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09.10.17 천문인 마을을 다녀와서~
  • 김남희
    조회 수: 7526, 2009-10-21 08:00:52(2009-10-21)
  • 1.연습을 하며..

    25년 넘게 한가지에 대해 연습이라는 것을 해봤다.

    연습은 나에게 굉장히 익숙한 단어이다.

    나름대로 연습이 뭔지, 방법은 어떻게라든지..

    뜬금없이 "연습"이라는 말을 꺼내는건...

    요사이 나는 새로운 연습을 한다.

    나의 왼손은 돕 끄트머리에 걸쳐 있고

    희미한 빨간조명을 의지해 간신히 보이는 까만 점들을 따라  

    이리저리 밤하늘의 길을 연습하고 있다.

    밤하늘 길은 서툴고 막막하기만 하다.

    연습하는 것엔 익숙하다 하지만..

    내가 했던 연습을 생각해 보며 애를 써본다.

    연습에는 요령이 있다.

    "무조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라는 말은 유관순누나때 말...

    연습을 하다보면 꼭 부딪치는 난관들이 있다.

    이것은 시간으로 해결 할수가 없을 때도 있다.

    아니 어쩜 굉장히 많은 시간을 기울이면 가능 할수도 있다.

    그러나 IQ보다 JQ가 점점 더 발달하는 시대가 되니 이런 방법은 좀 미련하지 않을까?..

    군 복무시절에 영어 사전을 통채로 외우는 쫄병이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대할때 사전 통채로 외운 단어들, 국방부에 반납하고 제대했다나....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기전에 다시 연습얘기로 돌아와서~

    ....그래서 독학은 참으로 어렵다.

    외로움은 적이 될수도 있다.

    지름길을 알수가 없다.

    지름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훌륭한 스승이 될수 있다.

    과거 학생때 만난 외국인 스승 얘기를 해보고 싶다.

    연습중에 벽에 부딪히면 원인분석에 대한 얘기를 한다.

    서양인들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합리적일때가 있다.

    나의 스승은 나의 문제를 체크하고 지름길을 안내 해주었다.

    문득 그때가 떠오르는 지금,

    나는 지름길을 안내 받으며 새로운 연습을 하고 있다.



    2.천문인마을, 파인더...

    천문인마을을 가기로 결정하고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하니 124km가 나온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양평가는거 반만 더 가면 되는데 왜 그리 못갔는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찾아갈수 있었다.갈때는 어둠을 안고 갔으니  바깥 풍경이 어떤지 알수 없었지만

    돌아 올때는  관측의 수확에 가을 단풍까지 즐겼으니 기억속에는 아직도 설레임이 남아 있다.

    횡성의 산세는 일반적인 산세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오밀조밀한 한국 특유의 산세는 아니고 나무는 많지만 울창한 산림도 아니다.

    검붉게 그을린 어느 농부얼굴의 인상도 그렇고

    가보진 못했지만 티벳이나 중국의 어느 고원지대처럼 다소 황량함도 느껴졌다.

    붉고 노란 단풍이 제법 산림의 옷을 갈아입은 터라 새말ic까지 50km 이하로 서행하며

    횡성의 산세를 즐기며 내려왔다.

    산 언저리의 조그마한 목장를 볼땐 그유명한 ㅎㅅㅎㅇ도 생각하고...


    천문인 마을 옥상에서의 느낌은 사진에서 생각했던것 보단 좁았고

    주변에 민가 대여섯채가 늦게까지 불을 밝혀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으나 관측에 커다란 방해는 되지 않았다.

    새벽녘에 마차부자리가 올라와 m37,m36,m38을 찾아보니 파인더에 금방 들어온다.

    서울 인근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하늘이다. 지금까지 생노가다했던 억울함이 밀려온다.

    파인더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다가온다.

    파인더의 활용도가 높으면 집중의 능력도 배가 되는것 같다.

    조강욱님이 파인더는 7X50 이상의 좋은것에 투자하라는 외침이 들려오는것 같다.

    호핑연습에 의미가 아니면

    구지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어두운 대상을 찾는것은  정말 삽질일수 밖에 없구나라고 생각 하며~  

    그날의 시상에 따라 찾아볼수 있는 대상을 정해야하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볼수있는 장소에 가서 보는것이 최고의 현명한 것임을~



    3.천벌을 면하기 위해...

    밤 9시가 되서야 천문인 마을에 도착했다.

    싟님이 열심히 관측중이다. 다른 반대편은 별사랑팀이 잔뜩 와 있어 왁자지껄이다.

    구름이 잔뜩이지만 싟님은 벌써 한건 올렸다고 신이 나 있는 얼굴이다.

    구름이 너무 빨라 목표를 찾을 만하면 구름에 금방 덮혀 버린다는 싟님의 말씀이다.

    옥상까지 네번을 왕복해 모든 장비를 올리고 하늘을 보니 카시오페이아,페르세우스가

    구름속에서 제일 또렷하다.

    워밍업이랄까~  ngc457/884/869  m103/34/52/15 등을 쫙 훓어본다.

    투명하긴 한데 구름이 복병이다.

    최샘,강욱님이 연이어 도착하고 셋팅을 하지만 하늘이 돕지를 못하고 있다.

    1층으로 내려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수다를 떤다. 별지기의 요즘 화두는 어쩌구저쩌구~

    휴게실 분위기가 유럽의 유스호스텔과 매우 흡사하다.

    목조가 많이 섞여있는 실내장식과 자유스런 분위기가 운치를 더한다.

    천문인마을에 새로 들여놓은 당구장도 잠시 가서 공 좀 굴려보고~

    근데 깜짝 놀란만한 최샘의 전적이 나온다.

    당구 400의 고수다.그것도 20대 초반의 점수라는데...


    금방 하늘이 열릴 기미가 없어 싟님이 갖고온 사발면을 야참으로 준비한다.

    이 분위기면 사발면 한 그릇에 참이슬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음주운전도 안되지만 음주관측도 안된다고 그 누가 얘기했는데...  이것도 천벌 대상인가?^^)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데 김지현님이 다른 한분과 같이 들어 오신다.

    김지현님 먹을복 있으신 분이다.나무젓가락만 똑 부러뜨리고 그냥 드시면 되니...

    18"UC를 갖고 오셨다니 다들 관심이 쏠린다.

    같이 오신분은 "밤하늘의 보석"의 저자 "이준석"님과 절친한 사이인데..(성함이 ? )

    내가 가져간 밤보석 책자에서 본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펼쳐 보여 주셨다.

    밤하늘의 보석이라는 제목도 직접 지으셨다는 뒷얘기도 들려주신다.

    라면도 맛있었지만 이분의 말씀도 맛나게 느껴진다.

    내가 보기에는 공동저자나 다름없는 분이다.

    천문인마을에 오니 당대의 별지기들도 직접 만나고 얘기를 들으니 참으로 즐겁다.


    2시가 넘어 하늘이 열린다.

    오늘 하늘에서 내 10"로 891을 기어이 확인 하리라 다짐 해본다.

    그런데 절대 안보인다.이정도 하늘이면 보여 줘야 되는데.. 예의도 없구만.ㅋㅋ

    옆에 있던 싟님이 어디로 갔는지 모습은 안보이고 18"가 혼자 놀고 있다.

    아! 기회다. 허락 없이 싟님 18"로 살짝 891을 겨냥 해본다.

    잘 보인다. 입 쫘~악 잘 벌리고 있다.

    내 10"로 다시본다. 역시 안보인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폭이 있는 성운기가 보이기는 하는데 891의 모습과는 틀리다.

    파인더 호핑은 제대로 된것 같고 위치도 확실하게 외웠구만..  

    내 즐삽이가 안보이니 18"를 자꾸 눈동냥 하게된다.


    m33의 나선팔을 확인 해본다.

    14mm(89배)로 확인하고 20mm(62배)는 어떨까 궁금증이 생긴다.

    62배로 본 m33은 중심핵이 좀더 선명해지는 느낌이다.희미하게나마 나선팔도 보이고..

    갑자기 싟님이 부른다.

    안드로메다은하의 암흑대를 보여주신다.친절한 설명,그림까지 그려가며..

    안드로메다은하가 1시 방향으로 향하고 오른쪽에 m32가 보이고 왼쪽 m110 방향으로 길고 커다란 암흑대가 보인다.

    내 즐삽이로도 보일까?  

    89배로 보니 약간 작아졌지만 암흑대가 분명하게 보인다.

    18"의 거포들이 있으니 목표 확인하고 내10"로 바로 확인 해보니 안보였던 많은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최샘의 18"에서는 트라페지움이 6개 분해가 되는걸 확인 했다.

    18"의 대구경에서 이정도의 똘망똘망함이 보이는것이 놀라웠다.

    10"로 6개 분해에 도전해봤지만 실패, 최샘께서 광축이 문제일거라고 귀뜸해주신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두개의 별이 어디 숨었는지 알고 있으니 실망보다는  뿌듯한 맘이 생긴다.


    오리온자리가 많이 올라왔다.

    10"로 바라본 오리온 대성운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항상 보고 쉽게 찾는 대상이지만 이날은 트라페지움을 사이에 두고 양갈래로 펼쳐진 성운날개는 최고의 모습이었다.


    강욱님 자리로 마실좀 가볼까?

    역시 스케치에 불이 붙어있다.

    큰개자리 타우별을 그리고 있다.

    15" 안의 타우별은 m103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삼각형 성단안에 유난히 빛나는 중심별이 보인다.참으로 예쁘다.

    스케치 하기에 좋은 대상인것 같다.

    아! 사자자리가 올라온다. 쉽게 찾을수 있는 m65,m66,알기에바 이중성을 찾아본다.

    이중성을 먼저 확인하고 m65,66 을 파인더에 고정시킨다. 89배에서 갸날픈 은하 두개가 보인다.

    이렇게 작은걸 수도권 지역에서 찾으려 애썼으니...  쯔 쯔 ~~  역시 삽질이었군..

    최샘이 언제 오셨는지 "뭘 봐?"하신다. "예,65,66 이요!" 라고 대답하니,

    3628 까지 찾아보라고 조언 해주신다. "레오 트리플"을 한시야에 넣어 보라고.

    또 한수 배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계가 4시 37분을 가리킨다.

    다리도 아프지만 추위와 함께 오는 피곤함이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최샘이 잠자리에 들어가신다.

    잠시뒤 김지현님 UC 쪽에서 감탄 소리가 들린다.

    뭘까?

    호기심에 눈동냥하러 가본다.

    깜짝 놀랄만한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페르세우스나 근처에서 볼수 있는 은하수 모습처럼 보이는데 그안에 고리성운 하나가 둥둥 떠있다.

    너무나도 투명하고 깔끔한 별상이다.

    그냥 예술이다.

    무슨 표현이 필요할까?

    강욱님께서 고물자리의 2438이라고 설명 해 주신다.

    역시 척척박사 Nightwid~

    2438 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임이 분명하다.


    감탄스럽고 훌륭한 대상을 과분하게 봤다.

    아마 기억이 안나는것도 꽤 있을것이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감동을 지키려 애를 써봐야 겠다.

    한주뒤에 스타파티가 계획되어 있다.

    새롭게 찾아올 감동이 무엇일까,

    밤하늘의 보석을 상상해 본다.

댓글 7

  • 신영호

    2009.10.21 08:45

    김남희님!!
    반갑습니다.길잡이별에 신영홉니다. 너무 열심히 하고 계시군요.글도 아주 실감나게 쓰시고...
    그날밤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야간비행하면 우리나라 안시의 최고수분들만 모여계시니 김남희님도 곧 안시의 대가가 되실겁니다.
    소개해 드린 저도 아주 뿌듯하군요.
    아직 직접 뵌적은 없지만 벌써 몇번을 뵌 듯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맑은 가을 하늘밤 별빛에 흠뻑 취하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트라페지움은 8"슈미트로도 6개까지 분해해서 본적이 있습니다.
    최형주님 말씀대로 아마 광축 문제일 것 입니다.계속 도전해 보세요...
  • 김남희

    2009.10.21 09:14

    신영호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정말 반갑습니다.깜짝 놀랬습니다.
    선생님덕분에 좋은 분들과 인연이 되어 즐거운 별지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안부전화라도 드려야 되는데 죄송합니다.

    조만간 최선생님으로 부터 광축에 관한 가르침을 받을것 같습니다.
    초보별지기가 야간비행의 명예에 누가 될까 항상 신경 쓰고 있습니다.
    최윤호님이 왔을때 선생님얘기도 한참이나 나누었습니다.

    한번 꼭 만나뵙기를 고대하며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별생활 하세요~



  • 김경싟

    2009.10.21 17:19

    2438 멋진 대상이지요.
    깜깜한 우주속이 아닌, 깨알같은 별들 위에 떠 있는 행성상성운의 독특한 매력은 남다르죠.
    혹시 봤는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그 성운안의 (중심성은 아니지만) 별도 확인해보세요.

    그런데 김지현님의 UC가 18인치인가요? 난, 16인치로 알고 있었거든요.



  • 조강욱

    2009.10.21 17:36

    멋진 관측기록입니다.. ㅎㅎ
    읽는 재미와 정보의 전달이 한데 어우러진 느낌..? ^^

    아래는 10인치로 본 891 스케치입니다
    http://www.nightflight.or.kr/xe/sketch/35976

    10인치로 관측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 김지현

    2009.10.21 19:27


    그날은
    별 헤는 밤, 꿈꾸는 야간비행이었네요..

    최선생님의 친절한 가르침 잘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궁금한 것 더 여쭙고 더 배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욱님.. 스케치에 열중하는 모습이 아주 멋진 풍경이었어요. 스케치하는 모습을 스케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남희님.. 그날 밤의 멋진 기억을 생생한 글로 잘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김동훈님과 함께 별 이야기
    즐겁게 나눌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
    경싟님.. 어김없이 차분히 편안히 따뜻하게 만났습니다. 별빛 아래에서 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밤하늘이었습니다.
    그 하늘을 함께 맞이한 모두의 눈동자도 맑고 밝았습니다.
    별빛처럼..

  • 이준오

    2009.10.22 04:03

    음...솔직히 이 후기를 읽으며 드는 느낌은....왠지 눈물이 납니다...ㅎㅎ (너무 감성이 풍부한건가요?)

    예전에 올린 싯구, 제 10" 깡통에 깨알같이 적은 그 느낌 그대로 ...그냥 망망대해에 혼자만 내동댕이쳐져 있는 그런 느낌.
    그럴 때마다 밖으로 바람이 별들을 흔드는 소리랑 밤 하늘에 시린 별 바라보다 두 눈에서 돋은 작은 별 하나가 긴 꼬리를 끌며 뺨위로 떨어져 내린다는 느낌이.....^^;

    아휴~,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시린 별들을 남희님하구 또 야간비행 식구 모든 분들과 밤새 다리가 저리도록 함께 바라봤음합니다.
  • 김남희

    2009.10.22 05:29

    오늘 매수팔인데 그냥 넘어가네요.
    주말 스타파티를 위해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늘은 정말 좋은데요... 근질근질 합니다.^^

    정성 담긴 글 남겨 주신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스타파티때 또 뭉칠것을 기다려 봅니다.

    준오님, 감성 너무 풍부하면 욕 먹습니다.좋은거 아니예요..
    그리고 오늘 대략적인 12월 스케줄이 나왔는데
    12월 17일(목)에 순천시민회관 갑니다.
    얼굴 한번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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