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08.5.11 12년만의 해후 - 천문인마을
  • 조강욱
    조회 수: 6970, 2008-05-13 06:03:06(2008-05-13)
  • 5월은 늘 그렇듯 별보는 사람에겐 공치는 달이 되기 쉽다.

    황사와 봄비, 뜨뜻한 날씨에 쉬지 않는 뭉게구름 ㅡ,ㅡ;;

    그믐은 저번주였지만.. 날씨가 좋았던 날은 연휴 마지막날인 어린이날 오후뿐!!

    다음날 휴가를 낼 수 없는 직장인은.. 쿨럭 ㅡ,ㅡ;;

    토요일 새벽, 회식을 마치고 집앞에 와서 하늘을 보니 낮의 뿌연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개어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이런 신발.." 하며 ㅡ_ㅡ 이 날씨가 다음날 밤까지 이어질 수 있길 기원하며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정오 ㅡ_ㅡㅋ

    저나기는 배러리가 다 되어 꺼져있고 친정에 가신 마님은

    신랑이 술먹고 집에도 못들어가고 방ㅡ_ㅡ황하는 줄 알고 계속 걱정하셨지만..

    그 무심한 신랑은 일어나서 저나도 하기 전에 베란다로 가서 하늘 한 번 보고 기상청 위성사진부터 ㅡ_ㅡㅋㅋㅋ

    현재 상태로는 희뿌연 하늘.

    위성사진은.. 저녁쯤부터는 갤 기세!!

    최샘은 아직 모르겠다 하셨지만.. 그냥 무조건 GO!!!! ㅋㅋㅋㅋ

    월몰이 자정이므로 시간 많다고 계속 꿈지럭대다가 7시가 되어서야 출발..

    하늘은 극강 투명도!!


    가다보니 먼가 쫌 느낌이 수상쩍어서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장비 점검을 했더니..

    내 액세서리 박스를 안 가지고 온 것!!


    (박스에 든 것 : NSOG, Urano, H400, 트러스 연결나사, 무게추, 차광막, 파인더 후드)


    우리집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주차장까지 100M 정도를 걸어가야 하여

    망경 짐을 옮기기 위해 대차를 사용하는데..


    진삽이 운반용 대차


    주차장에서 대차 → 자동차로 짐을 옮길 때 빼먹고 안 실었나..

    아님 차 지붕에 올려놓고 그냥 출발했는지 ㅡ,ㅡ;;;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며 집에 돌와왔는데.. 내 박스는 주차장에도, 집에도 어디에도 없다.

    주차장에 덩그러니 있는 것을 경비 아저씨가 치웠나.. 동마다 돌며 수소문을 해봤지만 다들 모르겠다는 표정.

    그러다 한 경비 아저씨가.. 책이랑 까만 옷(?) 든 종이박스가 길바닥에 굴러다니길래

    쓰레기장에 버렸다는 제보를 듣고 ㅡ_ㅡ

    쓰레기장에 가 보니 친절하게도 책과 차광막이 분리수거되어 각자의 위치에 처박혀 있었다

    대차로 덜덜거리며 짐을 끌다가 그 진동에 박스가 길에 떨어졌는데 덜덜거리는 소리 때문에 듣지도 못했나보다

    어쨋든, 이날 못가는 것 뿐이 아니라 한동안 별보러 못갈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기고 ㅡ_ㅡ;;

    9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

    영동 고속도로가 밤 11시에도 막히다니!! 오늘이 설날이었나 =_=;;

    사실 몇 년 전에 설날에 천문인마을에 갈 때도 영동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믿기지 않는 한밤중 정체를 뚫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천문인말 도착!

    달은 이미 졌고 까페테리아에는 화백님과 왕언니, 간만에 뵙는 심용택 형님과 김상구님

    옥상에는 중대 학생들과 구훈님

    그리고 하늘에는...... 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도 아름다운 별들 뿐!!


    ===============================================================
    관측일시 : 2008.5.11 0:20 ~ 3:50
    관측지   : 덕초현 천문인마을 옥상
    관측자   : Nightwid
    관측장비 : 15인치 진삽이
    투명도   : 6/6
    특기사항 : 이슬 및 서리 내림, 온도 영상2℃, 바람없음
    ===============================================================

    멋진 밤하늘.. 백조가 조금씩 떠오를 수록 은하수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면서 더욱 더 거대해진다

    그 어떤 것이 은하수의 아름다움에 비길 수 있겠는가!!

    오늘은 머부터 볼까?

    저번 관측과 저저번 관측에서 논란이 되었던 4274번부터..


    NGC4274


    4274번의 모습은 저번 관측때와 비슷하다

    밝은 부은 별같은 core와 1:3 길이의 halo.. '전형적인' 은하의 모습일 뿐

    halo의 암흑대라던지 토성과 같은 모습은 찾지 못했다


    아직 봄철의 은하들은 굳건히 떠 있었지만 동쪽 산 위가 좀 밝고,

    또 남쪽 하늘이 너무 상태가 좋아서..

    상대적으로 더 만나기 어려운 "맑은 남쪽 하늘"을 구경하기로 한다

    그래도 아쉬워서 4565 한 번 ㅋ

    아이피스 끝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최고의 자태!! 환하게 드러나는 dark lane과 중심부 구조들..


    뱀주인자리에서 10 12 14 IC4665말고 다른 것을 좀 보려 하니

    짜잘한 구상 산개 말고는 머 대단한게 없다

    Target은 밝은 행성상성운 3개.


    NGC6309


    6309가 있어야 할 위치엔 같은 밝기의 이중성만 하나 딸랑~

    근데 이중성 중 하나가 왠지 수상하다. UHC를 끼우니 크기가 몇 배는 더 커지는 듯 하다

    청백색이고 2:3 정도의 타원형 disk로 관측됨


    NGC6369


    6309와 달리 정확한 원형으로 보이며, 주변시로 보면 가운데 작은 구멍이 보인다


    NGC6572


    밝은 녹색 별처럼 보인다.

    UHC를 끼워도 이게 PN 맞나.. 싶은데

    경통을 흔들고 별짓을 다 해보면 아주 희미하게 타원형 성운기가

    녹색 별같은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데 사진 저거 맞아? ㅡ_ㅡ;;


    뱀주인 말고 뱀자리를 볼 걸 그랬나.. 영양가가 별로 없군 ㅋ

    곧 튀어나올 것 같은 전갈이 서쪽으로 도망가고 있어서.. 다음 target은 전갈로!


    전갈에서는 암흑성운을 한 개도 본 적이 없었는데..

    가장 난이도가 쉬울 것이라 생각되는 B50에 도전하였지만 택도 없는.. ㅡ,ㅡ;;

    은하수 조각이 있는 방패β 영역, 백조γ 영역, 궁수 M24 영역 등에 비하면 이동네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B72 snake나 Pipe, Prancing horse는..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지.


    NGC6231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위치와 숫자는 너무나 친근하다

    간만에 다시 본 모습은 역시나  "처음 뵙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나비모양처럼 보이는 성기고 밝은 산개성단이다.


    NGC6153


    별 세 개와 함께 다이아몬드 꼴의 한 축을 이루며,

    희미한 부은 별처럼 관측된다


    NGC6302


    몇년전에 덕초현에서 처음 찾아보고 내 스타일이라고 좋아라했던 Bug Neburae..

    물론 그 뒤로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었다 ㅡ_ㅡㅋ

    오랜만에 찾아보니 여전한 그 모습!

    마치 짧은 나선팔을 가진 Sa형 은하처럼.. (오히려 은하였으면 대박이었을 ㅡ_ㅡ;;)

    중심부는 녹색의 disk 모양, 양쪽에 달린 성운기가 마치 바람개비 돌아가는 것처럼 휘어져 있다

    서쪽의 팔이 동쪽 팔보다 더 길고 진하게 관측된다

    전갈의 몇 개 대상은 이미 산으로 넘어가버려 아쉽게 놓치고..

    마지막 궁수로 넘어가려니.. 7번과 6번이 맨눈으로도 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맨눈으로 보는 구상성단. 97년 4월에 천문인마을 터(?)에서 느껴본 뒤로 처음이다!!

    그때는 정말 7번이 구상성단인 줄 알았는데 ㅡ,ㅡ;;

    시간이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다

    박명이 3시 40분인데..

    정상적인 계획에 의한 관측은 포기하고 무조건 생각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보기로 한다

    우선 필터를 끼우고 8번을 잡았는데..

    이건 정말 한 점의 사진!!  내가 8번의 detail을 이렇게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8번 안의 barnard를 찾아야 하는데.. 자료를 암것도 안 가지고 왔다 ㅡ,ㅡ;;

    자책할 시간도 없이 다음 대상으로 이동!

    M20번 Trifid는 더욱 가관이다



    세줄기 이파리가.. 그냥 다짜고짜 쫙쫙 찢어진다....

    그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사진 같아서 더 보지도 않고 그냥 넘겼다 ㅡ_ㅡㅋㅋ


    이건 어떻게 보일까?

    항상 죽을힘을 다 해야만 겨우 보일랑말랑 하는 6822.

    NGC6822


    보인다기보단, 까맣지 않은 넓은 얼룩.  하지만 주변시도 필요없이 너무 허무하게 그냥 보인다

    집중해서 보다 보면 core가 보이는 것도 같은데, core가 아니라 바짝 붙은 별들의 착시인 듯 하다


    24번, 17번, 11번, Veil 등 무엇에 홀린 듯 계속 명작들을 쫓았다

    영화 highlight만 모아놓은 듯.. 황홀한 밤하늘의 보석들.. 그리고 쏟아질 듯한 은하수!!

    간만에.. 누구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보려고 22번을 잡았다


    M22


    이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영화 "라따뚜이"에서 까칠한 음식평론가 '이고'씨가

    요리를 한 입 입에 넣자마자 어린시절로 빨려 들어가듯 회상하게 되는.. 그 장면.

    M22의 상을 보는 순간, 나는 이미 96년 임진각 주차장에 가 있었다

    8인치 반사를 사고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

    아빠가 별보기 좋을만한 곳이 있다며 데려갔던 임진각 주차장.

    그 곳에서 처음 보았던 M22의 충격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한다

    아이피스를 남김없이 가득 메운 별들의 무리.

    세상이 이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그 황홀한 모습에 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안시관측의 마력에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그 후로, 어떤 하늘에서 어떤 망원경으로 봤을 때도 그 때의 감동은 재현되지 않았다..

    2008년 5월 11일 새벽 3시30분. 만 12년만에 그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이피스를 가득 채운 충실한 별들의 집합. 수천개의 빛나는 보석들!!

    내가 그때 봤던 게 환상이 아니었구나....

    환상의 M22. 관측 묘사를 쓰는 게 예의가 아닐 것 같지만..

    계속 보고 또 보다보니 M3보다 더 선명한 dark lane이 보인다



    서쪽 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암흑대가 동쪽으로 이어지며 사람인(人) 자를 만든다

    북쪽에는 ㄱ자 모양의 암흑대와 그 동쪽 끝자락의 작은 별무리가 인상적이다

    사실 M3의 고속도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내가 22번의 dark lane이 이렇게 잘 보일 정도라면

    다른 분들은 이미 다 보셨겠지만.. 난 그저 신기할 따름 ㅋ;;

    밝아오는 하늘과 함께 22번과 작별을 하고.. 4번을 잡으니 중심부의 체인상은 물론이고

    동쪽과 서쪽의 원호 모양 별무리가 멋진 조형미를 선사한다

    '조형적'인 것을 무지 좋아하는 Nightwid.. M4가 원래 이런 것이었나? ㅋ

    은하수는 점점 빛이 약해져간다.

    오늘이 지나면 "환상의 M22"는 또 언제 보일지 모르겠지.

    내가 안시관측에 미치도록 만들어 준 22번.

    12년만에 다시 그 느낌을 느꼈으니.. 이번 관측은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과이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액세서리 박스를 찾지 못했다면 떠나지도 못했을 관측인데.. ㅋ;;;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하늘은 곧 비가 오려는 듯 잔뜩 찌푸려 있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M22가.. 웃는 모습을 몰래 보여주고 있겠지..

    정말 재수 좋은 사람은 그 웃는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고.. ㅎㅎㅎㅎ


    다음날 아침 파란 하늘과 함께!




    PS. 집에 오는 길에 여주 아울렛에 운동화를 하나 샀습니다
    나의 identity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별신발.. ㅡ_ㅡㅋㅋ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4

  • 김경식

    2008.05.13 15:00

    행복했겠다.
    가끔은 그런 자극들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럼으로써 더 별보는 재미가 생기는 것 아니겠소.
    별보는 것이나...
    살아가는 것이나...
  • 이준오

    2008.05.13 20:16

    저도 한달 전, 딱 4년만에 다시만난 오메가센타우리 본 이야기랑 몇일전 m8, m11이랑 찐하게 다시본거 써야하는데...
    이번엔 관측기 처음으로 이렇게 걍 패쑤~해야할 듯....-.-

    암턴 요즘 날씨가 봄 답지않게 매우 좋아 여기저기 즐거운 해후(!)가 많이 일어난듯합니다.
    그래도 그 box가 분리수거되서 각자의 위치..... 그 부분에 읽고있는 저도 가슴이 철렁~ + 안도의 한숨만.....ㅎㅎ
  • 조강욱

    2008.05.16 05:56

    경식형님 - 지난 일요일의 자극은 더 특별한 것이었죠..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
  • 조강욱

    2008.05.16 05:57

    준오님 - 관측기는 어떻게든 쓰셔야지요~~ ㅎㅎ 분리수거 사건 이후.. 수납함을 새로 만들어야 하나.. 대책을 강구중입니다 ㅡ_ㅡㅋㅋ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329 조강욱 7945 2008-06-15
조강욱 6970 2008-05-13
327 조원구 7620 2008-05-06
326 김경식 8457 2008-05-06
325 조강욱 16092 2008-04-10
324 김경식 6692 2008-04-09
323 이준오 7794 2008-04-07
322 조강욱 6724 2008-04-03
321 김경식 14216 2008-03-18
320 조강욱 6692 2008-03-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