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신참의 첫 야간비행 번개관측기
  • 조회 수: 10058, 2013-05-09 20:27:09(2013-05-07)
  • 어린이날이었던 일요일, 어버이날 선물을 고르려고 마님과 쇼핑 중에 김남희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벗고개 나갑니다.'

     

    전날 철야근무를 하고 돌아와서 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몸과 머리가 함께 맑아집니다 ㅎㅎ
    성심껏 쇼핑에 동참하면서 오늘 나가봐도 될지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더니 마님도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이럴땐 천문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한게 유리한 점이 있는 듯합니다 ^^;

     

    8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벗고개에는 김남희님이 장비를 설치하고 계셨습니다. 처음 참가하는 야간비행의 번개관측회라 살짝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괜한 걱정을 했구나 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데다가 미소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분이십니다 ^^
    잠시후 임광배님이 도착하시고 조금 뒤이어 이한솔님, 약간 시간이 흐른뒤에 류창모님, 최형주선생님 오셔서 저까지 6명이 관측을 했습니다. 모두들 신참을 반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들 장비를 꺼내시는데 제 12인치는 완전 꼬꼬마 망원경이네요. 오늘 눈 호강 제대로 하고 가겠구나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더군요. 장비 설치 중 레이저 콜리메이터 때문에 잠깐 난처했는데 김남희님께서 빌려주시고 광축 맞추는 것까지 도와주셔서 편하게 관측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아직까지 메시에를 다 보지 못해서 얼른 이것들을 다 보아야겠다는 급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날은 제가 가진 가이드북에 나온 순서대로 메시에 대상을 봤던 것도 포함해서 하나하나 처음부터 찾아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갔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관측기에서 읽었던 각 대상들의 디테일을 저도 보고 싶어서 찬찬히 하나하나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찾는 것도 좀 더뎌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3, 4, 13, 51, 57, 65, 66, 92, 95, 96, 97, 104, 105(+NGC3384, 3389?), 108 정도를 찾아보고 가능한 상세한 모습을 보려고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임광배님께서 M13의 프로펠러를 설명해주셔서 드디어 저도 벤츠를 보게되었습니다. 한번 보고나니 그 다음에는 눈에 잘 띄더군요. 그리고 김남희님께서 제 망원경으로 M4의 하트모양을 설명해주셔서 보았는데 그렇게 모양을 생각하면서 보니까 기억에 더 잘남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머리속에 그 체인이 점점이 떠오르네요 ^^

     

    저를 제외한 다른분들은 15인치, 18인치로도 알아보기 힘든 어두운 대상들을 찾아보고 계셨는데요, 제 눈으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그런 것들이더군요. ^^;
    (나중에 이한솔님께서 제가 실망할 것을 걱정하셨는지 좀 잘보이는 것이라며 보여주신 NGC3690과 IC아무개라는 두 충돌 은하는 정말 제 눈에도 잘 보이고 두 은하가 비스듬히 붙어있는 모양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NGC4565 옆에 있는 4562를 찾아보려고 여러분들이 한참을 애쓰시는 것을 옆에서 보았는데, 제 눈으로는 있다고 하시면 있는것도 같고 없다고 하면 없는것도 같고, 자꾸 들여다 보니 눈이 멍해셔저 나중엔 그 일대가 다 부옇게 보여 알아볼 수가 없더군요.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찾아보니 그 자리에 분명 희미한 은하가 있는 것이었는데 그 정도의 눈이 되려면 얼마나 경험을 쌓아야할지 좀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마님께 해주니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보든 안보든 거기에 분명히 있는건데, 더 큰 망원경으로 보면 쉽게 보이는 것들일텐데 왜 (상대적으로) 작은 망원경으로 볼려고 애를 쓰는걸까" 하더니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런 대답을 스스로 하더군요.
    "아니면 그건 마치 명상같은 것 아닐까. 명상을 깊이하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되고 희열을 느낀다던데 가까스로 보이는 그런 은하를 알아보는 것이 그런 느낌을 주는걸까?"
    하더군요. 어쩐지 일리가 있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월요일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아 1시가 되기 전에 저 먼저 철수 했는데 다른분들은 얼마나 더 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시고 잘 들 들어가셨겠죠?
    모두 반갑게 맞아주시고 불쑥불쑥 구경시켜달라 졸라도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번 있을 관측에도 다시 뵙기를 희망하겠습니다. 그 사이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해두겠습니다 ^^

     

    Profile

댓글 8

  • Profile

    임광배

    2013.05.07 18:02

    박상구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저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안시의 고수들이셔서 앞으로 많은 도움 받으실 겁니다.
    조강욱님께서 자주 언급하시는 구경책임제 동참을 축하드립니다.^^
  • 박상구

    2013.05.07 21:11

    네 ^^ 구경책임제 말씀만 들었지 그날 뵈니 정말 모든분들 책임제 확실히 실행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잘  따라가보겠습니다. ^^

  • 김남희

    2013.05.07 18:12

    박상구님 만나뵈어 반갑웠습니다.. 상구님과 제 집이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 있는 동네에 사시는군요.ㅎ
    앞으로 좋은 활동 부탁드립니다.관측 하느라 제대로 대화를 못했는데 동네서라도 자주 뵙도록 하지요.. ^^
  • 박상구

    2013.05.07 21:15

    지척에 좋은 별 선생님 계신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

  • 김철규

    2013.05.08 18:29

    잘 읽었습니다.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저랑 같은 구경을 갖고 계셨네요. 저도 앞으로 열심히 구경을 책임 지려고 합니다.
  • 박상구

    2013.05.09 07:12

    네 감사합니다. 저도 별하늘지기나 이곳에 올리시는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의욕적이신 모습에 저도 힘을 받습니다. 언제 관측지에서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조강욱

    2013.05.09 16:24

    사모님께서 이미 안시의 미학에 대해서 통달하신 것 같습니다 ^^

    긴 호흡으로 구경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은 관측의 큰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 Profile

    박상구

    2013.05.09 20:27

    ^^ 그런데  제 아내에겐 예전 취미일 뿐인 듯합니다. 한번 같이 나가보자고 하면 "됐어~ 한두번 봤나" 이러네요. 제가 좀 깊이있는 결과물을 내면 다시 흥미를 가지게될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듯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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