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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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늦은 퇴근길. 김남희님의 문의 문자를 받고 목성을 한 번 봤다가 간만에 구름이 안 낀 날이길래

가볍게 간단히 스케치 한 장 하기로 한다

보름이 되기 하루 전의 달..

간만에 맑고 투명한 달을 보겠네.. 하고 멀 그릴까 하고 여기저기 투어를 하고 있으니 당연한 듯이 구름들이 스멀스멀 기어온다

머 하늘 상태는 좋은 것 같으니.. 곧 지나가겠지.. 했는데

초딩때 배운 새털구름 같은 구름들은 스케치가 끝날 때까지 농담의 차이만 있을 뿐 끊이지 않고 흘러갔다 ㅡ,ㅡ;;;

뭐 시작한게 아까워서라도 해야지..

달의 최동단 가장자리. 조금이라도 더 밀려났다면 지구인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오지의 막장 크레이터들.. ㅡ_ㅡㅋㅋ

북극 부근의 Pythagoras, 중앙부의 Hevelius, 약간 남쪽의 Darwin, 약간 북쪽의 Eddington 주위...

우주선 착륙기지같은 다윈의 어둠이 가장 멋있는데,

1시간 안에 다 그리기는 어려워보인다

Hevelius는 구조는 재미있는데 크레이터가 얇아서 세밀한 농담 표현이 어렵다

Pythagoras는 깔끔하긴 한데 Petavius와 비슷하고 좀 심심해 보이고..

Eddington 아래쪽을 보니 코딱지만한 쌍둥이 크레이터 두 개가

lunar terminator (달 edge 부분 명암 경계선)에 걸려 있는 것이 이채롭다


Halold Hill의 스케치를 보니.. 헉!!

달스케치 경력 50년의 무시무시한 할아버지가 10인치 반사 고배율로 그린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

여하튼 고수의 발자국을 쫓아가 본다..

구름이 계속 지나가고 그 때문인지 시상도 안정되지 못하여 세밀한 구조를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느껴진다

고작 80mm 가지고 10인치 반사로 보는 것을 다 볼 수는 없겠지만..

어떤 것이 보일 것이라는 target을 정하고 표적 관측(ㅡ_ㅡ;;)을 하기로 한다

Cardanus & Krafft 쌍둥이 형제의 관측 point는 'Catena Krafft' 라고 불리는 crater chain이다

두 크레이터를 밧줄처럼 연결하는 길이 60km의 멋진 지형!


Cardanus & Krafft, 그리고 Catena Krafft
e_002.jpg

워낙에 코딱지만한 크레이터 두 개에, 대구경에서나 보일 sub crater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좀 밋밋하긴 하지만 보이는 대로 그리기는 일전의 Clavius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Q

그런데 딱 하나, Catena Krafft는 아무리 집중을 하고 봐도 보일듯 보일듯 쉽지가 않다

스케치에는 상당히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그려 놨는데,

실제로는 갖은 공력을 동원해야 겨우겨우 보이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그림도 보일듯 말듯 하게 짜증나게 그려 놓으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므로

보이는 것보다 강조하여 그렸다.. 단 전체 그림 중 Catena 부분만..

해외의 다른 관측 report를 검색해 봐도, Virtual Moon에서 권장하는 것도

Catena Krafft는 최소구경 8인치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구조이다

80mm로는 그저 도전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밖에..

Krafft 크레이터 좌하단에는 Seleucus로부터 뻗어나온 한줄기 희미한 광조가 뻗어 있다

완벽한 어둠의 표현은.. 까만색 스테들러 색연필을 퇴출시키고.. 그냥 2B 연필로 그렸다

훨~~씬.. 자연스럽네.. ㅡ_ㅡ;;

근데 이 종이도 맨질맨질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리 곱게 칠하려고 해도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스케치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와서 Hill 할아버지의 스케치를 다시 본다

또 한번..   헉!!!!!!



아무리 경력과 장비가 차이가 있다지만.. 같은 애를 보고 그렸다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ㅋ

저 선명한 crater chain. 그리고 작은 크레이터들.. 그림자의 디테일, 깔끔하고 세련된 음영 표현..;;;


아래는 같은 대상을 보고 스케치를 남긴 호주의 Harry Roberts라는 사람의 report이다

http://www.coona-astro.org.au/articles/harry_roberts/catena_krafft.html

다시 또 헉!!!

Chain의 모양도.. 저런 다이내믹한 모습이었나..

이 사람도 Hill 할아버지의 기록을 reference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Hill 할배는 엄청나게 훌륭하신 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ㅋ


나는 80mm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어.. 라고 위안을 해 봐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

그런데 실제로 저렇게 밖에는 안 보이는데 어쩌겠는가.. ㅎㅎ


근래에 블로거들 사이에서 '닥치고 추천!'이란 말이 유행했었는데..

별로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별나라에서는 '닥치고 구경!!!!'이라고 인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ㅋ;;;

Morning terminator에서는 그림자가 어두운 쪽으로 넘어가서 안 그래도 밋밋한 애들이 더욱 썰렁해졌는데,

Evening terminator에서는 멋진 그림자가 드리울 것을 기대해 본다.  (새벽이라 볼 수 있을까 ㅡ,ㅡ;;;)




                                  Nightwid 我心如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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