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10831 Pease1, 십년의 염원 - 인제
  • 조강욱
    조회 수: 37175, 2012-02-24 02:18:48(2011-09-03)
  • 10년 여름은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12주 연속 비오거나 흐린 토요일이 이어졌었다

    올해 여름은, 작년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혁대장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에서 별보는 취미란 쿨러닝이란 비유가 딱 맞는다 ㅡ,ㅡ;;

    6월5일 인제 관측 이후 영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8월의 마지막날 드디어 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러나 오늘은 수요일.

    김원준님의 번개 공지 글에 못 간다고 답글을 달고서도 눈은 창밖의 파란 하늘과 기상청 예보만 쳐다보고 있다

    집근처에 갈만한데 없을까 하여 여러 관측지 정보를 알고 계실 것 같은 한솔님께 전화를 드렸다가

    괜히 번개 뽐뿌만 더 받고.. ㅡ_ㅡ;; 결정적인 한마디..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야 되더라고요"


    잘 다녀오시라고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얘기가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09년 여름 이후, 주중에는 번개를 가지 않겠다는 원장님과의 약속을 2년째 실행하고 있는 중..

    하지만 금단증상의 폐해를 잘 알고 계신 우리 원장님!

    대승적 차원에서 주중번개를 흔쾌히 許해 주셨다 ㅎㅎㅎ;;;;


    부서원들이 모두 저녁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특별한 일 없으면 당연히 야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 그길로 바로 과감하게 탈출!!

    스케치 도구는 모두 우리집에 있고 망경은 부모님 댁에 있는 상황..

    바로 길음뉴타운 부모님 댁으로 가서 진삽이를 챙기고 아버지께 흰종이와 샤프와 자동차를 빌려서 8시10분에 길음뉴타운에서 출발!

    2시간10분만에 인제 관측지에 도착했다

    도착하여 본 하늘은.. 주중 번개에 따르는 모든 걱정거리를 깨끗이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ㅠㅠ


    =============================================================================================

    관측지   : 강원도 인제군

    관측자   : 최형주, 김지현, 이한솔, 김병수, 최승곤, 김원준, 조강욱, 서천동 김광욱님 외 1분

    관측일시 : 2011.8.31 10:30 ~ 9.1 01:30

    하늘상태 : 한계등급 6.0, 시상 5/5

    관측장비 : Discovery 15inch dob

    =============================================================================================


    한솔님이 한시간여의 노력 끝에 Pease1을 보셨다고 (본 것 같다고) 하신다


    ※ Pease1 소개 자료
    http://www.nightflight.or.kr/xe/inform/30445


    암적응 충분히 한 뒤 도전해 보기로 하고,

    서둘러 망경을 세팅하고 승곤님과 오프닝으로 B110~113번과 B142~143번을 관측했다

    암흑성운이 취향에 맞으시는 것 같은데.. 조만간 40mm 아이피스를 하나 영입하시지 않을까.. ㅋ

    한솔님 18인치 UC로 Pease1에 도전하기 전에.. 목욕재계 한다는 생각으로 내 15인치로 키스톤 찾기 연습을 했는데

    진삽이로도 키스톤 A B C D 별이 모두 보인다




    어? 그럴리가 없는데..?

    별상은 포기하고 본다고 생각했던 우리 진삽이,

    한솔님의 원포인트 광축 레슨 이후 새사람 아니 새망경이 되었다

    15인치로 Pease1 워밍업을 10분쯤 하고나서 OⅢ를 손에 들고 18인치 발판에 올라섰다


    ..................

    내가 Pease1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2001년 9월 16일이었다

    아직 진삽이가 나에게 넘어오기 전, 계방산 주차장에서 원주인인 병화형님과 한몸이 되어

    밤새도록 수십개의 대상을 뚜드려 패고 있었는데

    한쪽 구석에서 밤새 한마디 말도 미동도 없이

    스케치에 집중하던 윤정한 형님이 새벽에 장비를 정리하면서 한마디 건네셨다

    "15인치면 Pease1 정도는 봐야지.."

    ..................


    시간은 정확히 10년이 흘러 2011년 9월이 되었다

    완벽한 장소와 장비와 준비.

    (6년 전에 첫 시도를 할 때도 완벽한 조건이라 생각했었지만.. ㅡ_ㅡ;;)

    발견된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밤하늘의 신입생.

    전 하늘에 4개뿐인 구상성단 내의 행성상성운..

    그 이름값 만큼이나 Pease1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래 관측기에서 한솔님께서 지적하셨듯이, 아이피스 앞에서 손으로 OⅢ를 움직여야 하다보니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반사광으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OⅢ를 대는 순간 성단의 크기와 밝기 자체도 볼품업이 쪼그라들어서 시야에서 대상을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도 어렵다

    아.. 대체 Pease1은 왜 봐야 하는 것일까?

    1차시도 실패 후, 잡광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한솔님의 조언대로

    아버지가 추우면 입으라고 빌려주신 점퍼를 머리에 뒤집어써서 빛가리개를 만들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OⅢ를 손에 들고 blinking 무한 반복.

    2차 시도도 10분이 되어갈 즈음..

    쪼그라든 성단의 한 귀퉁이에서 혹이 하나 튀어나온 것이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집에 와서 그려본 Pease1 구조도)


    어? 다시 보니 또 안보이다가... 정신을 집중하고 blinking을 하다보면 다시 작은 혹이 살짝 나타난다

    올레 분더바!!!!!!!

    9년 11개월 16일만에 숙제 완료 ㅠㅠ

    한솔님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대체 내 인생에 Pease1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어느새 자정이 되었다

    내일 정상적인 회사 업무를 보려면 새벽 1시에는 관측을 종료해야 하는데....

    무얼 그려볼까 하다가 오늘은 M15만 그냥 쭉 패자는 결론을.. ㅎㅎ (실은 검은 종이가 없어서 은하를 그릴 수가 없었다)


    15번이 이렇게 선명하고 예쁘게 분해된 적이 있었던가?

    중심부까지 속속들이 분해가 되고, 7mm 272배로 관측해도 선예도가 유지된다.

    관측지 + 시상 + 광축(최소한의)의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된다

    정신없이 점을 찍다가 보니 왠지 성단의 크기가 작아진 것 같아서 주변시로 다시 보니 놀랄만큼 크기와 잔별이 늘어난다.

    직시로 다시 보면 순간적으로 다시 작아지고..

    Blinking Nebula(NGC6826)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blinking Cluster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ㅎㅎ

    Blinking Cluster에 blinking method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재미있는 일.. ㅋ;;

    [M15 Sketch, 흰 종이에 샤프(흑백 반전)]


    [Description]



    내 망경으로도 Pease1이 보일까?

    밑져야 본전이니 OⅢ를 들고 시도해보니.. 15인치에서도 허무하게 쉽게 보인다 (솔직히 쉽지는 않다.. ㅡ,ㅡ;;)

    어디에서 어떻게 보인다는 노림수와 경험을 가지고 관측을 했기 때문이겠지..


    1시간여 만에 초고속으로 스케치를 마치고, 1시 반에 짐을 싸서 출발했다

    오는 길에 너무 졸려서 차 세워놓고 몇시간 노상 취침! ㅋㅋㅋ

    회사에서도 Pease1 생각에 별 피곤함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역시 도전대상 관측은.. 구경빨과 관측지빨인가.. ㅎㅎ

    또 하나 필요한 것은 같이 도전할 동료. (← 이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10년 묵은 숙제를 해결하니 마음이 너무 가볍고,

    왕복 5시간 운전에 딱 한 대상 보고 왔음에도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

    정말.... Pease1. 니가 대체 뭐길래.... ㅡ,ㅡ;;;;;







                                         Nightwid 無雲

댓글 10

  • 김남희

    2011.09.03 17:34

    강욱님이 얼마전까지 진삽이에 대해.. 몇가지만 포기하면 훌륭한 망원경이라 했는데..
    우선 10년의 염원을 담은 숙제 Pease1 관측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준비된 관측 포인트,좋은 하늘은 구경빨보다 확실히 우선되어야 하는것 같습니다.
    이제 자극을 주는 동료빨이란것도 필수 항목이 되겠군요.^^
    지난 겨울 10x50 쌍안경으로 m35와 2158을 한시야로 보면서 믿기지 않았던 경험을 한 기억이 납니다.
    101안에 초신성도 못봤는데 2~3일 안에 움직여봐야 겠네요.
  • 최승곤

    2011.09.03 20:30

    Pease 1 관측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Pease 1 위치가 아이피스상에서 중심부위 아래쪽인가요..
  • 이준오

    2011.09.04 08:02

    뭐..한 마디로 감축드리옵니다..ㅎㅎ

    그래도 앞으로 풀 숙제는 쭈욱~ 계속 주실꺼죠?..^^
  • 김명진

    2011.09.05 10:32

    축하드립니다 ^^


    이제.. 크로스 성공기 기다리겠습니다..? ㅎㅎㅎ
  • 조강욱

    2011.09.05 18:18

    남희님 - 동료빨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하루였어요
    관측지에서든 서울에서든 얼굴 자주 뵈어요.. ㅎㅎ
  • 조강욱

    2011.09.05 18:19

    승곤님 - 그날 한솔님 망원경 기준으로는.. 아이피스 중심에서 오른쪽이었어요
  • 조강욱

    2011.09.05 18:20

    준오님 - 별나라에 얼굴을 좀 보여주셔야 숙제를 내든 검사를 하든 하죠.. ㅋ;;
  • 조강욱

    2011.09.05 18:21

    명진님 - 아인슈타인 크로스는.. 한차원 더 어려운 분이라.. 10년 내에 끝낼 수 있을지 ^^;;;;
  • 김재곤

    2011.09.06 03:24

    언제 쯤 장비와 실력이 강욱님의 깊은 세계에 도달할 수있을지. 공부 잘 했습니다
  • 조강욱

    2011.09.07 08:55

    재곤님 - 저도 그 깊은 맛 좀 제대로 한 번 보고 싶어서 맨날 아둥바둥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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