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관측 정보 ~☆+

  • 스케치입문-(7) 별이 있는 풍경 #1 - 파스텔 그림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1735, 2012-03-29 23:41:05(2011-04-20)
  • 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7) 별이 있는 풍경 #1 - 파스텔 그림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1.4.20





    올해 나의 별보기 목표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메시에목록 스케치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것,

    또 하나는 '감성적인 표현'을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메시에 스케치야.. 검은 종이 흰 종이를 사용해서 대상에 맞게 흰색 검은색 재료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니 시간만 투자할 수 있으면 되는데,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손으로 표현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 초에 데생 기법과 소재들의 특성을 가르쳐주셨던 미술 선생님을 다시 찾았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설명하고, 다시 토요일마다 그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습작 : 진삽이의 꿈]


    [습작 : 보원사지 석탑]


    [습작 : 박명을 기다리며]


    [습작 : 별을 따는 나무]



    항상 검은색과 흰색, 또는 어중간한 회색만 사용하다가,

    컬러가 들어간 그림을 그리려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구도와 색채에 감각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겐..

    아래는 내가 사용하는 재료.

    [문교 파스텔 48색, 4,000원]



    미술용품 샵에서 찾기 힘든 국산제품. 파스텔은 그나마 대중적인 재료라 스틱 형으로 국산품이 있다

    48색에 4천원이라.. 개당 백원도 안 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ㅎㅎ

    위 사진을 잘 보면.. 특정 색상만 많이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하늘 색을 표현하기 위한 남색, 회색, 검은색, 고동색 등 주로 칙칙한 색들을 애용하고

    반대로 노란색과 핑크색 계열은 단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ㅡ,ㅡ;;

    굳이 사용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노란색과 핑크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깔임에도.. 밤하늘에 그런 색은 없는 것이다.. ㅎㅎ;;;

    여기에 화룡점정, 별을 찍을 때는 흰색 연필형 파스텔이나 콩테를 사용한다

    스틱형 파스텔보다는 연필형 파스텔이, 또 그보다는 콩테가 더 단단한 재료라서, 사용 용도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CERGIO 유성 색연필 36색, 15,000원]



    첫 그림은 예별이가 쓰는 유아용 색연필을 사용하다가, 너무 색 종류가 적고 입자가 굵다는 단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색연필을 새로 구입했는데

    색연필은 미술 하시는 분들 외에는 수요가 별로 없는지,

    모두 외산 제품에 가격도 36색 기준으로 보통 3만원이 넘는다

    STAEDLER처럼 멋진 케이스로 유혹하는 제품도 있지만..

    한가람문고를 온통 뒤져서 그 중에 제일 저렴한 제품(그래봤자 무려 15,000원)을 골랐다

    미술 선생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 '저렴한 재료를 써 봐야 나중에 진짜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진리의 말씀을 실현하기 위해서..

    내가 항상 떠들고 다니는 얘기, '지금 가지고 있는 망원경에 충실해야 다음 망원경 고르는 데 실패가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말씀이라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실제로 백원짜리 문교 파스텔만 쓰다가 낱개 2천원짜리 파버카스텔 제품을 한 번 써 보니.. 그 차이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도 가격만큼 20배 차이가 나지는 않는 듯)

    파스텔은 주로 그라데이션을 표현할 때와 배경 톤을 깔 때,

    그리고 색연필은 작은 영역의 정교한 표현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몇 장의 그림을 그리고, 좀 더 큰 종이에 좀 더 어려운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Target은 별하늘지기에서 찾은 사진 한 장.

    [평택의 하늘, 별하늘지기 스카이(move1613)님]
    http://cafe.naver.com/skyguide/52490


    (원작자님을 잘 몰라서 사진 올리는 것을 허가받지 못했는데..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Step1. 밑그림 그리기

    밑그림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나처럼 '선천성 비례 못 맞추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대로 구도를 잡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실과 똑같이 표현하는 것은 사진이 할 일, 나는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면 된다'는 소신을 가장한 자기위안을 하면서 밑그림을 그린다



    파스텔을 칠하기 전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쉽 ㅋ

    연필자국은 어짜피 파스텔에 묻혀버릴 것이므로.. 대략적인 중요 포인트(나무와 아파트)만 잡고 파스텔로 배경 톤 깔기 시작..

    원본 사진의 하늘색을 무슨 색이라 표현해야 할까?

    시중에 파는 색으로는 표현이 어려울 듯.. ㅎㅎ

    파스텔의 장점은 내 마음대로 색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선 남색으로 베이스를 한 번 깔고 손으로 문질러서 고르게 펴 주고,

    위쪽이 부족한 것 같으면 더 어두운 색으로 한번 더 어둡게 깔고

    아래쪽이 너무 어두운 것 같으면 노랑이나 녹색 계열로 채도를 올려주고

    여러가지 색을 합성하면서 색을 맞춰가는 것은 파스텔이란 재료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너무 여러번 색을 깔면

    종이의 미세한 홈이 모두 파스텔 가루로 채워져서 더 이상 다른 색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 ㅋ

    경험상으로는 5가지 색 이내에 결판을 내야 종이 때문에 색을 더 표현할 수 없는 비극을 막을 수 있을 듯..


    아래는 배경색 톤 작업을 마친 상태이다



    원작의 분위기에 맞게, 밤하늘의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는데..

    가장 윗부분은 검은색 + 남색 + 보라색,

    그 아래쪽은 고동색 + 남색 + 보라색 + 녹색,

    가장 아래는 회색 + 녹색 + 남색 + 황토색 정도로 섞은 듯.

    처음 파스텔 그림을 그릴 때는 배경은 대충 깔고 나중에 필요하면 더 보정하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무, 건물 등의 주 대상을 그리고 그 뒤에 배경을 다시 그리려면

    주 대상과 만나는 부분은 번질까봐 터치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주 대상과 떨어져 있는 안전 지대만 열심히 톤을 올리고 있으면..

    나중에 보면 배경은 모두 검은색 하늘인데 나무 근처의 하늘만 환하게 밝는,

    원하지 않았던 '빛나는 나무' 또는 '후광이 비치는 건물'을 창조하게 되는 것..

    몇 번의 삽질 끝에.. 배경 색부터 완벽하게 정리하고 난 뒤 주 대상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열심히 톤을 올리고 있으면, 공들여 밑그림을 그려 놓은 놓은 것이 다 지워지게 마련이다.

    배경색 작업을 하면서 틈틈히 연필로 밑그림을 보강해줘야 나중에 허무하게 밑그림 실종 신고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Step2. 나무 그리기

    이 그림의 주 대상은 최전방의 멋진 나무와, 멀리 있는 아파트 단지의 불켜진 창이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대상인 나무 표현부터..



    나무는 원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어두운 색이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 중 가장 밀도 있고 어두운 색인 검은색 콩테를 이용하여 나무를 만들었다

    나뭇가지를 그릴 때는 불투명하게, edge를 확실하게 처리해줘야 사실감을 살릴 수 있다

    나는 나무를 그리라고 하면..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핫도그 나무'나 '부채 나무'만 그려 왔는데..

    요즘 나무 생김새를 유심히 살펴보니, 세상 어디를 봐도 그런 나무는 없더라... ㅡ_ㅡ;;;;

    배경색을 깔고 나무를 열심히 그리다보니 저 멀리 아파트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원근감 있게 아파트 세우느라 소비했던 시간은, 내 인건비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ㅎㅎ

    밑그림은 까먹지 말고 계속 보강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몸으로 느끼고..


    다음은 나뭇잎의 표현



    나뭇잎 표현은 '무질서를 통한 자연스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방향성 없이 달려 있는 나뭇잎,

    그리고 나뭇잎이 무성한 곳은 더 불투명하게, 성긴 곳은 구멍 사이로 바탕색이 보이도록 표현을 해야 진짜 나무같은 느낌이 난다

    내가 쓰는 방법을 소개하면.. 연필형 콩테나 파스텔로 끄적끄적 한 덩어리씩 나뭇잎을 만들어 나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의 방향을 계속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자기 편한 자세로 덩어리를 만들면 결국 나뭇잎들도 한 방향으로 줄을 설 수 밖에 없다

    연필 잡는 자세로 한 번, 손목을 왼쪽으로 꺾어서 한 번, 오른쪽으로 꺾어서 한 번, 길게 잡고 한 번..

    그와 동시에 잎이 무성한 곳은 더 빽빽하게, 성긴 곳은 구멍이 더 많이 생기도록.



    자. 나무 한 그루가 완성이 되었다.

    나무 그리기는 그리 어렵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상당히 인건비 잘 나오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ㅋ

    나무 아래 땅과 잡초까지 해서 근경은 마무리.




    Step3. 조형물 그리기

    이제는 사라진 아파트를 다시 세울 차례.

    회색 계열의 파스텔들을 사용해서 아파트를 다시 그린다



    아파트도 멀리 있고 가까이 있고, 정면과 측면에 따라 그 밝기에 변화가 있다

    좁은 영역을 세로로 칠해야 하여, 손가락이나 휴지 대신 면봉으로 문지른다

    배경색을 완벽히 깔아 놓은 덕분에.. 후광이 비치는 아파트는 피할 수 있었다.. ㅋ


    아파트 골조 공사를 마무리하고..




    창문을 만들었다




    사실, 사진처럼 정교하게 표현하려면 창문도 가로 세로가 줄이 딱딱 맞아야 하는데,

    그건 사진 찍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 두고.. ㅋ;;;

    나름 '회화적인 표현'을 위한다는 핑계로 창문마다 크기도 조금씩 다르게, 줄 맞추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창을 뚫었다


    그 다음은 이 그림의 핵심. '불 켜진 창'을 표현하는 것.

    채도가 높은 색을 이용해서 한 집씩 불을 켜 나간다



    라임색, 흰색, 노란색을 이용해서 밝은 창을 표현했다. 집집마다 쓰는 등의 종류는 다 다를 테니까..

    불 켜진 창문을 표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한 번의 터치로 만들어야 하고 만든 뒤에는 절대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 (번지면 채도가 떨어지니까..)


    아파트 불 켜기 완성!





    Step4. 별 찍기

    이제 마지막으로 별을 찍을 차례.

    별 찍기는 흰색 콩테나 파스텔을 연필형으로 준비해서, 끝을 날카롭게 갈아서 사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점을 찍을까 하다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보기 위해서 자를 대고 트레일을 만들었다



    다행히 오리온 자리는 적위 0도에 걸쳐 있어서 커브를 어떻게 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ㅎㅎ



    [별빛이 흐르는 창, 습작]


    제일 어려운 것은 제목 작명하는 일인 듯 ㅡ,ㅡ;;;


    파스텔 그림은..밤하늘의 색을 표현하는 데, 그리고 지상 사물의 어두운 실루엣을 표현하는 데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무리 정착액을 열심히 뿌려도 파스텔 가루는 계속 날려서 그림의 보존에는 아주 취약한 단점이 있다

    코팅을 하면 어떨까? 해서 한 번 해 보았는데.. 완전 안습 ㅋ  생각도 하지 마시길 바란다.. ㅎㅎ


    얼마 전엔 습작 말고 첫 그림을 그려 보았다


    [마라톤을 하는 이유]


    산 위쪽은 파스텔로 밝아오는 하늘을 표현하고, 산 아래쪽은 색연필로 지상 풍경을 그렸다

    기술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봤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마음속 깊이 뿌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별이 있는 풍경'이라.. 어렵지만 신묘한 매력이 있다.

    계속 그리다 보면 나만의 표현을 정착시킬 수 있겠지..



    [5줄 요약]

    1. 빛나는 나무를 만들지 않으려면 배경 하늘색부터 완벽하게 그려야 한다

    2. 파스텔은 여러 가지 색을 혼합해서 사용하되 5회 이내에서 덧칠을 마무리한다

    3. 나무를 그릴 때는 핫도그와 부채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방향성을 없앤다

    4. 장비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파버카스텔 파스텔, 스테들러 색연필 등...)

    5. 똑같이 그리기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고등학교 때 미술을 '미' 받은 사람이 미술을 논해도 되는 것인지 미스테리.. ㅎㅎ;;;;;

                                 Nightwid 無雲

댓글 6

  • 김남희

    2011.04.20 21:41

    이거 왠지 자작기로 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ㅎ
  • 이준오

    2011.04.20 23:45

    맞아요, 요거슨 분명 자작기입니다..ㅋㅋ
  • 조강욱

    2011.04.21 02:47

    ㅡ.,ㅡ;;;;;;
  • 박한규

    2011.04.23 17:46

    지금은 시작도 못하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됩니다.
    자주 자주 올려 주세요.
  • 조강욱

    2011.04.26 08:19

    한규님 -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
    뭐든지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이 놀아요~ ㅋ
  • 서강일

    2011.11.22 08:14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밖에는 안나오는 그림이네요....^^*
    미술적 재능이 뛰어나신건 아니실까요? ㅎㅎ
위지윅 사용
번호 분류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222 천문 워크샵 김병수 68366 2015-12-28
221 관측목록/대상 김경식 37967 2004-10-03
220 분류 없음 윤용일 32204 2002-08-13
219 일반 조강욱 30899 2009-08-07
218 일반 김민회 30354 2017-06-15
217 관측목록/대상 조강욱 23524 2009-11-24
216 일반 이민정 22096 2002-09-14
215 일반 최형주 19822 2003-05-07
214 일반 김병수 18484 2017-01-23
213 관측목록/대상 김병수 18450 2013-03-29
212 일반 김병수 18125 2011-08-26
211 일반 김병수 18039 2017-01-22
210 천문 워크샵 김경싟 17244 2012-03-04
209 일반
광축 +10 file
박한규 17073 2011-04-20
208 관측목록/대상 한훈 16906 2002-09-04
207 일반 윤용일 15289 2003-05-21
206 일반 김도현 14145 2002-09-03
205 관측목록/대상 proxima 14062 2002-08-30
204 일반 이민정 13852 2002-12-19
203 일반 김경식 13626 2003-04-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