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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치입문-(9) 별이 있는 풍경 #2 - 아크릴 그림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1804, 2012-03-29 23:54:05(2011-07-26)
  • 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9) 별이 있는 풍경 #2 - 아크릴 그림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1.7.25



    7번째 연재글에서는 별 풍경을 그리는 방법 중 파스텔 그림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선생님의 권유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보게 되었다.


    아크릴 물감의 장점은 무엇보다 깊은 색감에 있다.

    파스텔이나 수채화와 다른 불투명의 색감.. 같은 노력으로 더 효과적인 그림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보존성이다.

    아무리 잘 보관한다 해도 연필로, 파스텔로 그린 그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림을 코팅해 둘 수도 없고..

    유화나 아크릴로 그린 그림은 그 보존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미술관에 파스텔, 연필로 그린 그림이 왜 많지 않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 ㅎㅎ;;;


    □ 재료 소개

    ▶ 붓

    붓. 중고딩 다닐때 그렇게 싫어하던 그림붓과 다시 만났다  (DIY 리모델링 하느라고 페인트붓은 그동안 종종 만져봤다 ㅡ,ㅡ;;)

    오른쪽에 파란색과 검은색 붓대를 가진 붓들은 우리 원장님의 협찬을 받아서

    어린이집 애기들용 붓을 갈취.. ㅎㅎ

    왼쪽에 투명한 붓대를 가진 작은 붓 다섯개는 '세필'이라고 해서 보통 쓰는 붓보다 크기가 작다




    세필 클로즈업..



    그 크기를 비교하고자 0.7mm 샤프랑 같이 찍었다

    큰 붓으로 배경색을 칠한 이후 사물의 묘사나 별을 찍는 것은 모두 이 세필들의 몫.

    이전 그림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성단 별찍기를 한 붓은 세필 5종 세트 중에서도 가장 가는 붓.

    붓촉의 폭이 0.5mm 정도 되는 것 같다..

    위 5종 세트의 가격이 무려 1만원!

    하지만 써보니 1만원의 값어치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빨아서 말려 놓으면 다시 새것처럼 탱탱하게 하나로 뻣는 붓촉..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던 막붓(?)의 자유분방함과는 다른.. 안정성과 견고함이라고 할까 ㅋ


    붓을 고를 때는, 그림의 용도에 맞추어 적절한 크기의 붓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얼마나 복원력이 좋은 붓촉을 선택하는가가 제일 큰 포인트일 것이다.



    ▶ 아크릴 물감



    아크릴 물감이 유화 물감과 틀린 점은 마르는 시간이 아주 빠르다는 것이다.

    마르는데 2~3일이 걸리는 유화 물감은, 한 번 바탕을 깔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려면 며칠이 걸리고, 거기에 덧칠을 하려면 또 며칠..

    반면에 아크릴 물감은 단 15분이면 충분하다

    화방에 가보면 여러가지 종류의 아크릴 물감을 만날 수 있는데

    어짜피 색을 섞어서 사용하고, 그리고 별하늘은 칙칙한 색만 주로 쓰므로

    그리 많은 색을 살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딱 24색 정도면 입문 단계에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24색 중 가장 저렴한 (2만원) 제품으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아크릴 물감을 쓰다 보니 컬러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오렌지, 그냥 블루가 아니라 퍼머넌트 오렌지, 브릴리언트 블루란다

    영원한 오렌지색은 어떤 것일까?



    ▶ 캔버스

    유화 / 아크릴 그림에 입문하는데 심리적으로 큰 진입 장벽이 있다면.. 바로 종이가 아니라 캔버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나는 교보문고에서 캔버스라는 것을 처음 만져보고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화가라고 이런 거창한 작업까지 해야 하나... ㅡ,ㅡ;;;

    뭔가 대단한 것을 그려야 할 것 같은 부담감. 그리고 생각보다 꽤 나가는 무게감과 부피.

    일반적인 캔버스는 아래와 같이 나무 '와꾸'에 천을 씌워서 만든다



    가격도 같은 크기의 스케치북은 한 권에 3천원인데, 얘는 캔버스 하나에 3천원이 넘는다 ㅋ



    부피가 커서 보관도 어렵고 단가도 비싸고..

    그래서 찾은 것이 캔버스 재질의 스케치북.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 장비 연구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일인데,

    가만 보니 내가 그러고 있다 ㅡ,ㅡㅋㅋㅋ

    위에 들었던 몇가지 이유를 생각하며 당위성을 찾고..

    요즘은 이 유화용 스케치북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이 편하다 ㅎㅎㅎ;;;


    표면은 아래와 같이, 캔버스 천과 거의 같은 감촉을 가진다





    ▶ 팔레트



    아크릴 물감용 팔레트는 일반적으로 보던 작은 칸이 많은 플라스틱 팔레트가 아니라

    그냥 종이다 ㅡ_ㅡ

    방수 재질의 종이에 물감들을 짜서 사용하고 다 쓰면 뜯어서 버리는..

    워낙에 빨리 마르고 굳어버리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인 것 같다




    □ 하늘색 만들기

    파스텔 그림과 마찬가지로, 별과 사물을 표현하기 전에 배경 하늘색을 완벽하게 작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

    하늘색을 표현하는 데 사용할 칙칙한 색들을 먼저 꺼내 들었다

    호주 하늘이라면 검은색 하나만이라도 충분하겠지만 ㅠ_ㅠ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의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 검은색 만으로는 심심하니까..

    남색, 군청색, 고동색, 보라색 등 각종 칙칙한 애들 총출동!



    저물어가는 석양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계열도 찬조 출연~



    물감 뚜껑을 닫는 것을 깜박 잊고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면.. 몇 분 지나지 않아 물감은 딱딱한 돌덩이로 변신..

    붓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뒤에는 무조건 물통 안에 담가 둬야 원하지 않은 변신을 방지할 수 있다



    검은색에 남색을 섞어서 가장 어두운 동네를 표현할 색을 만들고..




    붓질 시작~




    첫번째 칠을 마치고




    앵그리버드 몇 판 하고 오니 이미 다 말라 있었다 (10분 경과)




    그림만 말랐는가.. 팔레트에 짜 놓았던 물감도 다 말랐다 ㅎㅎㅎ




    다시 한번 덧칠.




    위에서 얘기한 안좋은 붓의 전형. 사용하다 보면 끝이 갈라지고 복원력이 현저히 감소한다




    그림이 너무 칙칙하다 싶으면 흰색을 코딱지만큼 섞어서 살짝 부드럽게.. ㅋ;;




    화이트의 도움으로 조금 덜 칙칙한 저녁 박명 하늘 완성~




    □ 별풍경 그리기

    배경색을 모두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려해도

    제대로 된 관측지에 갔다면 나무와 망원경 말고는 그릴 것이 없다 ㅋ

    연필로 밑그림을 살짝 그리고 세필로 나무 만들기 시작~!



    이전 파스텔 그림을 다룰때 언급한대로 핫도그 나무나 부채 나무를 만들면 안된다.. ㅎㅎ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상단의 달그림을 보며 자투리 시간에 연필 데생도 병행.. ;;;




    먼저 굵은 가지를 그리고 거기에서 뻗어나온 작은 가지,

    더 작은 가지를 순서대로 점점 더 가는 붓으로 표현한다


    종이 팔레트에는 칙칙한 색만 한가득..




    나뭇가지를 그릴때의 팁 한가지.



    잔가지를 많이 그리는 것은 좋은데, 빨리 그린다고 허공에 떠 있는 가지를 그리면 금방 티가 난다

    엄마 가지에서 나와서 점점 얇아지는 형상이 되어야 한다


    증손자 정도 되는 가지를 그리려니, 붓은 점점 얇아지고 손은 점점 더 많이 간다




    가지가 없는 을씨년스러운 나무를 그렸더니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ㅡ_ㅡㅋ





    마지막으로 별 찍기..

    별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집중력이 가장 중요할 듯.



    가장 가는 붓에 하얀색 물감을 찍어서 붓촉을 정성스럽게 뾰족하게 세운 다음

    작은 점 세개를 찍으면 붓촉이 다시 뭉툭해져서

    위의 준비를 다시 해야 한다

    인건비 안나오기로는 점묘법에 필적하는데,

    그 효과 역시 점묘법 달그림과 견줄만하다

    그리고 한가지 장점은, 아크릴은 불투명이라 망치더라도 위에 덧칠하여 어느정도 땜빵이 가능하다는 것 ㅋ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별빛 열리는 나무, 캔버스에 아크릴릭]


    (네이버 서핑하다가 찾은 별사진을 출력하여 보고 그렸는데, 원작자가 어떤 분인지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습니다
    허락 없이 사용하여 죄송합니다)


    필드에서 이걸 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고,

    대충 사진을 찍어서 구도를 기억하고

    가슴으로 기억한 색과 느낌을 집에 와서 그리는 수밖에 없다


    별 생각 없이 맘에 드는 색을 섞어서 슥슥 그린 배경 하늘이,

    들인 노력에 비해서는 색이 그럴듯하게 나온다.

    다만 문제는 현장에서 말 그대로 '스케치'란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재능없는 손으로 붓질을 해야 한다는 것..


    파스텔 그림을 그리면서, 재능의 부족은 연습과 실전감각으로 커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붓으로 그리는 그림은 커버가 잘 안될 것 같다.

    싟형님의 형수님 말씀대로.. 못 그리면 못 그리는대로..

    그냥 나름의 느낌과 노력으로 그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5줄 요약

    1. 붓은 동네 문방구 말고 화방에서 사자

    2. 단색으로 배경을 깔면 심심하다. 마음으로 기억한 나만의 색을 표현해보자

    3. 핫도그 나무와 부채 나무 금지, 허당 나뭇가지도 NG

    4. 물감 뚜껑 안 닫으면 조만간 눈물난다

    5. 세필로 한개씩 별을 찍으면서 인격을 수양한다




    요즘은 붓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상들에 대하여 연구해보고 있다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5번 1악장 Allegro,  캔버스에 아크릴릭]


    http://www.nightflight.or.kr/xe/sketch/36345

    처음 그려본 창작품..

    음악을 듣고서 악상도 아닌 별상이 떠올랐다는 것이 스스로 신기하고 즐겁다.. ^^;;;



    [Clavius 습작, 캔버스에 아크릴릭]


    http://www.nightflight.or.kr/xe/sketch/36328


    ㅋㅋ 달 그림의 정답은 무엇일까?

    연필? 샤프? 파스텔? 마우스? 클레이? 아크릴?

    물론 정답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ㅎㅎ





                                                 Nightwid 無雲

댓글 4

  • 김명진

    2011.07.26 08:30

    와우.. 정말 "작품"이군요.^^; 얼마안가 곧 masterpiece가 나오겠습니다..
    다시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게 하는 멋진 별그림입니다. 정말 멋지네요.

  • 김원준

    2011.07.26 09:06

    조화백님
    로고를 드려야 하는데 기회가 없군요 ㅎㅎ
    호텍은 어떻게 잘 마련하셧나요?
  • 조강욱

    2011.07.27 17:44

    명진님 - 앞으로도 그림 배울 기회는 상당히 많으실 듯.. ㅎㅎ
  • 조강욱

    2011.07.27 17:47

    원준님 - 로고 받으러.. 매수팔에 자주 출몰하도록 하겠습니다 ^^;;
    호텍은 위에 명진님과 매수팔에서 접선하여 받기로 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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