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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12월 중순, 와이프와 딸님을 한달간 한국으로 보내고 혼자 남았다

나는 뭘 할까? 당연히 별을 봐야지.

이곳 뉴질랜드는 새해 1월 1일부터 2일까지 쉬는 날이다.
1월 3~4일까지 회사에 이틀 휴가를 내면
6일 일요일까지 5일밤을 연속으로 별을 볼수 있다

어디로 갈까?
일본만한 크기의 섬나라인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 반경 100km만 벗어나면 모두 암흑천지이지만
그렇다고 밤새 합법적으로 차를 대고 망원경을 펼칠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광해지도)
LP_KR.jpg 
LP_NZ.jpg


위험한 야생동물은 전혀 없지만
동물보다 위험한(?) 사람을 만날수 있어서 걱정이 되고
아무 공터에나 주차하고 장비를 펼쳤다가 경찰이라도 만나면 
한국돈 수십만원의 벌금을 맞을수 있다
밤마다 집에서 구글 위성지도 펼쳐놓고 검색 또 검색..

가서 뭘 볼까?
북반구에선 잘 모르겠으면 그냥 무조건 메시에 리스트부터 시작하면 되지만
남반구에선 그런 독보적인 목록이 없다

Dunlop, Caldwell, 예전 야간비행 스터디 자료, 
그리고 여러 남반구 동호회의 자체 목록을 짬뽕하여 
볼만한 애들을 100개쯤 찍어 놓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 1월 1일 (Stargazing road trip 1일차) --------------

새해가 밝았다
여기도 한국처럼 새해 해돋이 중계로 아침 뉴스가 분주한데
일출의 순간을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는 나는
유독 새해 해돋이는 별로 관심이 없다
평소에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일지도..

맛집 찾아다닌다고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면 밤에 피곤해질테니
6일치 식량(라면 햇반 머핀 시리얼바 우유 생수 등등)과
냉장고 재고정리로 만든 간단한 음식들을 차에 싣고
망원경 텐트 옷가지 랩탑 등등 차에 쑤셔 넣으니 
7인승 Wish 차가 가득 찼다

6일간 집 밖에서 돈 안들이고 혼자 숙식을 해결하려니 
생각보다 챙길게 많아서 정오쯤 Takapuna의 집에서 출발.

새해를 맞아서 몇주씩 장기 휴가를 내고 놀러가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몇주 안쉬는 사람이 더 이상할 정도)
고속도로는 초입부터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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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디로 가지?
목적지는 나도 모른다
그날 그날 아침마다 지역별 날씨 확인하고
가장 확률 높은 곳에 갈 예정이다

근데 출발이 늦어져서
마음이 급해서 오늘은 날씨도 안보고 그냥 나왔다
더 늦으면 휴가 행렬에 더 막힐거라..

우선 무작정 도심을 벗어나서 오클랜드 공항 근처의
공항 전망대(?)로 왔다
(공항놀이는 내 세번째 취미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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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풀을 뜯는 소떼 위로 착륙하는 비행기의 굉음을 들으며
오늘의 날씨 폭풍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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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근 지역 전체에 맑을 곳이 전혀 없다
그래도 그중에 가장 확률 높은 곳을 향해서 출발!
하기 전에..
정확히 어디서 별을 볼지를 정해야지

사방이 틔여 있으면서 차로 진입할수 있고 
사람과 집이 없고 
밤새 무언가 하고 있어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곳을 한참 찾다가
결국 포기하고 목적지 인근의 캠핑 그라운드에 가기로 결정.
비싼 망원경을 볼모로 오지에서 시비라도 걸리면 수습이 안될테니..

진짜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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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씨티에서 조금만 나가면 바로 전원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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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에 있는, 예비 장소로 찍어두었던 곳은 가로등으로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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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을 더 달려서 고개를 하나 넘고 비포장 자갈밭을 헤치고 
찍어두었던 캠핑장, Dickey's Flat Camp Ground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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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외딴 캠핑장까지 누가 오겠어.. 라고 생각했으나
캠핑족들이 바글바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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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주차 자리를 얻어서 차를 밀어넣고 한숨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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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번호판이 내 차다. 역시 남자는 핑크…)

망원경 펼 자리는 충분하지만
산속 캠핑장이라 숲이 울창해서 시야를 많이 가린다
어쨋든 맑을 확률은 제일 높은 곳이니 여기서 기다려보자..

별짐 + 생존을 위한 먹고 잘 것 + 스타파티 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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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텐트도 꺼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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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숨 돌리고 저녁을 먹으려는데.. 수저를 안가져왔네.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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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대로 자연 젓가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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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저는 밥을 다 먹고 나서 발견되었다. 내가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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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어두워지길 기다리며 망원경을 펼치고 오늘의 목표 대상을 연구한다
남천 딥스카이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선 어떤 목록이 좋을까?
던햄 등 유서깊은 목록도 좋겠지만, 그래도 최근에(25년 전에) 만든어진 칼드웰 리스트가 훨씬 구미가 당긴다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는데
하늘이 준비가 안된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흐르는 별빛은 너무나 영롱한데..
그 잠깐 반짝 하는 것도 점점 주기가 길어진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어느틈엔가 캠핑의자에 앉아서 잠이 들었다
추위와 이슬에 잠에서 깨어보니 어느새 깊은 새벽.
하늘은 칠흑같이 어둡고 (별이 없어서) 
이슬비에 견줄만한 폭풍 이슬이 내리고 있다

망경을 접을 시간이다
오늘은 어짜피 안되는 날이었는데, 그래도 뭐라도 확률을 높이려고 용을 써 봤는데
인간의 노력으로는 안되는 날이었나보다
그래도 노력끝에 나무숲 사이로 찬란한 별빛을 잠시 맞이한 것으로 위로를 삼으며..
텐트로 기어 들어가서 습기에 흠뻑 젖은 방한복을 벗고 침낭에 들어갔다

뭐 아직 4일밤이나 남았는데 그중에 최소한 이틀은 맑지 않겠어?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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