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산개성단의 미학 - 상상력의 진검승부
  • 조회 수: 9316, 2012-09-28 21:18:59(2012-09-27)
  • <일러두기>

    안녕하세요.

    전 부산에 살면서 안시를 하고 있는 이현호라고 합니다. 주로 별하늘지기 내에서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별하늘지기에서 조강욱님을 처음 알게 되어 그간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얼마전 별하늘지기 카페 내에 올린 이 글을 야간비행에도 공유해달라고 하시더군요ㅠㅠ

    경력도 일천한 제가..고수분들께서 즐비한 이 곳에 글을 올리기 무척 두렵습니다만

    야간비행의 좋은 글을 별하늘지기에도 공유해주시는 조강욱님의 말씀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그간 눈팅만 해오다가...이제사 첫 글을 올립니다.

    무지개는 별하늘지기에서 사용하는 제 닉네임입니다.

     

     

    무지개입니다.

    오늘은..후기가 아닌 저만의 별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망원경을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 처음으로 보게 되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달 그리고 행성 같은 태양계를 제외하면, 딮스카이로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을 제일 처음으로 봤을 것이라는 것에 한표 던집니다.ㅎㅎ (아! 안드로메다은하도 있군요ㅠㅠ)

    이중성단은 제가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빠졌던 최초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처음 느낌은 형형색색의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했습니다.

    이날 이후 전 산개성단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제 6등급 성도에 실려있는 산개성단만큼은 이잡듯이 뒤져서 봤습니다.

     

    그런데...산개성단을 보는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그것을 전 "상상력의 진검승부"라고 요약합니다.

     

    1. 진검승부

     

    밤하늘의 딥스카이를 보려고 할 때는 여러가지가 필요합니다.

    더 좋은 장비(대구경망원경)가 있으면 아무래도 더 잘보이지만, 보는 실력(눈훈련)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력은 많은 관측 경험에서 우러나 몸에 베여드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만, 모든 별지기가 다 똑같이 보는 것은 아닙니다.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은 곧, 한 날 한 시 한 곳에서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별지기라도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고수는 고수만큼, 중수는 중수만큼, 하수는 하수만큼 관측합니다.

    똑같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실제로는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라니....억울합니다.ㅋㅋ

     

    그러나 여러 천체 대상 중에서 우리 은하 내에 속해 있는 딥스카이인 산개상단만큼은

    관측치의 차이(도시 외각과 깊은 시골 산속), 보는 사람의 실력 고하, 장비의 대소, 나이와 관측 경험의 장단을 떠나

    그리 큰 차이 없이 제 모습을 올곧이 보여줍니다.

    다른 대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대상이라는 m31 안드로메다은하 조차 그 암흑대를 보려고 한다면 관측지, 경험, 노하우, 장비 등등 여러가지가 수반되어야 하죠.

     

    우리는 세상살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여러 계급장을 달고 있습니다. 나이, 학벌, 지위, 지식, 수입 등등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이러한 계급장을 떼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참으로 요원한 일입니다.

    계급장이 없는 사람은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고 할터이고, 계급장을 달고 있는 사람은 계급장을 떼고 붙는 위험한(?) 모험은 하지 않을 겁니다.

    밤하늘관측에서도 적용되는 이러한 계급장은, 유독 산개성단에 있어서 만큼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ㅎ

     

    이러한 의미에서 산개성단이야말로 전 모든 별지기가 큰 차이 없이 그 묘미를 감상할 수 있는 천체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고수 VS 하수, 대구경 VS 소구경의 대결이 가능하죠.

    계급의 구속에서 벗어나 모든 별지기에게 "자유"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산개성단의 이러한 특징을

    전 밤하늘관측의 "진검승부"라고 생각합니다.

     

     

    2. 상상력

     

    산개성단 가장 큰 미학을 전 '연상' 또는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라고 물으신다면, 정답은 바로 "보이는 대로 연상하세요" 입니다.

    만약 산개상단의 모양을 다른 사람하고는 달리 독특하고 자유롭게 해석하셨다면 그건 곧 산개상단이 우리에게 주는 '자유'라는 메세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아름다운 산개성단의 최고봉으로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을 꼽습니다.

    전 그 중에서 특히 869를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일전 12"로 50mm, 42mm, 30mm, 25mm, 20mm, 15mm, 9mm, 6mm의 아이피스로 배율을 달리하며 본 적이 있는데

    배율이 점차 높아지자, 최저배율에서 별무더기로만 보이던 대상이 가운데 +또는 X字 암흑대가 보이고 주위의 각각의 별들이 대략 원형을 이루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별들의 밝기 및 색깔도 각각이었구요.

    전 그 모습에서 잘난 놈 못난 놈, 가진 놈 없는 놈 등등이 한 데 어우러져 만들고 있는 질서정연한 조화를 보았습니다.

    그게 곧 세상살이의 모습이라고도 생각했구요.

    망원경으로 별을 처음 보는 여자분께 보여드렸더니 네일아트같다는 대답이 마음에 남더군요. 아 그렇게도 보시는구나~

     

    m35는 제가 처음으로 특정한 모양을 연상했던 천체대상입니다.

    SK텔레곰의 T를 연상했었죠.

    이때의 후기에 조강욱님께서 답글을 달아 주신 이후

    전 제가 별들이 이어진 스타체인을 중점으로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별들 사이의 공간에 더 초점을 두고서  T 字모양으로 보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별들을 보건 별들 사이의 공간을 보건 그것도 "자유"입니다.

    이 대상은 부천동 김종래님의 따님(중3쯤)이 문어소세지같다고 한 이후 저 역시도 문어소세지로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m11 야생오리 산개성단으로 유명하죠.

    그러나 제 눈엔 아무리봐도 야생오리같지가 않습니다.

    일전 궁수님께 설명을 들었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 눈에는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리고 양 날개를 위로 올려 전체적으로는 하트모양을 이루고 있는 독수리처럼 보일 뿐입니다.

    흡사 유럽 어떤 가문의 문장 또는 나치 표기를 보는 듯도 합니다.

     

    m21 석호성운 및 삼렬성운의 그늘에 가려져 그닥 주목을 못받는듯 합니다.

    전 이 모양이 어떤 물고기 같이 보이더군요. (정확한 물고기 이름은 아직 찾는 중입니다)

     

    m34: 나비성단이라 불리우는 m6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m34가 더 나비같습니다. 처음 볼 때부터 그랬습니다.

     

    마차부 ngc1893 : 별 배치가 신기하게도 페르세우스 별자리 모양이 떠올랐습니다.

     

    기린 ngc1502 : 첫 느낌은 쩍벌남이었습니다. 근데 밝은 별 두 개가 미묘한 위치에 있습니다.ㅋㅋ 

     

    페르세우스 ngc1528 : 한쪽 발로만 서있는 늠름한 수탉의 모습이었습니다

     

    외뿔소 ngc2301 : 두 날개를 쫙 펴고 날아가는 기러기 같았습니다. <추후 확인해보니 밤보석에는 큰 새 성단이라고나오더군요> 

     

    이상의 언급은 제가 관측 도중에 산개성단을 보면서 연상했던 것입니다.

    근데 이게 정답은 절대 아닙니다. 저만의 생각일 뿐이죠.

    저만의 생각이라는 그것 자체가 바로 산개성단이 갖는 미학입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어떠한 연상도 허락하는 상상력의 자유!

     

    예전, 어느 영화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락 음악이 시끄럽다고 하자 옆사람이 '락을 시끄럽다고 느끼는 그 순간 넌 한 물 간거야' 라는 대화만은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끝없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밤하늘의 무수한 산개성단을 찾아보면서

    이젠 한물 간 세대에 속하는 전 도리어 락을 즐기는듯한 그 청춘의 열정을 밤마다 새록새록 뿜어냅니다.

    그래서..조금 실력이 늘었나 싶어 보현산에서 16" 부둥켜안고 은하를 찾아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오늘도 하늘 벌건 명품농원에서  

    제 상상력이 메말라 건조해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10"로 산개성단을 찾아봅니다.

    그렇기에 산개성단이야 말로 제 별 생활에 있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케하는 거울과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추신

    1. 꿈보다 해몽인 듯하여 송구합니다.

    2. 그냥 제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혹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무지개 저놈이 관측 경력이 일천하여 그런 것이구나...허허 하고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8

  • 김남희

    2012.09.27 07:47

    멋진 글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그러잖아도 얼마 전 강욱님, 한솔님께 얘기 들은 분이시군요.^^

  • finkyuri

    2012.09.27 18:49

    안녕하세요.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지만...저하고 세번쯤 인연이 있으십니다^^
    1. 제 파인더브라켓을 구매하셨습니다. 이때는 문자로만. 사실 이당시 누구신지 기억을 못했지만, 야간비행에서 자작 사진을 보고 아 이분이셨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2. 12" 내놨을 때 제게 전화주시어 한 번 통화했었습니다. 이때 조강욱님을 두고 하신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ㅎㅎㅎ
    3. 장비 업글하신 걸 모르고 미드 브레이크 때문에 제가 전화드렸었습니다.
    야간비행 첫 글에 첫 댓글까지...인연이 남다릅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ㅠㅠ) 
    제일 아랫동네에 살고 있는지라.. 뵙는 것은 (1년에 한 번 조차)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만...
    저야 자주 관측나가는 편이니..가끔씩 관측기도 올리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남희

    2012.09.27 21:06

    이현호님이 finkyuri님이신가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3번은 확실히 기억이 납니다.^^

    인연이 있는것 같습니다. 반갑네요...  남쪽 어디에 계시나요? 담주에 남쪽나라 가는데.......ㅎ

  • 이현호

    2012.09.27 23:51

    전 부산삽니다. 댓글에 댓글을 다는 방법도 제대로 모르고..이궁 죄송합니다.ㅠㅠ

  • 이한솔

    2012.09.28 03:25

    김경싟님과 김남희님 뒤를 잇는 산개성단으로 그림그리기 전문가의 등장이시네요....
    강욱씨와 만나면 자주 하는 얘기중에 하나가 "우리는 왜 그림이 안떠오를까 ?"입니다.
    행복한 관측 되세요....
  • 이현호

    2012.09.28 05:16

    들풀님이시죠?^^

    마찬가지로 제 초반 후기에 좋은 댓글 달아주시어.. 혼자 외롭게 안시하고 있을 때 많은 힘이 됬더랬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강욱

    2012.09.28 17:22

    ㅋㅋ 천벌교의 수석 전도사님 안녕하십니까..

    한솔님과 이야기하면서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의 산개성단 관측법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ㅎ
    저도 공대 출신이라 그런지 산개성단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는 참 어렵고요.. ^^;
    대신 저는 별들 사이의 전체적인 구조와 조형미를 뜯어보는 것, 그리고 세부의 특징적인 디테일을 찾는 것을 좋아하죠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유려한 문체를 가진 분들이 부럽긴 하지만
    단기간 노력한다 해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ㅎ;;

    앞으로도 즐거운 관측기록과 관측철학 많이 공유해 주세요~!
  • 이현호

    2012.09.28 21:18

    이궁 감사합니다.

    그간 조언받았던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니...

    딱 이 순간에 저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너무나 잘 아시는 듯합니다.

    역시나 교주님 손바닥 안의 신도입니다.ㅠㅠ^^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569 김경싟 8100 2012-10-14
568 이현호 10134 2012-10-10
567 조강욱 10001 2012-10-01
566 이한솔 6057 2012-09-28
565 김남희 11707 2012-09-27
이현호 9316 2012-09-27
563 조강욱 11235 2012-08-14
562 김병수 7067 2012-08-14
561 김병수 12616 2012-07-07
560 김병수 9083 2012-07-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