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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개발실에서 특허선점 건으로 포럼 참석하느라 일본으로 쓸쓸히 나홀로 출장 다닐때는

 

해외출장이 짜증나고 싫었는데

 

한국시장 마케팅 업무를 하며 수년간 광주 부산보다 먼 출장을 갈 일이 없어지니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해외출장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리라.. ㅎ

 


 

얼마 전, 갑자기 출장 건이 생겨버렸다

 

출장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맘편하게 돌다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 가서 이틀간 정신없이 일만 하고 오는 짧은 일정에

 

출장 성과에 대해 윗분들의 관심이 많은 건이라 부담감만 가중되고..

 

역시 여유있는 삶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듯.. ㅎ

 


별보는 無雲선생과는 전혀 다른 조과장의 출장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운좋게도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3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디를 갈까?

 

미팅장소인 비엔나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에 있는 Stadtpark에 들어가니

 

요한스트라우스와 슈베르트 동상이 서 있다

 

 stra.JPG

ㅋㅋ 여기는 내가 아니라 한솔형님이나 남희형님이 와야 그 가치를 아실텐데.. ㅎ;;

 


 

음악가들의 공원에서 짧은 검색 끝에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전세계 최대 collection이 있다는 벨베데레 궁으로 향했다

 

(클림트와 쉴레는 오스트리아 사람임)

 

비교적 짧은 거리에도 택시비는 무려 만원 ㅎㄷㄷ

 

오스트리아 합스브루크 왕가의 궁전을 개조한 미술관 입장료는 무려 만육천원 ㅎㅎㅎㅎ

 

belve.JPG

 

하지만 교통비와 입장료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라기보다는

 

거기서 별그림에 대한 insight를 찾았기 때문에.. ㅎ

 


 

클림트의 그림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이 나시나요?

 

키스, 유디트.. 이런 빤짝이 그림들..

 

kiss.JPG

 

키스의 원작은 확실히 볼만하다.

 

항상 컴화면에서 조그만 이미지로 보던 것을

 

2미터쯤 되어보이는 원작으로 보니..

 

아!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프로야구에서 직관의 맛이 있듯이,

 

미술관에서 원작을 감상하는 것은 항상 감동적이다.

 

키스, 유디트 등 클림트의 빤짝이 그림들 앞에서 침흘리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재료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연필, 콩테, 파스텔, 아크릴, 와트만지와 캔버스..

 

클림트의 빤짝이를 보고서, 꼭 그림 재료로만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순간 떠오른 생각은 산개성단을 그릴 때

 

샤프나 젤리펜이 아니라 진짜로 보석을 붙여넣는 것이다 ㅎ

 

물론 다이아를 박을 수는 없고 크기별로 큐빅을.. ^^;;

 

기존에 그려놓은 38이나 52를 가지고 재작업을 해봐야겠다

 

클림트는 빤짝이 그림만 그리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풍경화는 인상파 화풍과 비슷하면서도

 

모네에 비해 훨씬 디테일한 표현을 하고 있다

 

lands.jpg

 

최근에 디테일 노가다를 하다가 미뤄놓은 그림이 하나 있는데..

 

클림트 선생께 영감과 용기까지 얻어가게 되었다 ㅎ

 


 

그에 비해 쉴레의 그림은 내 취향과 맞지 않는듯.

 

그로테스크한 거칠고 강렬한 선들을 보고 있으니 막 현기증이 난다

 


 

관람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전시회 포스터가 보인다

 

전시회 제목이 Die Nacht라..

 

고딩때 배운 독일어를 떠올려보면

 

밤이라는 뜻인 것 같고..

 

밤을 주제로 한 전시회라.. 무언가 내 그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도보 10분 거리의 전시관으로 향했다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구성되는데

 

상궁은 클림트 등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중심의 상설 전시로 쓰이고,

 

하궁은 기획전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Die Nacht 전시는 기대에 비해서는 별로였다

 

사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밤을 주제로 한 그림이라 해도 꼭 천체를 그리란 법은 없는 것 ㅎ

 

오히려 별쟁이가 아닌 사람이 별을 그리는게 더 이상하겠지..

 

여튼 그 상황에서도 몇가지는 건졌는데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Gerhard Richter의 추상화였다

 

(Oil on Canvas, 1969)

constellation.jpg

 

보자마자 이건 별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동안 멍하니 그 그림을 지켜보았다

 

다른 관객들이

 

쟤는 평일 오후에 양복입고 와서 지금 머하는건가.. 관광객은 아닌거 같은데..

 

그림보다 나를 더 훓어보고 지나간다 ㅎ

 

한참 보다 그림제목을 보니 'Constellation'

 

싟형님이 별무리를 관측하다가 북두칠성과 Alcor를 찾았을 때의 짜릿함이 이런 것이었을까?

 

작가의 의도가 내 마음과 닿았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전시회의 대표 그림은 Rene Magritte의 나무와 달 그림.

 

rene.jpg

 

예술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별그림, 아니 달그림으로는 좀 어색하다

 

 

 

여자 옷에 쓰이는 스팽글 빤짝이로 그린 Curt Stenvert의 그림도 있었다

 

(아래 동일 작가 그림과 유사한 그림)

curt.jpg

 

 

스팽글로 별을 대체하면 어떨까?

 

ㅋㅋ 우선 큐빅으로 먼저 해 보고..

 


 

이 그림은 석양이 지는 연작이다

 

(Alex Katz,  Twilight Ⅰ, Ⅱ, Ⅲ, 1978)

t3.jpg    

 

 t2.jpg

 

t1.jpg

 

이 석양의 붉은 색은 어떤 재료를 써야 나타낼 수 있을까?

 


 

전시실의 마지막 방에는 진짜 별들이 있었다

 

천체 스케치는 아니고 천체 사진.. ㅎ

 

19세기 후반에 찍은 혜성,

 

20세기 초반에 찍은 일식, 오리온, 화로자리 은하단  머 그런 애들이었는데

 

비엔나 천문대에서 찍었다는 오리온 사진은 별하늘지기에

 

'쌩초보가 처음 찍어본 오리온이에요 부끄럽지만 너그러이 봐주세요'

 

하고 올리는 사진보다 못찍은 수준.. ㅎ

 

전시 큐레이터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밤이라는 주제의 다양한 전개를 위한 구색 맞추기?

 

아님 비엔나 천문대의 최초의 사진이었을까? ㅎㅎㅎ

 

 

마지막으로 본 그림은 누워서 달과 별을 보는 그림.

 

화면에는 발가락과, 그 끝에 걸린 달과 별이 보인다.

 

(Birgit Jürgenssen의 1977년 그림인데, 강력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나도..

 

이런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이런 낭만을 즐겨보고 싶다

 

이런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이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발가락 그림을 보고.. 허겁지겁 다시 돌아와서

 

또 정신없이 별보는 일과 관계없는 일들을 하다가

 

아무래도 적응하기 어려운 '이코노미 12시간 타고 앉아있기' 끝에 서울 도착.. ㅎ

 

 

 

참, 비엔나에는 비엔나 쏘세지가 없더만요.. ㅎ

 

대신 프랑크푸르트에는 프랑크 소세지가 있었음.. ㅎㅎㅎㅎ

 

(프랑크푸르트 공항 라운지에서)

fra.JP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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