ 17 June 2018 ------------------------------------------

    달 없는 토요일의 맑은 날씨. 
    방구석에 앉아 있다가는 천벌 받기 딱 좋은 날이다
    여러 산적한 현안들을 정신없이 해치우고 달 지는 시각에 맞추어 밤 11시쯤 Pakiri Beach에 도착하니
    낮의 파란 하늘은 어디가고 끝없이 구름이 흘러간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낮에 집안일(여러 산적한 현안)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갑자기 졸음도 밀려온다
    잠도 깰 겸.. 구름도 지나가길 기다릴겸.. 
    같이 동행한 한국 교민 한분과 별자리와 주요 명작들을 감상한다

    지난번 여기에 왔을 때는 직장 동료인 인디언 부부와 함께 왔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말고 인도 출신 진짜 Indian)
    고대 천문학의 발상지 중 하나라서 그런지, 
    이들은 별 그 자체보다는 행성의 위치와 별자리의 의미에 더 관심이 많았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인도에서 온 힌두교도인 Pranav의 와이프에게 28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여기가 뉴질랜드인지 인도인지 중국인지 어딘지 잘 모를 지경이다
    (3원 28수 개념은 고대 천문학의 근간인 수메르에서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전해졌다)

    은하수 사진 찍으러 오신 교민 사진작가 분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았다
    하늘은 여전히 오락가락 하고 거친 파도소리는 자장가로 들린다.
    관측 의자에서 한참을 졸다 일어나니 벌써 새벽 1시반이 되었다.
    그리고 하늘은 언제부터 열렸는지 셀 수 없는 잔별들의 향연….

    별을 보니 정신이 든다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하고 가야지

    북반구의 Leo Triple에 비견될 남반구의 Grus Quartet이 하늘 높이 떠 있다

    Grus Quartet_pic.jpg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래 오늘은 저걸 봐야겠다
    7천만광년 저편의 빛덩이 4개 말이다

    깊고 맑고 파란 무언가를 찾아 / 떠돌이 품팔이 마냥 / 
    친구 하나 찾아와 주지 않는 이곳에 / 별을 보며 울먹이네
    (김광석, 불행아 中)

    한참을 점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빛덩이들이 희미해진다.
    구름이네
    자자

    한숨 자고(졸고) 일어나서 별이 보이면 그림을 그리고 
    아직 안보이면 한숨 더..

    점 하나 찍고 기다리고
    구름 하나 그리고 기다리고….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은데 그리던건 끝내고 가야지
    별보기는 애당초 기다림의 다른 말이니.

    결국 동이 틀 때까지 Grus Quartet의 4개의 은하, NGC7552/7582/7590/7599와 (본의 아니게) 함께 했다

    [ 하룻밤치 Grus Quartet, Pakiri Beach에서 조강욱(2018) ]
    Grus Quartet_ori_180617(2000px).jpg


    아.. 좋다. 
    은하 무리는 언제 봐도, 어떤 조합을 봐도 기분이 좋다
    멀면 멀수록, 희미할수록.

    아무리 천천히 해도 2시간이면 끝낼 은하 스케치 한 장을 
    밤이 새도록 붙잡고 있었지만 
    대신 더 오랫동안 낯선 대상을 눈에 넣어놓을 수 있었고
    집에 가기 전에 아름다운 박명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6월 17일)은 호주 원정에서 돌아왔어야 하는 날이었다.
    야간비행 멤버들과 6월 10일~16일까지 호주 Coonabarabran에 원정을 가려고 
    비행기표까지 다 확보해 놓았는데
    결국 내가 못가게 되었다

    근데 뱅기표를 최저가로 구했더니 환불이 되지 않는 티켓이라..
    그냥 날리느니 호주 공항에서 원정대 멤버들 얼굴이나 한번 보고 오지 뭐..
    (취소는 안되어도 날짜 변경은 가능했다)
    시드니 공항으로 두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옛 친구들과 Say hello and say good bye.

    SYD1.jpg

    SYD3.jpg


    뭐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남반구 하늘이야 집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별친구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그 별친구들은 호주 쿠나에서 일주일 내내 
    몸살이 날 정도로 쉴새없이 매일 매일 맑은 밤을 보냈다고 하지만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난 공항에서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리고 2010년 1차 호주 원정에서 
    애써 외면한 (일부러 가지 않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가 보았다
    그때는, 시드니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서 먹을것만 사고서 "당연히" 바로 아웃백으로 향했다
    오페라하우스? 서큘러키? 시드니의 야경?
    “별보러 가서 딴짓 하면 천벌 받는다”
    천벌을 피하기 위해 눈 딱 감고 외면한 그곳에 가 보았다
    이건 원정이 아니니 천벌교 교리 예외규정에 들어가겠지!

    Opera1.jpg


    실제의 위용은 사진과는 또 다른 장대함과 감동이 있었다

    Opera2.jpg

    Opera3.jpg


    그리고 별쟁이의 눈에는.. 
    그 하얀 타일들이 모두 구상성단으로만 보였다
    깨알 같은 별들의 집합체 말이다

    Opera4.jpg








                                                                                                   Nightwid 無雲

댓글 4

  • 김철규

    2018.10.26 07:50

    지평선 바로 위로 감질나게 보일락 말락 하는 두루미 사총사... 언젠간 꼭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
  • 조강욱

    2018.10.28 15:15

    두루미 사총사를 쨍하게 보시려면 비행기를 타셔야죠 ^^;;;

  • 이한솔

    2018.10.27 17:27

    이번에 호주원정때 오페라 하우스 갔었는데 예상보다도 주위 풍광등이 아름답더군요 안보고 왔으면 서운할 뻔 했습니다.

    새로운곳에서 적응하랴 틈내서 별보랴 정신 없겠지만 강욱님도 조금 릴렉스 ~~ ^^

  • 조강욱

    2018.10.28 15:17

    오페라 하우스는 정말 의외였어요

    생각보다 넘 멋져서 ㅎ;;


    항상 바쁘기 피곤하게 사는 것은 세계 어딜 가도 똑같을거 같아요 

    전 어쩔수 없나봐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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