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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치 입문 - (6) 달 스케치 #2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8699, 2015-07-21 00:26:42(2010-06-25)
  • 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6) 달 스케치 #2 - 점묘법 달찍기 기법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0.6.24


    요즘 천문활동을 통 못하다보니,

    입으로.. 아니면 손으로 하는 별보기라도 좀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하여......


    올 연초에 그렸던 제 마지막 스케치 습작은

    Harold hill의 테크닉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었습니다

    너무 자주 언급하여 좀 식상한 면도 있지만.. 제가 스케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과 충격을 준 것은 바로 Harold hill의 그림 한 장, Cassini crater 스케치입니다

    [Cassini - Harold Hill, 1989]



    처음에는,

    대체 왜 저런 미친짓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물론 멋지긴 하지만)

    연필과 잉크로 달 크레이터를 몇 번 그려본다면

    그 답은 너무나 심플합니다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운 기법'으로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

    정답은 바로 점묘법입니다


    사람의 눈은 명암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안시관측이라는 분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ㅎㅎ

    하지만 눈으로 감지한 명암의 미묘한 변화를 종이에 그대로 표현해 본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잘 그린다고 해도.. 본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지우고 조금씩 톤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누가 봐도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점묘법 달그림은 그런 미술적인 재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분석적으로 대상을 보는 능력과,

    아무리 점을 찍어대도 미치지 않을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ㅡ_ㅡㅋ



    1. 준비물

    펜대와 펜촉, 잉크를 준비합니다

    펜대 : 나무로 된 거 저렴한 것으로 사시면 됩니다. (1500원)

    펜촉 : 너무 가는 펜촉은 점을 너무 많이 찍어야 되어서 인건비가 그나마도 안나옵니다 (아래 사진의 두 펜촉 중 아래 것)

             일반적인 것으로 (아래 사진의 두 펜촉 중 위에 것)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500원 이내)

    잉크 : 문구점에 가면 'PILOT'잉크 한 종류밖에는 없더군요.. ㅎㅎ (한 2000원 정도)

    종이 : 얇은 종이는 잉크에 젖어서 찢어질 수 있습니다.

             200g 정도의 두꺼운 종이가 좋겠습니다





    2. 준비운동

    하얀 종이에 네모칸 10개를 이어서 그리고,

    아주 흐린 회색부터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까지 명암 단계를 달리하여 점을 찍어 보세요

    점의 크기는 동일하게, 사각형 안에 점의 밀도만을 달리 하여 명암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게 왠 미친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ㅡ_ㅡㅋ

    한 세번 정도 동일한 연습을 해 보면,

    본인 나름의 명암의 단계가 눈과 손에 익을 것입니다



    3. Outline drawing

    달찍기 기법에서 가장 미술적인 재능(?)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망원경으로 달의 구조를 관측하고, 그것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 그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point는 달의 모습을 보이는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명암의 단계별로 outline만 그리는 것입니다

    학교 다닐때 배운 산의 등고선을 그리는 것처럼..

    아이피스로 보이는 달의 지형을 명암의 단계별로 등고선처럼 묶어 줍니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마다 명암의 단계를 숫자로 표시합니다 (나중에 지울 수 있도록 연필로)

    예를 들면 높은 크레이터 외벽의 edge는 태양빛을 받아서 가장 밝게 빛나므로 '1'

    높은 외벽 뒤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는 '10',

    크레이터 옆의 릴 구조를 따라 흐르는 경사 지형은 명암에 따라 '3'부터 '5'까지

    크레이터 내부는 '4' 이런 식으로..


    아래는 outline drawing의 예입니다

    제가 사진 찍는 것을 깜박 해서 다음 단계 작업을 진행 중에 찍은 상황입니다.. ㅡ_ㅡㅋㅋ


            


    위 outline drawing은 실제 관측을 하고 그린 것이 아니라,

    달찍기의 명인 Harold hill 도사님께서 1988년 관측한 "Milichius and Environs"를 보고 그린 것입니다





    4. 달찍기

    이 관측기법을 머라 부를까.. 하다가, 일단은 그냥 '달찍기'라고 명명하기로 합니다

    더 폼나는 이름 공모합니다.. ㅎㅎ



    달찍기 작업은 정교한 노가다가 필요하므로, 필드에서 바로 하는 것보다는

    outline과 명암 단계만 완벽하게 표시해 놓고 노가다는 밝은 방안에서 맑은 정신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은 완전히 어둠이 내린 영역부터 그려줍니다




    완전히 어두운 곳은 점묘법도 필요 없고 그냥 촘촘한 선을 계속 그려서, 선으로 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하다 보면 지겹기도 하고 좀 더 빨리 해볼까 싶어서 더 굵고 진한 선을 그리게 되는데,

    그럴 경우 잉크가 한번에 쏟아져서 번지거나, 종이에 구멍이 뚫리는 등 수습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찍기는 순수한 노력의 산물임을 다시한번 기억해 두시길..

    달찍기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연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완벽한 어둠'을 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까만 잉크로 면을 칠하는 것보다 더 까만 색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ㅋ


    어두운 영역을 모두 칠한 뒤엔, 원하는 곳부터 점을 찍어나갑니다




    달찍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점의 밀도입니다

    밝은 곳은 점의 밀도를 낮게, 어두운 곳은 점의 밀도를 높게 (같은 영역에 더 많이 찍는다는 얘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밀도가 높던 낮던 점의 굵기는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점의 굵기가 달라지면 그림의 완성도가 떨어져보입니다

    (어짜피 비인간적인 작업인데, 완벽하게 찍어야 건조하고 황량한 달표면의 풍경이 더 잘 느껴지게 됩니다)

    아주 아주 작은 점을 치밀하게 찍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일이니

    연습을 해 보면서 자기만의 표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윗 사진 좌상단의 작은 크레이터를 보면, 크레이터 하단 벽이 원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그렇게 생긴 것이 아니라,

    작업을 좀 빨리 해보려고 대충 굵은 선으로 면을 칠하다가 잉크가 번진 것입니다.. ㅡ_ㅡ;;;;




    저는 명암단계 표시를 하지 않고 outline을 그렸습니다

    어짜피 책 보고 그리는 것이었으니까.. ㅎㅎ

    상기 영역은 명암 단계가 가장 복잡하게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명암 단계가 바뀌는 egde 부분은, 계단을 올라가듯이 딱딱 끊어지게 명암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전 칼럼의 연필 스케치 하듯이 '완만하게 풀어주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단층이 생긴 것이 아니라 완만한 언덕임을 나타낼 때,

    그림자 옆에 어두운 영역을 표현할 때.. 등 자연스럽고 사실감있는 표현을 위해서 필요한 기술입니다

    다만, 실제로 단층이 생기는 부분은 edge 부분의 명암 단계를 극명하게 대조시켜줘야 합니다


    연초에 3주간 퇴근하고 새벽 시간에 틈틈히 시간을 내어 달찍기를 했습니다



    똑똑똑똑똑똑똑똑 집중해서 점을 찍다보니,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려고 하고, 인격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되더군요.. ㅡ_ㅡ;;;;;


    5. 마무리


    왼쪽 그림은 Harold hill의 원본 drawing입니다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풍기는 포스가 많이 틀립니다

    사실, 달찍기 처음 해본 초짜가 50년동안 찍은 사람하고 똑같이 한다면 그분이 기분이 안 좋으실 것 같아요.. ㅎㅎ


    그림을 완성한 후, outline을 그렸던 연필 자국은 모두 깨끗이 지워줍니다




    제목과 이름, 도장을 찍고.. 끝!




    여기까지 쓰고 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스케치를 왜 하는지에 대한 원론으로 돌아가볼까요?


    사람이 별을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이유는 자신이 한 관측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더 깊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릴 이유가 있을까요ㅋ

    달찍기는 비록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달관측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연필로 달그리기가 너무 어렵거나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정신 수양도 할 겸 한번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5줄 요약

    1. 필드에서는 아웃라인 드로잉과 명암단계 표시만 하고 달찍기 작업은 밝고 편한 곳에서 한다

    2. 점의 굵기는 항상  일정하게, 점들의 밀도만으로 명암단계를 표현한다

    3. 한번의 실수도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4. 지형의 특징에 따라 명암단계를 자연스럽게 풀어주거나 극명하게 대조를 주는 것으로 그림의 생동감이 좌우된다

    5. 생각이 많으면 그림이 안된다



    달그림에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노동집약적인 달찍기와는 정반대로

    예술적인 감각이 요구되는 일이라

    아직 저도 제대로 소화가 안 되는 실정입니다 ㅋ



    쓰고 싶은 글은 엄청 많은데,

    요즘은 심신이 지쳐서 글을 쓸 여유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늘어가는 요즘입니다... ^^;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3

  • 김남희

    2010.06.28 00:59

    찍기의 달인이 탄생하는것 같습니다.
    커다란 결실을 기대해 봅니다.
    호주가서도 설마......

    강욱님과 호젓이 관측은 언제 해볼까요?
  • 조강욱

    2010.06.28 19:58

    호주는 그믐 주간에 가는 거라서.. 달찍기는 불가능하겠는데요.. ㅎㅎ

    그리고 호젓이 관측하는 것은....
    저도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1년에 10번도 관측을 못 하는 실정에서는 어렵습니다... ^^;;;;
  • 반달곰

    2015.07.21 00:26

    달찍기......후덜덜합니다;;;
    점묘는 고등학교인가 중학교 미술시간에 함 해본적이 있는데....
    사람얼굴 점묘하는게 얼마나 미친짓인지 그때 알았더랬죠;;;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달찍기" 를 걍 콩글리쉬 영작해서 "문 스포팅" 어떠신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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