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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치 입문 - (3) 스케치를 하는 이유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9665, 2012-10-23 07:13:13(2009-12-27)
  • 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3) 스케치를 하는 이유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09.12.26





    이번 시간엔 저번 글에 이어서,

    스케치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저 자신도 일천한 경력이지만, 안시관측자가 스케치를 하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하여
    ▶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 구경 책임제



    1.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하여



    위 그림은 은하를 보고 그린 스케치입니다. 이 대상은 무엇일까요?

    (힌트 : 10인치로 관측함)

    위 그림을 보고 무슨 은하라고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안시로 본 것이기 때문에 사진과는 보이는 모습이 틀리기도 할 뿐더러,

    저렇게 보일 때까지 한 대상을 진득하게 정성들여 관측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상은 M100입니다.  (윤정한, 2000년 作)

    저는 이 대상을 프린트해서 관측지에서 한 손에 들고 관측을 시도했었습니다

    10인치도 아니고 15인치로....

    하지만 저는 중심부의 core와 흐릿한 halo밖에는, 가장자리의 진한 부분은 관측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한 형님이 안 보이는 것을 상상화를 그린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겠죠.. ㅎㅎㅎㅎ

    문제가 있다면, 제가 관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오가 있는 것이죠.

    한 시간동안 집중해서 본 것도 아니고,

    한 10분 눈으로만 대충 훑어보고 edge 부분의 특징이 보이리라 기대했던 것은

    하늘에서 사탕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에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대상을 10초 보고 확인만 하고 지나가는 것과, 5분 보다 지겨워서 때려치는 것과,

    1시간동안 갖은 방법으로 뜯어보면서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자유입니다.

    별보기의 취향은 별보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니까.....


    스케치의 힘은, 무언가 좀 더 많은 것을 (많은 갯수가 아닌, 한 대상의 많은 구조를) 보기 원하는

    목마른 관측자들에게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대상을 30분, 1시간동안 보면 5분 보던 것보다 더 잘 보일 것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암적응의 깊이, 대상에 대한 적응, 더 깊은 몰입....

    하지만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10분만 보고 있어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계속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케치를 하게 되면, 본 것을 그대로 그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더라도,

    전체적인 조망 뿐이 아니라 세부적인 구조를 뜯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 구조를 대충 본다고 해서 머리속에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정보만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릴 수는 없거든요...

    그렇게 점점 그림의 detail을 더해가다 보면, 어느새 그 대상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상은 그대로 있는데 내 눈과 지각력과 집중력이 새 것으로 바뀌는 것이죠.


    2.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아무리 멋진 대상을 보고 대단한 경험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억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나중에는 대상의 구조는 완전히 지워지고 느낌만 남게 되고,

    더 시간이 흐르면 본 대상의 번호마저 가물가물해집니다

    제 경우를 보면 구조를 까먹는 것은 2년만에,

    4~5년이면 번호까지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열심히 뜯어보지 않은 대상은 그 속도가 훨씬 빨라지죠.

    (저는.. 이 귀중한 관측의 경험이 소실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대상을 눈으로만 보는 것과 연필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기억력의 측면에서 비교조차 어려운 차이가 존재합니다

    같은 메시에 대상이라고 해도,

    제가 스케치를 해 본 대상인 17번과 33번은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관측지의 분위기와 주변에 누가 있었다는 것도 완벽하게 기억이 납니다

    까먹을만할 때가 되면 내가 그린 그림을 한 번 다시 보면 되겠죠.. ㅋ


    3. 구경 책임제



    니가 무슨 교주라도 되느냐고 반문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저는 저 말을 찰떡같이 신봉하는 사람이거든요... ㅎㅎ


    구경 책임제는 제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저는 정한형님께 구경 책임제라는 철학(?)을 전해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별과 하늘과 망원경에 대한 의무를 다 할 수가 있을까?

    제 생각으로는 최소한 100% 이상의 노력은 해야 구경 책임제의 준비운동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망원경으로 '무엇까지' 볼 수 있을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꼭 남들이 못 보는 어려운 대상을 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42번이나 51번 같은 쉬운 대상을 보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장비와 관측지의 한계에서 나름의 최고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상을 주거나 유명해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심플하게 '별과 하늘과 망원경에 대한' 예의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는 그런 분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어떤 사연으로 망원경을 영입하셨건, 구경의 책임을 다 하기 전에 망원경 구경을 키우지 마셨으면 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망원경으로 극한의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아무리 크고 좋은 장비로 기변한다고 해도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의 관측은 할 수 없습니다

    무슨 교리처럼 무리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와 제 주위의 별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입니다.. ^^;

    구경의 책임을 다 할 방법으로는 세밀한 관측 기록일 수도 있고, morphological schematic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쉬운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하나의 은하를 얼마나 자세하게 기록해야 그 구조와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림 한 장이라면....

    그 모든 것을 한 눈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림을 잘 그려야겠죠. 보는 것과 똑같이!!!!)


    스케치는 가장 심플하면서도 가장 파워풀한 관측 기법이지만..

    동시에 가장 선호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잘 그리던 못 그리던 간에,

    저는 스케치를 시작한 이후로 구경 책임제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그린 한 장의 스케치보다 내가 한 관측을 더 잘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ㅋ


    ※ '스케치를 무조건 해야 하고 그 외의 것은 관측이 아니다'라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으시겠죠.. ㅋ;;

        저는 다만, 안시관측의 한 기법으로써 그 강력한 효과에 대하여 드리는 말씀이니 혹시라도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



    다음 시간에는 실제로 스케치를 하기 위한 도구에 대하여 얘기해보겠습니다.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5

  • 김남희

    2009.12.28 17:20

    지난 16일 새벽에 m100을 봤던기억이 있습니다.
    10"로 작고 뿌연 희미한 덩이로만 기억이 납니다.
    윗 사진 처럼 절대 안보이던데...ㅋㅋ

    "구경 책임제"라~
    10"구경을 책임 못지고 갈아 타고 있어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는군요.
    열심히 쓸고 닦고 조이면서 많이 보면 망원경에 대한 의무 조금이라도 한다고 할수 있는건지...^^
  • 유혁

    2009.12.28 18:00

    그... 0.9인치 쯤 되는 녀석에 대해서는 구경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머지 친구들은.... '글~쎄~올시다...' 내지는 '긁적긁적' 이네요... ^^;;

    뭐... 말을 좀 바꿔서... 옆에 있는 분들 '별 구경'을 책임지고 시켜준다는 의미에서 '구경 책임제'라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


    강욱님도 신기한 거 혼자 보시지 말고... 저도 구경 좀 많이 시켜주세요... ㅎㅎㅎ
  • 조강욱

    2009.12.28 18:57

    님희님 - 12인치가 굴러들어왔으니 그것에 맞는 관측을 하시면 되죠.. ^^
  • 조강욱

    2009.12.28 18:59

    유혁님 - 0.9인치의 구경 책임을 다 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요.. ^^;;;
    그리고, 암흑성운이나 희미한 측면은하 부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봐요 ㅎㅎ
  • 별상상상인

    2012.10.23 07:13

    훌륭하신 말슴이십니다. 의무이자, 책임이죠! 사이트 잘 보고 공부 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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