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한해를 詩로 맞이하며...
  • 김경싟
    조회 수: 16659, 2008-12-10 18:21:23(2008-12-10)





  • 회사에서 달력을 받았습니다.
    한해가 또 오겠네요^^

    지금까지 받은 달력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산(山) 사진으로 가득...

    어제 받고 사진이 예뻐 좋다좋다 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
    사진 밑에 글귀가 있네요.
    어젠 사진 설명이겠거니.. 하고 지나갔는데
    다시보니 아름다운 詩입니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님의 글이더군요^^


    함 옮겨봅니다.



    새 아침이 밝았다.
    다시 시작이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의 일출봉에서 저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두 팔 벌려 저 상서로운 빛을 품어보자.

    (1월 덕유산 향적봉 일출)



    돌 속에 돌이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 있다.
    돌아보지 마라. 두 귀를 쫑긋 세우지 마라.
    그대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픈 사람이 있다.

    (2월 부귀산 자락에서 본 마이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층층나무 새싹이 그대의 안부를 묻고 있다.
    가자, 봄맞이 가자.
    주저앉아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먼저 연초록빛 마음으로 봄맞이 나가자.

    (3월 대둔산 용문골 층층나무 새싹)



    마침내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만화방창 봄이다. 온갖 봄의 전령들이 부른다.
    어서 와, 어서 와! 벚꽃 제비꽃 진달래꽃 다 지기 전에.
    '봄날은 간다' 노래하며 후회하기 전에!

    (4월 황매산 정상의 초원)



    오월의 푸른 산빛을 보노라면 눈이 맑아지다 못해 눈물이 안다.
    철쭉꽃 붉은 빛은 화룡점정.
    지금은 다만 입을 다물고 저 침묵의 푸른 산기운에 온몸을 내맡길 때.

    (5월 한라산 선작지왓의 철쭉 군락과 정상 봉우리)



    저 희푸른 선경 속에 무릉도원이 있다.
    아아, 그러나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본다 해도 또한 그러하고 그러하리라.
    내가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요, 별자리.

    (6월 속리산 문장대에서 본 동쪽의 아침)



    어느 시인이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고 했다.
    그렇다. 저 산도 지금 기지개를 켜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네 삶도 한 호흡.

    (7월 북한산 영봉에서 본 삼각산의 인수봉, 만경대)



    덥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기에도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덥다.
    휴가를 떠나자.
    반양봉을 바라보며 노고단 마고선녀가 손짓을 하고 있다.
    일탈의 계절, 야성으로 돌아가자.

    (8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본 반야봉, 천왕봉)



    다시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는 가을의 초입.
    기다림은 마냥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물안개 속을 걸어서라도 누군가를 향하여 하염없이 가는 것.

    (9월 추월산에서 본 담양호)



    침묵의 공룡능선에도 단풍이 들었다.
    이 가을에 단 한 번 만이라도 붉게 타오르지 못하고 내내 시퍼렇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
    그대의 발자국마저 더 선명해지는 가을이 왔다.

    (10월 설악산 신선봉에서 본 공룡능선 추경)



    저 산속에 누구인가 살고 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반달곰과 다람쥐, 미리미리 겨울나기 장작을 패는 사람들.
    둘러보면 그대를 위해 밤마다 마음의 군불을 지피는 사람들이 있다.

    (11월 계룡산 관음봉에서 바라본 황적봉 능선)



    눈 덮인 무욕의 겨울산이 부른다.
    설화와 빙화가 피어나는 저 산은 꼿꼿한 정신의 표상, 우리들 정신의 희디흰 밥!
    마침내 새해 새봄이 멀지 않았다.

    (12월 오대산에서 본 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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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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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혁 조회 수: 13647
  • 1차 색칠 작업을 마친 '흐린 날 프로젝트' 입니다.... 마무리 색칠 단계를 거치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시간을 두고... 조금씩 손을 봐줘야겠지요... 출근을 해야 하는데.... 끝장을 보려고 덤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습니다.... ^^;;...
2010-01-04 11:48:32 / 201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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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혁 조회 수: 14188
  • 새해가 되었으니, 이제는 '2010 흐린 날 프로젝트'라고 불러야겠네요... 현재 진행 상황입니다. Sky Atlas 2000, Night sky observer's guide가 완성되었고..... 스타파티 때, 경싟님이 만들어 나눠주셨던 '야간비행 도전목록'도... 평소 가지고 다니는 소품에 추...
2010-01-03 08:05:19 / 20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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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혁 조회 수: 12206
  • 김남희님 즐삽2 뿐만 아니라, 제가 만들고 있는 관측지 정경 모형도 열심히 변신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제작 상황을 자작정보란에 올리다가는... '천체관측 동호회'가 아니라, 무슨 '모형 동호회'로 오인받을 소지도 있어보여서... 완성될 때까지는 이제 이곳에 사진을...
2009-12-29 20:42:13 /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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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희 조회 수: 10860
  • 오늘 간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새로 들여논 즐삽이를 만지작 거립니다. 광축 맞추고 경통 밸런스 무게 테스트도 합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유혁님 바뀐거 보이시죠.ㅋㅋ
2009-12-29 09:40:13 /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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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희 조회 수: 13414
  • 지난 여름 처갓집 마당에서 즐삽이 펼쳐 놨는데 풀벌레 한마리가 날아 왔더군요. 그래서 한 컷~ 지나간 사진들을 한장씩 들쳐 보는 여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유혁님의 도움으로 바뀐 즐삽이를 공개합니다. 옆에 있는 예진이가 가만히 있질 않아 같이 찍어 봤습니...
2009-12-24 17:34:06 / 200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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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싟 조회 수: 11297
  • . . . 일요일의 일과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있습니다. 교회에 아내와 별찌를 내려주는 9시~9시15분부터 제가 예배 드리는 11시30분까지의 약 2시간 가량의 여유시간입니다. 이때에는 딱 정해진 코스가 있습니다. 첫째는... 보라매공원 근처의 해장국집에 가서 해장국...
2009-11-16 06:07:45 /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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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싟 조회 수: 13100
  • . . . 보람을 놓아버린 시절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오롯해지는 걸 보니, 가을은 저 몸의 안쪽으로 먼저 안착하나 봅니다. 앞 강물이 차가워지면, 계곡의 바람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조금씩 사나워지겠지요. -장석주님의 새벽예찬 中 부분... 주말에 마주한 가을 이미...
2009-11-09 06:58:36 / 20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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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싟 조회 수: 14636
  • . . . 토요일 출근을 합니다. 주말에 해놓아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양복입고 출근하는 것이 아니니 일이 있어도 놀러나온 것 같습니다. 가을이 잔디밭 위에 소복히 내렸습니다. 낙옆을 보니.... 참 곱게 늙은 분들이 생각납니다. 아름답네요. 가을 속 낙엽...
2009-11-07 19:37:16 / 200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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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싟 조회 수: 16693
  • . . . 새벽 4시경? 잠에서 깼습니다. 뒤돌아 모습(제가 누운 자리를 상상하여)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별찌와 제가 침대에 모로누워 다리는 침대 밖으로 나와 있고 머리 위로는 초롱이(고양이 이름)이가 한자리 차지하고 옆으로 자빠져 자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로...
2009-11-02 06:50:27 /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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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싟 조회 수: 12356
  • . . . 과거, 예뻐서.....산 책이 있습니다. 온갖 격언들로 가득찬. 그래서 산 이후로 읽어보지도 않은 책. 그래도 좋습니다. 언젠가는 그런 책을 만들어보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비슷한 책을 샀습니다. 책이 예쁘다기보다는(사실 예쁘기도 합...
2009-11-02 06:05:03 /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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