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관측 정보 ~☆+

  • 안시의 예술, 또는 미친짓 [일반]
  • 조회 수: 6690, 2013-12-09 17:24:47(2013-12-09)
  •  

    2011년 9월 추석날 새벽에 별하늘지기에 올린 글입니다

    (http://cafe.naver.com/skyguide/63552)

     

    자료 보관의 목적으로 야간비행 천문/관측 정보 란에 옮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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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야간비행 조강욱입니다

     

    저는 글 3건 등록 조건을 맞추고 불량 준회원 신분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는데..

     

    전시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얼마전 회장님께서 명예 회원으로 올려주셨습니다.. ㅎㅎ

     

    명예 회원이 되기에는 자격이 안 되는 것 같아..

     

    안시관측을 하시는 분들과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

     

    (방금 야간비행 게시판에 올린 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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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종종 안시관측 방법론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세미나 발표를 통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왔었습니다

    안시관측 입문자와 중급자 대상으로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한번씩 글로 정리했었는데,

    관측 경험이 많은 분들과도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 3부작(?)의 마지막 글을 쓰고자 합니다

    링크를 올리려고 찾아보니 딱 1년에 하나씩 쓰고 있군요.. ㅎㅎ


    1부 - (입문자용)
    http://www.nightflight.or.kr/xe/30412

    2부 - (중급자용)
    http://www.nightflight.or.kr/xe/30561

    3부 - (미친사람용)
    하기 내용 참조


    사실은 가장 하고 싶은 얘기이자, 저도 아직 확고하게 생각을 정립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가르칠 목적이 아닙니다

    안시관측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깊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자기만의 별보기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화투를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린 타짜의 편경장처럼..

    별보기를 아트의 경지로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발전 방향을 찾고자 하는 목적이니

    많은 의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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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보기의 방향, 그것은 항상 고민하는 것이긴 하지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8년 무렵까지 내 관측 기조는 '농업적 근면성'이었다

    관측을 가면 20개 30개씩 무조건 최대한 많이 보고, 완벽한 관측 기록을 남긴다고

    스크롤만 하기도 숨찬 글들을 썼었다.  10년이 넘도록..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 메시에는 10년 전에 다 봤고.. NGC는 700개 정도 본 것 같고.. 이런저런 소소한 목록들을 합치면 관측 대상은 거의 1000개에 육박하는데,

    과연 내 머리속에는 몇개나 남아있지?

    M3이 어떻게 생겼지? 15번이랑 뭐가 틀리지?

    내가 관측다운 관측을 한 대상은 과연 몇개나 될까?


    그간의 관측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아까우니까)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 스케치를 비롯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1. 별빛 테이스팅

    만화책을 거의 보지 않는 Nightwid.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 08년에 장편 연재 만화를 몇 권 읽었다

    식객,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등 주로 뭐 먹는 만화들인데.. ㅎㅎ

    식객과는 틀린 일본 만화만의 명확한 특징이 있다

    내가 정의한 특징은 바로 '오버'

    맛있는거 하나 먹는다고 그렇게 숨넘어갈 정도로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 미스터 초밥왕 ]







    [ 신의 물방울 ]








    (※ 위의 그림들이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하지만 저 그림을 넣지 않고는 표현할 방법이.. ㅎㅎ)


    과연.. 초밥 한입 먹고 광대무변한 바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까?

    와인 한잔 마시고 이 와인은 어머니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해. 다 거짓말이야.

    보던 만화책을 그냥 덮어버렸다

    며칠 뒤, 다른 일을 하다가 토미네 잇세의 와인 테이스팅이 갑자기 번쩍 하고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와인 한모금 마시고도 어머니라고 하는데, 별을 보고 그 느낌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와인 테이스팅에서 착안하여 '별빛 테이스팅'이라 이름을 붙여 보았다


    별빛 테이스팅을 생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천문인마을로 관측을 가게 되었다

    지하 카페테리아에 한참을 놀다가 옥상 관측지로 올라가니 어둠 속에서 최형주샘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우가 891 보러 와라"

    암적응이 되지 않아 더듬거리며 아이피스를 찾아서 보니,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망경 주인은 나에게 망원경을 넘겨주고 놀러간지라, 암적응도 할 겸 마냥 아이피스만 보고 있으니

    저 멀리서 무언가 허연 것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적응이 깊어질수록) 점점 크고 밝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뜬금없이 광어가 떠오른다.


    웬 광어?

    그 전주에 나는 생전 처음 낚시를 해 보았다

    당진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을 나가서 연줄 같은 것으로 고기를 잡았다

    별보기와 돈벌기 외의 다른 활동은 거의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손맛이란 것을 알리도 없고

    대체 땡볕에 새벽부터 나와서 이게 무슨 짓인가?

    낚시줄을 잡고 몇 시간째 재미있는 척 하는 척만 하고 있는데 무언가 하나 묵직한게 걸렸다

    한참을 줄다리기를 하니 수면 아래에서 형체가 비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광어.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줄을 당겨서 드디어 수면 밖으로 광어가 펄떡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광어는 순식간에 쏘주와 믹스되어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천문인마을 옥상에서 그 광어와 다시 만난 것이다

    수면 아래에서 몸부림을 치며 조금씩 그 실루엣을 드러내던 그 광어. 아니 891...

    그 날의 NGC891은, 내 첫번째 테이스팅은 광어였다

    그 누구도 891을 보면서 광어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주일 전에 광어를 처음 잡아보고,

    다음 주에 암적응 안된 상태에서 5분동안 18인치로 891을 본 사람은 없을테니까..

    나만의 unique한 경험,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한개의 단어..

    와인을 마시며 어머니라 생각하긴 어려울지라도 별을 보며 나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별을 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고 더 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메시에마라톤

    천문인마을에서 2001년 이후 정기적으로 메시에마라톤을 개최한지 10년이 넘었다

    나는 01년부터 02년 05년 06년 07년 08년 11년까지 7번의 마라톤에 참가했다

    처음 마라톤에 참가한 목적은 완주를 하기 위해서였다

    01년과 02년엔 장비와 실력의 부족에 알콜의 공격까지 덮쳐서 아쉬운 실패를 맛보다가..

    05년에 천신만고 끝에 100개 목표를 달성했다

    (05년 마라톤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PPT 발표로만 하다 보니 글로 다 쓰기는 어렵군요 ㅋ)

    100개를 찍고 나니.. 완주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꼭 100개를 채워야 완주인 것일까? 좀 더 어렵고 재미있는 도전은 없을까?

    멀쩡한 15인치 돕 앞을 검은색 스티로폼으로 막고 5인치 만큼의 구멍을 뚫어서 5인치 무차폐 반사 망원경을 만들었다



    06년과 07년은 기상 악화로 제대로 된 마라톤이 열리지 못했고,

    08년에 힘들게 어렵게 89개를 찾아 보았다

    아.. 5인치로도 했으니 다음엔 3인치로 가야 하나? 이 힘든 짓을 왜 해야 하는 거지? ㅡ,ㅡ;;;;

    폐회식 소감 발표 시간에, 앞으로 더이상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그 뒤로 2년을 그냥 흘려보냈는데.. 마라톤을 끊으니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다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 볼까 하다가.. 올해 4월엔 성도 없이 마라톤에 도전해 보았다

    간만에 메시에 공부도 다시 할 겸, 호핑길을 외워서 메시에 스케치를 편하게 할 겸 해서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졸다 깨다 하며 하나씩 길을 외워 나갔다

    결과는.. 62개로 3등. 정상적인 조건에서 마라톤을 뛴 선수들을 따라가는 것은 역부족.. ㅋ

    성도 안보고 하는 마라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릴때까지는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 뒤에는?

    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


    사람이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본인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등등 다양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마라톤 완주의 정의는 단 한가지 입니다




    새벽녘의 긴박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바로 그 몇 분간의 순간 때문이죠..

    여러분은 별을 보면서 그런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 보셨습니까?


    [ 마라톤을 하는 이유, 조강욱 (2011) ]






    3. 해외 원정

    2010년 이후부터 몽골로, 미국으로, 하와이로, 호주로.. 해외까지 관측 원정을 나가는 분이 부쩍 늘어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09년에는 일식을 보기 위해 중국으로,
    http://www.nightflight.or.kr/xe/32627

    10년에는 남쪽 하늘을 보기 위해 호주에 다녀 왔습니다
    http://www.nightflight.or.kr/xe/33052

    (생각해보니 05년에 신혼여행을 빙자해서 몰디브에도 다녀왔군요.. 물론, 망원경도 함께 ㅋ)


    내년, 2012년에는 09년 일식 관측의 아쉬움(상단 링크 참조)을 완벽하게 채우기 위해서, 남쪽 하늘을 다시 보고 싶어서

    호주 케언즈로의 원정 관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식도 보고 남천도 보고 가족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시간의 문제, 가족의 동의 등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있지만..

    해외 원정은 정말로 매력적인 기회입니다

    2035년 한반도의 개기일식을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라면..

    2012년 11월자 케언즈 호텔을 미리 예약해 두시길 권합니다

    대마젤란 은하의 황홀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적도 이남의 관측지로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적도 이남의 관측지 중에서.. 아프리카는 너무 위험하고, 남미도 마찬가지고,

    갈 곳은 호주밖에 없다는 사실 ㅡ_ㅡ;;


    부작용 : 호주의 7등급 하늘을 보고 오면.. 당분간 한국에서 정상적인 관측 활동은 불가능..... ㅠ_ㅠ





    4. 표현의 한계

    별을 보고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안시관측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자기가 본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그것은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다만 한 가지,

    본인이 할 수 있는 100% 이상의 노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그대로 기록을 남기면 되는 것!

    저는 10여년간 글로 완벽한 관측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죠..


    Tycho 분화구의 생김새를 글로 표현하려면 얼마나 많은 문장이 필요하며,

    어떻게 묘사해야 읽는 사람이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을까?

    맑은 날 밤에 대구경으로 관측한 51번 은하의 나선팔은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더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찾다 보니..

    생각하면 할수록 '표현에 한계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능력은 위대하다는 생각과 함께.. ㅎㅎ



    낚시 의자에 드러누워 유성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그림입니다

    [ The Perseid Meteor Shower 2010, Roel Weijenberg (2010) ]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요? ㅋ 1054년 어느날의 밤하늘입니다

    [ Taurus in the Year 1054, Per-Jonny Bremseth (2011) ]




    컴퓨터로 그린 달 그림. 이어령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디지로그란 이런 것일까요?

    [ Looking Glass Pythagoras, Chris Lee (2011) ]




    살아 움직이는 홍염. 모니터가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 Our Star Animated, Erika Rix (2011) ]




    꼭 아이피스 한 시야 안에서만 스케치를 하란 법이 있을까?

    [ Messier 101 and Surroundings, Boris Emeriau (2011) ]




    이건 예술작품

    [ 검은색은 모든 색채의 가능성이다, 김경싟 (2011) ]




    정말로 미친 사람.. Clay로 만든 달 스케치.. 아니 달 조각

    [ Archimedes and Environs, Richard Handy (2011) ]




    별을 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정답이란 것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 시간 그 곳에서, 그 망원경으로 한 대상을 보고 있는 자신만의 정답이 있을 뿐....





    5. 구경 책임제

    올해로 망원경다운 망원경을 가지고 별을 본지 16년이 되었습니다만,

    저는 망원경을 한 번밖에 바꾸지 못했습니다

    8인치 카세그레인(Takahashi Mewlon-210)으로 8년, 그리고 현재 15인치 돕(Discovery 15" Truss)으로 올해까지 8년째..

    구경병이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고, 지름신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내려오지만..

    스승님께서 강조하시던 '구경 책임제'가 강박관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듣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어서 웬만하면 잘 얘기하지 않는 이론(?)인데..

    (별에) 미친 사람들만 볼 글이므로 써도 될 것 같습니다.. ㅎ;;

    0.1%라도 더 좋은 성능을 내는 장비로 갈아타고, 1인치라도 더 큰 거울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야 다 똑같지만..

    "난 지금 가지고 있는 망원경으로 더 이상 할 것이 없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장비를 바꾸며 얻는 즐거움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고,

    지금 가지고 있는 망원경으로 극한의 성능을 느껴보지 못한 관측자라면

    새로 바꾼 더 크고 좋은 망원경으로 더 큰 즐거움을 얻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그간 지켜본 바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


    제 주변에서 보면 구경 책임제를 너무 과도하게 즐기는 분이 한 분 계신데..

    별하늘지기 회장님.. 이제 불쌍한 8인치 그만 괴롭히고 업글 좀 하시길 바랍니다.. ㅎㅎ;;;;


    저는 언젠가는 20인치 이상으로 갈아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지금 가지고 있는 15인치로 메시에 전 대상 스케치를 다 하고 나서 생각하는 것으로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그 정도면... 천벌을 관장하는 신도 눈감아 주지 않을까요.. ㅎㅎㅎ





    6. 별이 보이는데 별을 보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

    천벌론 역시 스승님께 배운.. 콜록 ㅡ_ㅡ;;;


    영하 18도의 눈밭에서 스케치북에 두시간 동안 점을 찍다 보면 대략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대체 별보기란 무엇일까? 대체 왜 한겨울에 덜덜 떨면서 산 속 눈밭에서 점을 찍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 하늘에서.. 아니 마음 속에서 이런 외침이 들려옵니다

    "별이 보이는데 별을 보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

    "100% 이상의 노력으로 별을 보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


    (영하 18도에서 그린 M35 & NGC2158, 저는 아직도 이 스케치를 보면 여름에도 발가락이 시려요 ㅡ_ㅡ;;;;)




    천벌론은 참 간편하죠.. 모든 논리를 꺾을 수 있습니다.. ㅎㅎ

    일식을 보러 새벽에 항저우까지 갔던 이유, 호주에서 며칠새 2000km를 이동한 이유,

    모든 것을 접어두고 주중에 강원도에 가는 이유..

    천벌신은 핑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ㅋ





    7. 가까이 있는 것이 가장 어렵다

    달과 행성. 가장 가까이 있는 애들이지만,

    안시관측에서는 아마도 가장 어려운 대상들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볼 게 많기 때문입니다.

    메시에는 110개만 보면 되고, NGC는 7840개만 보면 되는데..

    달의 30만개 지형은 언제 다 볼 수 있을까?

    제일 큰 지형 1000개만 본다 해도, 그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를 다 관측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죽을 때까지 달의 참모습을 다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요?

    더 볼 게 없어서, 지겨워서 별보기를 그만 둘 확률은 없는 것이니까.


    달은 요즘에 처음 공부를 해 보았지만.. 행성은 아직 단 한번도 관측다운 관측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목성과 토성 표면의 수많은 구조를 뜯어보기 위해선.. 전혀 다른 수준의 내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혼자 터득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저는 행성 관측을 많이 해보신 분들께 관측법을 배워 보려고 합니다.





    8. 일상의 모든 것이 별보기이다

    학교 다닐 때는,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서 NGC 대상 연상하기 놀이에 심취해서 한참 재미있게 했었습니다

    (미친거 맞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ㅡ_ㅡ;;;)

    지금은.. 나이에 3자가 보일 무렵부터 숫자 감각이 떨어져서 이제는 4자리 숫자를 봐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군요.. ㅠ_ㅠ


    요즘에는 사람들의 말 속에서, 그림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사무실 밖의 구름 조각을 보다가 문득 별보는 일이 생각이 납니다


    얼마 전 사내방송에서 천호식품 김영식 대표 인터뷰가 나왔는데, (산수유.. 정말 좋은데.. 하는 CF 주인공입니다 ㅋ)

    억센 부산 사투리로 달팽이 엑기스 팔던 얘기를 하던 중의 한마디 멘트가 계속 생각이 납니다

    "내가 미쳐야 상대방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 미치지 않고서는 나조차도 변하게 만들 수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한마디지만.. 저는 자동으로 별보기가 연관되어 생각이 나더군요.

    별을 보는 일이건 별을 그리는 일이건 미쳐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죠.....


    처가에 갔다가 운동삼아 울산 대공원을 달리다보니.. 하늘과 땅에 온통 별들이 보입니다


    Barnard 312번 닮은 구름


    제 눈에는 똑같이 보이는데요.. ㅎㅎ;;;



    울산 대공원의 코스모스 한송이


    코스모스 안의 Cosmos




    별을 그리는 것과 점을 찍는 것은 무엇이 틀릴까요?

    요즘은 대가들의 미술 작품을 봐도 스케치 생각만 납니다


    [ 데미안 허스트, Xanthurenic Acid (2009) ]




    [ 이우환, 점으로부터 (1978) ]




    [곽인식, 무제 (1980) ]





    지난 여름에는 들풀님과 별 이야기를 하다가, "이 노래를 들으면 별이 생각난다"는 얘기에 호기심이 생겨서

    클래식에는 문외한이지만 바하의 '브란덴부르그 협주곡 5번'을 무한 반복해서 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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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악장 후반부, 화음과 불협화음을 넘나드는 어지러운 연주를 듣고 있으니 어느 순간에.. 머릿속에서 Messier 5번의 영상이 떠오르더군요.

    어지럽게 쏟아지는 선율이 오묘하게 나름의 질서를 이루고 흘러간다고 할 수 있을까..

    '무질서 속의 조화'

    무수히 많은 별들이 패턴 없이 찍혀 있지만 조금만 더 크게 보면 완전한 구체 안에 중심부터 외곽까지

    방사형으로 밀도가 변화하며 완벽하게 분해되는 5번 구상성단의 별들.

    집에 돌아와서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꺼내 들고 머릿속에 떠오른 M5의 영상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근래에는 예진아빠님이 추천하신 Glenn Gould 버전의 Goldberg 변주곡을 무한 반복하여 듣고 있습니다..)



    별보기란 무엇일까요?

    회사일이 바빠질수록, 직급이 올라가는 것과 반비례하여 별보러 갈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수록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별보는 것과 연관되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9. 결정적 순간

    [생 레자르 역 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1952) ]


    별보기에도 결정적 순간이 있을까요?

    인생사의 수천년의 시간이 찰나도 되지 않는 우주의 시간 스케일에서

    몇 초, 며칠의 시간은 아마 측정하기도 어렵겠지만..

    별 보는 사람에게 우주의 결정적인 찰나의 순간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깊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밤하늘에서 순식간에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혹시 그 순간에 소원을 빌어 보셨나요?

    그렇다면.. 밤새도록 3초당 한 개씩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2001년 11월 18일의 사자자리 유성우는 한순간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000개쯤 본 뒤로는 유성이 떨어져도 아! 소리도 지르지 못했던 황홀한 하룻밤..

    다음 사자자리 유성우까지는 23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01년을 놓치신 분은 23년 뒤에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2001년에는 목성식과 토성식도 있었죠.

    달 뒤로 목성의 위성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순간..

    그리고 몇십분의 기다림.....

    긴장된 잠복근무 끝에 달의 어두운 대지 저편으로 토성 고리가 뾰족히 튀어나오는 결정적 순간을 보면서 느꼈던 전율!!


    올해는, 그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초신성을 무려 세 개나 보게 되었습니다.

    2월3일에 큰곰자리 NGC2655에서 SN2011B, 6월6일 부자은하 M51에서 SN2011DH,

    그리고 8월 31일 인제에서 M101 內의 SN2011FE까지..

    6400만 광년 떨어진 별이 폭발하는 순간을 내 눈으로 본다는 것..

    수십억년의 세월을 살아온 거대한 별의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을 관측하는 것은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공룡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을 때.. 6400만 광년 저편에서는 얼마나 큰 소동이 벌어졌을까?

    우주의 역사책을 들추어보는 것.. 그 역사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달을 보면서 느끼는 결정적 순간은, 터미네이터 부근을 관측할 때입니다.

    새벽 햇살이 내리 비치는 순간.. 그리고 그보다는 저녁 석양에 점점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시간.. 특히 카시니 부근의 좁은 영역!

    그 결정적 순간에 대해.. 몇 분께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는데,

    얼마 전 Backyard님께서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 Cassini 분화구 주변, Backyard (2011) ]


    그래 바로 이거야!! 카시니에 석양이 비치는 결정적 순간.. ㅠ_ㅠ

    Piton 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순간,

    코카서스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들만 겨우 숨을 할딱이며 마지막 빛을 반짝이는 그 순간.....

    근데 이 느린 손으로 그 순간을 어떻게 그리나..



    결정적 순간의 최고봉은 개기일식의 순간이 아닐까요?

    저는 2009년 중국 일식 당시 극적으로 개기식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만..

    어이없는 실수로 다이아몬드 링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내년 11월에 무리해서까지 케언즈에 가려고 준비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고요.. ;;;

    무슨 말로 개기식의 결정적 순간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사진을 찾아봐도.. 이것보다 정확하게 표현된 사진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 다이아몬드 링, 김경싟 (2009) ]






    10. 안시관측의 참맛은 감질맛이다

    한 10년 전에 제 망원경의 원주인이 해준 말이었는데,

    궤변인 듯 하면서도, 그것보다 더 정확히 표현한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ㅡ_ㅡㅋㅋ

    보일 듯 보일 듯 하면서 보이지 않는....


    '오늘은 Starlike nucleus까지만 허락할께. 나선팔은 다음에..' 하는 원치 않는 밀땅질,

    한 번 타이밍을 놓쳐버린 다이아몬드 링은 영혼을 판다 해도 다시 볼 수 없는 도도함,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Pease1을 보았을 때의 기쁨,

    터질듯한 긴장감 속에 정신없이 마지막 대상을 찾다가 어느 순간 맞이한 박명. 그 아쉬운 메시에 마라톤의 새벽,,,

    Leonid를 다시 보기 위해 33년을 기다려야 하는 타는 목마름,,,,,,


    그 영원한 '감질맛'이.. 지치지 않고 별을 갈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



    18년간 별을 보면서 느낀 것은, 별의 미소를 한 번 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찌 그리 도도하고 까탈스러운지.

    그런데...

    끊임없이 자기를 찾고 갈망하는 사람에게는

    가끔씩, 아주 가끔씩,,,, 환한 미소를 살짝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질맛 나는 찰나의 미소를 한 번 본 사람은..

    더 커진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 미소 한 번 더 보려고,

    더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별을 보는 이유는, 그 애들이 멀리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Nightwid 無雲






    P.S

    2011년 추석날 깊은 새벽.. 3부작(?)을 이만 끝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세미나 자리에서 PPT로 발표하던 내용을 글로 쓰려니, 최대한 요약해서 쓴다고 했는데도 스크롤 압박이 크네요.. 죄송합니다.. ㅎㅎ

    평소에 하던 얘기, 하고 싶던 얘기들이지만

    너무 maniac한 이야기라 과연 몇 분이나 공감을 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별보기와 그 방법론에 대해서 같이 얘기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반말과 높임말이 제맘대로 섞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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