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남미원정] 5. 죽어도 좋아
  • 조회 수: 308, 2019-11-01 06:10:40(2019-10-25)

  •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 원정 5일차 (2019년 7월 4일, 칠레 아타카마) ====================


    낮에 다시 본 숙소, Casa Sorbac은  밤에 얼핏 본것보다 시설도, 분위기도 훨씬 괜찮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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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Serena의 숙소와 마찬가지로 뒤늦게 일식 바가지를 씌우려고 해서 
    AirBnB 본사에 한참을 컴플레인 하고 내 예약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었지만 말이다
    (내 예약을 취소하고 가격을 올리겠다고 2달 전에 내게 통보함.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침밥 제공. Atacama에서 흔치 않은 조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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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대목이라고 가격도 올리고 본격적으로 영업 좀 하나보다 했는데
    꽤 큰 숙박업소에 손님은 우리 외에 거의 없었다
    (어제 밤에 축구 보던 사람들은 동네 주민들인지 축구가 끝나고 모두 집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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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수보다 직원 수가 더 많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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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매니저인 파울로 페드로는 영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총각이었다
    이 오지 마을에서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있어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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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카마에서 가장 어둡고 경치 좋고 밤새 별보기 좋은 차로 갈 수 있는 곳”을 물으니
    아르헨티나 국경으로 가는 23번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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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도로상에 위치한 미스칸티 호수나
    미스칸티를 지나서 동서로 뻗어있는 아르헨티나 국경까지 가는 구간이 최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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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만 돌리면 사방이 그림이고, 불빛은 물론 절대로 찾을수 없다는 말씀.
    전문적으로 별을 보는 친구는 아니겠지만 동네 지리는 잘 알겠지..
    구글맵 스트리트뷰를 뒤지며 갈만한 곳들에 별표를 해 놓았다


    두 사진사는 오늘 촬영 준비로 바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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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뉴질에서 공수해온 한국 인스턴트 음식으로 점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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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오는 형님들이 사오셨으면 더 퀄리티가 좋았겠지만
      장비를 안들고 와서 가방에 자리가 남아도는 내가 맡아서 가지고 왔다)

    언제 저녁을 먹을수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뱃속 가득 밀어넣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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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 Pedro de Atacama 읍내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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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한 동네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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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카마 타운 센터에 들러서, 슈퍼에서 페드로가 고산증세에 좋다고 추천해준 코카잎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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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웅큼씩 들어있는 마른 나뭇잎 한봉지에 5백원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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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은 정말.....

    미스칸티 호수 앞에서 만나기로 한 원덕중님. 피자집에서 코로나와 함께 점심 식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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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다)

    La Serena 여기저기서 같이 또는 따로 일식을 보던 한국 원정팀들은
    거의 대부분 아타카마로 다시 모였다 
    서로의 일정이 바빠서 더 이상 같이 관측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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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칸티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로 주위의 풍경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절경이다
    그림임이 분명한 설산과 황무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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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앞에 잡힐 것 같은 거대한 풍경들은 50~100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그 산과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서 더 가깝게 보이는 것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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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카마보다 더 작은 타운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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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뭘 해먹고 살까?
    인터넷으로 한참 뒤져보니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은 아타카마 타운과는 조금 다르게
    광산과 농업이 주된 경제활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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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달리다보니 저만치 앞에 단체 관광객 버스가 서 있다
    뭐 좋은거 있나? 차를 세워보니 입간판의 스페인어 문구가 “Tropic of Capricorn”이랑 거의 유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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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프뤼콘이면.. 남회귀선이다!

    생각지도 않게 남회귀선을 만났다.
    북회귀선도 소설책 이름으로만 잠시 봤을 뿐 가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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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회귀선은 태양이 정확히 머리 위 천정(90도)에 남중하는 남방 한계 지역을 뜻한다
    남회귀선보다 남쪽 지역에서는 아무리 태양이 높게 떠도 90도에 도달하지 않는다.
    남회귀선에서는 동지(남반구에서는 하지가 아니라 동지에 태양이 가장 높게 뜬다)날 
    태양이 정확히 90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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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태양이 위치한 곳이 Capricorn(염소자리)이기 때문에 남회귀선의 영문 이름이 
    고대 시절부터 Tropic of Capricorn이 된 것인데 
    사실 동지에 태양은 궁수자리에 있는데 왜 뜬금없이 염소자리가 들어가 있을까?

    기원전에 처음 회귀선 개념이 생겼을 때는 동지에 태양이 염소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북회귀선이 Tropic of Cancer인 이유도 옛날 옛적에는 하지에 태양이 게자리에 있었기 때문이고..
    근데 세차운동 때문에 몇천년간 하늘이 이동해서 지금과 같이 해당 별자리가 바뀌게 된 것이다
    (그래봤자 염소에서 전갈로 별자리 한 칸 이동한 것이긴 하지만..)
    한가지 궁금한 것은 북회귀선이야 수메르에서도 이집트에서도 가까운 동네니 개념을 알만 했겠지만
    남회귀선은 어떻게 알고 Tropic of “Capricorn”이란 이름을 지었을까? 
    그 당시엔 남회귀선 근처에 문명이 없던 때였는데..

    위키피디아에서 남회귀선 설명을 찾아보니 이런 내용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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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회귀선 위쪽은 열대 지방인데..
    전국토가 남회귀선 아래에 있다는 의미는
    뉴질랜드가 남반구 나라 중엔 꽤 살기 좋은 동네라는 인증이다

    여튼, 잠시 증명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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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 고원지대로 가기 전 마지막 마을, Soc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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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00미터에 위치한 아타카마 타운에서 출발하여
    Miscanti 호수가 있는 3500미터에 이르니 풍경이 다르다
    색의 구성이 더 단순하고 강렬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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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비교 3000M vs 3500M
    (원본 링크 : https://youtu.be/HkKGQgG8K5w)

    (원본 링크 : https://youtu.be/Aal-QGtC6uo)


    미스칸티 호수 진입로까지 무사히 도착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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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들어가는 길이 중간쯤부터 게이트로 막혀 있다
    아.. 이건 먼가요..
    낮에는 여기서 시간 보내다가 문 닫을 시간 되어서 쫓겨나더라도 
    관리 직원들 퇴근하면 다시 호숫가로 와서 밤을 보내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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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접근조차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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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팀들도 왔다가 허탈해 하며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만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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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근데 여기 게이트 앞도 풍경이 꽤 괜찮다
    남쪽으로 멋진 산도 하나 있고,, (Volcán Miñiques라는 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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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시간이 오후 4시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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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칸티 호수에 밤에 접근을 못할 때를 대비해서 
    아르헨티나 국경 근처에 몇군데 찍어놓은 곳이 있으니
    거기까지 갈지 (현 위치에서 40분 거리), 
    아님 여기서 그냥 자리를 펼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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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장비 세팅에 시간이 걸리는 형님들은 그냥 여기에 자리를 펴고 싶어했지만
    숙소 매니저 파울로가 “여기가 최고 대박이야”라고 했던 
    국경지대 23번도로 동쪽 구간을 꼭 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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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무리해서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
    갔는데 여기보다 풍경이 안좋거나 차대고 별볼 데가 없어서 혹시라도 망하면 
    다 내 탓인데..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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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칸티에서 남쪽으로 멀리 보였던 산을 옆으로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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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칸티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시야도 그리 좋지 못하고 풍경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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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떡하지 어떡하지..
    한 30분여 마음 졸이며 달리다가 찍어놓은 지역 근처에 다다르니 
    다시 달력 풍경이 나온다
    그래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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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오후 5시 20분이다
    남쪽으로 호수와 멀리 절경이 펼쳐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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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자마자.. 하아~~~~

    장탄식이 나온 이유는, 물론 풍경이 그림 같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산소가 부족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평지에서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니면 몇 걸음 가지 못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아까 차에서 3500미터쯤 넘을 때부터 가슴도 점점 답답하고 뒷골도 계속 땡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훨씬 낫다
    Sky Safari로 고도 체크를 해 보니 4,002m. 정확히 4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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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미터 넘는 산에도 거의 올라가본 적이 없는데..
    2744미터인 백두산만한 높이의 아타카마 타운에서 포장도로를 달려서 4천미터로 바로 이동한 것.

    4천미터 그곳은 모든게 낯설다
    생전 한번도 보지 못한 색의 풍경들 – 산과 호수, 흙, 눈, 돌멩이와 풀 한포기까지..
    그리고 바람과 추위.
    살아있는, 따뜻한 몸을 가진 생명체는 반경 100km 이내에는 우리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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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아는 관광지인 그 아타카마가 아니라
    세상의 별쟁이들이 동경하는 바로 “그 아타카마”에 서 있다

    하늘은 파랗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한없이 깊고 무서우리만치 푸르다

     4천미터의 밤을 대비하며 중무장을 하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관측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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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링크 : https://youtu.be/pXcujKE0q5U)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가고 얼굴은 탱탱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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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대에 가지고 올라간 과자봉치처럼 되어버렸다

    두 형님은 더 좋은 배경으로 박명 전에 풍경을 찍기 위해서 호숫가 가까이 이동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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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멍하니 혼자 풍경감상하다가 호수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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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걸음 한걸음이 힘겹다

    북극용 방한복과 방한화를 신고서 한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숨이 거칠어지면 금세 뒷골이 땡긴다


    (원본 링크 : https://youtu.be/pXcujKE0q5U)


    밤새 컨디션 관리해야 하니 조심조심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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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우리 차 근처로 돌아오니 달이 보인다
    찬란한 월령 2일 초승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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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첫달을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때는 칼라마에서 아타카마로 이동중이었을듯.

    항상 완벽하게 맑고 어두운 하늘에서 눈썹달을 볼 때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환경 아래에서는 달 자체는 물론이고 지구조가 더욱 빛난다
    어두운 광채가 달 전체를 휘감는다고 해야 할까?

    눈부신 얇은 달과 신비로운 광채의 지구조의 조화.. 
    거기에 황홀한 석양과 고봉들이 배경을 이루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이 연출되었다

    “Surreal”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 한단어만 떠오른다
    단어 그대로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Too surreal.

    말로 표현이 안되면?
    그림을 그리면 되지.

    하늘의 색이 바뀌기 전에 폰 안의 작은 화면에 담아보려고 애를 써 보았다
    [ Sunset in Atacama 4002M, 갤럭시 노트4 & 터치펜, 조강욱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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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밑에 보이는 두 별은 화성과 수성이다

    얼마 뒤, 그 달은 그림의 산 뒤로 넘어갔다
    달이 넘어간 직후에도 달은 계속 밝았다. 지구조 때문에..
    검은 보름달 같다고 할까? 산능선과 접촉한 지구조는 평소보다 더 크게 보인다
    월몰에 이은 지구조몰. 말도 안되는 풍경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북쪽 하늘에는 북두칠성 국자 손잡이가 산허리에 걸려 있다. 

    남위 23도니 보일만 하겠지? 남위 37도인 우리 집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별들이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곧 장엄한 은하수가 드러난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엄청난 은하수의 장관은 호주의 아웃백에서도, 뉴질랜드의 오지에서도 종종 보았지만
    고지대에서는 처음이다.
    별 하나를 봐도 평지에서의 별빛과 천미터 고지의 그 빛은 영롱함이 다른데
    (멀리 안가도 광덕산에만 가봐도 알 수 있다)
    4천미터의 별빛은… 
    아~~~~ 그저 탄성만 나온다

    [ 박대영 作, 해발 4천미터의 은하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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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별하늘을 찬찬히 뜯어보니
    생각만큼 하늘이 어둡지가 않다
    우선 별이 워낙 많고 은하수가 너무 밝은 이유도 있지만
    평소에는 보기 힘든 각종 “광”들이 하늘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위 박대영 형님 사진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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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박대영님 사진을 조강욱이 편집함)


    아주 어두운 하늘에서는 보고 싶지 않아도 쉽게 황도광을 볼 수 있다.
    (암적응과 관측에 도움될게 없는 희미한 광해 덩어리라 굳이 보고 싶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높이는 지평선에서 시작해서 보통 고도 50도 정도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인데
    아타카마에서 만난 황도광은 진하게 뻗은 굵은 빛줄기가 
    정말로 황도를 따라 천정까지 올라서 은하수의 전갈 궁수까지 이어진다.

    안그래도 은하수가 너무 밝은데 황도광까지 자연 광해를 만들어낸다
    지평선 근처에는 (그전까지 한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대기광일 수밖에 없는 
    뿌연 빛이 온 사방을 낮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황도광처럼 관측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별들로 하늘이 밝고, 황도광과  대기광도 빛나고 있어서
    하늘은 현란하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하늘의 배경 자체가 밝아지고 잔별들이 많아지다 보니 칠흑 같은 어둠과도 거리가 있다
    별은 쏟아지는데 너무 휘황찬란해서 하늘이 밝은그런..

    누군가 최고의 관측지에 가면 너무 어두워서 산등성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말은 오늘의 경험으로 보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대기광과 황도광이 빛나는 하늘은 산능선과 너무나도 명확히 구분이 된다
    (구름이 완전 뒤덮은 날은 산능선을 구분 못할수도 있을 것 같다. 
     인공 광해가 없는 하늘에선 구름이 검은색으로 보일 테니..)

    한참 은하수를 감상하고 있는데 경찰 밴이 지나간다.
    아니 지나가다가 멈춰서서 우리를 비춘다
    경찰이 우리를 보고도 그냥 지나간다면 직무 유기이겠지.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차림과 장비를 보고 
    그들도 우리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바로 알았을 것이다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의 검문소로 출근하는 길인 것 같다.
    혹시나 쫓겨날까봐 긴장했으나 별 잘 보라고 격려인사도 받고 안녕.
    어두워진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통행차량이었다

    금강산도, 아타카마도 식후경이다
    두 형님들이 장비 세팅에 분주한 사이 저녁 준비.
    찬물에서도 50분 불리면 먹을 수 있다는 최신 전투식량 비빔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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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저녁을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하려니
    형님들이 장비 세팅을 마치고 마운트와 컴을 돌리기 위해 차 시동을 걸었다
    차량 배터리 전원이 필요하신가보다.

    나는 촬영용 헤드랜턴과 노트북 불빛으로부터 암적응을 지키기 위해 
    차 뒷편에 엄폐(?)하며 별을 보고 있었는데
    차에 시동이 걸리니 매연이 바로 코로 들어온다

    뭐 괜찮겠지.. 하고 별보는 데에만 집중했는데
    한 5분쯤 지나니 속이 미식거린다.

    이건 안되겠는데.. 
    어쩔수 없이 내 짐들을 챙겨서 차에서 좀 떨어진 수풀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속이 더 미식거린다
    심호흡을 하며 컨트롤 하던 가벼운 두통도 점점 더 심해져 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코카잎을 씹어도 소용없다
    오히려 그 진한 풀 향이 비위만 더 상하게 한다

    이러면 안되지.. 여기까지 와서
    쌍안경을 들어도 책을 펼쳐도 손가락만 움직여도 숨이 거칠어진다
    숨을 쉬면 쉴수록 더욱 숨이 가쁘다
    전형적인 고산병 증세

    몸이 괴로우니 이 멋진 하늘을 두고도 그 고통에 점점 눈이 감긴다
    눈을 감고서 오늘 본 것들을 생각해본다

    해가 진 뒤 제대로 하늘을 즐긴 시간은 채 2시간도 되지 않는다.
    장대한 은하수와 거기에 맞닿은 황도광, 
    사방의 지평선에 넘실대는 대기광,
    검은 천에 가는 바늘로 구멍을 낸 것 같은 투명한 별들, 
    어두워지기 전에 봤던 엄청난 지구조와 석양빛,
    그리고 낮에 본 비현실적인 풍경들까지..

    4천미터의 험지까지 별을 보러 와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비록 몸은 처음 경험하는 4천미터를 견디지 못하고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들바들 떨고 있지만

    죽어도 좋아
    이런 하늘 아래서라면 
    죽어도 좋아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손쓸 틈도 없이 오늘 먹은 것들을 즉석에서 확인하고 말았다

    죽더라도 덜 번거롭게.. 찾을 수 있을만한 데에서 죽어야 할테니 
    다시 짐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차 근처로 왔다
    매연 냄새를 다시 맡으니 정신은 더 아득해진다

    두 형님들은 아주 멀쩡히 각자 할일에 바쁘다
    예전에 들었던 얘기가 기억이 났다
    “고산병은 언제 누구에게 올지 알 수 없다”
    “약골이든 운동선수든 관계없이 고산병이 올 수도 있고 멀쩡할 수도 있다”

    그게 나였구만..

    눈을 뜨고 있는것조차 너무나 괴로워서 차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자고 있는 중에는 좀 덜 아프겠지
    그러나 아파서 잠도 안오고 숨이 가빠서 가슴이 답답한 상황이라
    차 조수석을 뒤로 젖히고 반쯤 누워서 그저 몸부림만 칠 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영형님이 차 문을 열었다
    “돌아가자”

    시계를 보니 아직 자정밖에 되지 않았다
    이 엄청난 하늘을 두고서???

    20190705_003240.jpg

    20190705_003300.jpg

    4천 고지에 올라오기 전에 내가 얘기를 꺼냈었다
    “고산병은 누구한테 올지 아무도 모른대요. 
      우리중에 누구라도 고산증세가 오면 바로 내려가는 것으로 하시죠”

    나름 멋져 보이려고 한 말이었는데
    내가 사경을 헤멜 줄이야..
    멀쩡히 별 잘 보고 있던 두 동료들도 내 덕분에 조기 귀가를 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밤하늘을 반나절이나 남겨두고 말이다

    “돌아가자. 장비 다 정리했어”
    “형님 5분만 기다려 주세요”

    깨질 것 같은 머리와 구토로 만신창이가 된 뱃속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다시 차 밖으로 나왔다

    어렵게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인생에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하늘이다
    개기일식 볼때처럼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본다
    온몸으로 별빛을 모두 흡수해 버릴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SQM을 꺼내서 떨리는 손으로 하늘의 어둡기를 측정해 본다
    뚜.. 뚜.. 뚜.. 21.7

    음? 아타카마 타운에서 21.6이 나왔는데.. 겨우 0.1 차이?
    은하수와 황도광으로 하늘이 더 밝아진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새벽 1시쯤, 거대한 밤하늘을 뒤로 하고 사람이 사는 곳으로 길을 떠났다
    대영형님의 말씀에 따르면 심야 과속 졸음운전으로 몇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하는데
    나는 혼자 죽을 고비와 싸우느라 눈치도 채지 못했다
    그리고 3500, 3000.. 고도가 낮아질수록 고산병 증세는 점점 나아지고
    2600m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하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완전히 멀쩡해졌다.

    그 하늘을 포기하고 왔는데....
    정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확실한 고산병 인증!



    그 날, 아타카마의 자연은 결국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산병이 심해지기 전까지, 
    2시간 가량 내 눈에 그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더 깊은 감사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도 칠레 국경 4천미터의 “그 아타카마”는 
    여전히 그 휘황찬란한 밤하늘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을지라도…






                                                                 Nightwid 無雲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댓글 8

  • 김철규

    2019.10.26 01:01

    거기까지 가셔서 고산병 때문에 돌아오셨다니 너무 아쉽군요. ㅠㅠ 그 동네에선 산소캔을 안 파나요? 내가 중국에서 4600미터 올라갔을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산소캔을 하나씩 들고 힘들면 한모금씩 마시더군요. 다행히 나는 고산병이 오지 않았었는데 그거 마시는 사람들 얘기가 마실때마다 시야가 확 열리는듯한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내가 올라갔던 산은 마침 안개가 자욱했었는데 강욱님 경험담을 보니 내가 올랐었던 산은 습도가 높아서 그나마 견디기 수월했었나 봅니다. 습도가 너무 없어서 입술이 터져버리는 그 느낌 정말 견디기 힘들죠.

  • 조강욱

    2019.10.26 11:19

    산소 캔은 못봤고
    현지인들은 껌씹듯 쉼없이 코카잎을 씹고 있더군요

    약국에서 고산병을 완화시키는 알약을 팔았는데.. 저는 그런 정보도 모르고 맛없는 코카잎만 씹었지요 ㅜ_ㅜ

    입술이랑 손가락 말단 부위가 계속 터져서 여행 내내 고생했습니다.. ^^;;;

  • 김재곤

    2019.10.26 10:03

    강욱씨. 글하나 사진하나가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어느샌가 어느 일에도 열정이 식어가고 있는데. 집나간 죽어도 좋아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 조강욱

    2019.10.26 11:20

    형님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저보다 더 바쁜 사람이잖아요.. 몸도 마음도 ㅎㅎ;;

    열정이 지치지 않도록.. 쉬엄 쉬엄 하셔요.. ^^*

  • 김병수

    2019.10.29 20:42

    아타카마에 6년전에 갔었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그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강욱씨처럼 고산병으로 고생했던 기억도 나구요... 사진은 높이 올라갈 수록 좋겠지만, 안시관측에는 3000미터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고마와요. 잘 보고 있어요.
  • 조강욱

    2019.11.01 06:09

    맞는 말씀이에요 

    2600이나 4000이나 SQM도 큰 차이가 없고 다만 기분이 많이 다른거 같네요

    그리고 정상적인 거동이 어려우니 관측 효율에서 차이가 많고요..

    그래도 그 비현실적인 풍경 아래서 또 별을 보고 싶네요

  • Profile

    박상구

    2019.10.29 21:30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관측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열정까지 조마조마하게 잘 읽었어요.
    고산병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니 너무 안타까웠을 것 같아요. 그래도 더 심해지기 전에 돌아와 다행이구요.
    언제나 내일에는 훨씬 더 감동적인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죽어도 좋아'는 너무 일찍 꺼내놓지 말았으면 해요 ;P
  • 조강욱

    2019.11.01 06:10

    아직 마우나케아의 별도 보지 못했고
    아프리카도, 공해상의 별들도 보지 못했으니 조금 더 오래 살아야 할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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