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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오로라 -6)비행중 오로라 관측 [일반]
  • 김병수
    조회 수: 18539, 2018-12-02 22:31:20(2017-01-23)
  • 이렇게 어렵게 오로라를 보러 가지 않고 조금 쉽게 보는 방법은 없을까? 혹시 오로라 관측에 실패해도 트라우마가 안 생길만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비행 중 관측을 시도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개인적으로 비행 중 오로라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오로라 여행을 준비하면서 비행기야말로 오로라 관측의 최적 조건이란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오로라 관측에 가장 문제가 되는 구름 위에 올라가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검색해 보니 비행 중 오로라를 본 사람이 외국에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파일럿 들은 자주 오로라를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행 중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조건을 열거해 보자.

    1) 비행기가 auroral zone 인근을 통과해야 한다.

    2) 해가 없는 밤하늘이어야 한다.

    3) 1년 중 백야현상이 없는 시기이어야 한다.

    먼저 1)번 조건을 만족시키는 비행구간을 알아보자.


    인천공항에서 auroral zone 인근으로 비행하는 비행편은 미국 동부지역으로 가는 비행기뿐이다

    뉴욕, 워싱턴, 아틀랜타, 시카고, 토론토 행이 이에 해당한다.

    집에 지구본이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다. 또는 google earth로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인천과 미 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항공로는 3가지가 있는데, 북극항로, 캄차카항로, 북태평양항로가 그것이다.

    인천-뉴욕1.png


    위 그림에서 붉은색이 북극항로, 녹색이 캄차카항로, 파란색이 북태평양항로이다.

    거리상으로는 북극항로가 가장 짧고, 북태평양 항로가 가장 길다.

    북극항로 캄차카항로.jpg


    하지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제트기류를 타고 가면 약간 거리가 멀더라도 더 빠르게 갈 수 있으므로 인천에서 미 동부로 갈때는 캄차카항로를 이용하고, 인천으로 돌아올 때는 북극항로를 이용한다.

    jetstream-110512.jpg


    캄차카항로는 북한영공을 걸쳐서 날아가기 때문에 지나갈 때마다 북한에게 일정 금액을 줘야 한다. 북한의 몇 안 되는 합법적인 외화획득방법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를 하거나, 남북긴장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북태평양항로를 이용한다.

    캄차카항로.jpg


    북태평양항로.jpg


     

    캄차카항로의 경우 auroral zone으로 지나가는 반면 북태평양항로는 auroral zone의 바로 아래로 스치듯 지나간다.

    인천~뉴욕 항로 auroral zone.jpg

    그림) 북극항로(붉은색), 캄차카항로(보라색), 북태평양항로(파란색) Auroral zone(연두색)


    인천 출발, 뉴욕 도착 비행편의 경우, 지난 여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심했을 때는 북태평양항로로 갔었는데, 연말에 검색해 보니 캄차카항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는 다시 북태평양항로로 가고 있다.

    만약 북태평양항로로 간다면 반드시 왼쪽 창가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만약 캄차카항로로 간다면 오로라가 강할 때는 auroral oval이 남쪽으로 확장하므로 오른쪽 창가가 더 좋을 수도 있다. 보통 오로라라면 양쪽 창가에서 다 보일 것 같다.

    캄차카항로로 가는 지, 북태평양항로로 가는 지는 매일 달라질 수 있다. 몇 달전에 좌석 예약을 할 경우에는 이런 상황을 미리 알 수 없으므로 그냥 왼쪽 창가로 예약하는 것이 오로라를 볼 확률을 높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동부행 만이 Auroral zone을 통과하지만, 서양인들의 비행 중 오로라 관측기는 대부분 유럽 - 미서부 에서 였다. 혹시 이런 비행기를 탄다면 역시 오로라 관측을 도전해 볼 수 있다.

     

    다음은 2) 'auroral zone을 밤에 지나가기'에 대해 고려해 보자.

    인천-뉴욕을 간다고 가정하고 몇 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을까?

    대한항공은 인천발 저녁비행기 (7:30pm)와 낮 비행기(10:00am)가 있고, 아시아나는 낮 비행기(11:00am)가 있다.

    비행경로는 flightaware라는 웹사이트에서 알아볼 수 있다.

    https://flightaware.com/live/flight/KAL81/history/20170102/0100Z/RKSI/KJFK

    ICN-JFK auroral zone.jpg

    위 그림은 인천발 뉴욕행 비행기의 북태평양항로인데, 숫자는 이륙후 비행시간에 따른 비행기의 위치이다. 회색으로 auroral zone을 표시했다.

    한국은 UTC +9 이고 알래스카는 UTC -9 (+15), 캐나다서부는 UTC +16, 캐나다중부는 UTC +17이므로 알래스카는 15-9=6시간, 캐나다서부는 16-9=7시간, 캐나다중부는 8시간을 한국시간에 더해야 현지 시간이 된다.

    비행기가 10:00am에 출발한다면, 8시간 후인 한국시간 1800에는 위 그림 8의 위치에 다다르는데, 이때의 local time 18+6=24시가 된다. 이때부터 2시간 동안 오로라를 볼 확률이 가장 높다.

    만약 8:00pm에 출발한다면, 8시간 후인 한국시간 400am에 위 그림 8의 위치에 다다르지만, 이때의 local time은 오전 10시가 되므로 오로라를 볼 수 없다.

    따라서, 오전에 떠나는 미 동부행 비행기를 타야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기내식을 먹고 한 잠 자면서 알람시계를 맞춰 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듯 하다.

     

    반대로 뉴욕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알아보자.

    대한항공이 00:50am과 정오(12:00pm) 비행기가 있고, 아시아나는 1:00pm 비행기가 있다.JFK-ICN time auroral zone.jpg

    위 그림은 뉴욕발 인천행 비행기의 북극항로인데, 숫자는 이륙후 비행시간에 따른 비행기의 위치이다. 역시 회색으로 auroral zone을 표시했다.

    비행기가 1am에 출발한다면, 2시간 후인 300am에는 위 그림 2의 위치에 다다르는데, 이때의 local time은 역시 새벽 3시이다. 이 위치에서 auroral zone을 지나가므로 잠깐 동안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뉴욕은 UTC -5 이고 위 그림 8의 위치인 시베리아 북부는 UTC +10 (-14)이다. 그러므로 위 그림 8의 위치에서는 뉴욕시간에서 -14 - (-5) = 9시간을 빼줘야 한다.

    위 그림 8의 위치에서 다시 한 번 auroral zone을 통과하는데, 뉴욕 출발로부터 8시간이 지났지만 9시간을 빼주면 local time으로 자정이 되므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만약 낮 1:00pm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다면, 8시간 후에 위 그림 8의 위치에서 auroral zone을 통과하지만, 이때의 local time은 정오가 되므로 오로라를 볼 수 없다.

    따라서 미 동부에서 돌아 올 때는 새벽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지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이때는 양쪽 창가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 백야현상에 대해 살펴보자.

    북반구가 태양을 향하는 하지(6 21) 전후로는 고위도 지방에서 자정에도 완전히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매우 힘들다. 10km 상공에서 비행을 할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따라서 5~8월 중순까지의 기간에는 비행 중의 오로라 관측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비행 중 오로라 관측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겠지만, 미국 동부를 갈 기회가 있다면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쉽게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뉴욕 2, 워싱턴DC 2, 시카고 1번을 왕복한 것 같다. 당시에는 이런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잠도 안오는데 하릴없이 그냥 누워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기 까지 하다.


    in flight.jpg

    운이 좋다면 이런 장면을 비행 중에 볼 수 있다.

    TV 모니터나 핸드폰, 카메라 액정 같이 밝은 빛을 본 직후에는 흐린 빛은 잘 안 보인다. 기내는 소등되어 있겠지만 비상등 같은 것들이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이런 불빛도 피해야 한다. 최소한 3분 정도는 완전히 암적응을 해야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비행 중 사진을 찍는 것은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좁은 기내에서 삼각대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들고 찍어야 되는데, 아무리 숙련된 사람도 장노출 사진을 손으로 들고 잘 찍을 수는 없다. 괜히 카메라 액정 들여다보면서 암적응만 깨지게 된다. 충분히 눈으로 즐기고, 지겨울 때쯤 기념사진 하나 찍어 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만약 그래도 비행 중에 사진을 찍는다면,

    1) 초점을 수동모드로 해서 최대한 멀리로 놓는다. 자동모드로 찍으면, 카메라는 흐린 오로라를 찍고자 하는 지 알지 못하고 가까이 보이는 창문의 먼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2) 카메라의 ISO를 최대로 올리고, 조리개는 최대한 열고, 노출시간은 가능한 짧게 준다. ISO를 최대로 올리면 화질은 열악해지지만 그래도 흔들린 사진 보다는 쓸만하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면 화면 가장자리의 대상들이 찌그러지게 되지만 역시 흔들린 사진 보다는 낫다. 노출시간을 짧게 주는 것이 핵심인데, 렌즈 개방시간을 짧게 할수록 흔들림이 방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노출로는 어두운 사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후보정해서 밝기를 높이면 의외로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1초 정도의 노출시간에서 시작해서 앞뒤로 몇 장을 찍어 보자.

    3) 창문에 카메라를 잘 고정시킨 후, 2초 타이머모드로 셔터를 누른 후 숨을 참고 최대한 정지 자세로 유지한다.

     


    실제로 오로라를 보러 가서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반드시 삼각대를 써야 한다.

    삼각대를 쓸 때는 손으로 들고 찍을 때와는 약간 차이가 난다. ISO를 너무 높이지 말고,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는 것보다 한 두 단계 조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노출은 어느 정도 길게 해야 흐린 오로라가 잘 나온다. 다만, 아주 추운 야외에서는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기 때문에 노출시간을 너무 오래 가져 가다 보면 몇 장 못 찍고 끝나게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짧은 노출로 찍은 후 어두운 사진을 후보정으로 밝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노출시간을 3초 정도에서 시작해 보고, 너무 어두우면 조금씩 늘려보자.

    카메라를 따뜻하게 하려고 가슴에 품고 있다가 사진 찍을 때만 꺼내는 것은 급격한 온도변화로 렌즈 결로현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붙이는 핫팩 같은 것을 카메라의 배터리 부위에 붙여 놓는 것이 조금이나마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여주는 방법이다.

    연속사진 모드로 찍게 되면 같은 배경에서 오로라가 움직이는 것만 찍히므로 앞에서 보여드린 GIF파일이나, 더 전문적인 타임랩스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때도 한 장 한 장의 노출을 너무 오래 주면 빠르게 변하는 오로라의 움직임이 끊어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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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지난 여름의 오로라 경험담과 오로라의 전반적인 이해, 그리고 실제로 오로라를 잘 보기 위한 도움말에 대해 써 봤습니다. 끝까지 따라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최소 5일은 시간을 내야 하므로 오로라 관측 여행이 쉽지 않으신 분들도 많겠지만,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한 장관입니다.

    어떤 일을 열심히 준비하고, 간절히 원한다음, 그것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희열만큼 값진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댓글 3

  • 박한규

    2017.01.24 00:59

    처음 오로라를 yellowknife에서 본 뒤로 언제 다시 가나,,마음만 다시 캐나다로 가 있어서 핸드폰 바탕화면에 오로라 예보 앱을 깔고 이따금 처다 보고 오늘 오로라 죽이겠다, 군침만 흘리는데...덕분에 부족했던 오로라 공부를 하게되어 고맙습니다. 올해는 일식으로 정리하고, 내년 겨울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볼까 하는데 아이에게 이 내용을 설명해 주면 되겠군요.
  • voyance en ligne

    2017.05.26 02:36

    각각의 새로운 기사는 여전히 많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일반적으로 연습
  • 냠냠

    2018.12.02 22:31

    뉴욕발 인천행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오로라를 보고 이게 횡재인가 했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죄다 한국에 한번씩 다녀왔어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자체도 잘 모르더군요. 저도 몰랐으니까요.
    내일 한국으로 장모님이 떠나시는데, 낮 12시 비행기입니다. 링크해주신 항로표를 찾아보니 오늘 낮에 떠난 비행기가 이미 연해주를 지나고 있는데, 따져보니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반쯤 됩니다.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시베리아 북쪽 하늘에서 잘 하면 오로라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계산중인데, 잘 하면 8~9시쯤 되는거 같아요. 이시간에 오로라는 아무래도 무리겠죠?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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