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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드디어 하현달이 지나고, 기다리던 (마지막이 될) 월령이 돌아왔다

 

망경 다음 주인이 되실 분과도 연락을 마쳤다

 

메시에 나머지 7개 스케치를 완성한 후 진삽이를 양도하는 것으로.

 

 

61일 수요일, 날씨가 맑다

 

평일이라 갈 수 있는 별친구가 많지 않은데

 

곡성을 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저히 혼자는 못 가겠다

 

 

궁수를 봐야 하기에 남쪽 시야가 훌륭한 곳을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결국 다시 수피령!

 

파티도 한 분 (전승숙쌤) 구했다

 

다행이다. 수피령에서 외지인 만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오늘은 지난번 관측에서 25% 가량 완성한 16, 독수리 성운부터 마무리 해야한다

 

동남쪽 산등성이에서 M16이 뜰 때까지 차 안에서 강제 취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11시부터 관측 시작.

 

 

UHC를 장착하니 성운들이 승모근 모양으로 펼쳐진다

 

(오랜 일자목의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즘 등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하늘에서도 등근육이 보인다)

 

승모.jpg

(출처 : 구글 검색)

 


그리고 별친구들이 항상 간절히 찾는 그 것, 창조의 기둥을 찾아 봐야지

 

얼핏 봐서 보일만한 아이는 아니고, 구글님께 적당한 사진을, 허블스럽지 않은 사진을 하나 얻어서

 

위치를 확인하고 쪼아본다.

 

두 별 거리의 절반만 더 가면 있는 그 것.

 

왼쪽 눈 망막 좌하단에 있는 간상세포들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본다

 

그래, 저건가보다.

 

Pillar_closeup.JPG

(출처 : 구글 사진 vs 내 스케치 편집)



나도 창조의 기둥 본 남자가 되었다.


우리가 잘 보이지도 않는 창조의 기둥을 그리도 찾아 헤메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고 싶은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같은 날 영양에서는 철규님이 그 옆의 작은 기둥과, 반대편 두 별 사이의 희미한 기둥까지 보셨다고..

    관련 기록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182412

 

 

 

근데 5월과 6월 두 차례의 관측에서 도합 3시간을 독수리성운을 보았는데

 

이게 왜 독수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 M16, 조강욱 (2016) ]


M16_160601_Ori.JPG

 

 

구글에서 찾은 사진과 1:1 비교를 해 본다. 그래도 독수리는 없는데..


사진 비교.JPG

(출처 : 구글 사진 vs 내 스케치 편집)

 

※ 사실 내가 아는 독수리 이미지는 얘 밖에 없다. (요즘은 마약 유통업을 한다고 하던데..)


화나.jpg




16번의 큰 산을 넘으니 벌써 시간은 새벽 1시반.

 

매정한 궁수의 돈데크만은 출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전갈 꼬리는 이미 퇴근 중.

 

야 너넨 8시간 근무도 모르냐? 나쁜 놈들아......


 

집에 돌아가려는 69번과 70번을 붙잡고 30분씩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낮은 고도에서도, 그래도 나름 은하수 중심 인기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배경 별들이 많다

 

주전자 바닥 오른쪽 모서리의 69번은 성단 중심부에서 약간 동쪽 방향으로 별들의 작은 patch들을 찾을 수 있다.

 

다시 왼쪽으로 70.. 69번의 절반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지만 성단 남쪽의 ‘^’ 모양이 인상적이다.

 


[ M69 & M70, 조강욱 (2016) ]

 

M69_70_160602_ori.JPG

 

 

EQ가 없었다면 이 애들이 모두 퇴근할 때까지 얘기를 끝내지 못했겠지만..

 

Tracking 노가다를 일소해준 EQ Platform 덕분에 한 방에 완료!

 

 

작년 초가을 홍천 이후 9개월을 기다린 69 70과의 급한 면회를 마치고 허리를 펴 보니 아직 8번은 열심히 일하시는 중.

 

독수리와 석호, 수많은 별쟁이들에게 기쁨과 욕망의 대상인 두 슈퍼스타를 우리 진삽이는 긴 시간 할애하여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다.

 

오리온과 오메가를 그렇게 사랑하는 망경 주인이 흐릿한 성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서 메시에 스케치 레이스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다)


의문.JPG

 

 

얘가 얼마나 큰 애였더라.. M8을 본 지 오래 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글신께 또다시 도움 요청.

 

구글 사진을 찾아보니 내 기억속의 아련한 모습보다 훨씬 큰 아이였다.

 

광활한 에토스 13밀리의 시야로도 커버가 되지 않아서

 

몇 년에 한 번 암흑성운 볼 때만 출동한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Pentax XL 40mm의 거미줄을 걷어내고서 밝은 별들부터 구도를 잡아본다

 

M8_star.JPG

 

 

별들의 큰 흐름을 겨우 다 잡아나갈 즈음,

 

새벽 4.. 약속된 밝음이 찾아오고, 깨알 같던 은하수도 급하게 작별을 고한다.

 

예정된 이별임에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제 메시에 스케치 일주에 남은 대상은 6 7 8 그리고 24번까지 4개 남았다

 

 

가끔씩 전국을 돌며 안시관측 관련 강연을 한 지도 7년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메시에 스케치를 시작한 시점과도 거의 일치한다

 

50번쯤 되었을까? 이곳 저곳에서 주말 몇 시간씩 별 이야기를 떠들어댄 것이.

 

수백장에 이르는 PPT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언제나 빠짐없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구경책임제.JPG

 

 

나의 구경 책임은 무엇일까?

 

2009년 여름 벗고개에서 처음으로 메시에 스케치를, 17번을 그리고 나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단원면 시골길에서 차창을 열고 한 팔을 창에 걸치고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면서

 

나의 15인치 구경 책임을 메시에 전 대상 스케치로 정한 뒤

 

7년의 세월이 흘렀다

 

2.JPG


3.JPG


4.JPG


5.JPG

(그나마 5월도 그냥 흘러가버렸다)

 

 


부산, 산청, 가평, 소백산 등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온라인에서까지 줄창 떠들고 다니던 나의 구경 책임을

 

스스로 완벽하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완수하고 싶다.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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