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171118 스타파티 관측후기
  • 조회 수: 3137, 2017-11-27 07:09:34(2017-11-24)
  • ▣ 관측지 : 횡성 천문인마을

    ▣ 관측일 : 2017년 11월 18일 19:50~ 02:40

    ▣ 관측장비 : 150mm 쌍안망원경

    ▣ 아이피스 : 20mm SWA

    ▣ 관측목록 : 허셀400목록

      - 카시오페이아(15) : ngc129, 136, 185, 225, 381, 436, 457, 559, 637, 654, 659, 663, 1027, 7789, 7790

      - 마차부(8) : ngc1664, 1778, 1857, 1907, 1931, 2126, 2192, 2281

      - 외뿔소(13) : ngc2215, 2231, 2244, 2251, 2264, 2286, 2301, 2311, 2324, 2335, 2343, 2353, 2506

      - 오리온(9) : ngc1788, 1980, 1999, 2024, 2022, 2169, 2185, 2186, 2194

      - 쌍둥이(8) : ngc2129, 2158, 2266, 2304, 2355, 2392, 2395, 2420

      - 큰개(2) : ngc2327, 2360

      - 삼각형(1) : ngc672


    한해가 이리 지나는가보다

     

    어느새 한해의 마무리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김장철이 다가왔다.

     

    어머니께서 김장한다고 모두를 소집하신 터라 나는 애들 3명을 거느리고(?) 고향 충주로 향한다.

    서울에 사는 누나 가족들도 모인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행복하고 고향에서 보내는 짧은 휴일은 다른 것과는 비교불가다.

     

    저녁 어두운 길 내내 충청도에는 살포시 비가 내린다.

    관측모임을 예정한 터라 늘 하늘이 신경쓰인다.

     

    가을가뭄에 내리는 비라지만 내 맘은 그게 아니지

    별지기를 자처한지 몇 해가 흘렀기에 늘 맑은 하늘을 원하는 마음, 특히 월령이 좋은 날이 다가오면 자연 일기예보를 보고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어느덧 습관이 되었으니 말이다.

     

    안시관측의 끝판모임이라 칭해도 부족할 것 없는 야간비행이 천문인마을에서 스타파티를 한단다.

    김장 때문에 충주를 가는 날짜와 일치하고 충주에서 횡성 천문인마을은 차로 불과 한시간 남짓한 거리라 마다할 이유가 없다.

     

    “why not?"

     

    언젠가는 한번 야간비행 회원과의 조우를 기대했고 천문인마을 또한 꼭 가보고 싶었던터라 김장을 하러 가는 길은 김장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보다는 관측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찼다.

     

    힘들어도 즐거운 그 무엇......

     

    아침에 눈을 뜨니 아침안개가 자욱하다.

    김장을 시작한다.

    나는 전날 만들어 놓은 무채에 고춧가루, 다진마늘, 새우젓, 매실액, 실파 등등을 넣고 버무려 김치소를 만들었다.

    미리 하신 절임배추를 내가 거실로 옮기면 어머니와 누님 그리고 조카(23), 큰딸(1), 아들(4), 막둥이(5) 여섯명이 김치를 만든다.

    결국 끝까지 남아서 김장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머니와 누님이지만....


    방 한쪽에서는 광양에서 공수해온 곶감용 감 한박스를 다 깎고....

    동경개와 진도개 사이에 태어난 강아지 세마리로 마음 또한 풍족하다.



     

    4시쯤 못되어 김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음이 급하다.

    지금은 출발해야 어두워 지기 전에 도착해 망원경을 세팅하고 주변도 둘러볼 수 있는데....

    어머니께서 그만하고 얼른 가라고 하신다.

     

    장비와 두터운 옷가지를 챙기고 막둥이 딸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따돌리고 바로 출발한다.

    150mm 쌍안망원경과 내 애마(2002년형 NF소나타, 50만원 주고 산 충주 관측용자동차)를 끌고 출발한다.

     

    하늘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하다.

     

    “couldn't be better!!!"

     

    남도는 단풍 막바지 절정으로 치닫지만 여긴 나무가 옷을 모조리 벗었다.

    그래도 군데군데 남아있는 가을의 색을 감상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달려간다.

     

    천문인마을에 도착했다.

    공기부터가 차다.

    심호흡 한번해 공기를 마시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고 시원하다.

    치악산 자락이라고 생각해 산으로 둘러 쌓였을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사방 시야가 확 트였다.

    주변 가로등은 전혀 없고 저녁 민가불빛만이 창밖으로 빼꼼히 내비치고 있다.

     

    낮은 대상 관측에 별 무리가 없겠는걸..”

     


      

    야간비행회원들 일부는 이미 망원경을 세팅해놓고 저녁 삼겹살을 굽고 있다.

    12인치, 18인치, 20인치....거포들이 줄서있다.

    궁극의 20인치, F3 돕소니안이 내 시야를 잡는다.

      

    “20인치에 F3이 말이 돼?”

     

    내건 18인치임에도 F4.5라서 높은 고도대상을 관측할라치면 받침대로 밟고 서야하는데 이건 그냥 의자에 앉아서도 관측이 될 듯 싶다. 


    장비감상을 뒤로하고 회원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조금은 어색한 만남을 짧은 대화로 풀어본다.

     

    안녕하세요..”

    ~~ ....혹시 목포에서 오신 김ㅇㅈ님이세요?”

    ...”

    반갑습니다.”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맛이 일품이다.

    간식으로 꽂감을 내놓으신다. 이 맛 또한 최고다.

    식사내내 관측에 대한 얘기를 이어간다.

    나의 관측지, 망원장비 등을 관심 있게 물어보신다.

    자연스레 낯선 이방인에서 별지기의 한 무리로 편입되는 시간이다.

     

    장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관측에 나선다.

    거포들의 위력, 고급 아이피스의 시상 차이점 등을 친절하게 시연해 보이신다.

    내것과 불과 2인치 차이인 20인치의 위력을 실감한다.

     

    메듀샤성운과 늘 관측에 실패했던 말머리 성운과 스테반 5중주를 보았다.

    궁극의 끝판왕이다.

     

    와우...말머리가 제대로 보이네



    오메 메듀샤 성운이 사진처럼 아래가 터진 공처럼 보이네


    (abell21)


     

    T형 모습 네 개의 중심성으로 모여있는 HCG 스테반5중주는 T형의 아래쪽 점의 은하가 제일 밝고 가운데 점에는 두 개의 은하가 모여있는데 그 두 중심성이 분해되어 보인다.

    (스테반의 오중주)

     

    안드로메다의 NGC891(GX)은 아이피스 안을 사선으로 꽉채우며 검은 암흑대가 제대로 보인다.


    조각가자리 NGC253(GX)는 안드로메다은하처럼 아이피스 전체를 채우고 288(GC)은 별무리가 분해되어 선명히 보여준다.

    (ngc253)


    (ngc288)


    Skull 성운 NGC246은 사진에서 보는것과 아주 유사한 모습을 내게 선사한다.

     

    정말 멋지다. 가운데 밝은 두별 주위를 감싸는 회색빛 성운이 확연히 보이네

    (ngc246)

      

     

    안드로메다 Pinwheel 은하 M33의 나선별 끝에 걸친 NGC604(GX) 밝기는 M33의 중심성보다도 밝게 보인다.

     

    “M33의 나선팔이 이리도 선명하네.”

    오메 NGC604M33 중심성보다도 더 밝네?”


    (m33)

    (ngc604)


     

    150mm 쌍안망원경이 눈에 차질않네

    고민이 생긴다.

     

    이미 큰 망원경으로 어두운 대상을 봐버린 탓에 오늘 내가 가져온 150mm쌍안망원경으로는 무엇을 봐야하지? ㅠㅜ....”

     

    잠깐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대안이 떠오른다.

     

    관측은 늘 어둡고 어려운 대상만 보는 것은 아니지.”

     

    산개성단 중심의 비교적 밝은 대상...

    그 중에서도 지금 시작하고 있는 허셀400목록의 산개성단을 관측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내 망원경 쪽으로 비로소 걸음을 옮긴다.



     

    허셀400 목록집을 편다.

    지금쯤 떠오르는 겨울철별자리 외뿔소자리, 오리온자리, 쌍둥이자리의 산개성단을 집중 겨눈다.

     

    겨울철 별자리는 유독 산개성단이 많지.”


      

    봄철의 처녀자리, 머리털자리, 가을철의 고래자리 등은 은하가 대부분이라 기간적으로나 망원경의 한계등급으로 보나 미리서 포기한다.

    (ngc2158)

    (ngc7789 캐롤라인장미)

     

    다가오는 봄철에는 거포망갱이로 허셀400의 은하를 집중관찰하고 이 겨울에는 150mm 쌍안망원경으로 관측을 해야지..”

     

    밤이 깊어 새벽으로 넘어가니 서녘으로 지고 있는 카시오페이아 허셀400의 산개성단을 집중 공략한다.

    아주 조그맣게 별무리들이 불규칙적인 모양으로 관측되고 어떤 것들은 아예 아주아주 좋그마한 구름덩어리로만 보여 진다.

    정확한 위치임에도 어두운 등급의 성단은 분해되어 보이지 않으니 소구경의 한계라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150mm로 구름덩어리 속의 별무리를 분해해 보려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는 나름의 논리로 애써 이 망원경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려 든다.

     

    그래...150mm 쌍안망원경의 존재 이유가 이런거 아니겠어

     

    한때는 어둡고 깊은 심우주의 대상을 찾고자 구경을 18인치까지 올려봤지만 그건 그거대로 이건 이거대로의 역할을 찾아 관측하면 되는 거겠지

     

    역시나 허셀400의 어두운 대상인 은하는 관측하기가 어렵다.

    10등급이 넘어가면 아예 패스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하다.

     

    기온이 내려간다.

    초저녁부터 온도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 입는 옷 정도로도 남도에서는 한겨울을 보낼 수 있지만 이거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될 정도로 강원도 산꼴의 온도는 살속까지 파고든다.

    외투하나를 더 걸치는 동작이 유연하지 않다. 미련곰탱이처럼 움직여야 한다.

    모자를 쓰고 넥워머를 해도 바람이 파고든다. 장갑을 끼었어도 손가락이 언다.

     

    0240분가지 버티고는 이윽고 철수한다.

    겨울철과 가을철의 허셀400 산개성단을 중심으로 관측을 무사히 마친다.

     

    야간비행에서 천문인마을에 미리 예약해 둔 방에 잠을 청하러 들어선다.

    이미 몇분의 회원들은 꿈나라 여행중이다.

    들어올때까지 2명이 남아서 관측하고 있었는데.....그 분들도 곧 들어오시겠지.

     

    이 시각 평택에서는 아마추어천문학회 스타파티가 진행되고 있겠지

    늘 이맘때면 그 쪽 모임에 참가를 했었는데.....

    올해는 이곳으로 왔다.

     

    2012년 말부터 시작했던 관측이 어느덧 만 5년을 넘어 6년째로 접어든다.

    그 사이에 2014년 아마추어천문지도사 3급, 2015년 아마추어천문지도사 2급을 취득했고 201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스스로 관측후기를  남기는것 같다.

      

    한적한 산골짜기에 작은 천문대 하나 짓고

    거기에다 게스트하우스 한 채 지어 놓고 여러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가며....

    별지기의 삶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드는 밤이다.

    Profile

댓글 8

  • 홍대기

    2017.11.24 04:00

    관측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고향 동네에서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길 바랍니다~ ^^

  • Profile

    김영주

    2017.11.25 03:26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인연을 이어가면 좋겠어요^^

  • 최윤호

    2017.11.24 17:57

    후기 올려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출발 시 부터 관측 끝날때 까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거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자주 뵙게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ㅎ
  • Profile

    김영주

    2017.11.25 03:27

    ㅎㅎㅎ....이리 예언을 해주시면 제가 자주 참석해야 할 듯 하네요.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 달려갑니다^^

  • 조강욱

    2017.11.25 06:27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못 가본 아쉬움이 조금은 달래지네요 ㅎㅎㅎ
  • Profile

    김영주

    2017.11.26 00:33

    처음 가본곳...처음 뵌분들...그럼에도 모두가 환대해줘서 잘 적응했네요^^

  • Profile

    박상구

    2017.11.26 22:43

    직장 일 때문에 만나뵐 기회를 놓쳐 아쉽습니다. 그래도 윤호님 말마따나 왠지 종종 뵐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
    흥미진진 관측기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김영주

    2017.11.27 07:09

    사실 전남에서 강원도까진 남서에서 북동으로 사선으로 가는 거리라 멀어요..엄청ㅠㅜ
    지난번 조경철천문대는 네비로 7시간...이래저래 쉬다가면 8시간이죠. 
    그럴찌라도 갈수있다면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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