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13-10-09 벗고개 관측기
  • 조회 수: 4891, 2013-10-14 09:09:51(2013-10-11)
  • 다시 휴일이 된 한글날. 지난 주말 황금 기회를 야근때문에 놓친 아쉬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에  다음날 출근의 압박이 있지만 모르겠다 일단 벗고개로 달렸습니다.

    8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김원준님, 김철규님도 조금 전에 도착하신 듯 합니다. 김원준님께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네요. 가족이 모두 관측하러 나오신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

     

    하늘은 구름에 절반 이상이 덮여있었는데 장비 설치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니 좋은 하늘로 바뀝니다.
    언제나와 비슷하게 남쪽 하늘은 비교적 높은 곳까지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쪽과 동쪽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제 눈에는 백조 날개 δ별 서쪽 옆의 5등성이 보일락 말락, 안드로메다 은하 아래 ν별(4.5등성)은 잘 보입니다.
    별들이 점으로 가만히 있는 상태로 보이고 망원경으로 본 잔별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있는 것으로 보아 시상도 좋아보입니다.
    다만 공기가 눅눅하고 책상이 2,30분만에 축축해지는 느낌이어서 습기는 시간이 갈수록 큰 방해꾼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날 본 대상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M72와 M73 : M72는 매우 흐리고 작은 모습이었는데 이날 남쪽 아래 방향이 영 좋지 않아서 그렇게 보인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M73은 분명히 성도에서 있다는 자리를 찾아갔는데 산개 성단은 없고 Y자 모양을 한 별 4개가 '뭐! 왜!' 이러더군요 ㅋ. 잠시 당황스러웠는데 메시에 중에 하나 껴있는 asterism이 바로 이놈이었구나 했습니다. 좀 허탈하기도 하고 나름 신선하다는 생각도 좀.. ^^

     

    - M74 : 지난번 벗고개 매수팔에서 이한솔님 18인치로 초신성과 함께 보았었고, 이후에 한달 전 인제에서는 제 12인치로도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보았었는데 이번에는 고도가 좀 낮은 때문인지.. 어떻게 보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안보이는 상태였습니다. 인제와 벗고개가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NGC 147, 185 : 안드로메다 은하의 동반 은하라는 147과 185를 찾아보았습니다. 185는 쉽게 찾아지고 부옇게 보이는 원에 가까운 타원형의 모양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147은? 어렵습니다. ㅎㅎ 망원경을 흔들어보면 시야 내에 분명이 뭐가 있습니다. 계속 보고있자니 남북으로 약간 비스듬히 긴 타원 모양이 보이는듯 마는듯 잠깐 나타났다 말아 애를 태웁니다.

     

    s_ngc0185.gif  s_ngc0147.gif

    ngc 185, ngc 147 

     


    - 카시오페이아 자리 산개성단들 : M52는 '별' 모양 별 배치를 확인하면서 반짝이는 별들을 감상했는데요, 카시오페이아 β 별에서부터 찾아올라가는 길이 좀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고생하며 별 배치도 기억해놨으니 찾아 올라가던 길에 있는 7790, 7788을 위시한 산개성단 무리를 보기로 했습니다.

     

     

    M52-ngc7788-map.PNG

    M52를 찾아간 길과 NGC7788을 찾아간 길 

     

     

    다시 카시오페이아 β별로 돌아가니 일렬로 늘어선 7788 산개성단 무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7788 산개성단 무리라고 부른 이유는 이름도 입에 잘 달라붙지만 이날 7788을 아주 인상적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중앙부에 있는 밝은별 옆에 바짝 붙어 잔별들이 둥그렇게 밀집된 좁은 영역은 마치 미니 구상성단처럼 별이 잔뜩 들어찬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아래 그림 7788 영역 원 안에 작은 원 부분)

     

    7790은 동서 방향으로 두줄로 배열된 비교적 밝은 별들 6개가 작은 술통처럼 보입니다.(아래 그림 7790 영역 안에 선으로 표시) 동쪽 방향으로 잔별들이 더 많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느슨하게 보이는 성단이 버클리58(Be58)이고 7788 위쪽으로 하버드21(Ha21)이 별 몇개 엉성하게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고 다시 그 위에 king12가 조금 밀집된 모양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성단들보다 훨씬 작은데도 각자의 개성있는 모습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워낙 그 부근에 별이 많이 모여있지만 역시 성단이라고 불리는 놈들은 눈에 띄기는 띕니다 ㅋ


    마지막으로 β별 남쪽으로 내려가 이제는 익숙해진 7789의 무수히 많은 별들과 그들이 이루어 만든 꽃을 감상하며 카시오페이아 산개성단 관측을 정리했습니다. 다음번 기회에는 M103 부근에 모인 산개성단들을 보아야겠습니다.

     

    ngc7788+7790.jpg

    NGC7788 산개성단 무리 

     

     

    - 쌍안경 관측 : 관측 도중 김철규님이 가져오신 쌍안경을 구경하게 되었는데요, 구경 90mm인데도 무게가 생각보다 가벼워서 손으로 들고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요즘 쌍안경을 자주 얻어보게 되는데, 저도 하나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중입니다.

    예전부터 쌍안경으로 관측할 때마다 즐겨보는 켐블의 폭포와 얼마전 김남희님 소개로 알게된 이중성단 옆 우는아이 혹은 근육맨을 재미나게 감상했습니다. 켐블의 폭포는 밝은 별들이 졸졸 흘러내려가 ngc1502에 모여 고여있는 모양처럼 보여 멋진 모습입니다.

     

     

    Kembles_cascade_map.PNG

    성도에 표시된 켐블의 폭포

     

     

    - 다음번 관측 대상 후보 : 김원준님께서 보여주신 스노우볼 성운(ngc7662)과 김철규님께서 보여주신 해골 성운(ngc246)이 있습니다. 7662는 필터 없이 그렇게 진하게 보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흐릿하지만 한쪽이 열린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해골은 UHC 필터를 끼우고 김철규님 12인치로 보았는데, 필터를 나도 하나 마련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의 압박과 이슬의 습격으로 1시쯤 자리를 접었습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M76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자꾸 소매를 잡아당겼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것의 반밖에 보지 못했지만 카시오페이아 산개성단 무리들을 잘 감상한 것 만으로도 이날의 수확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인제에 다녀온 이후에 내가 보는 것들은 다른 분들은 이미 대부분 많이 관측해보신 쉬운 대상들인데 굳이 관측기 또 올리는게 자리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눈을 가진 자가 보급형 12인치로 본 대상들의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쓸만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회 있을 때마다 관측기를 올려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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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Profile

    김원준

    2013.10.11 22:29

    처음부터 고수는 그 누구도 없겟지요^^
    저도 가끔 남들 다 보고 대부분 알고 잇는건데 이렇게관측기를 올려야 하나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근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게 남을 보여주기 위한것도 잇지만 자기자신의 기록이기도하니
    관측후엔 의무적으로 올리셔도 무방할듯 합니다.
    썰렁한 야간비행보단 왁자지껄한 야간비행이 더 좋습니다 ㅎㅎ

    그리고 쌍안경 관측하실땐 조그만 삼각대도 같이 준비하시는게 좋습니다.

    제가 항상 4인치 쌍안경을 동반해서 가지고 다니는게 쌍안경은 그 나름대로의 정말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저는 망원경과 쌍안경은 전혀 다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Profile

    박상구

    2013.10.11 22:47

    ^^ 감사합니다. 관측기 쓰는 것도 제게 재미를 주어서 다행입니다.

    쌍안경으로 보는 대상은 그 나름의 매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50mm 쌍안경을 잃어버렸는데 이제 새로 하나 들이는 것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 김남희

    2013.10.11 23:08

    멋지고 가슴설레게하는 관측기입니다.ㅎ 185, 147 전에 전초전으로 278을 관측해보세요.. 세개의 순서가 점점 어두워져.. 한 대상이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항상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으시네요. 또 필드에서 만납시다.^^
    그리고 관측기는 필수 사항입니다.^^
  • Profile

    박상구

    2013.10.11 23:34

    바로 근처에 278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 버렸었네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

    다음에 볼 때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관측기도 열심히 쓰고요 ^^

  • 김철규

    2013.10.11 23:08

    좋은 관측기 감사합니다. 저는 김원준님 망원경에 정신이 팔려서 진도를 많이 나가지 못했는데 박상구님은 진도를 많이 나가셨네요. ^^;
  • Profile

    박상구

    2013.10.11 23:41

    저는 오히려 김원준님 망원경을 좀 더 얻어볼걸 하고 아쉬워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

    워낙 타고나길 느리고 굼뜬지라 계획한 일들을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는 압박을 항상 받고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다음엔 좀 더 구경할 기회를 얻어 봐야겠습니다. ^^

  • 조강욱

    2013.10.14 06:33

    저도 73번의 일성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
    생각난 김에 메시에 110개 인터뷰를 모두 따 보면 어떨까요?
    릴레이 인터뷰 식으로 ㅎ;;;

    참 그리고 제가 항상 헤메는 52번 길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Profile

    박상구

    2013.10.14 09:09

    ^^ 릴레이 인터뷰 재미있겠는데요. 상상력이 풍부하신 강욱님께 토스.. 하면 되는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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