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남미원정] 3.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 조회 수: 2046, 2019-10-25 00:01:27(2019-10-12)

  •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 원정 3일차 (2019년 7월 2일, 칠레 라 세레나) ==========================


    개기일식의 날이 밝았다.
    일어나자 마자 날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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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해변에는 해무인지 약간 흐릿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맑음.
    개기일식은 오후 4시 45분이라 여유가 있지만 여튼 서둘러 준비하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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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찾아놓은 관측지에는한국에서 온 팀들 중 우리팀 3명과 원덕중님, 황인준 형님 가족, 그리고 AAA 팀이 함께 할 예정. 

    김도현 형님, 박한규님은 La Higuera에서, 정병준님(Rainbow Astro)은 La Serena 해변의 호텔방에서, 
    권오철님은 우리가 가지 못한 CTIO 천문대에서, 이강민님은 La Silla 천문대에서 각각 관측을 할 예정이다

    기상 예보는 그간의 걱정과 준비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다. 일식대 어디서든 도저히 실패할 수 없을 분위기.
    전망 좋은 호텔방 발코니에 진지를 구축한 정병준님의 장비들이 외신 속보(?)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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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을 보고 나면 바로 아타카마로 이동인데.. 
    아무래도 일식 티셔츠를 살 기회가 더 없을 것 같아서 관측지 이동 중에 공항에 들렀다
    공항 샵에는 그래도 좀 있겠지.

    그런데 없어도 너무 없다. 
    공항 내의 상점에는 도저히 사고 싶지 않은 (사도 못 입을) 못생긴 디자인의 티셔츠 한가지만 걸려 있다 
    다음번 일식은 칠레 일식 티셔츠 입고서 보러 가야 폼이 나는데..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안되겠다

    포기하고 공항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가려는데.. 주차장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
    주차장 직원에게 아무리 쉽게 영어 단어를 얘기해봐도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서로 답답하게 바디랭귀지를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유창한 영어가 들린다
    공항 내의 부스에서 주차요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친절한 아주머니께 “영어 잘 하시네요” 했더니 학교 영어 선생님이시란다.
    그러면 그렇지.

    영어쌤 통역(?)을 대동하고 공항 내의 주차요금 계산 부스에서 계산을 하려니.. 카드는 안받는다고 한다
    아 바쁜데.. 환전은 어디서 또.. 하고 있는데 (작은 공항이라 환전소가 없다) 
    영어쌤이 지갑을 꺼내서 주차요금을 대납해 주셨다
    “나 한국 놀러가면 갚아~”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갈 길 가시는 고마우신 아주머니..
    갚으려면 이름도 연락처도 알아야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놀라서 물어보지도 못했다
    멀리 타국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 
    왠지 오늘 관측이 잘 될 것 같다


    아침에 여유있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주차요금 2천원을 못내서 시간을 한참 허비했다
    서둘러서 관측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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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장사로 바쁜 주민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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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이유로 바쁜 경찰 형님들. 무쵸 그라시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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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의 월드 캐피탈이라니.. 호주의 천문학 수도를 자처하는 Coonabarabran보다 스케일이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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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쿠냐에는 작은 언덕배기들도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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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쿠냐를 지나 비밀(?) 관측지로 가는 비포장 길에도 곳곳에 선수들이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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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쿠냐에서 관측지까지의 가는 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두었다 
    (8배쯤 빠르기로 재생됩니다)
    ( 원본 링크 : https://youtu.be/xc2jQif8jSY )


    정오가 지난 시각, 관측지에 도착하니 
    찍어 놓았던, 가장 전망 좋은 언덕 정상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온 커플이 이미 선점하고 있었다


    시간을 지체한 죄.. 어쩔 수 없지.. 
    근처에 자리를 잡고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 (장비 보관용 텐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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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장비 세팅에 여념이 없다

    남반구 모드로 가대를 세팅 중인 박대영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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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오신 원덕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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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원경에 전천 카메라에 드론까지 5대의 장비를 동시에 돌리는 욕심쟁이 동훈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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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AAA 팀의 컵라면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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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 개기일식을 더 많이 본 몇 안되는 한국인, 인준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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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적 순간을 완벽하게 맞이하기 위해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나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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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은하수 감상용 낮은 캠핑의자와 내 63mm 파인더,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70mm 쌍안경만 들고 왔다 
    myGears.jpg

    관측지 맨 뒤쪽에 일식 동영상 촬영용 미러리스 한대만 간단히 세팅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식의 순간을 기다렸다


    사진이야 나보다 훨씬 잘찍을 전세계 형님들 사진을 감상하면 되는거고
    안시관측자로서 2분여밖에 되지 않는 결정적 순간을 어떻게 가치있게 보낼 것인가?

    어설프게 카메라로 담겠다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고 
    그림을 그려 보겠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5번의 일식을 경험하며, 
    나는 개기일식 중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임을 알게 되었다
    그냥 그 순간 자체를 집중하여 즐기고 기억하는 것...
    개기일식의 2분이 얼마나 짧은지 현장에서 경험해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는 대신 나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택했다
    대신에 즐거움을 더 높이기 위해서 맥주 한잔, 그리고 음악도 같이..

    Andes.JPG

    태양의 코로나를 기다리며 코로나 맥주를 마시는 것은 일종의 의식이랄까?
    (“Andy is in the Andes”는 일종의 영어 말장난이다. 앤디는 내 영어 이름이고 안데스 산맥은 영어 발음으로는 “앤디스”가 된다)


    우리가 꾸물대는 사이 명당을 선점한 칠레 커플. 
    억울하면 서둘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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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과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인준 형님.
    2012년 호주 케언즈에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7년만에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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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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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전

    개기일식 당일날 장비는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지만 
    다들 어느정도 세팅은 완료가 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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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훈형님의 신무기 중 하나, 드론이 떴다. 아래 사진 왼쪽 끝에는 또다른 신무기, 360도 카메라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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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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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마냥 노는건 아니란 사실.
    가장 안정적인 자세로 관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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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가 되었다
    개기일식 10초쯤 전, 아직 파란 하늘에 반지가 등장했다.
    이건 뭐지? 사진으로는 비슷한 이미지를 찾지 못했지만
    육안으로는 확실히 파란 하늘을 바탕으로 하얀 반지가 등장했다
    2019 TSE 1st.png
    (출처 : 조강욱 그림)

    그리고 몇초 뒤, 익숙한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황홀한 다이아몬드 링, 
    그리고 검은 태양이 등장함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파인더를 조준했다
    파인더로, 쌍안경으로, 그리고 맨눈으로 검은 태양과 주변의 모습을
    눈과 머리와 가슴과 온몸으로 담아 놓는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아래는 개기일식 10초전부터 개기일식 종료 직후까지의 풍경이다.
    (장비 아무것도 안 가져갔다고 했는데, 이걸 찍기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와 휴대용 삼각대를 들고 갔었다)
    몬태규와 캐퓰렛도 원하던대로, 정확한 타이밍에 재생이 되었다

    Take a look! (캠핑의자에 앉아 있다 일어서는게 접니다)

    ( 원본 링크 : https://youtu.be/6IyMvoEKNK0 )



    개기일식 2분여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결정적 순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기억하려 애를 썼을 뿐이다
    그것이 내가 이전까지 5번의 개기일식을 경험하며 느낀 노하우의 결정체다
     
    그리고 개기일식이 끝난 직후부터, 보름여 동안 계속 그 시간을 회상하며 
    기억을 정리하고, 감동을 되새기고, 
    내 태블릿으로 한 장씩 그림을 남겼다

    tab.jpg


    위에 얘기했던 개기일식 전의 하얀 반지
    2019 TSE 1st.png


    개기일식 중에는 파인더와 쌍안경으로 번갈아가며 계속 태양을 관측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시원하게 보이고..
    이 때 아니면 언제 태양을 맨눈+광학계로 볼 수 있을까?
    2019 TSE 2nd.png


    개기일식 중의 하늘은 마치 석양빛처럼 아름답다
    개기일식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런 하늘빛을 감상할 생각도 못해 보았었다
    그리고 하늘이 어두워지며 나타난 별들..
    2019 TSE 3rd.png


    개기일식이 끝나고 두번째 다이아몬드 링이 보일 때,
    육안으로 분명히 다이아가 두개로 보였다
    2019 TSE 4th.png

    이건 뭐지??? 싶어서 개기일식 이후 형님들의 사진을 확인해보니
    두개 정도가 아니라 다이아가 4~5개로 쪼개져서 보였다
    달의 지형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다. 
    (달의 높은 산이 다이아 중간을 가려서 순간적으로 두 쪽이 된 것)

    쪼개진 다이아는 아래 대영형님의 사진에도 잘 나타나 있다
    [ 개기일식 & 다이아몬드 링, 칠레 Vicuna 인근, 박대영 (2019) ]
    IMG_9072-corona copy.jpg


    개기일식이 끝난 직후, 
    하늘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고
    땅 위의 사람들도 다시 이성을 되찾는다
    최고조에 달했던 긴장감과 희열도
    긴 여운을 남긴채 희미해져간다


    같은 지역에서 관측을 하던 다른 나라의 몇몇 팀은 개기식 종료와 함께 자리를 뜨고
    각자의 관측에 집중하던 우리도 이젠 여유롭게..
    20190702_164803.jpg


    대영형님이 고른 일식 축하용 와인으로 
    같은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축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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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너무나 완벽하다. 
    일식대 안에서 눈을 뜨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식을 봤을 것이다

    차올라가는 태양과 함께 천천히 장비를 정리하고
    20190702_173428.jpg

    온전한 모습을 찾은 태양은 곧 서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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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의 하늘빛은 언제나 황홀하다
    개기일식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하늘을 갤노트 터치펜으로 그려본다

    [ After Eclipse, 갤럭시 노트4 & 터치펜, 조강욱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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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배경으로 박대영 형님은 다중 노출 사진을 완성했다
    [ 개기일식 전 과정, 칠레 Vicuna 인근, 박대영 (2019) ]
    tse_sequence_20190702.jpg



    끝.
    남미 원정 3막 중에 1막이 완벽하게 끝나고 있다.







                                 Nightwid 無雲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댓글 7

  • 원종묵

    2019.10.12 22:19

    원더풀 ㆍ판타스틱ㆍ어메이징 ㆍ너무나 생생한 일식 체험기네요 ^^ 저도 언젠가 꼭 동행하고 싶네요 ㆍ믿고 읽는 강욱님 글 너무나 잘보고 갑니다
  • 조강욱

    2019.10.17 15:26

    여행 전문가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

  • 최윤호

    2019.10.14 11:44

    일식 이 만큼 봐야 이런 여유가 생기나 보군요. 다른 분 빼고 형님이 젤 여유롭고 부럽습니다. 2009년 상해 일식 이후 10여년에 흘렀군요. 그때는 최장 시간 이라도 옅은 구름속 토탈이었는데 이제는 저도 이런 환경에서 보고 싶어 집니다. 다음 번 미국 토탈에 함께하길 기대해 봅니다.

  • 조강욱

    2019.10.17 15:27

    그러게 벌써 10년 전이네

    토탈 밑에서 포즈 잡고 찍은 사진이 기억나는고만 ㅎㅎ

  • Profile

    박상구

    2019.10.18 00:36

    캠핑의자에 다리 쭉 뻗고 누운 모습이 아주 제대로 염장 샷이네요 ㅎㅎ
    천문학의 월드 캐피탈에서 코로나를 보면서 마시는 코로나의 맛은 어떤 맛일까.
  • 조강욱

    2019.10.21 19:32

    코로나 맥주는 평소에도 맛있지만 코로나 아래에서 마시면 정말 특별한 맛이지요 ㅎㅎㅎ

    캠핑 의자에 다리 쭉 뻗고 있는게 개기일식을 대하는 저의 결론입니다 ^^;;;

  • 김병수

    2019.10.25 00:01

    이제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지네요... 호주의 허망함과 미국의 가슴벅참이 머리속에서 교차합니다. 귀한 글 보면서 내년 칠레 일식의 의지를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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