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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 원정 4일차 (2019년 7월 2~3일, 칠레 라 세레나~아타카마) ====================


해가 진 뒤에도 노을과 함께 한참을 일식의 여운을 느끼다 더 늦기 전에 차 시동을 걸었다
몇시간 뒤, 내일 새벽엔 장거리 버스를 타고 아타카마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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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30분에 일식 관측지에서 출발했다
해가 지고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에서도 
은하수와 파이프 성운, 페라리 마크가 너무 쉽게 보였다
도저히 떠날 수 없는 하늘이었지만 우린 더 좋은 하늘을 만나러 아타카마에 갈 거니까..


비쿠냐에서 라세레나(도시)로 가는 길 70km는 
일식을 보고 돌아가는 인파로 그대로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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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들은 얘기로는 라세레나에서 칠레 수도 산티아고까지 가는 고속도로 470km도 역시 주차장이었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진 붉은 빛을 바라보며
불과 몇시간 전의 감동을 같이 되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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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8~90년대 옛날 가요를 흥얼거리며 
정체로 멈춰선 차 안에서 
옛날 얘기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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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반납은 밤 10시, 
도로 정체로 시간을 보내다 겨우 제시간에 공항 렌터카 주차장에 무사히 반납 완료..

아타카마행 장거리 버스는 La Serena시내의 버스 터미널에서 자정에 출발한다.
도로 정체 감안해도 충분히 여유 되겠지.. 하면서 공항 로비에 나갔는데
택시가 한대도 없다
손님조차 없다.

공항에 택시가 없을 수가 있을까?
당황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공항 보안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퇴근하고 있다
환경미화 직원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끝났구나!!
작은 Domestic 공항이라 9시쯤 모든 이착륙이 마무리되고 공항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낭패다. 걸어서 공항에서 도심까지 갈수도 없고 주차해 놓은 렌터카를 다시 끌고 갈 수도 없다
공항 Information에 택시를 잡아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으나
“기다려라”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는다”는 답 뿐.. 
그마저도 스페인어라 표정과 몇 개의 영어 비스무리한 단어로 뜻을 유추할 뿐이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서 “딱씨(Taxi)” 한마디와 불쌍한 얼굴 밖에는 전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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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퇴근하던 공항 직원들까지 합세해서 이리저리 전화해 보며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나라면, 
한국의 작은 공항에서 차를 못구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외국인을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도와 주려고 했을까???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버스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초조하게 시계만 보고 있다가
공항 직원 하나가 나오라는 신호를 해서 달려나가 보니 거기엔 작은 택시 한대가 있었다
흠.. 너무 작은데.. 운전사도 우리 짐을 보더니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쉬운건 우리들이니.. 차곡차곡 짐을 쌓아 넣고 몸을 구겨 넣는데 성공.
해외 카드를 받는 택시인지도 알 수 없으나 안태워줄까봐 물어보지도 않았다

차에 타고 공항 로비를 바라보니 공항 직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 스페인어를 모르니 “무쵸 그라시아스!!” 밖에는 고마움을 전할 방법이 없다

버스 출발 20분전 무사히 La Serena 버스 터미널 도착!
다행히 신용카드 결제도 무사히 넘기고 택시 아저씨와 허그도 한번 하고 터미널에 들어서니..
여긴 더한 곳이다
이건 거의 전시 피난민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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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아마 이런 모습인지 모르겠으나 (아래는 구글에서 검색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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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이 끝나고 6시간 뒤의 이 곳은 
발 한걸음 떼는 것도 버거운 출근길 2호선 지옥철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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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버스는 밤 11시 45분 출발이다. 15분 남았다.
새벽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바닥에 노숙하고 있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넘고 밟으며 버스 플랫폼에 도착. 

버스 주차구역이 좌우로 20개쯤 있는데 인파에 떠밀려서 우리 버스가 어떤건지 알 수가 없다
경찰이나 버스회사 직원에게 물어봐도 “나도 모르니 알아서 찾으라” 거나 
“이 버스 아니다”라는 답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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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소매치기 조심하라던 택시 아저씨의 말이 생각나서 
동훈형님은 모든 짐을 지키고
대영형님과 좌우로 돌며 우리 버스를 찾아 헤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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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버스 출발 시간은 이미 지났다
이 난리통에 버스는 정시 출발? 설마…
몸은 이미 피곤에 지쳐 있는데 정신까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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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영어 하는 총각을 만나 얘기를 해보니 
자기 버스는 이미 한시간 지났는데 아직 안왔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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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에 어디서 그렇게 오는지 사람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오고, 
터미널은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선지 오래
그 와중에 우리 버스가 어느새 왔다가 승객을 태우고 가버리면 안되니 쉬고 있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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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을 마치고 애를 태우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건 너무나 익숙한 데자뷰이다
상해에서도, 북극에서도, 미국에서도 일식이 끝나자 마자 이동해서 
거의 초치기로 겨우 다음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일식 장소에서 여유있게 하루 더 숙박하면 아무 문제 없을 일인데
그 하룻밤을 아껴서 밤하늘 아래에서 하루를 더 보내겠다는 내 고집이 만드는 고생길..
“강욱씨 다음부턴 일식 끝나고 꼭 하루 머뭅시다” 
앞으로는 동훈형님 말씀대로 해야 할 듯


한시간 넘게 인파를 헤치며 개기일식으로 충전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쓰러져갈 즈음
CALAMA에 가는 버스를 찾았다
버스가 진짜로 오긴 왔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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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은 어찌 알았는지 이미 다 탑승을 완료하고 우리만 남았다
못보고 다른데 헤메고 있었다가는 버스를 그냥 보냈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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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기진맥진한 상태로 버스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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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놓치고 또 어딘가를 떠도는 것보다는 천배쯤 낫다
(떠나가는 우리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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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버스 1등석.. 좌석은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 정도는 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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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몸을 뉘이자마자 꿈나라로.



일어나보니 이미 날이 밝았다
아직 멀었네.. 다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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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황량할 수가 있을까?
한국으로 치면 경부고속도로 급의 고속도로 1번인데..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황무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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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의지의 한국인이라도 이런 땅에선 개발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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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 만에 본 문명.
칠레 중북부의 도시 Antofagast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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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꽤 큰 도시다. 인구 40만명.. 일식을 봤던 La Serena보다도 두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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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기착지 Antofagasta에서 승객의 절반쯤이 하차하고
우리도 10시간 만에 허리 한번 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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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도 한잔 사먹고 싶으나 카드는 안되고 칠레 페소만 받는다.
칠레에 들어오며 무슨 생각으로 환전도 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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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다시 황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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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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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2시 30분, Calama에 도착했다
(아타카마는 여기서 1시간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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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짐도, 사람도 무사히 도착.

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사람들은 모두 제갈길로 사라지고 순식간에 우리 셋만 남았다
손바닥만한 터미널엔 그 흔한 택시 삐끼조차 없다

칼라마 다운타운에 있는 렌터카 회사를 찾아가야 하는데
렌터카 예약 안내서 출력한 것에는 주소가 나와있지 않았다
한 고비 넘을때마다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국경 경비원 복장을 한 푸근한 인상의 제복 아저씨들한테 렌터카 종이를 보여주니
여기저기 전화해 보며 내 일처럼 도와준다
나라면 과연 그랬을까.. 
시골 터미널에서 만난 외국인을 책임지고 안내해 줬을까?

렌터카 회사 주소도 전화번호도 잘못되어 있어서 30분여 여기저기 연락하고 
우리를 위해 손수 택시까지 잡아주었다
심지어 카드가 되니 안되니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지갑을 꺼내서 택시비 대납까지!
(파란색 제복 아저씨가 우리의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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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주차비에 택시비에.. 
멀리 낯선 곳에 와서 셀수없는 선의를 만났다. 

헤어지기 전에 기념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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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귀퉁이에 있는 허름한 렌터카 회사에 와서도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차를 받았다
칠레도 한국같이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나라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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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체하느라 은행도 모두 문을 닫아서
쇼핑몰과 길거리를 헤메고 다니다 겨우 환전소를 찾아서 칠레 페소를 바꾸니
그저 부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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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사람답게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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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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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장을 보고 1시간 거리의 목적지, San Pedro de Atacama로 향했다
광산도시 Calama와 사막의 오아시스 타운 Atacama 사이에는 또 역시 황무지만 있을 뿐..
가는 길에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아타카마 시내에는 가로등이 환하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서
숙소 앞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도록 타운 변두리 지역에 위치한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아래 지도의 맨 위 빨간색 표시가 예약한 숙소, 
녹색이 있는 지역이 아타카마 사막의 오아시스 타운, San Pedro de Atacam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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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속에 구글맵만 의존하며 비포장 흙길을 달리다보니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제법 큰 개울이 등장했다
(지도상에 Rio San Pedro로 표시된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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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무슨 강물이.. 
그러니 사람이 살고 있겠지만….

허무하게 다시 큰 길로 나와서 아타카마 시내를 통과하여 다른 길로 숙소까지 이동하는데
듣던대로 아타카마 타운 센터에는 촘촘하게 가로등이 박혀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가로등이 꼭 있어야겠지만
전세계 별쟁이들의 로망인 아타카마의 가로등이라니..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현실이 아닌가?

밤 9시가 넘어서 구글맵이 가리키는 숙소 앞에 도착을 했는데 
굳게 닫힌 철문과 높은 담장 뿐.. 숙소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밤에 이 사태를 어떻게 하나..
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오지에서….
성난 개 짖는 소리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지역이라 주변을 서성이다보니 
“Hostel” 간판을 붙여놓은 집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갔다 
자고 있는 집주인을 억지로 깨워서 도움을 청하니 
고맙게도 직접 우리 숙소 입구까지 안내해 주셨다
오늘 대체 몇 명한데 도움을 받은건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구글맵의 숙소 위치가 잘못 표시되어 있어서 
구글맵으로 길을 찾아가면 
숙소 입구가 아니라 반대쪽 담벼락에 도착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 아래 지도의 Casa Sorbac이 우리 숙소, 위쪽의 희미한 전용 진입로로 들어와야 한다
   사진 중앙의 회색 원은 구글맵이 찍어주는 네비 위치, 아래쪽 Hostel Rincon이 고마우신 아주머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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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을의 제일 구석에 있는 집 치고는 기대 이상으로 상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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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7시반에 개기일식 관측지를 떠난 이후 26시간만에 다음 목적지, 아타카마에 도착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로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집중해서 칠레-페루 국대 축구경기 시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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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사이가 안좋은지
여기도 거의 한일전 수준이다
더군다나 0:3으로 지고 있어서.. 함부로 말도 못 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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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으로 짐을 풀고 잠시 누웠다가 밤 11시쯤 밖으로 나섰다
이 시간에 어디 나갈 수는 없고.. 오늘은 그냥 숙소 앞에서 봐야겠다. 
숙소의 외등을 끄고 앞마당으로 나가니 별들이 쏟아진다
SQM 21.6.
산 뒤로 처음 켜본 Sky Quality Meter라 21.6이 얼마나 좋은 숫자인지도 잘 모르겠다

집에서부터 가져간 캠핑의자에 반쯤 기대어 누워서 쏟아지는 별빛을 그냥 받아본다
전세계 별쟁이들의 꿈의 관측지 아타카마, 
그곳에 진짜로 왔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이 하늘을 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는가

그래,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 가치를 제대로 한번 좀 뜯어볼까 하니
쏟아지는 별빛 아래 잠도 같이 한없이 쏟아진다

캠핑의자에 쭉 뻗고 누워서 새벽 3시까지 그저 꾸벅꾸벅 졸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냥 침대로..

진짜로 아타카마에 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무것도 한 것도 없으면서) 흥분되고 뿌듯하다 
긴 하루의 끝, 그리고 드디어 아타카마.
남미 원정 2막이 힘겹게 시작되었다






                             Nightwid 無雲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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