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Dec 16 허기를 달래는 방법
  • 조회 수: 9552, 2017-01-01 02:25:00(2016-12-10)


  • [ 시야 확보 ]

    Auckland North Shore의 언덕길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는 

    동서남 각각 고도 2도 아래까지, 거의 지평선에 가깝게 하늘을 볼 수 있다


    덕분에

    서울에서, 한국의 관측지에서 고도 문제로 보기 힘들었던

    초승달과 그믐달, 수성 같은 애들을 거실에 누워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집밖에도 안 나가고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그린 월령 1.6일 달 그림 두 장..

    (아래 그림을 잘 보면, 초승달의 방향이 북위 37도와는 좌우가 바뀌어 있다)
    first_1.jpg

    first_2.jpg


    초승달과 그믐달의 아름다움은,

    그 반 이상은 하늘색의 덕이다



    아 참, 호주의 평원에나 가야 볼 수 있을줄 알았던 Belt of Venus도

    너무 허무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

    서쪽 하늘이 유난히 맑던 어느날,

    저녁을 먹고 발코니에서 비너스 벨트의 성장과정(?)을 감상하며

    2분에 한장씩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Venus_22Nov16.gif

    편하고 좋네!




    [ struggle for... ]

    물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한국말로 하면 하품나는 뻔한 얘기일 마케팅 이론을

    영어로 알아듣고 숙제 하느라 매일 매일 struggle 중이다

    우리 엄마가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셨었는데..


    오클랜드에는 Auckland Astronomical Society라는 꽤 큰 천문 동호회가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누가 불러주는 사람 없어도

    시내의 천문대의 휴관일을 택해 천문대 시설에서 하는 월 정기모임 날짜를 찾아서 

    그냥 얼굴을 들이밀었다


    현지인(?)들의 영어는 학교에서 쓰는 영어보다 3.7배쯤 더 알아듣기 어렵다

    한 20%는 알아들었을까..

    분명히 오리온 대성운 같은 내가 잘 아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데 

    대화에 제대로 끼어들 수가 없으니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다

    어디 가서나 남들보다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 안달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그래도 Stardome 천문대의 20인치 주망원경으로 도심에서 보는 Tuc 47(NGC 104)은..

    그저 모두에게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어찌 되었던 별보기는 같이 해야 더 재미있는 것이니까..

    어찌 되었던 여기서 계속 비벼 봐야겠다

    하늘의 길도, 땅의 길도, 세상살이도 하나씩 다시 배워 나가야지. 





    [ 낮 일 ]

    밤에 쓸 망원경은 아직 없지만 (야탑 김씨 장인께서 거의 다 만들었다는 전갈을 받았음)

    낮에라도 Lunt로 종종 허기를 달래본다

    22Nov16.jpeg

    4Dec16.jpeg

    6Dec16.jpeg


    2층 데크에 아예 테이블을 펴 놓고 가족들도 다 같이.

    1481281207606.jpg

    1481281206662.jpg


    (조예별님 & 마나님 작품)
    YB_YH.jpg



    [ 밤 일 ]

    근데, 아무리 태양별을 봐도 

    밤에 별빛을 보지 못하니 

    금단증상이 여기서도 변함없이 나를 괴롭힌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간, 

    오클랜드 남쪽 100km 거리의 Waikare 호수로 길을 떠났다


    구글 지도와 여러 정보를 조합하여 찾은 확실치 않은 정보를 가지고

    칠흙같은 어둠에 이국의 초행길을 달리려니 손에 땀이 나고 초조함에 가슴이 뛴다

    아무도 찾지 않는, 표지판도 없는 곳만 찾아다니는 별쟁이들의 숙명일까?

    다행히 구글 위성사진으로 수없이 이미지 트레이닝 하던 그 곳에 무사히 도착.


    아무도 없다

    폭 10km짜리 호숫가에 쉴새없이 치는 파도 소리만 요란하다

    그리고 하늘은.. 아! 엄청나다

    캠핑 의자에 누워서 오늘도 별자리 공부..


    남반구의 별자리들은 보면 볼 수록 날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면 LMC를 감싸고 있는 테이블산 자리는 5.2~5.5등급짜리 희미한 별 4개를

    간신히 찾아서 이어볼 수 있다. 주변에 더 밝은 별들도 있는데 말이다

    남반구의 별자리들은, 유명인사 몇을 제외하고는

    수메르 시절부터 5천년이 넘게 갈고 닦여진 북반구 별자리들과는 

    그 짜임새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나무 위로, 파도소리 위로 별들이 흐른다

    가만히 누워서 그 별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실은 바람에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것인데 말이다

    (Sky Safari 화면에 나뭇가지 자체(?) 합성)
    tree.jpg


    흐르는 별들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노래를 틀어본다

    비에 젖은 이 거리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려간다..
    (정태춘 : 92년 장마, 종로에서)

    돈 내고 다운받아 오길 잘했지.


    캠핑 의자에 누운 채로 문득 잠이 들었다

    (북극용 방한장비를 장착한 탓에 노지에서 잠을 자도 땀이 날 정도였다)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하늘에 엄청난 구멍이 보인다

    coal.jpg

    우와.... 누군지 석탄자루(Coal Sack) 이름 정말 잘 지었네..

    한참을 그 텅 빈 구멍을 보고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벌써 날이 밝았다

    밤새 철썩대던 호수도 어찌된 일인지 잠잠해졌다

    20161203_060819.jpg

    20161203_055956.jpg

    20161203_060824.jpg



    [ 믿을 수 없는 일 ]

    며칠 전, 뉴질랜드의 총리인 John Key가 갑자기 총리직을 사임했다

    8년간의 재임기간 마지막까지 지지율 50%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이 (5% 아님)

    확실시되던 3선을 앞두고 그냥 그만 두었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권력에의 집착을 버리겠다고 하는

    그의 사임의 변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Nightwid 無雲

댓글 12

  • 류혁

    2016.12.10 07:37

    뉴질랜드 지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군요. ^^ 좋은 관측장소 많이 찾고, 좋은 인맥 많이 만들어 놓으세요. ^^

    혹시 나중에 자매결연이라도 맺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 조강욱

    2016.12.12 18:24

    뭐 아직까진 할 일이 공부하고 별보는 일밖에 없어서.. ^^;;

    덜 바쁠 때 더 많이 해 보겠슴다~

  • 최윤호

    2016.12.10 08:15

    아 정말 남천 너무 가보고 싶네요. 도심에서 보는 104라 이거참.. 훌쩍 떠나보고 싶은생각 간절하네요 ㅎ


    빨리 영어를 배우세요!! 그래야 류혁님 말씀데로 현지 분들 소개라도 받죠 ㅋ

  • 조강욱

    2016.12.12 18:25

    도심에서 104를 봐도 깜짝 놀랄 만큼 보이더군요

    104가 잘난 건지

    하늘이 어두운 건지 ^^;;

  • Profile

    김원준

    2016.12.10 18:40

    올해는 지긋지긋한 여름을 두번 맞이하시는군요 ㅎㅎ
  • 조강욱

    2016.12.12 18:25

    ㅎㅎ 그래도 관측지에서 떠는 것보다는 더운게 낫습니다 ^^;;

  • 김철규

    2016.12.11 00:56

    그곳에서도 고수의 향기는 어김없이 피어나시는 군요. ^^ 저도 얼른 남천 가보고 싶습니다.
  • 조강욱

    2016.12.12 18:25

    아 아직 남천 원정 전이시군요

    기대하겠습니다 ^^

  • 천세환

    2016.12.12 03:54

    야탑의 김씨 장인님의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며 태양망원경으로 공허한 마음을 달래는 건 저와 같은데, 스케치의 질과 글솜씨는 차원이 다르네요. :)
  • 조강욱

    2016.12.12 18:26

    천세환님도 같은 애환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ㅠ_ㅠ

    망경은 없어도 머라도 허기는 채워야 해서.. ^^;;

  • 정기양

    2016.12.16 07:51

    잘 지내고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가시기 전에 보고 싶었는데 그만.....
    이제는 제가 가서 만나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듯 하네요. ^^
  • 조강욱

    2016.12.23 14:57

    결국 못뵙고 가게 되었네요 ㅠ_ㅠ

    이 핑계로 남반구 원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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