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40131 설날 기념 초신성 관측
  • 조회 수: 9596, 2014-02-26 20:48:24(2014-02-12)
  •  


    M82에서 초신성이 폭발한 이후,

    난 한동안 X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며 지냈다

    아니 그게 뭐라고,

    1200만년 전에 우주 저 편에서 별 하나 폭발한 것 뿐인데,

    1054년에 게성운이 폭발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으면서..

    그게 뭐라고 그렇게..

    아간비행 게시판에 공지를 올렸다가 회사일 때문에 철회하길 몇 번,

    이현호님이 보현산 82 번개를 올리셨길래 댓글을 달았는데...

    Screenshot_2014-02-11-08-19-27-1.png

     

    Screenshot_2014-02-11-08-20-36-1.png

     

     

    잠시 뒤 이현호님의 카톡 메시지 도착.

     

    Screenshot_2014-02-11-08-15-20-1.png

    Screenshot_2014-02-11-08-11-38-1.png

    Screenshot_2014-02-11-08-05-21-1.png

    Screenshot_2014-02-11-08-05-30-1.png

     



    원장님께서도 안달복달 하는 머슴이 보기 안타까우셨는지

     

    설날에 처가(울산)에서의 외출을 허하여 주셨다 ㅋ

    설날 당일, 10시간이 걸려서 울산 가는 길도 행복하기만 하다

    차 트렁크에는 망원경만 빼고(!) 관측과 스케치를 위한 모든 장비가 구비되어 있고

    하늘은 예보와 다르게 맑기만 하다

    부산의 이현호님과 약속을 하고,

    처가에서 저녁을 먹고 9시 좀 넘어서 호박소 관측지로 출발!

    혼자 뿐일 것이라는 이현호님의 말씀과는 달리

    석우님, 울산망치님이 와 계셨고

    얼마 후에는 간만에 장경훈님과 해후를 하고

    마지막으로는 이현호님의 부름을 받고 모모도사님까지 합류.

    작은 관측지가 시끌시끌하게 되었다 ㅎ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현호님이 부르신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이것부터 보시죠"

    "아니 그렇다면.... 그거?"

    "네 그거요"

    암적응도 제대로 안 된 눈으로 쳐다본 아이피스에는..

    희미한 멸치 한 마리 위에 눈부신 별 하나가 찍혀 있었다

    아! 초신성이 이렇게 밝을 수도 있나..

    감상의 느낌보다 M82 은하에 사는 외계인들은 무사한 것인지

    쓸데 없는 걱정부터 든다 ㅎ

    은하 밝기를 다 합해 놓은 것처럼 밝게 빛나는 그 별을 한참을 보고서

    멍하니 하늘 보고 있는데 이번엔 석우님이 부르신다

    "제 망경 쓰세요"

    사실 어떤 망경이라도 잠시 빌려 쓰려고

    망원경만 빼고 (ㅡ_ㅡ) 테이블 아이피스 화구 종이 등 관측 짐을 다 챙겨오긴 헸지만..

    그 아까운 관측 시간에 서브도 아닌 메인 망원경을 누군가에게 선뜻 내어줄 수 있을까?

    날씨 좋은 날엔 관측지에서 다른 분들과 대화도 잘 하지 않는 이기적인 Nightwid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ㅠ_ㅠ

    여튼.. 석우님의 라이트브릿지 12인치 돕에

    가져간 8mm Ethos를 끼우니 배율이 딱 맞는다

    중간 중간 오시는 분들 인사도 못 드리고 민폐 메뚜기 관측에 집중!

    처가까지 와서 관측하러 온 가장 큰 이유는 82번 스케치를 하고

    예전 스케치와 비교해 보는 거였는데..

    겨우 관측이 가능한 수준의 하늘에, 도심에서 1시간 떨어진 관측지에서 보는 대상이

    강원도 맑은 하늘에서 15인치로 그린 스케치만큼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

    보여야 할 구조가 보이지 않으니 마음만 더 조급해진다 ㅎ

    그렇다고 마냥 시간 끌고 있을 수도 없고..

    40분만에 초집중 날림 스케치 완성! ㅠㅠ

     

    140131_M82_Ori.jpg  

     

    82번은 은하 중간 중간의 쐐기 모양으로 인해

    머리 가슴 배도 아닌 3등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ㅎ

    초신성이 위치하는 곳은 가슴과 배(?)가 이어지는 부분.

    초신성 주변은 은하의 성운기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초신성이 더 두드러지는데,

    예전 스케치를 보면 초신성이 위치한 곳의 표면밝기가 그렇게 어둡지 않은데..

     

    (2010년 봄에 15인치로 천문인마을에서 관측한 82 스케치) 

    82_1.jpg


    관측 중에도 느낀 것이지만

    오리온 성운을 안시로 볼 때 트라페지움 근처가 어둡게 보이는 Dark gap 현상이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다

    여튼.. 초신성은 은하에 묻혀있지도 않고, 내가 본 그 어떤 초신성보다 찬란하게 빛난다

     

    이렇게 허무하게 밝게 빛나면

    99번 초신성은 무안해서 어떡하라고.. ㅎ

     

    (현재 초신성 폭발 모습 vs 4년 전 한창 젊을 때 모습)

    M82_비교.JPG  


    이현호님과 석우님은 그리 좋지 못한 하늘에서 10인치로 Leo1을 잡아놓고

    어 이상하게 잘 보이네~ 하신다..

    내 눈으로는 그냥 맨땅인데 ㅠ_ㅠ

    내가 십여년간 목을 매던 도전대상 관측을 때려치고

    메시에 스케치로 돌아선 것은 이런 관측 능력의 차이도 일조한 것 같다.. ㅎ

    여튼 무지개님과 석우님의 공통된 의견은,

    Leo1은 시상과 투명도가 아주 좋거나, 아님 아주 별로인 날에 잘 보이고

    어중간하게 좋은 날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

    나보다 눈 좋은 분들이 같은 말씀을 하시니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ㅎㅎㅎ


    낮 예보로는 밤 10시쯤부터 꽝이 되었어야 할 하늘이

    설날 특선인지 새벽 1시 넘어서까지 그럭저럭 버텨줘서

    준비는 했으나 기대하지 않았던 82번 초신성 관측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자주 보기 어려운 남쪽나라 별쟁이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


    울산망치님 테이블 정말 탐나던데요.. ㅎ
    다음 울산 갈 때 또 뵙겠습니다 ^^

    장경훈님 고양이 때문에 바쁘시겠지만
    별하늘 아래에서 자주 뵈었으면..
    다음엔 산전리로 찾아뵙겠습니다 ㅋ

    석우님 망원경 빌려주신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덕분에 초신성 즐감했어요 ㅠㅠ

    이현호님 발행해주신 쿠폰(?)은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ㅋㅋㅋ

    모모도사님 안시든 사진이든 우열은 없고
    자기 마음 가는대로 하면 되는 것이니
    그것 때문에 마음에 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다만 강원도든 집 앞이든 관측지에 자주 나가고
    밤하늘을 자주 보는 것은 별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SN2014J님 당신은 왜 이리 밝아가지고 사람들 눈 높이만 올려놓고..
    다음에 도착할 애들은 어떡하라고.. ㅎ
    여튼 1200만년 긴 여행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죽기전에 SN1987A 같은 육안 초신성을 볼 수가 있을까?

    1054년, 1604년, 그 다음이 1987년이면.. 거의 어렵다는 얘기인데..

    이거 확률을 높이려면 베텔게우스라도 살살 꼬셔봐야 하나 ㅠㅠ





                              Nightwid 無雲

     

     

     

댓글 8

  • 김철규

    2014.02.12 05:50

    너무 재밌는 관측기 잘 읽었습니다. 설날에 겨우 시간을 허락받으시어 초신성 관측이라니, 깜깜한 논두렁이 집 근처에 있는 제가 다 미안해지네요. ^^ 82번 초신성이 이토록 밝은축에 드는 건줄 몰랐네요. 저는 74번에 이어서 겨우 두번째 보는 초신성이라서요.....
  • 조강욱

    2014.02.13 00:17

    저는 4번째 보는 초신성인데, 그동안 봤던 애들하고 비교도 되지 않네요.. ㅎ

    그리고 Backyard 관측.. 저도 언젠가는 해 볼 수 있겠죠 ㅠ_ㅠ

  • Profile

    박상구

    2014.02.12 07:58

    퇴근길이 심심치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재미나게 읽었어요.
    야근 릴레이 중인데 관측 나가고 싶어 몸이 더 근질거리게 해주셨으니 책임지세요 ㅋ
  • 조강욱

    2014.02.13 00:18

    ㅋㅋ 책임지겠습니다

    다음 시즌에 처녀자리 은하단 스케치 같이 하시죠!

  • 이원세

    2014.02.12 22:08

    즐거운 시간 이셨겠습니다~
  • 조강욱

    2014.02.13 00:18

    별도 보고 사람도 보고..

    요즘은 사람 보는게 더 좋아요 ㅎ

  • Profile

    장형석

    2014.02.12 23:29

    명절에는 남쪽으로 가시는군요... 저는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석우님과 현호님의 눈은 정말 부럽기만 합니다.

    아. 이제 열흘만 참으면 다시 별보러 나갈텐데... 왜이리 시간이 안가는지..;;;
  • 조강욱

    2014.02.13 00:21

    야간비행에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사기캐릭만 있는게 아니라 사기눈도 있어요..  =_=;;;

    열흘이 참기 어려우시다면..

    달과 행성을 보면 됩니다 ㅋㅋㅋ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279 김남희 10271 2016-12-11
278 조강욱 10290 2009-04-08
277 김경식 10291 2003-04-15
276 김경식 10296 2004-12-20
275 김경식 10314 2003-07-07
274 조강욱 10326 2017-08-26
273 임광배 10370 2015-10-17
272 박한규 10387 2012-10-15
271 김남희 10393 2012-10-20
270 김남희 10396 2014-01-04
269 김경식 10404 2003-05-17
268 김남희 10414 2011-11-27
267 김경식 10418 2003-04-15
266 김경식 10448 2004-06-30
265 조강욱 10450 2016-12-23
264 김경식 10474 2003-05-16
263 조강욱 10523 2013-04-16
262 조강욱 10533 2015-04-09
261 조강욱 10566 2015-12-24
260 김경식 10572 2003-04-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