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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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처제 딸 백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별1호와 마나님을 뒷자리에 태우고 주차장을 나서는데..

아~ 하늘이 너무 파랗다..

자정쯤 달이 뜰텐데..

토요일인데.. 15인치로 한 번? ㅋ

마님께 즉석에서 결재를 得하고

싟형님한테 서울랜드 어떨까요 문자를 날리니..

바로 번개 공지로 화답을.. ㅎㅎ

백일잔치에서.. 산해진미 안주가 눈 앞에 쌓여 있는데 소주 대신 물로 아쉬움을 달래며

몇 시간 뒤의 관측을 기대한다..

집에 돌아와서.. 장비를 챙기고 서둘러 나선다고 한건데도 도착하니 10시 50분.

내가 제일 빨리 온 걸까? 했는데.. 이미 다 오셨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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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지 : 과천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
관측자 : 최형주, 김경싟, 김남희, 김원준, 권병규, Nightwid
관측장비 : Discovery 15" (화삽), Pentax XL 7mm
투명도 : 3/6
운량 : 1/10
특이사항 : 서울 방향 그리고 사방의 광해.. 하지만 과천인데 뭐가 문제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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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샘이 손봐주신 돕드라이버의 first light인데..

얘가 상하 이동은 잘 되는데 좌우 이동이 되지 않는다.

최샘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여 돕드라이버를 쓸 수 있는 물건으로 부활을 시켜 주셨는데

나는 되나 안되나 집에서 테스트 한 번 안 해본 것이다.. ㅡ,ㅡ;;;

별 보는 장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지만,

자기의 장비가 어떻게 동작하고 어떤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는 최소한 의무적으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장비 무관심'도 '장비병' 못지 않은 병인 것 같다..  

난 전자과 출신인데.. 나름 땜질 잘 하고 펌웨어 좀 한다는 소리 한때는 들었었는데....  쿨럭 =_=;;;;;;;;;

돕드라이버 first light은 다음 관측으로 미뤄두고..

김남희님과 M71등 몇 가지 대상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동쪽 하늘에서 달이 떠올랐다

나는 '어느새'라고 생각했는데 도끼자루는 썩을대로 썩어서 이미 2시간이 흘러 새벽 1시가 넘었다

아~~ 달이다

바로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달이 뜨면 '아~~ 짜증나 벌써 뜨고 난리야..' 하면서 짐 챙기고 집에 가거나 잠을 자거나 술을 먹거나 별보기는 그걸로 끝이었는데

달이 뜨기만을 기다리는 나를 보자니, 사람은 정말정말 간사한 것 같다.. ㅡ_ㅡㅋ

하현이 갓 지난 월령 23일의 달.

원래는 어제가 D-day였는데..

사무실 내 파티션에 붙여놓은 카시니를 손으로 그려볼 기회였는데..

신비로운 복합적인 지형 스퇴플러를 눈으로 만져볼 기회였는데..

혹시나 하고 찾아봐도 이미 evening terminater (명암 경계선) 속으로..

그럼 뭘 할까?

명암경계선 주위를 남북으로 한 바퀴 둘러보니

역시 클라비우스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80mm 달용이 가지고도 숨을 헐떡거리는데

15인치로 저 복잡한 구조를 표현하는 것은 현재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불성실한 관측을 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외면하는 게 천벌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달의 남쪽은 너무 복잡하고. 달의 북쪽은 너무 밋밋하고.

Eratosthenes는 어떨까?  안 돼.. 크레이터 벽의 복잡한 단층구조를 어떻게 그리냐..

그런데, 에라토스테네스보다 더 복잡한 애들이 눈에 자꾸 밟힌다

명암경계선 정 중앙에서 약간 남쪽으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두 크레이터

온전한 크레이터 외벽이 아닌.. 조각조각 침식되어 마치 길다란 돌멩이들을 원형으로 둘러서 구조를 만든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의 Guericke & Parry 커플이 보인다

움.. 날 밝기 전에 저걸 다 그릴 수 있을까?

달이 높이 떠오르니, 한 분씩 철수를 시작한다

달 뜨기 전에는 백일떡과 김원준님의 맛있는 포도와 함께

달 뜨고서는 김남희님의 향기 좋은 커피와 함께..

퀸과 바하를 들으며 그림을 그린다

나는 막귀를 가진 사람이라 음악은 잘 모르지만, 그 날의 달은.. 바하의 음악과 기가 막히게도 잘 어울렸다

남희님.. 다음 관측에서도 멋진 선곡 기대할께요.. ^-^

달이 뜨는 각도에 맞추어 쭈그려 앉아서 보다가.. 허리 펴고 보다가.. 엉덩이를 살짝 떼고 보다가 결국 의자를 사용하지 못할 때쯤..

마지막까지 계시던 남희님 권병규님도 가시고

이제 홀로 남았다

그릴 건 많고 시간은 빨리 가고.. 심심하거나 무서울 새는 없었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ㅡ_ㅡ;;)

새벽이 깊어갈수록 이슬은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이슬을 먹은 얇은 종이는 점점 습해지고..

급기야는 지우개질을 하니 연필자욱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_=;;

안되겠다.. 시간도 그렇고 종이 상태도 그렇고 여기서 마무리하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종이가 더 상하지 않도록 연필과 지우개의 터치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꼭 그리고 가야 하는 것들만 그려 놓기로 한다.

구조를 잡아 놓은 긴 그림자를 아주 까맣게 만드는 일, 특별한 구조가 없는 달 표면을 찰필로 빤질빤질하게 만드는 일, terminater를 표현하는 일 등

직접적인 관측보다 시간을 요하는 노가다가 필요한 작업은 집에 가서 종이 좀 말리고 하자..

그렇게 해서 필드에서 꼭 하고 가야 하는 부분만 다 마무리하고 정리를 했는데.. 이미 4시 30분이 되었다!

스케치 시작한 지 3시간 9분째.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3시간 동안 이것밖에 못 그려!!

집에 와서도 다음날 한 시간이 넘도록 찰필질을 한 후에야.. 그림 한 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Parry & Guericke
img010_1.jpg


습기에 불어서 종이가 쭈글쭈글해 진 것을 차치하더라도,

완성된 그림을 보면 볼 수록..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약돌 무더기로 크레이터 모양을 만든 것 같은 생동감있던 그 모습이..

스케치를 하고 보니 그저 2차원으로, 평면적인 모습으로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꼭 만화 그림체랑도 비슷한 것 같고..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그린 力作이긴 한데,

절대 秀作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보이는 그대로.. 생동감을 살리지 못했으니깐..


아 그리고!! Parry 동쪽으로는 상당히 멋진 구조인 Fra Mauro가 위치해 있는데,

집에 와서 월면도를 자세히 보기 전에, 현장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Fra Mauro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

너무 Parry에 집중해서 그런가? 아니면 크레이터가 너무 얇아서, 하루 지나서 명암경계선에 왔을때야 보이는 건가..

아님 그냥 초보라서 안 보이는 건가 ㅡ,ㅡ;;


더 그리다 보면 발전할 날이 오겠지 ㅠ_ㅠ




며칠 전에 JP정 선생과 통화를 하는데..

천문인마을 스타파티 얘기가 나왔다

JP정이 나보고 스타파티에서 '스케치'에 대해  천문 강좌를 진행하라고 한다

스케치 한 지 몇 달도 안 된 초보한테 왜 그런걸 시켜.. 그런 일이라면 윤정한 형님이나 Harold Hill 할아버지를 불러야지.. ㅎㅎ


어쨋든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대로 재미가 있을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내가 그려본 대상이 너무 적어서 ;;;;

얘기를 풀어 나가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스타파티 전에 형편 되는대로 다양한 대상을 대상으로 이것 저것 그려 봐야겠다....



좋은 idea 있으시면 저도 좀 빌려주세요.. ㅎㅎ





                       Nightwid 我心如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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