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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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나에게는 6번, 7번과의 강렬한 첫 만남의 기억이 있다

벌써 햇수로 20년 전, 서울의 내 방에 누워 있어도 창문 유리를 통과하여 헤일밥이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혜성이 절정기를 보내던 1997년 4월, 나는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매일 헤일밥 보러 다닐 생각만 했었는데.. 

(결국 선동렬 수준의 학점을 받고 조기 군입대를.. ㅠ_ㅠ)

하루는 아버지를 운전기사 삼아서, UAAA 96학번 동기들과 ‘엄청나게 어두운 곳’이라 소문이 난 

강원도 횡성의 '덕사재'란 곳으로 그 혜성을 찍으러 갔다 

(그 당시에는 슬라이드 필름 가지고 찍기도 많이 했는데, 헤일밥 덕분에 사진에 재능이 없음을 빨리 깨닫고 조기에 사진을 포기하게 되었다)

Screenshot_2016-06-14-14-06-51.png 


혜성이 진 뒤, 새벽녘 덕사재 고갯길에 뜬 전갈은 

아름다움을 넘어 무서울 정도였다. 땅 위의 사람들에게 바로 독침을 날릴 것만 같은....

그리고 전갈의 독침, Shaula에서 바로 왼쪽으로는 구상성단 두 개가 육안으로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Screenshot_2016-06-14-13-57-45.png 


흠~~ 눈으로 M13만하게 보이는 구상성단이라.. 이게 뭘까? 

아직 메시에도 절반 정도밖에 보지 않은지라 그런 애들도 있겠지 하고 다시 셔터 누르는 데에만 집중했는데 

(사진 찍는다고 성도도 안 가져갔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게 M7과 M6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육안으로 보이는 두 개의 구상성단’의 모습은 다시 보기 쉽지 않았다

첫 만남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아니면 하늘이 더 안 좋아져서 그런 것일까?


메시에 스케치 완주가 종착점에 다다를 즈음, 수피령에서 

아주 오랫만에 M6을 만났다. 

(물론, 구상형 산개성단은 아니었다. 파인더로 쉽게 찾긴 했지만..)


대학생 시절 어딜 가나 밤보석을 끼고 다니며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외우기‘ 라는 무식한 놀이를 몇 년간 하면서


나에겐 많은 고정 관념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6번은 나비 모양이라는 것이다. (밤보석 해당 페이지 : http://www.nightflight.or.kr/xe/jewel/30728 )

M6_des.JPG


7번이나 6번이나 모두 육안으로 보이는 아이들인데,

기원전부터 관측기록이 있는 7번에 비해 6번이 메시에 시절이나 되어서야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메시에가 발견한 것은 아님)

덕사재에서도 맨 눈으로 구상성단처럼 보였는데 말이야..


[ M6, 검은 종이에 젤리펜 - 조강욱 (2016) ]
M6_160610_ori.JPG

여러분에겐 무엇이 보이시나요?


참, 구상형 산개성단 7번과 6번을 보았던 덕사재 언덕에는 그 몇 년 후 천문인마을과 NADA 천문대가 건설되었다







                                                                         2016. 8. 23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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