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 Dec 2017 - 크고 반짝이는 것
  • 조회 수: 2229, 2018-01-17 08:09:16(2017-12-25)

  • Warkworth 전파 천문대에서 전날밤 허기를 달래고,


    오늘은 며칠 전부터 관측 가겠다고 찍어놓은 날이다.


    오클랜드 동남쪽 해변으로 target을 정하고


    종일 구글 위성사진으로 해안도로를 샅샅이 뒤지며 관측지를 찾았다


    집 살 때도 이렇게 지도를 많이 보진 않았을 것이다.


    해변의 파도 소리와 맑은 별빛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파도가 거칠수록, 별빛이 영롱할수록 말이다.

     


    메인 도로를 살짝 벗어난 해변의 공터를 Plan A로 정하고 일찌감치 출발.


    오늘은 오클랜드의 교민(정윤희 선생님) 가족도 동참했다.

     


    한시간 반쯤 걸려 도착한 관측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좋았다.


    넓은 주차장, 어두운 하늘, 탁 트인 시야, 화장실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한국에서 별을 보는 별쟁이들한테 미안해질 정도랄까?

     


    슬슬 망경을 펴고 박명을 기다리고 있으니


    동네 주민 한 분이 강아지들과 산책하러 다가온다


    나는 매일 은하수 본다고


    바다 위로 떠오르는 달 본 적 있냐고.. 자랑 자랑..

     


    나도 물론 본 적은 있지만 그 아저씨처럼 매일 보지는 못하지..


    자기 집에 빈방 있다고 이따 피곤할테니 자고 가라 하신다


    인사말인지 진심인지까지는 구분이 어렵지만


    시골 인심은 한국이나 여기나 후하기는 마찬가지인가보다

     


    날이 저물때까지 사진찍기 놀이


    20171220_20181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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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20_204042.jpg


    20171220_204452.jpg



    Summer Solstice가 며칠 남지 않았다


    (여기 별쟁이들은 하지와 동지에 Happy Solstice!를 인사로 쓰기도 한다)


    한국에선 밤이 가장 긴 동지이지만


    지구 반대편인 여기선 밤이 가장 짧은 하지가 된다.


    (낮 시간은 한국의 하지보다 훨씬 길다)


    밤 10시가 넘도록 푸른 빛이 남아있는 하늘 아래서


    동행하신 교민 가족 분들과 주요 별자리와 Deep-sky를 감상하고 있으니


    예보에 맞게 하늘이 개이고 날이 어두워졌다



    (사진 출처 : 정윤희님 제공)

    20171221_215459175.jpg


    20171221_215501477.jpg

     


    구름도 없고 광해도 없는데 하늘은 충분히 어둡지 않다.


    몇년전 11월 서호주 자연의 창(Nature’s window)에서 보던 맑은, 그러나 밝은 밤하늘이 생각났다.

    (관측기록 참고 : http://www.nightflight.or.kr/xe/143443)


    하지에는 일몰이 되어도 태양의 고도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고


    지평선에서 살짝 아래쪽에서만 머물기 때문이다.


    7월에 보던 새까만 밤하늘과 수묵 담채화 같은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이유.

     


    어쨋든, 지난 새벽에 그리다 만 NGC104를 다시 잡았다


    나에게 5139와 104는 그저 경외의 대상이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할까?


    내가 어떻게 이들을 온전히 표현할수 있을까?

     


    난 그중에도 104번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별쟁이들을 쳐다보는 그 강렬한 눈빛은 볼 때마다 빠져들 것 같다.

     


    같은날 새벽과 저녁, 꼬박 2시간 반을 들여서


    NGC104를 완성했다


    [Tucana 47, NGC104, 검은 종이에 Gel Pen과 파스텔, Miranda에서 조강욱 (2017)]


    NGC104_20Dec17_2000.jpg

     


    수천개의 점으로도, 내 노력 만으로는 그 모습을 온전히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다만 내 눈으로 보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노란 눈동자는 흰색 젤리펜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서


    포토샵의 힘을 빌려본다


    NGC104_20Dec17_2000(Y Center).jpg


     


    아무리 열심히 점을 찍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상성단, NGC104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앞으로도 104는 몇 번이고 다시 그려볼 계획이다.


    다른 재료, 다른 느낌을 가지고


    내가 본 것을 온전히 담을수 있을 때까지..


     


    다음 대상은 Tarantula 독거미 성운.


    밤하늘의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대상인 LMC(대마젤란 은하) 내부에서도 가장 밝은 성운.


    북반구 관측자들의 wish list 중에 하나인 Tarantula..


    밝기와 규모로 보면 에타 카리나 성운이 일순위겠지만


    매력을 점수로 매길 수 있다면 대부분 타란튤라에 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까?


     


    한껏 가대를 품고 망원경을 돌려서


    아이피스를 쳐다보는 순간 한숨이 나온다


    이걸 언제 그리나..


    오래전 미술쌤의 조언을 생각하며


    가장 큰 골격부터 하나씩....


    디테일에 디테일을 더하며


    3시간을 투자해서 완성!


     

    [Tarantula, NGC2070,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Gel Pen, Miranda에서 조강욱 (2017)]


    NGC2070_21Dec17_2000.jpg



    독거미라기보단


    옆으로 누운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조금 괴기스럽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보기에는 적합치 않은 대상인듯.


     


    Tarantula를 서둘러 마무리 하는데


    성운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


    벌써 박명이다.


    20171221_045352.jpg



    은은한 파도 소리와 함께


    하룻밤이 지났다


    남천의 별들과 모두 만나려면 아직


    많은 밤이 남아있다


     


    나는 별을 보기 위해 산다


     


     


                     Nightwid 無雲


댓글 15

  • 김남희

    2017.12.25 10:48

    포샵 안한 104가 훨씬 맘에 듭니다. 진짜 수고 많았겠네요.. 어떤 사진 보다도 값지게 느껴집니다.^^
  • 조강욱

    2017.12.26 05:03

    실물은 뽀샵 처리한 노리끼리한 애가 더 사실에 가까운데..

    원본 맨얼굴에 더 마음이 가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케치는 역시 노가다의 맛일까요 ㅎㅎㅎ

  • 김민회

    2017.12.29 01:12

    뽀샵 안한 것에 한표.

  • 김재곤

    2017.12.25 17:09

    한숨돌리고 하늘을 보니, 흐림 흐림 흐림.. 별은 항상 그 자리지만, 내 몸의 시계들은 계속 흘러가니.. 그림으로나마 밤하늘 잠시 떠올립니다. 좋으네요..
  • 조강욱

    2017.12.26 05:07

    재곤형님 몸속 시계가 계속 흘러가고 있어요 서두르셔야 합니다~~ ㅋ

    그래도 별은 기다려 주겠지만요.. ㅎㅎ;;

  • Profile

    김원준

    2017.12.25 22:03

    나는 별을 보기위해 산다.
    참 인상적인 글귀입니다.
  • 조강욱

    2017.12.26 05:07

    이틀간의 관측기의 결론입니다 ^^

  • 김민회

    2017.12.29 01:15

    다음번 책의 제목으로 좋겠어요. 별을 보기 위해 남반구로 떠난 그대에겐 어울리는 문장이예요.  

  • Profile

    박상구

    2017.12.26 09:17

    스케치들이 다 엄청나군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상했네요. 잘 봤습니다. ^^
    그곳의 환경은... 역시 부럽네요 ㅎㅎ

  • 조강욱

    2018.01.02 15:21

    엄청난 대상들만 그리고 있으니 그런 거에요.. ㅎㅎㅎ

  • 류혁

    2017.12.26 18:06

    키티 망원경에 패치가 하나 더 늘었네요. ^^
    40분 거리에 홍천급 관측지에다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의 관측 생활이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거든 남섬 관측기도 올려주세요. ^^ 남섬 환경이 엄청 궁금합니다.
  • 조강욱

    2018.01.02 15:22

    모형을 만드시는 분이라 패치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다음엔 해변의 제 망원경 모형도 한번.. ㅎㅎㅎ

    관측기를 위해(?) 남섬에 망경 들고 함 가봐야겠네유

  • 최윤호

    2017.12.28 01:47

    오늘 한국 겨울 날씨도 예년만 못하군요. 내가 가고 싶을때 별 볼 수 있는 환경 부럽습니다. 한국인 별쟁이들도 많이 포섭해 주세요 ㅎ
    그리고 티비 화면 치직 그리는 듯한 104의 중심부는 정말 다시 보고 싶군요.
  • 조강욱

    2018.01.02 15:23

    한국인 별쟁이는 아직 접선을 못했다는..

    어딘가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ㅋ  ^^;;

    104 중심부는 가히 best of best라네...

  • 김승희

    2018.01.17 08:09

    진짜로 진짜로 넘사벽 점찍기의 경지에 이르신것 같습니다.
    후들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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