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03 집콕 관측 - 이중성의 환희, 행성의 디테일
  • 조회 수: 622, 2020-04-10 22:12:50(2020-03-29)

  • 뉴질랜드는 며칠 전, 3월 26일 자정을 기해 전국에 Lock Down이 발령되어 
    전국민이 거의 모든 직장과 사업을 멈추고 집에서 최소 4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한국이나 유럽처럼 이미 코로나가 퍼져서 심각한 상황이 아님에도
    선제적인 초강수라고 할까?
    한국 같으면 생계대책 마련하라고 난리가 났을 이 엄청난 일이
    별다른 소동도 군소리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단 이틀만에 착착 진행되어 (군대인줄..)
    앞으로 최소 한달 이상은 의료, 식품, 치안, 기간설비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국이 모두 문을 닫고 집안에서만 지내고 있다.

    이 와중에 식품업계에 근무하는 나는 텅빈 하이웨이를 달려서 
    인적 없는 낯설은 풍경을 지나 회사에 출근해서 
    평소보다 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91004789_2781383368583422_8770561425908170752_o.jpg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 와이프님은 직장이 폐쇄되어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고 
    온라인 스쿨링을 빙자해서 집안을 굴러다니는 딸래미도 살짝은 부럽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 무언가 기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는 않다

    근데 한가지 큰 문제는 별 보러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 가는 길에도 검문중인 군경에 통행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별보러 간다고 생각없이 나섰다가 검문에 걸리면 현행범으로 체포될지도..
    (필수 업종의 업무상 통행 외의 운전은 동네 슈퍼마켓 가는 것 정도가 허용된다)


    3월 28일 토요일, 황금 월령의 주말.
    하늘이 너무나 맑다
    그래봤자 아무데도 못가고.. 

    태양망경을 꺼내서 왕건이 홍염을 하나 그렸다
    KakaoTalk_20200330_014303042.jpg

    간에 기별이 조금.. 갔다
    2000_Look Down 28 March 2020.png


    별빛중독 금단증상의 아픔을 잊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도 깊이 못 자고 새벽 2시에 눈이 떠졌다
    창 밖을 보니 센타우르스와 남십자 별빛들이 초롱초롱..
    문득 서울에서 이중성을 보는 윤호씨가 떠올랐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된거.. 허기라도 달래보자
    차고에서 망원경을 꺼내서 뒷마당에 좌판을 펼쳤다

    하늘은 보니 전갈자리가 먹음직스럽게 떠올랐다 (남반구라 전갈 고도가 높다)
    근데 뭘 보나? 
    걱정마 나에게는 윤호씨의 NSOG 이중성 관측기 연재가 있지..
    근데 폰으로 야간비행 관측기 게시판을 아무리 뒤져봐도 
    윤호씨의 전갈자리 NSOG 관측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아직 전갈자리 이중성까지는 진도가 안 나갔나보다
    하는수 없이 구글에서 대충 검색해보니 전갈자리 대표 이중성들 몇 개가 소개되어 있다
    스카이사파리 성도를 한 손에 들고 하나씩..
    딱 붙어 있는 아이, 색이 다른 아이, 밝기 대비가 많이 차이나는 아이도 있고..
    흠.. 그렇군.. 윤호씨도 이렇게 봤을까?
    별 감흥 없이 진도를 빼다가 
    전갈자리 더블더블이란 이름이 붙은 아이를 잡았다 (전갈자리 Nu별)

    이거”는” 괜찮네!
    좀 더 시원하게 보려고 XW 3.5로 457배로 올리니 
    굴절도 아닌데 색수차 같은 것이 보여서 불편하다
    혹시나 하여 잘 쓰지 않는 조합인 Ethos 8 + Powermate 2.5로 500배를 만들어 보니
    오히려 더 잘 보인다.
    간만에 계륵 Powermate가 잉여에서 벗어나는 순간.. (천문가의 가방 글 참조)

    이런건 그려줘야지. 컬러 표현을 위해 종이 대신 스마트폰 터치펜을 꺼냈다
    Nu Scorpii Double Double 29 March 2020.png

    이름을 불러주려고 스카이사파리와 여기저기 구글링으로 정보도 넣어 본다
    슬라이드2.PNG


    근처에 더블더블이 하나 더 있다고 하여.. Xi 별을 호핑으로 찾아가 보았다
    얼마만의 호핑인지..

    오 이건 조금 다른 느낌이네?
    이것도 그려보자
    Xi Scorpii Another Double Double 29 March 2020.png

    Xi의 A B 두 별이 가까스로 분해가 된다 (1.1초)
    거문고자리 원조 따따블이 분해가 되지 않아 눈사람으로만 보던 기억이 난다
    거문고의 원조집이 2.3초인데.. 그보다 훨씬 붙어 있는 이중성이다
    슬라이드4.PNG

    어느새 전갈이 머리 위까지 올라왔다
    전갈 궁수의 우리은하 중심부 쪽으로는 동네 가로등불 위에서도 은하수도 희미하고 보이고..
    SQM은 평균 19.2 정도. 
    지금 관측지에 있었으면 엄청났을텐데.. 

    에이 잊자 어려운 시기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 안되겠지…
    동쪽 하늘에는 목성 화성 토성이 양자리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화성은 며칠 전에는 목성에 붙어 있었는데..
    Conjunction of Mars and Jupiter_l 22 March 2020.png
    촐싹대며 잘도 싸돌아 다닌다. 하루 뒤면 M75와 한 시야에서 보일 것 같다


    새벽이 깊어갈수록 시상이 더욱 안정되어 간다.
    토성의 디테일에 감복하며.. 견적을 내지 못하여 가볍게 스케치를 포기하고
    목성으로 향하니 이건 뭐랄까… 괴이하다고 할만큼 
    징그러울 정도로 디테일이 보인다
    잘 찍은 사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원샷으로 찍은 목성보다는 내가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잘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성을 들여서 한줄 한줄.. 그러나 목성이 돌기 전에 신속하게 패턴들을 그려 보았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에 목성의 한켠, 대적반 바로 아래에서 
    목성 뒤편에 숨어있던 가니메데가 나왔다
    작고 하얀 뾰루지가 나왔다가.. 점점 커져서 영롱한 흰 점이 되었다
    착시인지, 금성 일면통과의 Black Drop 같은 현상인지 
    가니메데가 엄폐를 벗어나는 순간, 
    가니메데는 정확한 구형으로 보이지 않고 사방으로 번져 보이고
    목성의 옆구리는 살짝 패인 것처럼 느껴진다
    Egress of Ganymede 29 March 2020.png

    주무시고 계신 두 여자들도 깨워서 그 순간을 함께 하고..
    KakaoTalk_20200330_014259998.jpg

    집 뒷마당에서 극지용 파카를 입고 나름 바쁘게 하룻밤을 보내다보니
    KakaoTalk_20200330_014257229.jpg


    어느새 날이 밝았다
    오묘한 보랏빛 하늘 아래로 창백한 별이 하나 빛난다. 
    직감대로 수성이었다. 아무리 최대 이각이라도 이렇게 높이 떴었나?

    놀면 뭐하니. 그려보자
    Half Mercury 29 March 2020.png

    수성을 망원경으로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근데 수성 표면의 알베도가 다른 것인지, 
    달의 바다들처럼 수성 표면에 어두운 무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안시관측시 수성의 디테일이 보이는게 맞는지 구글에서 정보를 찾아보려고 해도  
    프레디 머큐리만 잔뜩 나와서 아직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


    수성까지 그리고 아침 7시, 망원경은 정원 데크에 팽개쳐둔채
    파란 하늘을 뒤로 유유히 다시 이불 속으로 쏙~!


    궁하면 통한다고, 
    생전 처음으로 이중성을 메인으로 오랫동안 관측했다.
    별 보러 관측지에 갔으면 이중성은 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행성도 암적응 버린다고 쳐다도 안봤겠지

    코로나 덕분에 아무데도 못가게 되었지만, 
    반대로는 자가격리 덕분에 이중성 관측이란 무엇인지 느껴보게 되었다
    도시의 수도승 윤호씨가 어떤 느낌으로 서울에서 이중성을 보는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고..

    밤하늘은 끝이 없다



                                  Nightwid 無雲

댓글 17

  • 서경원

    2020.03.29 22:16

    관측기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성 스케치는 스케치가 아니라, 사진같네요.
  • 조강욱

    2020.04.02 08:47

    감사합니다 ^^ 사실 목성은 너무 잘 보여서 놀라울 정도였어요

  • 이종근(뽀에릭)

    2020.03.30 10:16

    역시 안시 스케치 대가답습니다. 아직 이중성 관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경험이 더 쌓이면 재미를 붙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빨리 전 지구적 난국이 수습되길 빌어봅니다.
  • 조강욱

    2020.04.02 08:48

    예전에 어느 미국 별쟁이가 "허리케인 때문에 전기도 끊기고 집에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미러를 갈았다"는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데도 나갈 수가 없어서 이중성을 보기 시작했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ㅎㅎ

  • 김남희

    2020.03.30 12:35

    16"의 별상..남반구별도 가시가 돋혀 있군요..ㅎㅎ
    전갈자리 더블더블 흥미롭네요..요즘 중국산 더블렛 6"굴절이 땡기는게 가까운 시안이나 가서 이중성 쪼개 봐야하나 충동이 생깁니다.ㅎ
  • 조강욱

    2020.04.03 04:46

    네 300배까지는 괜찮은데 500배로 가니 자글자글 하네요 ㅎㅎ

    광축을 더 잘 맞추면 가능하려나요? ^^;;

  • 정기양

    2020.03.30 17:50

    이제는 광축 정렬도 100%인가 봅니다. 500배 이상에서도 좋은 별상과 행성의 디테일이 나오네요.
    마음이 즐거워지는 관측기 잘 봤습니다.
  • 조강욱

    2020.04.03 04:46

    광축은 평생 100%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ㅎ

    그래도 적절한 콜리메이터를 사용해서 최소한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 Profile

    박상구

    2020.03.30 20:05

    저도 수성을 본건 한두 번 뿐인 것 같네요. ㅎ
    표면의 부위별 알베도 차이가 그런 무늬를 만들어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ASOD의 수성 스케치 모음을 보니 궁금증이 좀 풀리는 듯 합니다. http://www.asod.info/?cat=90

  • 조강욱

    2020.04.03 08:02

    그렇군요 수성 지도까지 있네요 ㅎㅎ

    별보기는 정말 공부할 것이 많네요 ^^;;;

  • 이한솔

    2020.03.31 10:31

    스케치에서 별상이 매우 사실적입니다 ㅋㅋ,
  • 조강욱

    2020.04.03 08:02

    네 사실적이 아니라 인상적인 별상이 되어야 할텐데유 ^^;;;

  • 최윤호

    2020.04.01 11:10

    별 감흥없이 보다가 한 두개 걸리는거 그런거 맞습니다. 근데 언제 그런게 걸릴지 몰라 싸그리 다 볼 수 밖에요. ㅎㅎ 저도 이중성 스케치 더 사실적으로 해 보고 싶은데 솔직히 좀 귀찮습니다. ㅋㅋ
  • 조강욱

    2020.04.03 08:04

    윤호씨 덕분에 요즘에 별보기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

  • 최윤호

    2020.04.03 13:08

    제가 형님께 배워야죠. ㅎ 매우 어두운 반성을 자주 보다 보니 이게 나름 Training이 됩니다. 은하의 별 상의 핵 파악, 표면에 겹친 또는 헤일로에 걸친 어두운 별 파악 그리고 어두운 두 은하 분리 등등에 시간 좀 단축 되는듯해요. ㅎ

  • Profile

    김영주

    2020.04.07 13:27

    태양, 금성과 목성.....아주 다작에 고궐리티의 작품을 남기셨네요. 늘 표본이 됩니다^^
  • 조강욱

    2020.04.10 22:12

    별고픔을 집에서 달래려니 다작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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