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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치 입문 - (4) 스케치 도구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2435, 2012-03-29 23:21:37(2010-02-04)
  • 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4) 스케치 도구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0.2.4





    저는 요즘, 각종 스케치 재료를 공부하고, 연습해 보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긴급 업무를 처리할 때도, 회식 자리에서 술을 잔뜩 먹을 때도

    머릿속 한쪽 구석에서는 언제나 '별 볼 생각'과 '그림 그릴 생각'이 멀티로 돌고 있습니다

    제가 의식해서 그 애들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들이 알아서 부지런히 돌면서

    때때로 제게 insight를 제공하는 것이죠.

    뭐 다 좋은데, 요즘은 스케치를 생각하는 부위가 너무 열심히 돌아서 시도 때도 없이 장비를 사들이는 통에

    필통을 새로 사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ㅡ_ㅡ;;;;

    저는 대상의 종류별로 다른 스케치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최적화된 방법을 찾았다고 볼 순 없지만,

    현재까지의 실험 결과(?)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A. 대상별 도구

    1. 달

    사용 도구
    - 심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긴 굵은 스케치용 샤프 (전체적인 톤을 깔기 위한 용도)
    - 0.7mm 샤프 (대략적인 대상의 명암 표현 용)
    - 0.5mm 샤프 (세부구조 정밀 묘사)
    - 2B샤프심 (조금 큰 문구점에 가 보면 샤프심도 HB 뿐 아니라 2B도 구할 수 있습니다)

    달 그림은 말 그대로 정성의 산물입니다

    대체 연필질을 몇 번을 해야 만족할만한 달 그림 한 장을 얻을 수 있을까요..



    2. 산개성단

    성단류는 관측 대상 중 그나마 그리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저 깨알같이 많은 별을 언제 다 그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별다른 재능이나 테크닉이 없어도 그냥 성실하게 보이는 대로 찍으면 되는 것이거든요

    특히 산개성단은, 비례만 잘 맞춰서 상대적인 밝기만 생각하면서

    집중하여 동그란 점만 계속 찍어 나가면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ㅡ_ㅡㅋ



    3. 구상성단

    별을 찍는거야 0.5mm 샤프를 사용하면 되지만, 성단 중심부의 밀집부위는 파스텔이나 콩테 등

    블러 효과를 내기 쉬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성운, 은하

    사용 도구
    - 콩테, 파스텔, 색연필/샤프
    - 연필, 샤프, 찰필

    성운은.. 물론 연필로 그리고 손으로 문지르거나 찰필로 블러 효과를 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더 편한 방법으로, 콩테와 파스텔을 이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파스텔은 아주 무른 도구로, 슬슬 칠한 뒤에 손으로 문지르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블러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콩테는 파스텔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서,

    뿌연 구름같은 효과는 파스텔로 그리고 성운의 세부 구조는 콩테로 그리고 문지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콩테나 파스텔 모두 연필보다는 무른 소재이므로, 완벽한 원형의 밝은 점을 찍기는 곤란합니다

    원형의 형태도 잘 나오지 않고, 손만 닿으면 번지기 때문에 별 찍는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별 찍기는 샤프나 번지지 않는 색연필을 사용해야 합니다



    B. 종이

    저는,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종이라고 하는 것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종이로 시행 착오를 겪은 내용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보통 접하는 A4지는 그림의 용도가 아니라 출력의 용도로 제조된 종이라, 상당히 얇고 매끈매끈합니다.

    학교 다닐 때 쓰던 스케치북의 누렇고 두꺼운, 표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종이와는 차이가 크죠

    제 첫 스케치는 예별이 스케치북 종이를 뜯어서 그렸습니다

    몇 장 그리다보니, 표면의 질감이 점점 더 눈에 거슬리더군요


    아무리 진하게 면을 그려도 결과적으로 완벽한 검은색 평면이 만들어지지 않고 종이의 질감만 더 살려줄 뿐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싫어서, 화방에서 얇은 크로키북을 사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톡 치면 찢어질 것 같은 아주 얇고 맨질맨질한 종이를 사고서야 겨우 흡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럴거면 그냥 A4를 쓰면 될 것을,,, ㅉㅉ ㅡ_ㅡ)

    하지만 그림을 그릴수록, 얇은 크로키북은 점차 한계가 드러납니다.

    더 어둡고 더 밝고 더 세밀한 표현을 하기 위한 '수용도'가 거칠고 두꺼운 종이보다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둡고 밝은 명암 표현을 10단계까지 하고 싶은데 그 수준이 되기 전에 종이의 특성이 변형되는 것입니다

    이 바닥에서는 종이의 '쿠션감'이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두껍고 거친 질감의 종이는 연필을 세게 눌러서 그리거나 반복적으로 색칠을 해도 그 지속적인 명암의 변화를 볼 수 있지만,

    종이가 얇으면, 연필질을 할 수록 더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의 성질이 변하여 까만 광택만 더 반짝거리게 됩니다

    주위의 A4지에 연필로 힘을 주어 일정한 크기의 면을 아주 까맣게 칠해 보시면 바로 아실 것입니다

    또한 얇을수록 이슬에도 더 취약하겠죠..


    결국은, 처음에 쓰다 내쳤던 거칠고 두꺼운 종이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명암의 표현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거친 질감이, 깊은 어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쿠션감이 꼭 필요한 것이죠.


    스케치북의 종이 두께는 gram으로 표시되며,

    얇은 종이는 80g, 100g부터 200g, 300g이 넘는 종이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저는 별을 많이 찍어야 하는 성단 종류는 120g의 얇고 매끈한 종이를, 달 그릴 때는 200g의 거친 종이를 사용합니다

    성운이나 은하를 그릴 때는 어떨까요?

    저는 까만색 바탕에 흰 색의 연필로 표현하고자 검은색 종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검은색 종이도 쿠션감과 질감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얇고 매끈한 마분지에 그리면 그림의 명암도 같이 얕아집니다

    마분지에 그린 M81


    반대로, 아주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는 머메이드지에 그려보면 그림의 디테일을 표현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조금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연필선이 신경질적으로 남게 되는 마분지와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거친 질감은 멀리서 보면 괜찮지만 가까이서 보면, 또 스캔해서 보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닙니다.

    머메이드지에 그린 NGC253


    결국은 그 절충안으로.. 두꺼우면서도 거친 느낌이 덜한 한지같은 재질의 검은색 스케치북을 사용하고 있는데,

    색이 잘 먹는 대신 아주 밝은 영역의 표현이 어려워서

    어떻게 그 특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연구(?) 중입니다



    C. 지우개

    지우개는, '하얀 연필'이라 불릴 정도로 연필 그림에서 중요도가 높습니다

    지우개로 전체적은 톤을 얼마만큼 조절할 수 있는가, 가장 밝은 highlight 영역을 얼마나 정확히 표현해내는가..

    극적인 명암 대비와 톤을 잘 조절하는 것이 그림의 생동감을 좌우하는 큰 요소가 됩니다


    2차원으로 그려진 달 구덩이를 벌떡 일으켜 세우는 것은 바로 지우개의 힘입니다

    (가장 어두운 곳의 highlight도 물론 중요합니다)


    지우개는, 부드러운 지우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미술용 잠자리 지우개(Tombow)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우개를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쓰는 일이 많으므로, 넉넉하게 사서 아끼지 말고 잘라 쓰시면 되겠습니다


    처음에는 실용적일 것이라 생각하여 연필형 지우개를 구입했었는데,

    연필형으로 나오는 지우개들은 잠자리 지우개보다 훨씬 딱딱하고

    원통형 봉과 지우개 심 사이에 유격이 있어서, 정밀 묘사를 해야 하는 천체 스케치에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딱딱한 지우개를 사용하면 연필 자국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연필선의 결이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ㄷㄷㄷ;;;;



    D. 기타 도구

    1. Fixative

    연필이나 파스텔로 그린 그림은 그 특성상 보존력이 취약합니다.

    연필 그림을 아무리 잘 보존한다고 해도, 손에 쉽게 묻어나고 파스텔 그림은 바람만 불어도 가루가 날아가 버립니다 ㅡ_ㅡ;;

    연필 그림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 픽사티브라고 하는 정착제입니다

    스프레이처럼 그림 위에 뿌리면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완벽하게 보존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만든 스케치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이정도 정성은.. ㅎㅎ;;;;


    2. 도장

    이건 그냥 재미로 ^^;;




    3. Masking tape

    달 그림을 그릴 때.. 깔끔한 외곽선을 만들기 위하여,

    그림 그리기 전에 우선 마스킹 테잎으로 원하는 구도만큼 사각형을 만들고 나서 그림을 그리고,

    완성 후 테잎을 떼어내면 깔끔한 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페인트칠 할 때랑 똑같은 원리입니다)




    물론, 4B연필 한 자루로 흔한 A4 용지 가지고도 훌륭한 작품을 남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훨씬 많죠..

    제가 항상 노래를 부르는 윤정한 형님도,

    사용하는 도구는 그저 A4 용지와 샤프입니다

    가끔은, 아니 자주.. 스케치 초보 주제에 장비 가지고 필요 이상으로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온갖 시행 착오를 겪으며 그림 도구를 사들이는 것이

    ‘별을 더 잘 보기 위함’ 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아니, 없고 싶습니다 ^^;;



    다음 시간에는 달 그림 그리기에 대해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9

  • 김남희

    2010.02.04 21:00

    미대 편입생 같애요....ㅋㅋ

    필요 이상의 장비.. 유난 떠는거..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암만 유난 떨어도 프뤠슬 아이피스 하나값도 안 넘을것 같은데요.

    무궁무진한 결실에 기대가 됩니다.
  • 유혁

    2010.02.05 03:04

    절대로 많은 장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홍대 앞 "호미화방" 본점(정문 앞 분점 말고요) 적극 추천합니다. ^^;;

    남대문 알파문구보다 강욱님을 훨씬 더 즐겁게 해 줄 만한 재료들이 그득할 껍니다... ^^;;

  • 조강욱

    2010.02.05 04:24

    남희님 - 대학 다닐 때 그림 그릴 생각을 했으면 최고로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까워요 ㅎㅎ

    동아리에 미대생들, 미술 교양수업, 학교 앞에 수많은 화방과 학원들..

    왜 그 때 해 볼 생각을 단 한번도 안해봤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고 재미있네요 ^^;
  • 조강욱

    2010.02.05 04:54

    유혁님 - 정문 바로 오른쪽의 호미화방이 분점이었군요 ㅎㅎ

    저는 남대문 알파문구는 한 번도 못 가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고속터미널에 있는 한가람문구를 종종 들르는데, 말로는 국내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

    시간을 내서 호미화방 본점도 한 번 방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준오

    2010.02.05 05:06

    바탕화면(?)으로 나온 콩나물은 천체 스케취를 할 떼 당췌~무슨 용도입니까?..ㅋㅋ (무울런~ 음악이 있어야만 저도 별 봐요~ ^^)
  • 조강욱

    2010.02.05 17:55

    바탕화면의 콩나물은 첫째로 사진이 더 고상하고 있어 보이게 ㅡ_ㅡㅋ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고..

    둘째로는 그림이나 음악이나 모두 art의 종류이고,
    별보기도.. '거의 아트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의 자기 암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ㅋ (영화 '타짜'에서 편경장 대사 인용)

    마지막으로는, 콩나물 머리 생긴게 꼭 성도에 별 찍혀 있는 것 같지 않나요? ㅋ
  • 남길우

    2010.02.07 23:40

    안녕하세요. 어제 수피령에서 조강욱님 옆자리에 조그만 굴절 펴고 자리잡았다가 금새 철수했던 남길우라고 합니다^^ 종종 여기 사이트에 들러서 좋은 글들, 정보들 얻어가고 있는데 어제 스케치하시는 모습 보면서 왠지모를 부끄러움이 느껴지더군요.. 말씀하신 제 망원경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못하고 있는것 같아서요..^^; 안시를 하면서 저도 마찬가지로 스케치에 대한 욕심이 있어도 이런저런 두려움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칼럼 읽으면서 언젠가는 꼭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 부탁드리고 다음에 또 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인사드릴께요^^
  • 조강욱

    2010.02.08 18:35

    남길우님 - 안녕하세요. 바로 옆자리에 계셨는데 그림 그리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대화도 제대로 못해봤네요 ^^;;

    스케치의 목적은 멋진 작품을 남긴다는 것보다는 본인이 관측을 더 세밀하게 할 수 있는 손쉬운 툴이라고 생각하시면

    그렇게 두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스케치 하겠다고 하며 주저했던 기간만 3~4년이 됩니다 ㅎㅎ)

    하시다 보면 더 멋진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새록새록 나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스케치의 본질은

    더 잘 보겠다는 목표를 가장 쉽게 달성하는 기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 서강일

    2011.11.22 08:07

    다시 한번 찾아왔습니다~!! 흠....
    재료를 구해봐야지 하고만 그저 넘어갔는데
    조만간에 한번 구해서 이용해봐야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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