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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욕심, 그저 욕심이다.

집에서 더 넓은 하늘을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직장과 아이 학교가 있는 오클랜드를 떠날 수도 없고.. 
뒷마당에서 하늘이 더 잘 보이는 집을 가지고 싶어서
산지 일년만에 멀쩡한 새집을 팔고 같은 동네의 다른 집을 다시 샀다

하늘을 더 잘 보려고 벌인 일인데 
정작 몇달동안 하늘은 안 보고 땅 위의 돈만 쫓아 다녔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을 겨우 겨우 수습 하고 
새 집의 뒷마당에 망원경을 펼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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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서서 비너스 벨트도 구경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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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화성도 한 번 봐 주었다

[ 화성의 수로들, 갤럭시 노트9 & 터치펜, 조강욱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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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Opposition)에 이른 화성은 너무나 놀라웠다. 
화성을 보면서 볼만하다고 느낀 것은 생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지난번 충 때에는 당시 살던 아파트 앞 공터에서 봤었는데, 
당시 화성 전역의 모래폭풍으로 제대로 된 디테일을 볼 수가 없었다
화성에 수로 지도를 만든 스키아파렐리가 된 것처럼 
터치펜을 들고 한줄 한줄 그 줄기들을 따라가 본다. 

(화성 수로 지도, 지오반니 스키아파렐리,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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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는 믿음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니, 
화성을 보면서 수로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면 수로가 잔뜩 보이는 마음을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화성이 충에 와 있을 때라면 말이다

모든 별은 아는만큼 보인다.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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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성 좀 열심히 봐야겠다.. 싶은데 이미 충이 지나서 멀어지고 있다는.. 
그리고 그 뒤로도 벌려놓은 일들에 쫓겨서 화성은 다시 쳐다보지 못했다



이사를 겨우 마무리하고, 월령에 맞추어 간만에 별을 보러 나갔다
주말 예보가 좋지 않아서 금요일 퇴근과 함께 2시간 거리의 해변으로.. 
하늘이 미친듯이 좋았다. 
칠레 아타카마에서도 찍지 못한 SQM 22.0이 나왔다. 
바람도 없고 습기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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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금요일이라 낮에 일하고 바로 밤을 새려니 정신이 몽롱하다. 
40대가 된 이후로는 컨디션 관리를 미리 하지 않으면 밤을 지샐수가 없다

망경을 세팅하고 조금 보다가 정신이 혼미해져서
알람 소리도 못듣고 차에서 한참을 자다가 
깊은 새벽이 되어서야 놀라서 잠에서 깼다

슬픈 일이다. 
내 눈과 몸이 성할 동안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이룰 수가 있을까?

여튼 대마젤란 내부 대상을 또하나 그림으로 남겼다. 
LMC 중심부 깊숙한 곳으로.. 벌써 11개째다


(노란색 : 관측 완료, 빨간색 : 이번 관측, 사진 출처 : Wikipedia)
LMC works.jpg



LMC 내부의 유명한 S 모양 성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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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joecauchi.com.au/nebulae/ngc-1910-lmc/)

전반적인 화려한 모습과 두 호위무사(1903, 1916)까지도 잘 보이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NGC1910의 S자 성운기가 잘 보이질 않는다
UHC를 장착하고 한참을 더 시간을 보내고 
사진까지 컨닝을 하고 났는데도 아직 S자는 멋지게 다 이어지지 못했다. 
보이는 대로 그릴 수밖에.

[ NGC 1910, 검은 종이에 아이소그래프, 조강욱(2020) ]
NGC1910_4000_201017.jpg
 
이젠 좀 마젤란에서 벗어나고 싶다
남반구에서 아직 봐줘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근데 이렇게 제대로 한번씩 봐주지 않으면 나중에 몸과 눈이 성치 않을때
평생 후회하게 될 일이라.. 이렇게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남들보다 큰 파인더에 녹색 스카프 아이피스에 
Paracorr까지 달아 놓으니 망경이 너무 예의가 충만해져서 
자꾸만 앞으로 인사를 한다

내 망경 제작자이신 남희형님의 조언으로 무게추를 하나 달았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설계도(?)를 그려드리고 
로커박스용 무게추를 담을 주머니를 공수 받았다.
성능은 완벽하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싶어 지는 거는 부작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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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찍는 도구”를 파스텔 -> 젤리펜에서 거의 10년만에 다시 새로운 도구로 교체했다
랜슬롯님이 하사하신 로트링 아이소그래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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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주 작은 별들만 아이소그래프를 쓰려고 했는데
점점 욕심이 더 커져서 이젠 거의 젤리펜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성능만큼 예민해서 다루기가 까다롭지만 그 결과만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래 그림은 그 전달인 9월에 그린 10번째 LMC 스케치이다.
큰 별은 젤리펜으로, 잔별은 아이소그래프로 그렸는데.. 
확대해서 보면 그 명확한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Sand & Pebbles, 검은 종이에 젤리펜과 파스텔 & 아이소그래프, 조강욱(2020) ]
NGC1965 4000 200922.jpg



더 작고 더 불투명한 하얀 점을 위해..
욕심, 그저 욕심이다.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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