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704 지구 반대편의 스타파티
  • 조회 수: 9745, 2017-05-14 16:36:08(2017-05-08)

  • 천문인마을에서 야간비행 정관이 있던 날.

    나는 오클랜드 시티에서 1시간 반쯤 가야 하는, Thames Bay 인근에서 열린 오클랜드 천문동호회의 스타파티에 다녀왔다

    아마도 동호회 창립 90여년 역사에 처음 참가한 Korean일 것이다

    전세계 어디나 그렇듯이, 별 보는 일은 중년 남성의 취미이다

    백인 아저씨와 간혹 그 부인들까지 50여명, 중국 인도 계열의 부부 몇 명, 그리고 나.


    그리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 백인 아재들의 영어는 내가 학교에서 오랫동안 배운 영어와는 많이 다르다. 

    간단한 안부인사조차 말이다

    제대로 못 알아듣고 말 못하는 바보가 되면 어떡하나..

    스타파티에 가는게 이렇게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다행히, 별쟁이는 별하늘 아래에서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그들도 내가 하는 특이한 작업과 내가 쓰는 특별한 장비를 이해하기 위해 

    조그만 동양인이 하는 서툰 발음의 영어를 귀담아 듣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말하기 위해 노력해 주었다

    (장비 세팅 중)
    준비중.jpg

    (망경 소개 시간. 이날의 가장 큰 망원경 앞에서)
    20설명.jpg

    (망경 주인 포즈로 한 컷! 관측 경력 45년 된 할아버지가 20" 미러부터 모든 것을 손수 제작하심)
    20인치.jpg


    낮에는 별쟁이들과 별보는 얘기와 별보는 장비 얘기를 하고 (대화 주제는 한국 별쟁이들과 다를바 없다)

    태양관측2.jpg

    준비중2.jpg

    (내 망원경, 특히 키티 문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음. Space Kitty라나..)
    kitty.jpg


    그리고 밤에는, 온 신경을 집중하여 점을 찍었다

    말이 부족하면 관측 실력으로 보충하는 수밖에.


    첫 관측 대상은 우주 최강의 산개성단 NGC 3532. 

    내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해 하는 형님들이 많아서

    들뜬 마음에 호기롭게 너무 어려운 대상을 정했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 

    많은 사람들이 내가 관측 스케치 하는 모습을 조용히 관측했다

    한국 같으면 '함 보실래요?' 하면 대부분은 얘가 제대로 그리고 있는지 상상화를 그리는지

    한번씩 아이피스를 보고 가는게 보통인데

    여기 회원들 대부분은 보여준다 해도 '집중해서 관측하고 있는데 방해 안할께' 하면서 굳이 사양을 한다

    흥미로운 문화의 차이..

    점찍기 5시간째, 더는 못하겠다. 여기서 종료.

    [ NGC3532 Wishing Well, 검은 종이에 젤리펜, New Zealand에서 조강욱 (2017) ]
    2000_NGC3532_170422.jpg


    다음 대상은 애증의 83번이다

    한국에서는 지평선 인근의 뿌연 하늘에서 그저 희미한 파전이나 녹두전 정도로만 보이는 아이.

    2010년 호주 원정에서 아름답고 날카로운 나선팔의 충격적인 비주얼을 감상하고서

    그 뒤로 83번은 더더욱 보지 않게 되었다. 호주에서 보던 것보다 안보일 테니까..

    뉴질랜드에서 Dark Sky에 나오면 남천 대상들보다 더 먼저 83의 맨얼굴이 보고 싶었다.


    [ M83, 검은 종이에 젤리펜, New Zealand에서 조강욱 (2017) ]
    2000_M83_170422.jpg



    밤에 별보며 하는 영어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난이도가 전화영어와 다르지 않았다.

    밤단체2.jpg

    ( 스타파티 타임랩스 동영상 : https://www.facebook.com/AuckAstroSoc/videos/1467123413348180 )

    영어 알아들으려 애쓰느라, 우주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어떤 산개성단의 점을 찍느라 배터리 조기 방전으로

    또 마침 구름이 점점 하늘을 덮고 있길래

    새벽 두시쯤 (스타파티 치고는) 이른 취침.



    ※ 더 많은 사진은 아래 페이스북 링크 참조
    https://www.facebook.com/plugins/post.php?href=https%3A%2F%2Fwww.facebook.com%2Fnightwid.cho%2Fposts%2F1304541282934312&width=500



    단체사진.jpg




                                                            Nightwid 無雲


댓글 24

  • 류혁

    2017.05.08 01:10

    오... 스케치 실력은 그대로인데... 머리 모양은 좀 변한건가요? ^^

    이런 남쪽 나라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 조강욱

    2017.05.10 09:13

    흠 미용실에서 졸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중학교 신입생 머리를 한 아저씨가 거울 앞에.. ㅠ_ㅠ

  • 박진우

    2017.05.08 05:18

    중간에 트윈스가 보이네요...
    요새 잘나가더라구요
  • 조강욱

    2017.05.10 09:14

    잘 나간다 하데요.. 트윈스가 선발야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ㅎㅎ

    근데 저는 한국야구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ㅡ,ㅡㅋ

  • Profile

    김원준

    2017.05.08 06:48

    앤디는 새로운 이름인가보군요ㅋ
  • 조강욱

    2017.05.10 09:15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영어 이름이죠

    그 근원은 기억 나시는지 모르겠지만 '슈퍼소년 앤드류'하고 

    쇼생크 탈출에서 기원합니다 ㅎㅎ

  • 김철규

    2017.05.08 09:12

    3532 스케치가 마치 실제로 보는것처럼 정갈하네요. 거기서고 좋은 작품 많이 보내주세요. ^^
  • 조강욱

    2017.05.10 09:15

    정갈하기엔 너무 별이 많지요 ㅎㅎㅎ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 이한솔

    2017.05.08 09:57

    결과물을 보니 3532스케치 하면서 후회 많이 했을듯...ㅋㅋ
  • 조강욱

    2017.05.10 09:16

    흠 형님 어떤 후회인지 아시죠? ㅠ_ㅠ

  • 김재곤

    2017.05.08 16:03

    본인은 사진에서 어디? 저만 못 찾은건지? 카메라 들고 사진 찍은 건가요?
  • 조강욱

    2017.05.10 09:16

    ㅋㅋ 왜그러셔요..

  • 천세환

    2017.05.08 17:42

    거기 사람들도 관측지 고민 하나요?
  • 조강욱

    2017.05.10 09:18

    더 가까운 관측지에 대한 고민은 호주 아웃백에 살지 않는 이상 다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ㅎ

    다만 여기는 dark sky에 대한 기준이 좀 더 높지요

    그래도 오클랜드에서 1시간반 운전하면 인제보다 하늘이 좋아요

  • 원종묵

    2017.05.08 18:59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 강욱님의 별보기 관측후기네요 ^^ ... 밤에 별보며 하는 영어의 난위도는 전화영어와 다르지 않아서 ... 이 말에 많은 공감이 가네요 ㅎㅎㅎ
  • 조강욱

    2017.05.10 09:19

    네 원종묵님도 업무 땜시 전세계의 각종 영어 액센트를 전화로 다 만나보시겠지요 ㅎㅎ

    앞으로도 실망 시키지 말아야 할텐데.. ㅋ

  • 홍대기

    2017.05.08 20:41

    지구 반대편에서도 열심히 점을 찍고 계시네요~. 그냥 종이 위의 점이 아니라 마치 별이 떠있는듯 살아있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 ^^

  • 조강욱

    2017.05.10 09:19

    별이 살아있게 만드는 방법을 최근에 배워가는 중입니다.. ^^;;;;

  • Profile

    박상구

    2017.05.09 02:18

    3532 아찔하네요.
    보고싶어요 다음 정관에 좀 가져오세요 ㅎㅎ ^^
  • 조강욱

    2017.05.10 09:28

    알겠심다.. 뱅기 티켓만 쫌 지원해 주세요 ㅎㅎㅎ

  • 김남희

    2017.05.10 09:31

    20"면 이제 야간비행에선 평균 사이즈인데요. 그쪽에선 최고 사이즈군요.ㅎㅎ
    새로운 세계에서 별이야기 맘껏 즐기며 들려주세요.ㅎ
  • 조강욱

    2017.05.14 16:34

    여긴 한국에 비하면 시골 촌동네 같은 나라에요 모든 면에서.. ㅎㅎ

    그래서 16인치 소구경(?) 정도로도 충분히 먹어줍니다 ㅋ

  • 김민회

    2017.05.11 02:41

    그곳 스타파티는 스폰을 받는가 보네요. 여유있게 양고기는 뜯으셨는지! 83이 저렇게 생긴건지 처음. 역대 본 산개성단 스케치 중 단연 최고봉.
  • 조강욱

    2017.05.14 16:36

    망경 회사랑 긴밀한 관계가 있지요.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저도 파악을 잘 못했어요 ㅎㅎ

    83은 정말 한국 별쟁이들이 호주 원정에서 꼭 봐야 할 Best 5에 든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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