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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 1 2 (Stargazing road trip 2일차)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텐트 창문 사이로 하늘을 보니 파란색이 보인다

오늘은 가능성이 있나?

폰으로 날씨 검색을 하려 하니..

“No service”

전화 자체가 불통인 지역인걸 잊고 있었다

산골 오지마을 어디를 가도 3G 4G 빵빵 터지는 한국과는 비교조차 없는

자연 친화적인 인프라가 뉴질랜드의 자랑이자 불편함이다

 

맑은 하늘을 찾아.. 서둘러 텐트를 정리하고 이동하려는데

어디로 갈지는 정해야지.

 

가장 가까운 타운인 Waihi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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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모바일 데이터로 날씨 검색을 하려니 2G밖에 뜨지 않는다

Waihi1.jpg

 

그럴수도 있지.. 작은 동네니까..

시내 중심지로 이동해서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갔는데 여전히 2G

Waihi2.jpg


아니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폰으로 인터넷도 안하나

동영상을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작 날씨 데이터도 얻을 수도 없어서 한참을 헤메다가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 KFC 도착.

Waihi3.jpg

 

KFC 앞에서는 신호가 너무 약하고..

실내에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 뭐라도 사먹어야만 했다

인구 5천명의 제법 타운인데 인터넷 쓰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커피 한잔 놓고 폭풍 검색

20190102_123819.jpg

 

.. 오늘은 동쪽 해변쪽이 괜찮아 보인다

weather day 2.jpg

 

날씨 뿐이 아니라 마땅한 관측지까지 찾아야 하니

느린 인터넷으로 한참을 뒤져봐야 한다 (그래도 인터넷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Matata.jpg


Matata 캠핑장으로 낙찰!

Day2-2 route.jpg

 

스시 도시락으로 점심도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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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Tauranga) 주변의 연휴 정체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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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도착 , 비치가 보여서 무작정 들어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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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비치에 고작 사람 .. 상인도 파라솔도 편의시설도 아무것도 없다

20190102_164847.jpg

 

옆의 다른 비치도 마찬가지

20190102_170702.jpg

 

그런데 평소에는 이런 상태여야 캠프 사이트가..

Matata DOC.jpg

 

발디딜 틈도 없이 있었다. 뉴질랜드 휴가 시즌임을 잊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관측기용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캠핑장 입구에 이미 “Full” 표시가 있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고 들이밀었는데

관리인 할머니가 예약 안하고 왔으면 자리 없다며 돌려보낸다

내가 불쌍해 보였던지.. 8km 내려가면 다른 캠핑장이 있다고

손수 메모를 적어주셨다

20190102_193725.jpg

 

동네에서는 이상 인터넷 검색도 수가 없다

(타운 센터만 조금 벗어나도 바로 No Service 바뀌는 곳이 허다하다)

 

할머니 메모만 의지하고 Thornton까지 보니, 거기에는 규모의 캠핑장이 있었다

Thornton.jpg

 

근데 여기도 인산인해. 아니 대체 깡촌까지 이렇게 들어오는거야..

캠핑장 안으로 끝까지 가보니, 캠핑장 펜스 뒤로 푸른 초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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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기도 캠핑 가능한 곳인가??

캠핑장 입구에 이미 “No Vacancy” 걸려 있었지만..

여기에 캠핑 하겠다고 떼를 써보려고 오피스에 찾아갔으나

일언지하에 거절. (당연한 얘기..)

 

이제 어디로 가나?

해는 점점 저물고 있는데….

일단 계속 동쪽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본다.

어쨌든 별보기는 파도소리와 함께 해야 제맛이니까....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창 밖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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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을 방지하기 위해 뉴질랜드 캠핑 앱에 소개된 캠프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서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한참을 찾아간 , Ohope Camp

 

캠핑장은 맞는데 타운 안의 중심가 도로변에 펜스 놓은 캠핑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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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마냥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텐트들,

시야를 가리는 높은 나무들,

심지어 타운 센터라 가로등도 줄지어 있다.

 

아무리 급해도 여긴 도저히 안되겠다

다시 황급히 출발. 남쪽으로..

 

여기서 가장 가까운 캠핑장은 차로 40 거리다

Day2-23 route.jpg

 

일몰이 가까워졌는데.. 여기도 안되면 오늘은 어떡하지?

텅텅 것이나 다름없는 뉴질랜드 전원에서 데가 없어서 걱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0여분 , Tirohanga Beach Motor Camp 도착했다

역시 인적을 찾을 없던 40분간의 풍경과 달리 캠핑장 안은 바글바글하다

Tiro.jpg

 

리셉션 누나가 정말 좋다고.. 성수기에 예약도 안했는데 마침 좋은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나무가 울창한 텐트 사이트 한가운데다.

일반적인 캠퍼라면 좋은 조건이지만 여기서 마음껏 별을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저는 별쟁이인데 오픈 스페이스 같은데는 없나요 물어보니

직원들끼리 한참을 논의하다가..

 

원래 캠퍼밴(캠핑카) 허가해 주는덴데.. 화장실도 키친도 가까이 없는덴데 괜찮겠니?”

하면서 지도의 우상단을 가리킨다

이렇게 완벽할 수는 없지!

 

그래 그럼 아무데나 골라서 주차해

아무데나? 아무데나? 무슨 얘기지? 하면서 차를 끌고 가보니

드넓은 잔디밭에 캠핑 구역 수십개가 줄만 그어져 있었다

나무그늘 사이의 발디딜 없는 텐트 사이트와는 달리,

편의시설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캠핑족도 없고

Wide open space 시야를 가리는 나무도 산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아련히 들리는 파도소리까지..

찾았다!!!

 

20190102_191903.jpg

 

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마치 정말로 크루즈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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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영화 Far and Away에서

오클라호마의 황량하고 광활한 황무지를 차지하고 기뻐하던 크루즈 말이다

far2.jpg

(어린 시절 가치관에도 영향을 주었던 Far and Away 마지막 Land rush

 실제로 189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있었던 토지 분양(?) 방법이다)

 

하루종일 땅을 구하지 못해서 떠돌아다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소득이다

합법적으로 밤을 보낼 있는 안전하고 트인 해변의 광야라니..

거기에 하늘마저 완벽해져 간다

20190102_205245.jpg

 

뿌듯한 마음으로 일몰을 바라보며

목적지 없는 초행길을 헤메다 지친 몸을 각종 인스턴트 음식으로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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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망원경을 세팅하고 천문박명시까지 잠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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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2_210756.jpg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별을 시간이다

멀리서 보이는 캠퍼들의 불빛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하늘은 너무나 깜깜하다

사방 어디에도 광해는 없고 (텐트사이트에서 나오는 광해는 조금 있었음)

오클랜드 인근에서 보는 SQM 21.7 정도의 하늘보다 좋아보인다 (기분 탓일지도..)

 

종일 긴장하며 운전한 탓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하늘도 자체로 너무 좋아서

자정 무렵까지 캠핑 의자에 앉아서 그냥 마냥 하늘만 감상했다

~~ 정말이게 대체 이렇게 좋을까??

 

웃고 떠들며 휴가를 즐기던 사람들도 자정 즈음에는 모두 자러 들어가고 혼자 남았다

모두 깨워서 보여주고 싶지만 그러면 관측 시간이 줄어드니.. 조용히 혼자서….

 

준비해온 목록 뜯어볼 생각도 안하고 이리 저리 목적지 없이 유영하다가

LMC(대마젤란) 안에 있는, 아이피스 시야에 산개성단 5개가 같이 보이는 영역이 생각났다

 

(아래 LMC 설명 중앙 최하단의 애들이다)

2000_2000_LMC description.jpg

 

2012 호주 원정에서 관심이 많았던 지역인데,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관측지에서 졸고 있느라고 원정 멤버 중에 나만 못봤던 바로 아이들이다

 

NGC 2164 LRGB HR.jpg

(사진 출처 : http://www.baskies.com.ar/PHOTOS/NGC%202164%20LRGB%20HR.htm)

 

타란툴라에서 북동쪽.. 찾는 것도 쉽다

좋다

그때 원정에서 나만 못봤던 아쉬움을 달래려면 오래 봐야겠다

 

 

두시간에 걸쳐서 점을 찍어서 시야에 보이는 성단들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 7 Open Clusters, 뉴질랜드 Tirohanga에서 조강욱 (2019) ]

2000_NGC2164_ori_190103.jpg

 

아이피스 시야에 딥스카이 많이 보이는 지역성애자인 나에게는

은하도 아니고 산개성단이 5개나 몰려있는 LMC 신세계나 다름없다

(북반구에서는 이중성단이나 M46/47 외에는 산개성단 커플은 거의 찾기 어렵다)

 

거기에 가장 밝은 2164번을 중심으로 거의 완벽한 대칭형..

한참 보다 보니 희미한 성단 개가 보여서 7개가 되었다


2000_NGC2164_des_190103.jpg

 

근데 나머지 성단 개는 Sky Safari에도, NSOG에도 이름이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이름을 불러주는게 중요한데

 

아까 사진을 다시 보자

2000_NGC2164_compare_190103.jpg

(해당 사진을 스케치 구도에 맞게 crop)

 

사진으로 대조해보니 2159 밑에 아이는 무언가 이름이 있을것 같은데,

2156 - 2160사이의 가장 희미한 대상은

흐릿한 별을 내가 성단으로 오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새벽 2, 대상 하나를 마무리하니 피곤이 밀려온다.

4 넘으면 바로 박명인데..

30분만 자고 일어나서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야겠다

 

………………….

분명히 알람을 맞추고 잤는데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깜짝 놀라서 눈이 떠져서 혹시나….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4시다.

하늘에는 금성이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너무 밝아서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이런마음이 급해져서 여기저기 망원경을 기웃거리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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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 속에, 캠핑장 경계의 나무벽(Plant fence) 위로 달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지구조와 함께.

 

사진으로는 ( 실력으로는) 오묘한 색을 잡아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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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펜을 꺼내서 간만에 달그림 한장..


[ New Moon over a plant fence, 갤럭시 노트4 터치펜, 조강욱 (2019) ]

Plant fence.jpg

 


어느새 날은 완전히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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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별밤시간을 두시간이나 잠을 잤더니 아침까지 쌩쌩하다

 

이슬에 젖은 옷들을 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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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는 중에 막간을 이용해 태양도 한번 봐주고 (정말 조용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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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와 목적지를 검색하기 위해 문명 세계로 출발.

 

 

하루종일 헤메고 다니다가 만난 뜻밖의 wide open space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쟁취한 땅에 깃발을 꽂던 Far and Away 마지막 장면과 함께..

 

far2.jp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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