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자작정보 ~☆+

  • 14.5", f/4.3 망원경 자작기(2) - 미러셀의 제작
  • 류혁
    조회 수: 15149, 2009-06-20 21:42:00(2009-06-20)
  • [ 미러셀의 설계와 제작 ]

    2009년 1월 초, 페가수스에 미러를 주문한 다음, 바로 미러셀의 제작에 착수하였습니다.

    미러셀은 18점 지지 방식으로 설계하였는데.... 나중에 완성된 미러셀을 보신 최선생님은,14.5인치 1.6인치 두께의 미러라면
    9점 지지 방식의 미러셀로도 충분하다고 하시더군요. (진작에 상의를 드렸으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미러셀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삼각판, 삼각판을 연결하는 컨넥팅 바, 프레임의 제작을 위한 스테인레스 파이프와 판재 등의 제작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종로 어딘가에 있다는 레이져 가공집, ‘삼일 레이져’ (02-2271-3131)에 부탁을 하여 만들었는데, 부품은 깔끔하게 만들어져 보기 좋았지만,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망원경을 자작하기 위해서는 가공집이나 부품가게, 공구점 등을 자주 출입하게 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결국 그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그 바닥의 용어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렌즈를 사러 용산이나 남대문에 간 사람이 순진하고 더듬거리는 말투로 “캐논 렌즈가 사고 싶은데요. 캐논
    이에프 렌즈, 이십사 밀리미터 내지 칠십 밀리미터 엘 렌즈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아마 그길로 악덕 상인들에게 걸려 엄청난
    바가지를 쓰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공집이나 볼트가게, 공구상 등을 운영하는 분들을 악명 높은 상가의 일부 악덕 상인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가게에 자주 출입해서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이 계통에서 평소에 쓰는 말들을 어느 정도 익혀놓을 필요는 있어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 이런 가게에 출입하기 시작하였을 때에는 그 바닥의 용어를 잘 알지 못해서, '이방인' 내지 ‘별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던 용어들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1)

    “저, 스테인레스 판 두께 0.3센티 짜리가 필요한데요”
    “써스판  3티요?”
    “옛? 뭐라구요?”

      * 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스테인레스” 대신 “스덴”이라고 말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예2)

    “저, 직경 2.5센티에 두께가 1밀리인 알루미늄 파이프 주세요.”
    “25 파이, 1 티 알미늄 파이프요?”

    * 파이가 직경을, T가 두께를 의미한다는 것을 저는 몰랐었습니다. 단위도, 밀리미터
       단위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줄 몰랐구요.  

    예3)

    “거 왜 머리가 둥글고 육각 렌치로 조이는 그런 볼트 있지요? 그거 4밀리 짜리
    길이가 8밀리 짜리 있는가요?“
    “둥근머리 렌찌 ? 얼마짜리가 필요하다구요?”


    예4)

    “거... 잘 안 풀리게 만든 그런 너트가 있다던데... 있나요?”
    (‘너 여기 왜 왔냐’고 말하는 듯한 묘한 침묵과 따가운 시선....)


    이렇게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기레빠시(남은 자투리 잔재), 노기스(버니어 캘리퍼스),보루방(드릴링 머신), 신쭈(황동, 구리)“ 등 어느 정도 그 바닥 용어를 익숙하게 구사하다 보니 슬슬 개발자 내지는 숙련 발명가 취급을 받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제작 중간에 어느 볼트가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볼트를 몇 개 사고 “도대체 볼트를 얼마나 더 사야 하는거야”라며 중얼거렸더니, 그 말을 들었는지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걸더군요.  

    “예술하시는데 돈 많이 들죠?”
    “예? 예술이라니요?”
    “에이... 다 알아요. 개발하셔서 특허 출원 하시려나 보구만.... 그게 예술이지 뭐에요 딱 보니 예술 하시는 분이구만... ”  
    (이젠 나도 완전 이방인 취급은 받지 않는구나 싶은... 흐뭇함 ^^;;)


    어쨌든 약 2주일 정도 주말 작업을 한 끝에 미러셀을 완성하였는데, 완성해놓고 보니 그럭저럭 모양새가 나는 것 같아 기쁘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완성된 미러셀의 모습

    미러셀의 각 부분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번 :

       1번은, 미러의 측면을 지탱해주는 미러지지용 끈... 그러니까 슬링(sling)이라고도 하는 끈을 고정시키기 위한 부분입니다.
       10밀리 스테인레스 육각 볼트를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 2번 :

       이 부분은 같은 모양의 봉 두개와 함께 미러가 제 자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이탈 방지 브라켓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적당한 길이의 8밀리 스테인레스 나사에 PP봉을 끼워넣어 만들었습니다.

       * 이 봉은 평소 미러의 측면과는 4~5mm 정도의 여유를 두고, 접촉되지 않도록 만들어져야 하며, 플라스틱 봉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나무봉으로 제작을 해도 괜찮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 3번 :

       이 부분은 적당한 두께의 긁힘 방지용 패드를 이용하여 만든 것입니다. 저는 동네 알파문구에 가보았지만, 알맞은 크기의 패드를 구하지 못해 일일이 써클커터를 이용하여 적당한 크기의 원 모양으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후에 최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여러 크기 별로 다 파는데, 뭐하러 그 고생을 했느냐?”며 웃으시더군요.

       * 얼마 전 ‘Costco'에 갔다가, 적당한 크기의 긁힘 방지 패드를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 다양한 크기의 긁힘 방지용 패드를
        팔고 있었는데, 그 중 적당한 크기의 것을 골라 사용하면 될 듯 싶었습니다.



    - 4번 :

       삼각판 가운데의 고정용 나사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크기의 둥근 머리 렌치 볼트를 썼습니다. 하지만, 후에 완성된 미러셀을 보신 최선생님께서, 미러 밑면과의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접시머리 렌치볼트를 바꾸는게 나을 것이라고 하셔서, 나중에 접시머리 렌치볼트로 교체하였습니다.



    - 5번 :

       냉각용 팬입니다. 저는 용산전자상가에서 구입한 싸구려 중국제 팬을 이용하였습니다. 이 팬은 겨울철 관측시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 최선생님께서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조만간에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팬을 다는 방법에는, 미러를 향해 바람을 불어주는 방향으로 장착하는 것과 미러로 부터 바람을 빨아내주는 방향으로 장착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

       제 방식은, 팬에 붙어 있는 금장 스티커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깥에서 볼 때 그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장착
       방법입니다.... ^^;;  (결과적으로는 미러를 향해 바람을 불어주는 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 6번 :

        미러 셀의 삼각판이 항상 같은 위치에 있도록 고정을 시켜주기 위한 부품입니다. 책에는 탄성이 있는 Kydex 판을 이용해서 만들라고 되어있는데, 저는 Kydex 판을 구할 수가 없어, 동네 알파문구에서 구입한 적당한 두께의 합성수지 판을 둥글게 오려 만든 다음, 책에 쓰여져 있는대로 강력 양면 테이프로 삼각판에 접착을 하여 완성을 하였습니다.



      - 7번 :

        광축 조절나사의 윗 부분을 고정하는 너트입니다. 이 부분의 설명을 위해서 대충 단면도를 그려보았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번 너트와 2번 너트가 고정이 되어 있고, 삼각판 두개를 연결하는 암(arm)이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움직일 수 있어야, 암(arm)이 시소처럼 움직이면서 적절히 미러를 받쳐줄 수가 있게 되고, 광축 조절용 나사를 아래 위로 움직이더라도 삼각판이 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1번 너트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광축조절용 나사를 움직일 때마다 나사가 조금씩 헐거워지게 되는데, 지침서에서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1번 나사 자리에 U-너트라는 금속제 풀림방지 너트를 사용하고, 그 높이가 너무 높은 경우에는 미러 밑면과 부딪힐 수 있으므로, 너트를 반으로 잘라 사용하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2번 너트의 경우에도 풀림방지 너트를 사용해야만 하는데, 저는 2번 너트의 경우 너트의 높이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풀림방지용 나이론 너트를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스테인레스 너트를 반으로 자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일반 너트에 비해 높이가 높은 풀림방지용 너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미러 밑면과의 거리가 그 만큼 가까워질 것이 분명하기에 참으로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록타이트에서 나온 나사 풀림방지제(세 종류가 있는데, 저는 파란색 중간 강도의 나사고정제를 이용하였습니다.)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일반 너트를 나사 고정제를 이용하여 고정시키면 어떨까 싶었는데, 실제로 시험해보니 1번 너트를 풀림 없이 단단히 고정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나사 윗부분 볼트와의 접촉 부분에 파란색 물질이 약간씩 묻어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경화된 파란색 나사고정제를 사용한 흔적입니다.


    이처럼 미러셀을 완성한 후, 다음에는 세컨더리 케이지(어퍼 케이지, 어퍼 튜브 어셈블리)의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

    생각 같아서는 후딱 자작기를 끝내버리고 싶은데, 워낙 재주가 없는지라 생각처럼 글이 쉽게 써지지는 않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다음 편을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날씨는 좋지 않지만, 여러분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8

  • 김남희

    2009.06.21 02:31

    유혁님! 정말 대단하십니다.정말 잘 읽었읍니다.
    용어를 모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반복해서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의 경험은 돈주고도 살수 없잖아요.
    서두르지 마시고 지금처럼 여유있게 가주시면 저같은 쌩초보에겐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한편으로는 그 많은 노하우를 쌓으신 최선생님, 그동안의 외롭게 고민하고 고생하신 결과에 찬사가 이어집니다.
    야간비행의 커다란 자랑거리죠.(너무 아부성인가??^^)
    메시에를 하나하나 볼때마다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망원경의 구조,원리를 알아가는것도 큰 즐거움이네요.
    다음주는 매수막인데 즐거운 자리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 이준오

    2009.06.21 05:41

    미러셀의 2번 ..미러 이탈 방지 브라켓에 끼워지는 pp봉의 신기한(?) 구조와 그 비밀를...최쌤을 통해 올 봄에서야 알게되었는데...
    잠깐 올렸던 글에는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던데.. 다시 올리신 이 글에는 아쉽게도 빠졌네요..^^;

    어찌되었던간에...올리신 이글들만 꼼꼼히 읽어봐도 누구라도 쉽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자작의 그 깊은 세계에 빠져들 듯 합니다.
    정말 정말~ 몇번을 두고 두고 읽어도...
    유혁님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정성을 쏟고 또 그만큼 고생을 했으며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그리고 이 글들이 완결되면 全文을 바로 옆에 두고 늘 읽고 또 읽고 싶어지는....)...정말 궁금한것들 다 해결되는 후련하고 시원한 멋쥔~! 글입니다..^^*
    이거 벌써부터 슬슬~ 다음 편이 언제 올라오나? 하며 [무한도전]보다 더 기다려지기 시작하는데... ..어케하죠?...ㅋㅋ
  • 조강욱

    2009.06.21 10:39

    저는 청계천 공구상 얘기 외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글입니다 ㅎㅎ
    1번 2번 나사와 여유를 두어야 하는.. 부분을 보다가 급기야 머리가 띵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무려 전자공학과 나와서 펌웨어 개발자도 하던 공돌이 출신인데 말이죠.. ㅋ;;
    유혁님의 글을 읽으니.. 저는 그저 '우리에게 일용할 망원경을 주시는 고마운 분' 이라는 생각만.. ^^;;
    저는 광축 대충 손으로 쓱쓱 맞추고 쿨링팬도 안돌립니다 잘 안 보이면 몸으로 그냥 때우고 ;;;;
    조강욱의 건성 대충대충도 야간비행의 다양성에 한 몫 거들고 있다고 나름 위안해 봅니다.. ^-^
  • 유혁

    2009.06.21 20:49

    김남희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저는 책에서 읽은 것, 최선생님께 배운 것을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준오님, 처음 올렸던 글은 마님 검열을 받은 결과 "지나치게 기술 편향적이고 문체가 딱딱해서 어렵다"라는 지적을 받아,
    대폭 수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PP봉의 비밀" 부분이 빠졌네요... ^^;;

    PP봉은, 돕소니언텔레스코프에서는 'side pin'이라는 이름으로 언급되어 있고, p147 그림 5.22. 설명 부분, p149의 첫줄에서부터 다섯째 줄까지 제작할 때의 유의사항에 대해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

    조강욱님... ... 관측은 대충대충이 아니시잖아요. 하지만, 횡성한우는 절대로 대충 넘어가시지 말고, 반드시 받아내세요...
  • 이준오

    2009.06.22 00:37

    어딜가나 마님~ 검열은 존재하는군요. 횡성한우의 간절한 염원와 함께...^^ㅋ
  • 김경싟

    2009.06.22 04:59

    결론은...
    싟이와 같은 범인은 그냥 만들어진 망원경 가지고 열심히 별보자...
    ^^

    그래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키를 딱딱 지목해서 설명해 가면서도 위트가 있으신데요?
    후편을 기대하게 하는 간질감도 쥑임입니다.
    *^^*
  • 정병호

    2009.06.22 06:25

    아직도 횡성 한우를 믿으십니까.
    ㅋㅋㅋ
  • 조강욱

    2009.06.22 07:47

    자폐정 - 횡성한우교 교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소
    순천의 이모 신도님, 새로 입교하신 유모 신도님까지.. 교세가 더 확장되기 전에 쇼부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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